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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근현대 세계사 - 18세기 산업혁명에서 20세기 민족분쟁까지 ㅣ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과거를 알면 현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1750년 대부터 시작된 영국의 산업혁명에서 21세기 초까지 세계사의 큰 흐름을 집어준다.
세계사임에도 마치 유럽 근현대사처럼 느껴지는 건, 그만큼 18~20세기가 아시아와 중동이 아닌 유럽의 세기였고 그때 구축된 질서들이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체코슬로바키아, 유고슬라비아 등등 나라명 하나만 봐도 두 민족 이상이 결합되었다는 걸 알 수 있고, 결국 오늘날 분쟁이 일어나는 원인도 19세기부터 시작된 영토를 기본으로 한 국가 체제에서 시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 발 앞서 국가 시스템을 구축한 열강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민족과 지역에 개입했음은 물론이다.
어느 민족이 어느 민족을 침략했고 어느 나라가 영토를 잃었으며 또 넓혔는지를 따지는 건 역사 인식의 과정이 될 수는 있어도 결코 결과가 될 수는 없다. 또한, 오늘날의 관점으로 선악과 시비를 판단하는 것 역시 역사를 올바르게 대하는 자세가 아니며, 자연법칙과 같은 불변의 인과률을 역사 속에서 찾아 현대와 미래에 대입시켜 적용하려는 것도 위험하다.
인류가 걸어온 역사는 평화롭지도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
뒷물결이 앞물결을 힘차게 밀어내며 강물이 흘러가듯, 크고 작은 물리적 충돌들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원동력이었다.
모든 건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학창시절 벼락치기식 암기로 끝냈던 역사적 사건들의 발생 원인과 과정 및 영향 등을 쭉 훑고 나니, 역시 역사 공부는 암기가 아닌 이해라는 것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역사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흥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
나로선 소중한 체험이 아닐 수 없다.
저자의 감상이 배제된 건조한 문체가 익숙치 않고 불편했는데, 한 줄 한 줄 한 문단 한 문단 꼼꼼하게 읽고 나니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역사적 사실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런 걸 균형감각이라고 하는구나...' 싶었다.
평소 역사 관련 TV프로들을 즐겨 보면서 유명한 이들이 쉽고 재밌게 설명해주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는데, 이게 마치 설탕에 중독된 것처럼 나쁜 습관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스스로 사고하지 않고 자꾸만 다른 이들의 해석과 설명에 의지하게 되면, 스스로 비교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출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리게 된다.
"나는 역사는 잘 몰라."
"나는 정치는 잘 모르는데..."
라는 말은 결코 겸손이 될 수 없다.
대의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선택한 우리나라에서 대표를 제대로 뽑으려면 당연히 정치를 잘 알아야 한다. 정치란, 한 마디로 '지금 세상이 굴러가는 상황과 이치'라 할 수 있다. 과거를 알고 있으면 현재를 쉽게 파악할 수 있으니, 과거 공부를 게을리해선 안되며, 더더욱 타인의 판단과 해석에 맡겨서도 안된다.
이해하면 사랑하게 된다.
나는 역사를 배우고 알고 싶어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무엇보다도 인간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상이 누구이며 어떤 삶의 과정을 살았는지를 안다면 현재의 내 모습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사랑에 반드시 이해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이해하면 사랑할 수밖에 없다. 과거를 잘 알고 제대로 이해한다면 현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현재를 사랑하는 과정 속에서 더 나은 오늘과 미래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역사는 인생과 같아서 항상 즉흥적이다.'라는 카보우르의 말은 틀렸거나 해석(번역)이 잘못됐다.
역사는 때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 즉흥적으로 보일 뿐, 즉흥적인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