움직이는 집의 살인 집의 살인 시리즈 3
우타노 쇼고 지음, 박재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1961년 후쿠오카에서 태어난 우타노 쇼고는 1988년 <긴 집의 살인>으로 데뷰한 이래, 정통 추리소설(일명 '본격파' 추리소설)을 발표하면서 입지를 다진 작가이다. 특히, 2004년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기리워하네>로 제57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과 제4회 본격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한다.

 

 

<움직이는 집의 살인>은 <긴집의 살인>과 <흰 집의 살인>과 함께 '집의 살인'시리즈 중, 세 번째 작품이다. 화려한(?) 작가의 이력에 이끌려 배경 지식도 없이 집어든 책이어서 그런지 나에겐 상당히 느리게 책장이 넘어간 책이었다. 독자를 정신 못 차리게 만들어야 추리소설로써 합격점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우타노 쇼고의 <움직이는 집의 살인>은 일단 나에게는 실패작처럼 보인다. 작가의 애독자들에게는 기대와 경애의 대상일수도 있는 괴짜 탐정 시나노 조지와 그의 활약상을 알지 못하는 나에게는 '결론부터 말하면, 시나노는 죽었다'는 도입부 첫문장마저 강렬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작품의 구성은 '액자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시나노 조지의 친구인 이치노세 도오루는 신문을 통해 시나노 조지가 누군가와의 싸움 중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친구의 마지막 행적을 쫒아가는 형식이다. 이 부분이 다루어지는 작품의 맨 앞부분은 지나치게 밋밋하게 표현되었다. 아마도 눈치 빠른 독자에 막판 반전을 들킬 것을 우려한 작가가 의도적으로 독자의 관심을 피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럼, 시나노 조지라는 인물은 어떻게 죽었을까?

 

시나노 조지는 '마스터 스트로크(masterstroke: 신기)'라는 극단에 스태프로 참여하게 된다. 극단은 '신은 예술가를 좋아해'라는 작품 공연으로 한창 바쁜데, 알고 보니 이 공연은 6년 전인 1983년 무대에서 창에 찔려 죽은 이자와 기요미라는 단원을 추모하기 위해 열리는 추모공연이었다. 그리고 공연장소는 최첨단 시절을 자랑하는 시어터 K1으로 결정되는 데, 시어터 K1은 죽은 이자와 기요미의 아버지인 건축가 야스노리 이자와가 사재를 털어 만든 것으로 무대가 360도 회전하도록 설계되었다.

 

 

운영자금이 부족한 극단을 위해 시나노 조지는 사채까지 끌어다 쓰면서 적극적으로 공연을 돕고, 그 과정에서 모리 교코라는 여성과 가까워진다. 그리고 공연 도중 모리 교코의 연출용 칼에 스미요시가 상처를 입는 사건이 발생한다. 스미요시는 병원에 입원하고 경찰의 조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다키가와 요스케의 고집으로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참고로, 다키는 기요미의 연인이자 그녀를 연극의 세계로 입문시킨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이 극본을 맡은 공연 도중, 실제로 죽고 만다. 극 중 칼에 맞는 라스트 신을 끝으로 컬튼 콜이 이어졌지만 결국 그는 일어나지 못한다.

 

 

스미요시가 무대에서 뒤바뀐 칼에 상처를 입으면서 공연은 뜻밖에도 입소문을 타 경제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다키가 죽으면서 시나노 조지는 야스노리 이자와를 강력한 범인으로 지목한다. 그 이유는 야스노리 이자와가 딸의 죽음을 다키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시어터 K1의 무대의 설계자로서 그라면 충분히 360도 회전하는 무대를 이용하여 다키를 살해할 수도 있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건이 막바지로 치달을 무렵, 시나노 조지가 죽는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시나노 조지를 사칭한 인물이 죽는다. 반전은 정말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정사(情死)'를 암시하는 마지막 장면...

결국, 기요미와 다키 그리고 교코도 다 사랑때문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움직이는 집의 살인>이라는 작품은 놀라운 반전과 뛰어난 트릭으로 추리소설의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 가히 우타노 쇼고다. 그의 대표작품을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추리소설작가로의 그의 재능은 이미 이 작품 하나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대한 집중과 몰입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내린 판단으로는 아마도 그의 작품이 대화체 위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는 점과 비쥬얼(영상)을 중시한 글쓰기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배경과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가 지나치게 부족하고 무엇보다도 그의 작품에는 '복선'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독자들은 작품을 읽으면서 상상이나 추측을 전개해 나갈 수가 없다. 즉, 추리소설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인 '두뇌 플레이'를 펼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이 작품이 만화나 영화 등으로 만들어진다면 책보다는 훨씬 더 재미있을 수도 있을 것같다.

 

 

한 작품을 읽고 작가와 그의 작품성을 이야기하는 것만큼 섣부른 짓도 없으리라. 진작부터 독서 목록에 올려놓은 우타노 쇼고의 대표작인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기리워하네>를 어서 빨리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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