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고도 한 동안 멍한 상태로 어떻게 글을 써야할지 고민했다.솔직히 말하자면 읽으면서부터 먹먹함과 답답함으로 힘들었다.만약 내가 아이를 낳지 않은 상태로 읽었다면? 아니 안나의 나이쯤에 이 책을 읽었다면? 어떠한 생각과 마음이 들었을까?지금의 나의 결론은 어느 누구의 편도 들 수가 없다.참여재판 상황에서 내가 배심원이 되어 이 소송건에 대해 결정을 내려달라고 한다면 난 기권에 표를 던질 것같다.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문제있는 시작이였음에도 그 시작이 절박한 상황이였기에 무조건적으로 잘못된 것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안나의 엄마인 사라 피츠제럴드가 아픈 케이트만큼이나 힘들었을 안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줬더라면 하는 점이다."신이 아니라 부모님이에요. 제 신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28p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부모를 고소한다는 아이이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인가 싶겠지만 아이의 호소를 듣게 되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급성전골수세포성백혈병(APL)에 걸린 케이트, 그런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서 케이트에게 장기를 기증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조작된 아이를 갖기로 결정한 피츠제럴드부부이는 일명 '맞춤형 아기'라는 용어를 만들어내며 논란의 대상이 된다.그렇게 태어난 안나 피츠제럴드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제대혈을 기증하고 5살때 림프구를 기증, 6살때 과립구를 기증, 골수 기증 등 케이트를 치료하기 위해 피와 골수를 기증하는 동안 한 번도 그녀의 의사를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다.다들 케이트를 살려야한다는 생각에 케이트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는 동안 정작 그녀를 살리기 위해 희생하고 있는 안나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이는 없었던 것이다.누구나 그럴 것이다.가족 중 누군가가 아픈 상태로 장기기증을 받아야하는 상황에 있을 경우 유전적으로 조직이 맞아서 기증을 해 줄 수 있다면 당연히 해 줄 것이다.그거에 대해 거절하거나 거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윤리적 문제를 떠나 죽어가는 딸아이를 살리고 싶은 부모의 심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정말 이러한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긴 할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했다."부모님은 제 피나 다른 것들이 필요하지 않는 한 저에게 관심이 없으세요. 언니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저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조차 않았을거예요."안나의 이 말은 나의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아이 태어남이나 부모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부부는 아이를 선택적으로 낳았다고 볼 수 있다.생명윤리적인 면으로 보자면 위배됨이 있지만 기증자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한 아이를 살리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과 아픈 언니를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살아야하는 안나의 마음도 이해가 되기에 이 작품이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는 것같다."우리가 오늘 여기에 모인 이유는 현 사법제도하에서는 합법적인 것과 도덕적인 것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때로는 이 둘을 구별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따금, 특히 이 둘이 서로 마찰을 일으킬 때에는 옳은 일이 때때로 잘못된 일처럼 보이고 잘못된 일이 때때로 옳은 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398~399p그렇다. 흑백논리로 명확하게 답을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있는가 하면 옳다고 생각했던 일이 때론 잘못된 것이 되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옳은 일이 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마찰상황에서 명확하게 선을 긋을 수 없는 일도 있다.법정에 있는 건 기묘하다. 마치 내가 유령이 된 것 같다. 진행되는 상황은 볼 수 있지만 내가 말하고 싶어도 아무도 듣지 못할 것만 같다. 게다가 내가 거기 앉아 있는 게 안 보이는 것처럼 모두가 내 삶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어야 하는 것도 이상하다. 지구 한편에 위치한 비현실적인 곳에 온 것만 같다.- 406p법정에서 자신의 소송건으로 쌍방이 공방을 하는 모습을 보고 느낌을 전하는 안나의 마음이 짠하다.안나가 진정으로 소송을 건 이유는 뭘까?「마이 시스터즈 키퍼」는 생명윤리적 문제, 맞춤형아기, 줄기세포문제 등 논란의 요소를 담고 있긴 하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볼 문제이기도 하다.이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돌아가며 각자의 시점에서 스토리를 풀어내고 있다.나는 안나뿐 아니라 케이트의 마음도 지나칠 수 없었다.어쩌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기에 결코 가볍게 읽을 수가 없었던 「마이 시스터즈 키퍼」이 글을 쓰는 지금도 먹먹하고 눈시울이 붉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