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이 책의 소개를 보고 예전의 나의 모습이 담겨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다소 무거운 주제인 '고립, 은둔'이라는 이야기를 담은 이 책 속에 저자는 어떠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책 속에 등장하는 사례자들은 어떠한 이유로 고립과 은둔이라는 삶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궁금하였다.
PIE(파이) 나다운 청년들 대표이자 상담자인 저자는 '대학에 다니지 않는 청년들은 뭘 할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청년들의 삶을 살펴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저자는 스스로 해결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 및 그들의 가족을 만나고 그들의 대화 속에서 고립과 은둔 생활을 선택한 이유와 그들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라는 저서에 담아내고 있다.
1장 우리가 모르는 청년들 편에서는 고립과 은둔 생활을 하는 다수의 사례자를 통해 그들 자신과 주변의 사람들의 힘겨움을 담고 있다.
보통 주변 사람들이 그들과의 어려움과 우려를 가지고 상담자를 찾아오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해서 상담에 참여하였을 때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세상과의 단절과 고립을 선택하였기에 상담소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더라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것을 사례자별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한 명 한 명의 사례자들의 사연들은 다른 듯 같은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 불화와 왕따, 학교 자퇴, 통제적이고 간섭적인 부모에 의한 뒤엉킨 자아상 형성 등 이러한 요인들이 관계적인 면에서의 어려움으로 발전하면서 '잠수'나 '회피'의 형식인 고립과 은둔 생활을 선택한 것들이.....
사례자들의 이야기를 읽던 중 한 사례자인 승훈이 부모의 억압과 통제로 오랜 시간 부정당하고 스스로 부정하는 가운데 만들어진 뒤엉킨 자아상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프로그램 참가 중 보여준 춤사위는 몸으로 말하는 '소리 없는 말'로 뭉클함을 느끼게 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은톨이들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말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면 거기서부터 달라질 수 있다. (p123)

2장 못나고 또한 아름다운 편에서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체크할 수 여러 항목을 제시하고 있으며, 우리가 궁금해 하는 고립과 은둔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등에 관해 알려주고 있다.
고립과 은둔은 미세한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공통점은 모두 사회적인 관계를 하지 않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몇 년동안 내가 택한 생활은 고립에 가까운 것같았다.
우울함과 무기력함에 타인과의 관계를 조금씩 힘들어하다 점차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되었던 몇 년간은 누군가의 응원이나 위로도 나에게는 그저 메아리처럼 허공에서 흩어지는 소리같았다.
그러다 서서히 주변 사람들도 지쳐 연락을 하지 않게 되고 그러한 생활이 오히려 편하기까지 하다 느껴졌다.
하지만 나에게는 일어나야하고 밖으로 나아가고 내 마음 속의 감정과 소리를 들여다보는 '감정 돌봄'을 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건 두 아이의 엄마였기에 그들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서라도 고립의 시간을 힘들지만 이겨내야 했다.
타인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의 자각에 의한 탈출과 이겨냄은 또 다시 그러한 상황이 오더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힘이 되었다.
저자의 말 중 고립과 은둔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신질환이라는 질병이 아닌 하나의 사회 현상이며 '마음의 무너짐으로 절망하는 것'이는 부분이 너무 와 닿았다.
청년들의 고립과 은둔은 사회적 문제이긴 하지만 그들을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대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알았으면 좋겠다.
저자는 고립되고 은둔하는 이들과의 대면과 비대면의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마음의 병을 알아차리고 돕고자 상담과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그리고 '괜찮지 않지만 괜찮은 듯' 생활하며 삶에 지치거나 버거워 사회적 관계에서 철수 내지 회피하는 방식을 택한 그들을 자신은 늘 응원하고 격려하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 한 명 한 명을 고유의 색을 지닌 보석이라고 생각해보자. (중략) 우리는 그저 은톨이(은둔형외톨이)에게 "너의 색이 있을 거다. 잘 찾아 보렴."하고 말을 건네면 된다. 그들의 아름다운 색을 함께 볼 것을 기쁜 마음으로 기대하면서 (p208)
저자의 마음이자 그들과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 메세지를 오늘도 힘든 하루 하루를 버텨나가고 있을 모든 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덮으면 다시금 보게 된 제목이 <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
웅크린 마음으로 방 안에서 오늘도 어두운 빛 속에서 사람들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많은 은톨이들에게 당신들이 선택한 어쩔 수 없는 현재 삶도 존중하지만 그 시간 외롭고 어둡다는 것을 겪어본 나는 조금은 그 방황의 시간이 짧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