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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ㅣ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1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2005년 중국에서 출판되자마자 5禁(출판, 게재, 광고, 비평, 인용)조치를 당했다고
한다. 마오쩌둥이 섬서성 탄광 붕괴 사고로 사망한 장스더(张思德)동지를 추모하기 위해 행한 연설로 유명한《为人民服务(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모욕(?)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 작품은 5금조치를 당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고 중국 대륙을
제외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판되면서 옌례커라는 작가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작품은 1958년생으로 20여년 가까이 인민군대에서 '복무'한 작가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탄생할 수
없었으리라. 그만큼 폐쇄적인 중국 사회에서도 가장 큰 베일에 싸여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나약함과 타락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작품은 겉으로는 '외설'적인 통속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과 사랑에 대한 존엄을 그리고 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기로 맹세한 주인공 우다왕의 육체적 사랑은 마침내 정신적 사랑으로 승화되지만 결국은 자식을 얻을 수 없었던 늙은
사단장과 그의 젊은 아내를 위한 '복무'에 다름 아니었다.
집단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조하고 당연시 하는 중국 공산주의 사회가 결국은 처음부터 끝까지 개개인의 이익으로 점철되어 있는
커다란 먹이사슬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 체, 진정으로 인민을 위해 봉사하는 길이 자신을 위한 일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던 우다왕이 마오쩌둥의 어록을 갈갈이 찢어버리며 사랑을 맹세하는 류롄의 그 '사랑'을 어찌 의심할 수 있으리오.
휘날리는 오성홍기와 울려퍼지는 의용군행진곡(중국의 國歌) 속에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고 외쳐댄 사회가 결국은 '위선'이라는 걸
인민들이 쉽게 깨닫기 어려운 것처럼 우다왕에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말의 참뜻을 이해한다는 건 죽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우다왕은 '인민을 위해 복무'한 댓가로 가족의 도시 호구와 번듯한 직장 등 그가 그토록 원했던 모든 걸 얻는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사랑을 잃어버린 댓가라는 걸 알고 있기나 한걸까.
좋은 소설이 반드시 재미있는 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언제나 즐거움만을 위해 소설을 읽지는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옌례커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재미없는 소설이지만 일독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