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미중전쟁 1~2 세트 - 전2권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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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작품 하나를 세상 밖으로 내기 위해서는 외롭고 힘든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면서 산고의 고통과도 같은 시간을 보낸 후 탈고를 하여 독자들에게 소개되어진다고 한다.

서평 하나 쓰기도 힘들다고 끙끙대는 내가 이런 작가들의 노고가 담긴 작품을 읽고 평가 아닌 평가를 한다는 게 부끄럽다 여길 때가 많았다.
감상평을 적어 힘든 시간을 이겨낸 작가들에게 힘을 줄 수도 있지만 맥이 빼지게도 하는 것이기에 서평을 쓸 때면 객관적 평가가 어렵고 주관적인 입장이 많이 포함되기도 한다.

주저리 주저리 이렇게 쓴 이유는 너무도 유명하고 를 읽고는 팬이 된 작가의 신간을 읽고는 감상평을 쓰려니 어떻게 써야하나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중전쟁」- 25년 작가 인생을 건 필생의 대작, 북한을 둘러싼 소름끼치는 야심을 냩냩히 까발린 단 한권의 팩트 소설 이라는 소개 문구만으로도 번접할 수 없는 신의 작가의 포스가 느껴지기에 읽기 전부터 긴장감과 기대감이 교차하였다.

「미중전쟁」속에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힌 상태로 일촉즉발의 상황의 긴박함과 실명을 거론하면서 그들의 언행 속에서 무엇이 우선시 되고, 현 상황의 문제 해결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 지도자들의 문제 해결의 방식도 엿볼 수 있었다.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인물들도 가상으로 만들어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의 이번 작품은 팩트보다 더 팩트적인 표현으로 읽는 내내 긴장감과 북한의 핵문제을 둘러싼 국제 정세와 사드문제,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기를 꺼려하는 검은 세력에 의한 돈세탁 등의 민감한 사안들을 소재로 하여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그의 대범함에 놀라움마저 들었다.

김진명이 아니라면 누구도 쓸 수 없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 「미중전쟁」
책소개는 생략하려 한다. 궁금하면 한 번쯤 이 책을 읽어보길....
일촉즉발의 국제정세와 북핵 문제의 진정한 해법에 관련해서 작가의 현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의 의중을 느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파벌싸움이 난무하고 민생보다는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이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정치와 경제, 점점 나아지기를 바람에 지쳐가다보니 눈과 귀를 담고는 봐도 보지 못한 척하고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그냥 묻어거려했던 나였는데 그의 이번 작품을 보면서 정치, 경제, 외교 및 안보와 관련해서 눈과 귀를 열고 국제정세의 흐름도 파악하면서 진정으로 우리의 입장을 확고히하여 그들에게 우리의 주인의식을 보여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를 움직이는 전쟁장사꾼의 회합이 시작되었다.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떠한 조커를 내밀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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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은 그곳에 있다 - 은폐된 북관동北關東 연쇄 아동납치살인사건
시미즈 기요시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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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법정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국가나 권력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억울함의 호소가 그냥 메아리처럼 퍼지기만 할 뿐 수용되지 못하고 항소를 하더라도 뻔한 결론을 보게 된다.

얼마 전 언론에서도 크게 이슈가 되었던 17년전인 2000년에 일어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경우도 진범이 아닌 사람이 오랜 세월을 수감생활을 하고는 힘겨운 싸움 끝에 무죄로 석방되고 진범이 중형을 받는 사건이 있었다.
'재심을 통한 무죄'라는 큰 성과를 얻어내었지만 피해자는 법과 경찰의 잘못된 판결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겼으며 전과자라는 낙인이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며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 사건은 우리 나라에서 은폐된 수 많은 사건들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조작된 증거와 성과내기, 초동수사의 부실, 국민의 알권리를 책임지는 언론마저도 제대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한 이러한 현상은 근본적인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끊임없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 피해자을 양산하고 미제사건들을 늘리는 사태만을 가져올 것이다.

이는 비단 우리 나라만이 아닌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미즈 가요시의 「살인범은 그곳에 있다」라는 책에는 우리 나라의 사법체계와 법, 경찰들의 관행, 언론들의 눈치보기 등의 행태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일본의 경찰과 사법부의 부조리한 모습에 대한 고발이 담겨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현실을 반영한 탐사보고의 형식을 띤 한 기자의 고발서라고 할 수 있다.
시미즈 기요시, 그는 일본 탐사보도의 전설이 된 기자로 경찰이 은폐하려한 사건을 그들보다 빠르게 움직여서 은폐, 축소될 뻔한 사건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쳐서 경찰의 부조리를 보도함으로써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린 인물로 살인을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한 범인도 끝까지 추적해서 검거토록 제보한 전력도 있다.

어느 게 진실일까?
"마미를 죽였다는 사실은 틀림없습니다."라고 적힌 자백 조서
"저는 죄가 없습니다. 마미 양을 죽이지 않았습니다."라고 본인이 쓴 편지
"그는 범인이 확실합니다. 증거가 DNA형 감정이니까 절대 틀림없습니다."라고 단언한 경시청 전직 고위간부...

이 책은 2007년부터 취재, 수사하기 시작한 일명 '북관동 연쇄 아동납치살인사건'을 통해 사건수사의 모순점과 의문점을 자신이 직접 목격자와 유가족들을 만나서 취재하면서 사법부와 경찰들이 은폐하려한 진실을 밝히려 노력하는 과정과 범인으로 몰려 17년이라는 세월을 복역중이던 스가야 도시카즈의 DNA재감정을 이끌어내어 그를 무죄 석방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가장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그것은 취재에 대한 나의 가장 기본 원칙이자 족쇄이기도 했다.
-128p

자신이 고수해 온 신념 하나로 연쇄아동납치살인사건을 저지르고도 어딘가에 숨어서 경찰이나 언론을 비웃고 있었던 진범을 체포하고 'DNA형 감정'을 맹신하고 미국의 경우와 다르게 범인을 확정짓는데 이용되는 아이러니한 현상과 '재심'은 절대 있을 수 없다라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자신들의 잘못한 수사와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 사법부와 경찰관계자들의 민낯을 공개하여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과정까지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진 「살인범은 그곳에 있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해 한 번 다루어진 사건의 형 집행이 이루어진 경우 사실 '재심'을 통해 형이 달라지거나 무기징역이나 사형수가 누명을 벗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진실의 은폐와 사건의 축소, 초동수사의 부실이나 범인의 자백에만 의거한 사건해결은 누명을 쓴 피해자의 인생이나 피해자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함을 인지하고 제대로 된 수사와 판결이 이루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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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파이어 - 열정의 불을 지피는 7가지 선택
존 오리어리 지음, 백지선 옮김 / 갤리온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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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화재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그간의 시련은 나의 생각과 행동, 인격을 만드는 중요한 선물이었고, 나를 인도하는 믿음이 되었으며, 지금의 내 삶과 그리고 내 앞에 놓인 가능성의 문을 열어주었다.
-71p

누구나 평탄한 삶을 꿈꾸지만 살아가면서 시련을 겪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시련이 오면 당장은 죽을 것처럼 아프고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달리는 것같지만 반드시 지나가고 시련을 잘 이겨낸 후에는 한 뼘 더 성장되어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인생을 바라보는 안목도 달라지게 된다. 이전과는 다른 인생관으로 삶을 대하는 자세가 바뀌고 모든 면에 영향을 주면서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는 모든 이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시련앞에 자신을 포기하는 이도 있지만 포기의 순간에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서든 스스로의 깨달음을 통해서든 다시금 이겨내며 일어서는 이들도 있다.

여기 「온 파이어」의 저자 존 오리어리의 경우는 후자에 해당된다.
그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렇지만 꿈도 상상도 아닌 끔찍한 화재 사건으로 죽음의 순간까지 갔다가 기적적으로 살아서는 이제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사고와 사고 후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혹독했던 시련을 잘 이겨내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한 강연장에서 누군가 그에게 물었다고 한다.
"존, 다시 화상을 입은 그날로 돌아간다 해도, 지금의 삶을 선택할 건가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이겨내고 살아온 그에게 무례할 수 있는 질문에도 그는 당당히
"그럼요, 물론입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인생을 살 것입니다."

역시 그는 달랐다. 아니 사고를 겪은 후 그는 달라졌다.
죽음보다 더한 끔찍한 고통을 안겨줬던 화재 사고는 그 뿐만이 아닌 그의 가족 모두를 이전과 달라지게 했다.
힘든 시기를 함께 겪으면서 더 단단해지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도 달라진 것이다.

처음부터 존이 고통을 받아들이고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사고 후 병원에서 깨어나서는 끔찍한 고통으로 힘들어 '죽고 싶다.'고 소리쳤을 때 늘 자신을 따뜻하게 위로하며 용기를 주던 엄마가 생각지도 않게 전혀 다른 말을 하는데...
"존, 이대로 죽는 게 낫겠니?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래도 돼. 그건 누구의 선택도 아닌 네 선택이야."

네 삶의 주인은 너야, 존.
살고 싶으면 싸워. 죽을지 살지는 너에게 달렸어.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어.

엄마는 내가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 27p

나도 엄마다. 아이가 이런 상황에 놓였을 때 나는 그의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에게 진실을 마주하며 삶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그의 엄마의 이러한 말과 그 이후의 행동을 통해 존은 스스로 하나씩 다시 해 나갔으며, 의사가 가망이 없다고 했음에도 기적으로 살아서 강연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삶의 변화를 경험하게 하고 우리에게 열정의 불을 지피는 7가지 선택의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전까지 숨어서 지내고 모든 것을 가리는 등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가면을 쓰며 살았으나 이제는 당당히 그 가면을 내 던지고 세상과 마주하며 살고 있다.

미치도록 흥미진진한 삶을 즐길 준비되었는가?

그는 묻고 있다. 열정적으로 살고 싶은 우리들에게....
그의 글을 읽으며 하나 하나의 물음에 자신은 어떠한지 생각해보며 그동안 그렇게 열정적인 삶을 살아오지 못했다고 해도 괜찮다.
지금, 현재 열정적으로 살기 위해 다시금 노력하면 되니까.

우리는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느라, 정작 살아가는 '이유'를 잊어버리고 만다.
살아가는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다면 삶은 어떤 식으로 흘러가도 견딜 수 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낸다면, 매일 매일이 달라진다.

힘든 순간을 마주하게 되면 우리는 삶의 살아가는 의미가 없고 내가 무엇때문에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어떻게 사는게 잘 사는가에 대한 방법만 생각했지 정작 진정으로 내가 살아가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던 것같다.
살아가야할 이유를 안다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삶을 살아갈 수 있는데도....
그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세지를 보면서 나의 모습을 다시 한번 점검하게 되었다.

강연을 하러 다니면서 그가 받은 감동을 적은 일화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중 하나인 앨라배마 전력 회사가 그에게 준 선물은 그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었다.
강연이 끝나고 무대를 내려온 그를 다시 무대에 올라오게 한 후 파킨스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와 그런 아빠를 돌보느라 여행은 엄두도 못낸 어머니 그리고 그에게 "존, 넌 꼭 걷을거야."라고 말하며 그의 곁에서 힘이 되어준 존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로이간호사를 몰래 그의 강연장에 초대해서 그와 재회하게 해 준것이다.
이 장면은 뭉클함과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감동을 주었다.

나는 그의 책을 읽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지고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뭉클함을 느꼈으며, 마지막 장을 덮고 한 동안 여운이 남아 먹먹했다.

자기계발서는 식상하다고 생각해서 읽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한 동안은 나와의 경험과 괴리가 있고 그들의 성공법칙을 나에게 적용한다고 내가 달라질까라는 생각으로 자기계발서를 잘 읽지 않았다.
이번에 읽은 「온 파이어」는 나에게 자기계발서의 하나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자서전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붙들고 있던 무언가가 불에 타는 경험을 한다.
이때 피해자로 남을 것인가? 승리자로 거듭날 것인가?
삶의 주인인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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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시스터즈 키퍼
조디 피코 지음, 이지민 옮김, 한정우 감수 / SISO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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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도 한 동안 멍한 상태로 어떻게 글을 써야할지 고민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읽으면서부터 먹먹함과 답답함으로 힘들었다.
만약 내가 아이를 낳지 않은 상태로 읽었다면? 아니 안나의 나이쯤에 이 책을 읽었다면? 어떠한 생각과 마음이 들었을까?

지금의 나의 결론은 어느 누구의 편도 들 수가 없다.
참여재판 상황에서 내가 배심원이 되어 이 소송건에 대해 결정을 내려달라고 한다면 난 기권에 표를 던질 것같다.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문제있는 시작이였음에도 그 시작이 절박한 상황이였기에 무조건적으로 잘못된 것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안나의 엄마인 사라 피츠제럴드가 아픈 케이트만큼이나 힘들었을 안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줬더라면 하는 점이다.

"신이 아니라 부모님이에요. 제 신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28p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부모를 고소한다는 아이
이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인가 싶겠지만 아이의 호소를 듣게 되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급성전골수세포성백혈병(APL)에 걸린 케이트, 그런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서 케이트에게 장기를 기증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조작된 아이를 갖기로 결정한 피츠제럴드부부
이는 일명 '맞춤형 아기'라는 용어를 만들어내며 논란의 대상이 된다.

그렇게 태어난 안나 피츠제럴드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제대혈을 기증하고 5살때 림프구를 기증, 6살때 과립구를 기증, 골수 기증 등 케이트를 치료하기 위해 피와 골수를 기증하는 동안 한 번도 그녀의 의사를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케이트를 살려야한다는 생각에 케이트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는 동안 정작 그녀를 살리기 위해 희생하고 있는 안나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이는 없었던 것이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픈 상태로 장기기증을 받아야하는 상황에 있을 경우 유전적으로 조직이 맞아서 기증을 해 줄 수 있다면 당연히 해 줄 것이다.
그거에 대해 거절하거나 거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윤리적 문제를 떠나 죽어가는 딸아이를 살리고 싶은 부모의 심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정말 이러한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긴 할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했다.

"부모님은 제 피나 다른 것들이 필요하지 않는 한 저에게 관심이 없으세요. 언니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저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조차 않았을거예요."

안나의 이 말은 나의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아이
태어남이나 부모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부부는 아이를 선택적으로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생명윤리적인 면으로 보자면 위배됨이 있지만 기증자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한 아이를 살리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과 아픈 언니를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살아야하는 안나의 마음도 이해가 되기에 이 작품이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는 것같다.

"우리가 오늘 여기에 모인 이유는 현 사법제도하에서는 합법적인 것과 도덕적인 것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이 둘을 구별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따금, 특히 이 둘이 서로 마찰을 일으킬 때에는 옳은 일이 때때로 잘못된 일처럼 보이고 잘못된 일이 때때로 옳은 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 398~399p

그렇다. 흑백논리로 명확하게 답을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있는가 하면 옳다고 생각했던 일이 때론 잘못된 것이 되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옳은 일이 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마찰상황에서 명확하게 선을 긋을 수 없는 일도 있다.

법정에 있는 건 기묘하다. 마치 내가 유령이 된 것 같다. 진행되는 상황은 볼 수 있지만 내가 말하고 싶어도 아무도 듣지 못할 것만 같다. 게다가 내가 거기 앉아 있는 게 안 보이는 것처럼 모두가 내 삶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어야 하는 것도 이상하다. 지구 한편에 위치한 비현실적인 곳에 온 것만 같다.
- 406p

법정에서 자신의 소송건으로 쌍방이 공방을 하는 모습을 보고 느낌을 전하는 안나의 마음이 짠하다.
안나가 진정으로 소송을 건 이유는 뭘까?

「마이 시스터즈 키퍼」는 생명윤리적 문제, 맞춤형아기, 줄기세포문제 등 논란의 요소를 담고 있긴 하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볼 문제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돌아가며 각자의 시점에서 스토리를 풀어내고 있다.
나는 안나뿐 아니라 케이트의 마음도 지나칠 수 없었다.
어쩌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기에 결코 가볍게 읽을 수가 없었던 「마이 시스터즈 키퍼」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먹먹하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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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의 눈물
이동환 지음 / 한솜미디어(띠앗)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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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블로그에 올라온 작가님부부의 사진을 봤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으로 그 사진 속 두 분의 모습 속에서 행복을 보았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만나서 가정을 이루어 한 공간에서 서로의 모난 부분을 둥글둥글하게 깍아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같은 방향을 보며 살아간다는 게 쉽지 않음을 알기에 그 모습이 한동안 잊혀지질 않았다.

「아담의 눈물」
어쩌면 이 글은 작가가 아내분에게 바치는 헌정의 글이 아닐까?
글을 들어가면서 밝히고 있는 실향민 부모님 밑에서의 작가가 살아온 삶과 아내분과의 인연 등이 소설의 주인공인 방철만과 너무도 닮아 있기에 나도 모르게 작가가 아내에게 그동안 전하지 못한 자신의 마음을 소설 속 주인공에 투영하여 아내에게 고백하는 것이라 느끼면서 읽어서인지 소설을 읽는 내내 먹먹함과 애잔함이 들었다.

사람들은 소중한 이가 곁에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다가 상실을 경험한 후에야 그동안 잘해주지 못함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로 눈물짓는 경우가 많다.

이제 집안 어디에도 아내 웃음소리는 커녕 그림자조차 남지 않았다.

아내가 떠난 집구석은 얼음장일 뿐이었다.

여기 이 남자도 그런 사람 중 한명이다.
주인공인 방철만은 지고지순하게 자신을 사랑하며 챙겨주던 아내를 잃었다. 아니 떠나보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같다.
온통 아내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공간에 정작 있어야 할 사람은 없고 외로움과 후회로 울부짖는 한 남자만이 있다.

어느 날 아내가 죽기 전에 남긴 편지를 발견한다. 아픈 몸을 참아가며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썼을 아내, 그런 그녀는 살아생전에는 편지 한 번 받지 못했지만 하늘에서라도 읽어볼테니 자신의 편지에 답장을 해 달라는데....

이 소설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아내를 잃은 상실감으로 자포자기한 상태의 그와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인 딸과의 냉랭한 사이 등이 그려지고 있고 2부에서는 하늘에서 온 편지로 언제 썼는지도 모르게 써 내려간 편지를 읽으며 지난 날의 못난 자신에 대한 반성과 늦은 후회로 통곡하는 그의 모습와 한 남자를 사랑했던 아내이자 여자이였음 말해주고 싶어하는 한 여자의 마음이 담긴 편지글의 형식으로 그려지고 있다.

어차피 누구나 삶은 유한한 거니까 다가올 죽음 앞에서 억울할 것까지는 없어요. 하지만 제가 살아온 모든 날을 추억할 수 없다면 슬플 거예요. 그래서 당신한테 이렇게 한 글자씩 꾹꾹 눌러 편지씁니다.
- 97~98p

당신은 내게 믿음 주는 사람
어느 여름날 아침처럼
당신은 내게 해오름 같은(미소를 주는)사람
그런 사람이, 그런 사람이 바로 당신입니다.
- 126p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 엄마로 자신의 삶과 이름은 잊은 채 남편과 자식의 행복을 위해 살아온 그녀, 그녀의 이름은 한지순
죽음을 앞두고 써 내려간 그녀의 편지 속에는 행복했던 과거의 회상과 자신을 떠나면 홀로 남을 남편과 하나밖에 없는 딸과의 화해 권유 등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걱정이나 투정은 없었다.

사람의 기억은 거짓된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추억이라 여기며 기억하는 것들이 설령 기억저장고의 착오로 인해 잘못 인출된 것이라 해도 사실 힘든 순간이면 과거의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다시 돌아가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웃음지고 참을 용기를 내게 된다.
책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그때의 심리상태와 경험유무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아마 내가 결혼과 육아를 하지 않는 상태로 이 소설을 읽었다면 크게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한편의 신파극을 보았다 여길 것이다.

「아담의 눈물」은 한 남자의 아내를 떠나 보낸 슬픔의 눈물, 뒤늦게 알게 된 아내의 고백으로 자신을 되돌아보며 후회하는 통곡의 눈물, 딸을 향한 부정의 눈물 등 '눈물'이 담아내고 있는 의미가 다양하지 않을까?
우리는 늘 '나중에'하면 되지, 시간되면 다음에 하자며 미루는 경우가 많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약하기보다 지금 맞이하고 있는 '현재'의 삶에 충실하며 뒤늦은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곁에 있는 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자주 표현하면서 살아가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는 작품이 아니였나 생각하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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