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시스터즈 키퍼
조디 피코 지음, 이지민 옮김, 한정우 감수 / SISO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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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도 한 동안 멍한 상태로 어떻게 글을 써야할지 고민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읽으면서부터 먹먹함과 답답함으로 힘들었다.
만약 내가 아이를 낳지 않은 상태로 읽었다면? 아니 안나의 나이쯤에 이 책을 읽었다면? 어떠한 생각과 마음이 들었을까?

지금의 나의 결론은 어느 누구의 편도 들 수가 없다.
참여재판 상황에서 내가 배심원이 되어 이 소송건에 대해 결정을 내려달라고 한다면 난 기권에 표를 던질 것같다.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문제있는 시작이였음에도 그 시작이 절박한 상황이였기에 무조건적으로 잘못된 것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안나의 엄마인 사라 피츠제럴드가 아픈 케이트만큼이나 힘들었을 안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줬더라면 하는 점이다.

"신이 아니라 부모님이에요. 제 신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28p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부모를 고소한다는 아이
이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인가 싶겠지만 아이의 호소를 듣게 되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급성전골수세포성백혈병(APL)에 걸린 케이트, 그런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서 케이트에게 장기를 기증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조작된 아이를 갖기로 결정한 피츠제럴드부부
이는 일명 '맞춤형 아기'라는 용어를 만들어내며 논란의 대상이 된다.

그렇게 태어난 안나 피츠제럴드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제대혈을 기증하고 5살때 림프구를 기증, 6살때 과립구를 기증, 골수 기증 등 케이트를 치료하기 위해 피와 골수를 기증하는 동안 한 번도 그녀의 의사를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케이트를 살려야한다는 생각에 케이트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는 동안 정작 그녀를 살리기 위해 희생하고 있는 안나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이는 없었던 것이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픈 상태로 장기기증을 받아야하는 상황에 있을 경우 유전적으로 조직이 맞아서 기증을 해 줄 수 있다면 당연히 해 줄 것이다.
그거에 대해 거절하거나 거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윤리적 문제를 떠나 죽어가는 딸아이를 살리고 싶은 부모의 심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정말 이러한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긴 할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했다.

"부모님은 제 피나 다른 것들이 필요하지 않는 한 저에게 관심이 없으세요. 언니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저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조차 않았을거예요."

안나의 이 말은 나의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아이
태어남이나 부모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부부는 아이를 선택적으로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생명윤리적인 면으로 보자면 위배됨이 있지만 기증자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한 아이를 살리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과 아픈 언니를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살아야하는 안나의 마음도 이해가 되기에 이 작품이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는 것같다.

"우리가 오늘 여기에 모인 이유는 현 사법제도하에서는 합법적인 것과 도덕적인 것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이 둘을 구별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따금, 특히 이 둘이 서로 마찰을 일으킬 때에는 옳은 일이 때때로 잘못된 일처럼 보이고 잘못된 일이 때때로 옳은 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 398~399p

그렇다. 흑백논리로 명확하게 답을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있는가 하면 옳다고 생각했던 일이 때론 잘못된 것이 되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옳은 일이 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마찰상황에서 명확하게 선을 긋을 수 없는 일도 있다.

법정에 있는 건 기묘하다. 마치 내가 유령이 된 것 같다. 진행되는 상황은 볼 수 있지만 내가 말하고 싶어도 아무도 듣지 못할 것만 같다. 게다가 내가 거기 앉아 있는 게 안 보이는 것처럼 모두가 내 삶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어야 하는 것도 이상하다. 지구 한편에 위치한 비현실적인 곳에 온 것만 같다.
- 406p

법정에서 자신의 소송건으로 쌍방이 공방을 하는 모습을 보고 느낌을 전하는 안나의 마음이 짠하다.
안나가 진정으로 소송을 건 이유는 뭘까?

「마이 시스터즈 키퍼」는 생명윤리적 문제, 맞춤형아기, 줄기세포문제 등 논란의 요소를 담고 있긴 하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볼 문제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돌아가며 각자의 시점에서 스토리를 풀어내고 있다.
나는 안나뿐 아니라 케이트의 마음도 지나칠 수 없었다.
어쩌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기에 결코 가볍게 읽을 수가 없었던 「마이 시스터즈 키퍼」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먹먹하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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