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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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그림도 사진도 없이 연두빛 표지에 작가와 출판사 그리고 소설의 제목이 적힌 책을 받았다.
맞다. 정식 출간이 되기 전 받아본 가제본이다.
대본집을 연상케하는 독특한 형식의 책을 받아들고는 한장 한장 넘기며 읽어나갔다.
다 읽은 후에는 나중에 어떠한 표지와 문구를 담아 출간될지 궁금해졌다.

드라마로 만든다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 캐릭터들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는 누가 있을지, 편성을 한다면 일일로 할지 주말로 할지....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면서 읽은 소설 <경애의 마음>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말하자면 무거우면서도 슬프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묵묵히 자리를 버텨나가는 이들을 응원하게 되는 소설이였다.

장편소설이지만 한 편의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녹아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문제를 작품 속에 반영하고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 사람의 삶은 그 자체가 역사가 아닐까?
과거의 자신의 살아오면서 겪은 크고 작은 일들은 시대적 사회적 문제와도 연결되는 것이며, 기록으로 남겨서 본다면 훗날 역사적 사건의 한 부분에 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 중 중심축을 이루는 박경애, 그녀의 삶은 고등학교 시절 호프집 화재 사건에서 운이 좋게 살아남았지만 그것이 또 하나의 고통이 되어 평범했던 그녀를 평범하지 않게 만들었다.
돈을 받지 못할거라는 생각에 학생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문을 잠근 호프집사장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컸던 호프집 화재사건은 그녀가 소중한 친구를 잃고 불량학생이라는 오인까지 받게 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는 큰 사건이 되었다.

그리고 20대에 겪게 되는 파업에서 삭발까지 감행했던 그녀였는데, 파업 기간 중 남성들로부터 여직원들이 성희롱을 당한 것을 노조측에 항의하다 파업이 실패로 돌아가자 해고된 많은 이들이 그녀를 원망하게 되고 겨우 회사에 남았음에도 마음의 짐과 함께 스스로 나가게 만드는 회사의 횡포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또 다른 인물인 상수를 만나면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하게 되는데....

공통 분모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서로 다른 위치의 두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들에게 공통된 점은 조직에서 일명 '왕따' 이면서 화재 사건을 통해 같은 친구를 잃었다는 점과 캐릭터로 보자면 독특한 색깔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기만의 룰이 있지만 눈물이 많은 '언니'아닌 '언니'로 이중 생활을 해 온 공상수, 그 역시 전직 국회 의원 아버지의 그늘과 친구을 잃은 슬픔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으며, 조직에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남자이지만 경애를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노사간의 갈등, 화재 사건속의 숨은 진실, 미투 운동을 연상케하는 여직원 성희롱 사건, 해고 노동자의 삶 등 우리 사회의 한 단면들을 잘 그려내고 있으면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과거의 아픈 시간을 잘 이겨낸만큼 단단한 마음으로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작가의 메세지가 담겨있는 듯한 소설이였다.

동일한 책이라도 읽는 이에 따라 관점의 차이나 받아들임의 차이가 있다.
그래서 소설을 읽은 다른 이들의 느낌은 어떠했을지 궁금해질 때가 많은데 이 책이 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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