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었으면 달라져야 진짜 독서 - 줄긋고 메모하고 몸으로 기억하는 3단계 의미재구성 독서법
서정현 지음 / 북포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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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유하는 삶을 살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일까? 존재하는 삶을 위해 책을 읽는 것일까?

책을 통해 나의 인생은 달라졌을까?

거창한 질문같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어느 시점이 지나면서 내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볼 때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진정으로 나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고 책을 통해 성취감도 느껴보면서 낮아져 있던 자존감이 조금씩 회복됨을 느끼기도 하니 이 정도면 나의 인생이 달라지고 있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무언가를 책을 통해 느낀 것을 느낌으로만 남기지 않고 적용을 통해 행동 변화를 추구했다면 그것만큼 값진 경험이 없다고 여겨진다.

아직은 부족함이 많은 나에게 제목만으로 끌림을 주는 책을 만났다.
<인생은 스토리 있는 한 권의 책이다>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서정현 작가의 <읽었으면 달라져야 진짜독서>라는 책이다.
활자를 읽기만 하는 것은 글을 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진정한 독서란?
- 나+독서= 변화
- 배우고 싶은 분야의 독서를 통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독서
- 사람 중심의 중요순위 독서
- 사유의 힘을 기르고 줄긋고 메모하고 체화하는 의미 재구성 독서
등을 의미한다.

뭐 다 아는 이야기 아니야?라고 반문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독서를 실천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의 나의 독서법을 돌아보게 되었다.
막구잡이식으로 질보다는 양을, 깊이있는 독서보다는 재미위주의 가벼운 독서를 하지는 않았는지, 남에게 보이기식의 독서를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등

독서법에 관한 책들은 많다.
읽어보면 비슷한 이야기들도 보인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사유를 하거나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으려 노력하거나 단 한 권을 읽더라도 체화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을까?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사유, 키워드를 통한 꼬리물기 독서, 자문자답을 통한 의미 재구성 독서에 관한 것이다.
단순히 책을 읽는걸로 끝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경험이 담긴 책을 통해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나 도움이 필요했던 부분을 찾을 수 있는 독서를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줄긋고 메모하는 것만큼 책읽기의 본질에 가까운 건 없다.
저자는 책을 더럽게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공감이 되는 부분이 나오면 밑줄을 긋거나 간단히 책에 메모를 하는 등 책을 노트화하는 것으로 이후에 다시 볼 때는 밑줄그은 부분만 보면서 내 몸에 기억시키는 체화의 방법으로 좋다고 말한다.

줄긋고 메모하는 것만큼 책읽기의 본질에 가까운 건 없다.

사실 예전에 나는 교과서가 아니고는 책에 줄을 긋는 것을 꺼려하며 포스티잇을 이용하거나 노트에 필사를 했는데 최근에 들어서는 책에 표시를 하게 되면서 밑줄그은 부분을 다시 읽으니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되는 경험도 하게 되었다.

나에게 책은 새로움을 알게 해 주기도 하지만 알고 있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키면서 내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 역할을 해 준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과 걸어보지 못한 길을 경험하고 걸어보게 해주는 마법같은 책이 있어 반복되는 일상속에서도 색다름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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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 한국추리문학선 1
양수련 지음 / 책과나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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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장편이 아닌 단편으로 구성된 추리소설이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어느 책이나 그러하듯 한 번에 쭉 흐름의 끊김이 없이 맥을 잡고 읽는 것이 좋은데 특히 추리나 미스터리, 스릴러의 경우는 흐름을 타고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읽는 것이 재미를 느낌에는 중요하다.
그렇기에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단편으로 구성된 책을 읽으면서 갈증을 해소하기도 한다.

양수련 작가의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은 한국추리문학선1로 9편의 이야기가 독립된 듯 이어지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이야기는 다른 사건들로 전개가 되지만 사건의 중심축에서 역할을 하는 인물은 동일한 인물이기에 그런 느낌이 들게 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게 '바리스타'라는 단어는 호감도를 높여주었다. 그러면서 탐정이기까지 하다니...
주인공인 '환'은 바리스타가 본업이고 탐정은 사람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에게는 사건의 정황과 인간의 내면을 읽어 내는 남다른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사건의 본질을 꿰뚫으면서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환'는 바리스타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에 대해 정확히 아는 이가 없다. 아픔이 있는 청년임은 확실하나 정확히 그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그런 그의 곁에 친구이면서 조언자이며 의지하고 살아가는 존재가 있는데 그는 '환'의 눈에만 보이는 유령 '할'이다.
유령 '할'은 자신이 어느 시대 사람이며, 어떤 연유로 죽게 되어 유령이라는 존재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한 가지 커피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다.
'환'은 '할'을 위한 지정석까지 마련하여 늘 그 자리에 커피를 갖다놓고는 누구도 앉지 못하게 하였다.
사람들은 그런 환을 이해못하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두 사람의 공통분모는 신비주의, 뭔가 사연이 있는 두 사람이기에 둘은 티격태격하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고 있었다.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의 해결 과정에는 늘 환이 등장한다. 그의 추리력으로 예상치못한 인물을 범인으로 색출해내고 사건이 해결되고 나서도 여운이 남는 사건들도 있었다.
복잡한 추리과정이 아닌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되기도 하지만 여느 사건이 그렇듯이 사건 속에 담긴 사연이 궁금하였으며 알고 난 후에는 때로는 씁쓸함과 때로는 먹먹함이 드는 이야기도 있었다.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으면서 우리 사회의 어딘가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도 있는 듯한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

조화롭지 않은 두 존재의 결합과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담아내면서 환이라는 인물의 활약상이 담긴 이 소설에는 재미와 감동이 함께이다.
단막극같은 구성이라 가독성도 좋으므로 장편의 추리소설이 부담이 된다면 이런 형식의 소설이 좋지 않을까?
소설이 아닌 정말 환과 같은 능력을 지닌 바리스타 탐정이 존재한다면 꼭 한 번 보고 있다는 다소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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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양장) 헤르만 헤세 컬렉션 (그책)
헤르만 헤세 지음, 배수아 옮김 / 그책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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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고전에 도전했다.
나에게 고전작품은 아직은 즐긴다거나 음미하듯 읽는다의 수준이 아닌 도전이라는 단어가 더 맞는 것같다.
그러면서 고전이 담고 있는 함축적인 의미나 이야기와 작가의 삶의 철학이나 가치관 그리고 작품 속에 녹아있는 고뇌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이번에 도전하게 된 작품은 <데미안>에 이어 헤르만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로 나에게는 그의 두번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지와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더 알려져 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이 작품 역시 헤르만헤세의 성장기의 경험과 자신의 삶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묻어내고 있는 작품이 아닌가하는 생각과 함께 앞서 읽었던 <데미안>이라는 작품을 또 한번 떠올리게 했다.
헤르만헤세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라는 두 인물을 통해 인간 본성의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나치리만치 금욕적이고 모든 현상이나 세계를 정신만을 통해 통찰하는 나르치스, 그와는 달리 예민하면서도 뛰어난 감각을 통해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인식하고 경험하려는 골드문트.


나르치스는 철학자에 분석가였지만,골드문트는 몽상가에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표면적인 대립성은 그들의 공통점을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다. 두 사람 모두 재능과 개성이라는 면에서 다른 이들보다 확연히 뛰어났다. 두 사람은 어떤 특별한 경고를 받고 세상에 태어난 운명이였다.
- 27p


두 사람은 한 수도원에서 젊은 수사와 수도원학생으로 서로에게 이끌림을 느끼게 되고 기묘하게 우정을 맺게 된다.
벗이라는 이름으로 두 사람은 하나인 것처럼 관계를 맷고 있으나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일 수 없는 서로이다.
신분상도 그러하거니와 그들이 가게 될 길도 다르다.
나르치스는 골드문트의 결핍된 과거와 그의 미래까지도 예언하고 있었으며, 벗으로써 안내자로써 그가 기억하지못하는 과거의 현상을 스스로 깨우치도록 대화를 통해 자극을 주게 된다.
골드문트는 우연한 기회에 수도원을 이탈해 몇명의 학생과 금기시되는 행동을 하게 되고 사랑이라는 감정과 쾌락을 느끼게 되면서 자신에게 잠재되어있던 내면의 본성이 깨어나면서 결국 나르치스와 이별과 함께 수도원을 떠나 방랑자의 생활을 하게 된다.

골드문트는 성적 충동, 여인들과의 사랑, 자유에의 욕구, 방랑의 삶을 통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면 경험이 곧 인식으로 책이나 문자가 아닌 몸소 겪으면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자신의 지식이자 삶의 토대가 되고 이후 예술가로써의 기질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인다.

삶의 목표가 뚜렷한 나르치스와 달리 목표가 없었던 골드문트에게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목표가 생겼다.
늘 꿈 속에서 어렴풋하게나마 나타나는 어머니, 근원적인 어머니를 형상화시키고 싶다는 것이다.
골드문트는 과연 자신이 갈망하고 형상화하고 싶어한 모습을 예술을 통해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있다 보는 경우가 많다.
달과 태양, 삶과 죽음, 정신과 감각, 남자와 여자, 바람따라 사는 떠돌이 아니면 틀에 박힌 시민 등 이분법적 구분 속에 언제나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선택과 포기를 해야만 한다.


그렇다. 두 가지 삶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이것이냐 저것이냐하는 앙상한 양자택일로 분열되지 않을 때 삶은 진정 의미를 획득할 것이다! 창조하되 삶의 대가로 지불하지 않아도 되고, 생을 즐기되 숭고한 예술혼을 포기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그러한 삶은 진정 불가능하단 말인가?
- 348p


골드문트의 이 고뇌는 어쩌면 헤르만헤세 자신의 고뇌이지 않을까?
예술이야말고 정신과 감각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행위로 완성된 작품을 볼 때면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수없이 생각한다는면에서는 정신이, 손을 통해 작품이 완성될 때는 감각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지와 사랑
어느 하나 이 작품의 제목으로도 손색이 없음을 작품을 모두 읽은 후 느낄 수 있었다.
헤르만헤세가 표현하고 있는 문체 하나 하나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문맥적인 흐름을 통해 작품의 내면에 담긴 그의 이야기를 보면서 대문호로서의 그의 문학성에 또 한 번 감탄을 하였으며, 이번 기회에 그의 또 다른 작품을 읽을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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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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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그림도 사진도 없이 연두빛 표지에 작가와 출판사 그리고 소설의 제목이 적힌 책을 받았다.
맞다. 정식 출간이 되기 전 받아본 가제본이다.
대본집을 연상케하는 독특한 형식의 책을 받아들고는 한장 한장 넘기며 읽어나갔다.
다 읽은 후에는 나중에 어떠한 표지와 문구를 담아 출간될지 궁금해졌다.

드라마로 만든다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 캐릭터들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는 누가 있을지, 편성을 한다면 일일로 할지 주말로 할지....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면서 읽은 소설 <경애의 마음>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말하자면 무거우면서도 슬프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묵묵히 자리를 버텨나가는 이들을 응원하게 되는 소설이였다.

장편소설이지만 한 편의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녹아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문제를 작품 속에 반영하고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 사람의 삶은 그 자체가 역사가 아닐까?
과거의 자신의 살아오면서 겪은 크고 작은 일들은 시대적 사회적 문제와도 연결되는 것이며, 기록으로 남겨서 본다면 훗날 역사적 사건의 한 부분에 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 중 중심축을 이루는 박경애, 그녀의 삶은 고등학교 시절 호프집 화재 사건에서 운이 좋게 살아남았지만 그것이 또 하나의 고통이 되어 평범했던 그녀를 평범하지 않게 만들었다.
돈을 받지 못할거라는 생각에 학생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문을 잠근 호프집사장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컸던 호프집 화재사건은 그녀가 소중한 친구를 잃고 불량학생이라는 오인까지 받게 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는 큰 사건이 되었다.

그리고 20대에 겪게 되는 파업에서 삭발까지 감행했던 그녀였는데, 파업 기간 중 남성들로부터 여직원들이 성희롱을 당한 것을 노조측에 항의하다 파업이 실패로 돌아가자 해고된 많은 이들이 그녀를 원망하게 되고 겨우 회사에 남았음에도 마음의 짐과 함께 스스로 나가게 만드는 회사의 횡포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또 다른 인물인 상수를 만나면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하게 되는데....

공통 분모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서로 다른 위치의 두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들에게 공통된 점은 조직에서 일명 '왕따' 이면서 화재 사건을 통해 같은 친구를 잃었다는 점과 캐릭터로 보자면 독특한 색깔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기만의 룰이 있지만 눈물이 많은 '언니'아닌 '언니'로 이중 생활을 해 온 공상수, 그 역시 전직 국회 의원 아버지의 그늘과 친구을 잃은 슬픔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으며, 조직에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남자이지만 경애를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노사간의 갈등, 화재 사건속의 숨은 진실, 미투 운동을 연상케하는 여직원 성희롱 사건, 해고 노동자의 삶 등 우리 사회의 한 단면들을 잘 그려내고 있으면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과거의 아픈 시간을 잘 이겨낸만큼 단단한 마음으로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작가의 메세지가 담겨있는 듯한 소설이였다.

동일한 책이라도 읽는 이에 따라 관점의 차이나 받아들임의 차이가 있다.
그래서 소설을 읽은 다른 이들의 느낌은 어떠했을지 궁금해질 때가 많은데 이 책이 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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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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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끝까지 읽고 싶었다. 늘 시작은 좋았으나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 장르 중 하나가 고전작품이면서 철학적 내용이 많은 작품이다.
그런 작품 중 하나가 이번에 읽기를 성공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다.

고전 작품의 경우는 반강제적 요소가 있어야 읽게 되는 것같다. 아마도 학창 시절 윤리시간에 철학관련 작품을 이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시험을 치기 위해 읽었던 것이 철학관련 도서를 기피하게된 요인 중 하나였다.
자연스럽게 알고 싶은 마음에 삶을 바라보는 깊이와 지혜를 배우기 위함이 아닌 하나라도 더 맞추기 위해 암기해야했던 그때를 떠올리면 가끔 책을 볼 때도 문구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기보다 단어 하나 하나에 신경쓰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고전장르의 경우는 번역자와 나의 코드도 중요한 것같다.
같은 제목으로 다양한 번역자들에 의해 출간된 책이라도 읽었을 때 원전의 느낌을 손상시키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매끄러움을 느낄 수 있게 번역을 해 놓은 책도 있지만 그렇지 못해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 책도 있기에 고전의 경우는 특히나 책 선택의 어려움과 중요함을 느낀다.

이번에 읽게 된 박문재 역자님의 <명상록>의 경우는 감사하게도 나와 코드가 맞았는지 읽는데 불편도 없었을 뿐 아니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자기 관리와 통치자로써의 면목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화난 표정은 본성을 아주 많이 거스르는 것이다. 그것이 자주 반복되어서 습관으로 굳어지면, 살아 있는 표정은 죽어가기 시작해서, 결국에는 완전히 죽어 되살릴 수 없게 된다.
- 136p

또한 고통이 찾아 올 때마다, 에피쿠로스가 한 말을 기억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고통은 언젠가는 반드시 끝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네가 너의 상상력으로 네가 겪는 고통을 부풀리지만 않는다면, 참아낼 수 없거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고통이라는 것은 없다."
- 146p

그를 한 개인으로 보자면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흔들릴 때마다 고통이 따를 때마다 그런 자신을 다잡기 위해 메모 형식의 글을 짧게 때로는 길게 적어 내려갔다.
<명상록>이라는 제목은 훗날 지어진 것으로 일종에 '비망록'같은 것으로 태어났음에 감사하고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이성에 충실하며, 자신의 역량 밖의 일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아야 하고 쾌락을 멀리하고 금육적인 생활의 강조 등을 적은 개인적인 일기라고도 볼 수 있다.

군주된 입장으로 보자면 리더쉽과 관련해서 선을 중시하고 다른 민도 수용할 줄 알고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것을 할 수 있는 이에게 맡기면서 도움을 청할 줄 알아야 하며,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죽으면 다 똑같은 것이니 명성에 연연하지 않고 겸손하며 다른 사람의 충고를 들을 수 있도록 귀를 열어두고 수용의 자세를 가져함을 강조하고 있다.

<명상록>은 개인적으로나 리더쉽을 요구하는 지도자에게 꼭 한번 읽기를 추천한다.
고전이라서,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은 작품이라서가 아닌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 뿐 아니라 장르의 구분을 할 수 없는 포괄적으로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대적 환경적 차이는 있겠지만 문구 하나 하나에 깃든 그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깊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속해서 강조되어야 함을 볼 수 있었다.
우주의 원리, 선과 악, 이성의 강조 등의 철학자로써의 면모도 잘 담아내고 있는 <명상록>
해제와 본문 밑에 각주가 있기에 읽을 때 어려움이 없도록 구성되어 있는 이 책 덕분에 포기없이 끝까지 읽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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