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승리 - 도시는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게 만들었나?
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 이진원 옮김 / 해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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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류 최고의 발명품, 도시가 준 선물

『도시의 승리』
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 이진원 옮김, 해냄, 2011

2011년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지만 도시는 여전히 더럽고, 가난하고, 범죄의 소굴이며, 반(反)환경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교통정체와 매연에 지친 도시인은 전원생활을 꿈꾸고, 정치인들은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며 온갖 지역개발 정책을 들고 나온다. 그러나『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는 이러한 해묵은 편견에 맞서 도시야말로 건강하고, 친환경적이며, 문화적・경제적으로도 가장 살기 좋은 곳임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는 혁신의 엔진이다. 도시 거주인구 비율이 50%를 넘는 국가는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소득수준은 5배, 영아 사망률은 1/3을 기록한다. 도시를 콘크리트 빌딩숲으로만 봐서는 곤란하다. 가장 영리하고 야심만만한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사람과 기업들이 한곳에 모여 협업하는 사이,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샘솟고 이것이 새로운 산업을 발생시켜 경제성장을 이끈다.

  저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는 전 세계 도시정책 분야의 주요 오피니언 리더로 꼽히고 있으며, 잘못된 도시 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도시에 관한 기존의 통념을 수치와 이론을 통해 논리적으로 깨며 한 국가와 개인으로서의 성공은 도시의 건강과 부(富)에 달렸다고 주장한다. 도시가 어떻게 인류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어 문명과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는지를 밝히기 위해 역사속에 드러난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의 흥망성쇠를 흥미롭게 분석한다. 교육, 기술, 아이디어, 인재, 기업가 정신과 같은 인적 자본을 모여들게 하는 힘이야말로 도시와 국가의 번영은 물론,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다고 말한다. 그밖에 개발과 보존 사이의 갈등, 스프롤(도시확산) 현상의 득과 실, 도시 빈곤과 소비 도시의 부상 같은 도시를 둘러싼 쟁점도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책은 우리는 왜 도시에서 살아야 하는가, 도시는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게 만들었나? 하는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주장은 제목처럼 도시가 승리한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도시가 혁신과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도시는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있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고, 지식의 공동 생산이라는 협력 작업이 가능한 곳이다. 또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중 하나가 도시 빈곤층의 증가인데, 저자는 도시가 가난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가난한 사람도 농촌에서는 얻지 못할 기회를 도시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도시로 몰려드는 것이며, 교통·통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더 가까이 모여 살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의 성장을 억제하는 규제 정책이나 이민 반대 정책들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저자는 도시 생활의 중요성을 산업과 혁신에 두고, 가장 중요한 투자는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라고 말한다. 지식이 교실에서만 습득되는 것은 아니며 인간의 본질적 특성상 사람은 서로에게 배우며 살아간다. 이러한 도시의 인접성, 친밀성, 혼잡성은 인재와 기술, 아이디어와 같은 인적자원을 한 곳에 끌어들임으로써 도시는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한다. 최첨단 아이디어의 관문인 인도 방갈로르와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통해 교육과 신기술이 어떻게 사람들을 유인하고 도시를 성장시키는지 명쾌하게 보여준다. 또한 한때 똑같이 제조업의 메카였으나 몰락한 디트로이트와 세계 중심으로 부상한 뉴욕의 부활을 비교함으로써 도시의 성공 원리를 극명하게 제시한다. 그럼 에드워드 교수는 서울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본문에는 서울에 대한 언급이 빠져있는데 한국어판 서문과 지난 7월 방한때 인터뷰에서 “서울은 혁신의 집합소이며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도시 중 하나이다. 다른 그 어느 곳보다도 훌륭한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이 책은 흥미로우면서도 논쟁적인 내용을 가득 담고 있다. 도시에 대한 편견과 더불어 환경보호 운동과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것도 그중 하나다. 저자는 자연에서 사는 게 아이러니하게도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며, 오히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속에서 사는 것이 자연에는 가장 좋다고 말한다. 도시가 숲이 우거진 생활 공간보다 환경에 훨씬 더 유익하다는 뜻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밀착해 살기 때문에 이동 거리가 짧고,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집의 면적이 줄어 전체적인 에너지 소모량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숲에 살면나무와 기름 등을 태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주변 환경에 해를 입힌다. 자연을 사랑한다면 자연으로부터 떨어져 살아야 한다. 이렇게 교외로의 이주가 오히려 더 심각한 환경파괴를 일으킨다는 사실과 도시의 친환경성을 설명하며 도시 재생을 위해서는 ‘건물’이 아닌 ‘사람’에게 투자해야 함을 강조한다. <월든>의 저자이자 대표적 환경운동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한순간의 부주의 때문에 121만 제곱미터가 넘는 소나무 숲을 잿더미로 만든 이야기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도 눈길을 끈다. (353〜355쪽)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도시이며, 성공한 도시의 공통점은 똑똑한 사람을 많이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도시는 일자리를 만들고,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놀거리를 선사한다. 진정한 도시의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오며 도시가 인간의 강점을 더 키운다. 우리의 번영과 자유는 모두 결국에는 사람들이 함께 살고, 일하고, 생각함으로써 얻게 된 선물이다. 도시는 궁극적으로 승리한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그렇다고 책에 담긴 모든 내용을 무조건 모방하거나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전 세계의 많은 도시들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의 주장은 주로 미국 도시들에 대한 연구나 실증 자료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적 맥락에서 나온 논리와 주장을 미국과 여러 가지 현실적 조건이 상이한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곤란하다. 저자의 말대로 성공한 도시들은 하나의 방정식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만 470쪽이 넘고 주석과 참고문헌만해도 무려 65쪽에 달하는 묵직한 책이지만 재미있고 알기쉽게 읽히는 것이 대중 경제서의 모범을 보여준다. “당신이 도시에 산다면, 도시에 살 계획이라면, 도시에 살았던 적이 있었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친절히 알려준다”라는 어느 추천사를 그대로 옮겨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끝-(기획회의 3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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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위키노믹스 - 더 강력해진 집단지성, 비즈니스를 넘어 일상까지 바꾸다
돈 탭스코트 & 앤서니 윌리엄스 지음, 김현정 옮김, 이준기 감수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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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집단혁신이 이끄는 새로운 세상 

 

『매크로위키노믹스』
돈 탭스코트・앤서니 윌리엄스 지음, 김현정 옮김, 21세기북스, 2011

해병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제이 로저스는 다시 전쟁에 참가했지만 이번에는 군복을 입지 않았다. 이번 전쟁의 목표는 수십억 달러의 세금이 투입된 구제금융덕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정체된 자동차 업계의 요식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로저스는 미 자동차 업계가 엄청난 양의 기름을 먹어 치우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육중한 제조업체의 모습에서 탈피하지 못한 탓에, 자신과 동료들이 이라크 사막에서 그 빌어먹을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치렀던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국이 진짜 전쟁을 치러야 할 곳은 이라크가 아니라 미국 본토다. 안타깝게도 미국은 제조기반이 흔들리고 있으며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불황이 수백만 명의 미국인을 궁핍한 삶으로 내몰고 있다. 미 자동차 업계가 몰락하기 직전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 로저스는 급진적이고 혁신적인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 회사인 ‘로컬 모티스’를 설립했다. 특이하게도 로컬 모터스에는 디자인 부서가 없다. 대신에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5000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취한다. 디자이너들이 내놓은 수많은 시안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 단 14개월 만에 200만달러로 고속 극한 오프로드 경기용 자동차인 랠리 파이터를 생산해냈다. 이는 일반적인 자동차 회사가 수억달러를 들여 평균 6년만에 신차를 개발하는 것과 매우 대비되는 성과다. (113〜116쪽 요약)

불과 지난 몇십 년 동안 일어났던 디지털 혁명은 우리가 사람들과 연락을 하는 방식, 일을 하는 방식,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특히 대규모 협업이라 불리는 혁신 방식은 웹2.0, 집단지성, 개방형 혁신, 프로슈머, UCC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되고 있다. 이제 단순히 인터넷의 새로운 모델로서 대규모 협업이 일어나고 있는것이 아니라 기업내부와 사회에서 혁신이 이러한 협업을 통하여 일어나고 있다. 리눅스(Linux)라는 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대표적인 제품으로서 전 세계 사용자에게 무료로 배포되고 있는데, 전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그래머 수천 명이 웹을 통해 대규모로 협업을 하고 있다.이들은 새롭게 등장한 강력한 혁신 패러다임인 매크로위키노믹스에 관한 수많은 사례중 일부에 불과하다. 로컬 모터스와 같은 신생기업뿐만 아니라 P&G, BMW, GE 등 역사가 오래되고 거대한 다국적 기업 역시 매크로위키노믹스적인 오픈 비즈니스로 성장과 혁신을 실행하고 있다.
 

디지털 비즈니스 전략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돈 탭스코트와 앤서니 윌리엄스는2007년에 이 책의 전편이라 할 수 있는『위키노믹스』에서 웹이 어떻게 사람들의 협업방식을 바꾸고, 비즈니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아주 통찰력 있고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뛰어난 소수가 지배하는 시대가 저물고 대중의 집단지성과 개방성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형성하는 위키노믹스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고, 위키노믹스가 더 이상 국지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되고 더욱 촘촘하게 얽혀 가는 거대한 트렌드임을 역설했다. 이 책『매크로위키노믹스』는 전작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경제뿐 아니라 사회와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웹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방식의 협업과 가치창조에 대해 이야기한다. 웹기반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는 열정적이고 전문지식을 가진 대중들은 협업을 통해 모든 산업 분야에 파고들어 좀 더 번영하고, 투명하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교육, 방송과 영화, 과학과 의료, 정부와 글로벌 문제 등 여러 분야에서 매크로위키노믹스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폭넓게 조망하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읽다 보면 더 강력해진 집단지성이 비즈니스를 넘어 일상까지 바꾸는 모습을 실감할 수 있으며,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까지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기위해 구체적인 사례를 동원하는데, 사례만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제시한 사례를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의 틀까지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저자들은 위키노믹스의 5대 원칙(협업, 개방성, 공유, 진실성, 상호 의존성)을 수용하는 조직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성공적인 개인과 기업들이 관련 조직이나 부문에서 위키노믹스를 활용하기 위해 따르고 있는 6가지 규칙을 소개하고 있다. 첫째, 자신이 소유한 재화 또는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이를 위해서 자신의 일부 지적재산을 내놓아 협업자들과 공유해야 한다. 셋째, 불확실한 시대에 미래를 통제하려면 자기조직화를 통해 문제해결과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격려해야 한다. 넷째, 선봉에서 열성적으로 움직이는 소수집단이 대규모 협업을 위해 필요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들을 자극해야 한다. 다섯째, 조직 내부에서 아이디어와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갈 수 있도록 실력 중심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여섯째, 디지털 세상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진 넷(Net) 세대에게 권한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매크로위키노믹스가 장밋빛만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듯 매크로위키노믹스는 여전히 암울한 문제를 지닌 양날의 칼이다. 매크로위키노믹스가 개인정보 보호와 같이 기본이 되는 가치와 제도를 위험천만하게 망가뜨리거나 새로운 형태의 집단의식이나 집산주의로 흐를 염려도 있다. 또 ‘빅 브라더’ 말고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는 수많은 개별 기업들로 이루어진 ‘리틀 브라더’의 출현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위키노믹스가 가져온 변화를 제대로 포착한 개인과 기업만이 새로운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거나, 웹이 가져올 미래의 변화를 미리 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이 아주 적격이다. 반대로 웹이 우리 생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데에 동의하지 않거나, 인터넷이 오히려 인간의 사고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유용한 책이다. 어느쪽이 되었든 책에 소개된 재런 레이니어의 <디지털 휴머니즘>이나 니콜라스 칸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함께 읽어보기를 권한다. 편식하지 않아야 온전한 몸을 유지할 수 있듯이, 균형을 잃지 않은 사고와 통찰만이 디지털 시대를 현명하게 살 수 있을것 같기에 하는 말이다. -끝- (기획회의301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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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더십 iLeadership - 애플을 움직이는 혁명적인 운영체제
제이 엘리엇 & 윌리엄 사이먼 지음, 권오열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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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애플 신화를 만든 잡스의 리더십

  『아이리더십』
제이 엘리엇・윌리엄 사이먼 지음, 권오열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1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또 한 건 터뜨렸다. 애플은 지난 6월 7일 중앙 컴퓨터 같은 곳에 정보를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 불러다 쓰는 클라우딩 컴퓨터 서비스인 ‘아이 클라우드’를 발표했다. 잡스는 병가 중에도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세상이 또 달라진다”고 선언했다.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종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애플의 기기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 엄청난 파급 효과가 날 것으로 보여 국내외 경쟁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안그래도 애플은 여타 다른 경쟁사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마니아 소비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의 자발적 마니아들을 의미하는 ‘애플빠’들은 애플의 모든 제품에 열광적인 호의를 보인다. 신제품이 나올때면 남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고 밤을 새는일도 불사한다. 애플빠들이 제일 먼저 꼽는 애플의 가장 큰 매력은 예쁘고 멋진 디자인이다. 소유하는 순간부터 스스로가 '특별하다'고 느껴지며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외관은 좀처럼 질리지 않는다. 둘째는 쓰기 편하다는 점이다. 애플의 제품들은 마치 전자기기 좋아하는 아이들이 만지고 놀기 좋아하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간편하고 직관적인 사용자환경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만들어졌음을 보여주며, 대부분의 애플 응용프로그램들 역시 개인화에 초점을 두고 설계됐다. 세번째는 마케팅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라고 얘기한다. 브랜드와 제품에 고객이 감동할 수 있는 스토리를 입혀 감성을 자극한다. 써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이폰은 최고가 아니다. 통화품질 면에서는 거의 바닥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결점투성이인 아이폰에 많은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이 문화코드 때문이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애플제품을 쓴다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스티브 잡스는 우리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망해가던 애플을 세계 최고 IT기업으로 만든 경영의 신이고, 21세기 통신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아이폰을 만들어낸 창조의 신이다. 그러다보니 그에 대한 책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이 책 『아이리더십』은 기존의 책들과 사뭇 다르다. 대부분 잡스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 쓴 일방적인 찬미글이나, 그동안 잡스와 애플에 대해 오갔던 수많은 오해와 오류를 걷어낸 ‘진짜 애플 이야기’다. 저자는 IBM 지역책임자와 인텔의 요직을 역임하고 애플의 수석부사장을 맡아 애플을 진두지휘했던 제이 엘리엇이다. 또 한명의 저자인 윌리엄 사이먼 역시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다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이미 여러 권 집필했다. 이 책은 스티브 잡스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쓴, 애플의 리더십 비밀에 대한 가감없는 기록이다. 

저자는 췌장암에 걸린 잡스가 죽더라도 애플은 결코 휘청거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왜냐하면 잡스가 만들어 놓은 애플의 기본 원칙, 곧 ‘아이리더십(i-Leadership)’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리더십은 잡스가 애플에 이식한 창조성의 원천이자 혁신적인 조직운영체제를 말한다. 그것은 한마디로 ‘제품중심의 정신’으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I-시리즈의 최종 버전으로서 잡스 최후의 창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엔지니어나 프로그래머 출신은 아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잘아는 사람이다. “당신이 쓰고 싶어 밤새 줄서서 사고 싶은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라.”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라. 당신이 만드는 것을 사랑하라. 그것을 완벽하게 만들어라”고 강조한다. 잡스는 1980년 제록스 연구소에서 개발하던 사용자 친화적인 아이디어에 열광했다. 실제로 그는 그 자리에서 마우스와 윈도시스템에 대한 영감을 얻고 곧바로 이를 애플에 적용했다. 잡스의 또다른 핵심 원칙 중 하나는 ‘A급 인재’로 표현되는 최고의 인재를 고집한다는데 있다. “B급을 고용하면 그들은 다른 B급과 C급들을 데려온다”는 것이다. 최고의 인재를 알아보고 끌어들이는 그의 뛰어난 능력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이 책의 저자인 제이 엘리엇 역시 1980년, 공룡이 된 인텔을 떠나기로 결심한 날 스물다섯 살의 스티브 잡스와 운명적으로 만나 애플호에 승선하게 된다. 이후 20여년간 잡스와 함께 애플의 전반적인 경영을 책임졌고 잡스는 그를 ‘멘토’ 혹은 ‘나의 왼팔’(잡스는 왼손잡이다)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신뢰했다. 

이런 잡스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자신이 세운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고, 이후 수만달러짜리 고성능 컴퓨터로 재기를 노렸지만 시장은 이를 외면했다. 이런 무모한 시도는 잡스가 새로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접하는 기회를 줬고, 이는 최초로 컴퓨터로만 제작된 만화영화 ‘토이스토리’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통합적인 선지자적 안목을 얻은 그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지 13년 만에 다시 애플의 CEO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애플은 현재 시가총액 세계 제2위의 기업으로 성장했고 700억 달러(약 76조원)에 이르는 유동자산을 확보했다. 이는 전 세계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노키아, 리서치 인 모션, HTC, 모토로라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2009년 포천지는 그를 ‘최근 10년 최고 CEO'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본문 못지않게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삼성의 CEO들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한국어판 서문이다. 저자는 전 세계 IT업종에서 삼성을 중심으로 한국이 보여준 역동성과 스피드에 경탄하면서도 한국의 일등 기업 삼성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애플의 제품이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며 삼성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마니아를 만들어낸 애플과 달리, 소비자가 요구하지도 않는 하드웨어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워크맨으로 성공했다 결국 몰락한 소니를 닮지 말라고 충고한다. 또 삼성을 애플의 가장 큰 경쟁사이자 애플을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유일한 곳이라고 추켜 세우면서도 브랜딩과 애플의 생태계 창조를 예로 들며 쓴소리를 멈추지 않는다. 

이 책은 애플의 신화가 탄생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현장 경험을 토대로 쓴 스티브 잡스의 실패와 성공에 대한 생생한 분석서다. 스티브 잡스의 열정, 최고에 대한 집착, 위대한 브랜딩, 실수를 통해 배우겠다는 열린 마음이 오늘의 애플을 만들었음을 증언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무척 흥미롭게 읽힌다. IT와 관련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끝-(기획회의 299호 전문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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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버링 해피니스 - 재포스 CEO의 행복경영 노하우
토니 셰이 지음, 송연수 옮김 / 북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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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기업이 성공한다

  『딜리버링 해피니스』
토니 셰이 지음, 송연수 옮김, 북하우스, 2010

미국의 한 여성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남편에게 선물할 부츠를 주문했다. 그런데 주문한 신발이 도착하기 전에 남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소식을 들은 온라인 쇼핑몰의 고객서비스 담당 직원은 다음 날 남편을 잃은 부인에게 조화(弔花)를 보냈다. 부인은 장례식에 참석한 친지와 친구들에게 이 특별한 경험을 털어놓는다. 이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 회사는 미국의 인터넷 쇼핑업체 ‘재포스(Zappos)’다. 199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온라인 신발 판매에서 시작해 의류·가방·가정용품으로 품목을 넓혔다. 하지만 재포스의 대표 상품은 따로 있다. 바로 고객을 감동시키는 최고의 서비스다. 

『딜리버링 해피니스(Delivering Happiness)』는 재포스의 설립자인 젊은 천재사업가 토니 셰이(37세)가 몸으로 부딪히며 써내려간 경영 분투기이자 재포스의 생생한 사례와 노하우가 담긴 비즈니스 매뉴얼이다. 토니 셰이는 대만계 미국인으로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높은 보수의 안정된 직장인 오라클을 다니다 “지루한 것은 싫다”며 직장을 그만두고 룸메이트와 집 거실에서 인터넷 기업 링크익스체인지(LinkExchange)를 차렸다. 이 회사는 2년 만에 직원 100명 규모로 성장했고, 1999년에 2억6500만달러(약 3200억원)에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됐다. 그 후 그는 온라인 신발회사 재포스에 투자자로 합류하면서 매출액 제로였던 재포스를 10년 만에 총매출이 10억달러가 넘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09년에는 세계 최대 온라인 기업인 아마존이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라는 가격으로 재포스를 사들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 책은 2010년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아마존닷컴에서 1위를 차지했고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다룰 만큼 주목을 받았다. 행복을 배달한다는 책 제목처럼 단기적인 이익을 좇기보다는 직원과 고객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한 재포스의 다양한 실험과 경영철학을 유쾌하고 실감나게 소개하고 있다. 

토니 셰이에게 회사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끊임없는 에너지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대상이었다. 그는 크고 작은 실패의 경험을 통해 ‘기업문화’와 ‘핵심가치’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재포스는 행복을 전달하는 생활방식을 구축하는 걸 목표로 삼았고 자유분방하지만 가족적인 문화를 추구한다. 재포스식 표현으로는 고객이 ‘와우’하고 놀랄 만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실제로 재포스의 브랜드와 문화를 소개하는 5장에 ‘와우’라는 단어가 30번 이상 등장한다) 그래서 그런지 재포스엔 다른 회사에 없는게 한둘이 아니다. 예를들어 재포스의 인트라넷에는 초기 화면에 무작위로 선택되어 뜨는 직원들의 사진을 보고 그 이름을 맞춰야 로그인할 수 있다. 기분전환으로 사장이 머리를 삭발하기도 하고(책 띠표지에 실린 토니 셰이도 삭발한 머리다) 직원들의 건의사항이나 불평불만을 ‘재포스 컬쳐북’이라는 책으로 가감없이 묶기도 한다. 무엇보다 고객 서비스를 강조하는 재포스의 경영원칙은 절대로 아웃소싱하지 않는 콜센터 운영에서 잘 드러난다. 인터넷 기업임에도 고객의 관심을 독점할 수 있는 전화 상담을 가장 중요시한다.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일정기간동안 무조건 콜센터에 배치하고 콜센터로 전화를 걸면 365일 24시간 사람이 응답한다. 고객 응대 매뉴얼이 따로 있지 않다. 미리 준비된 대본을 앵무새처럼 반복하지 않으며 자신의 최선의 판단에 기반해 상담한다. 절대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다른 상품을 권유하지 않고, 고객이 원하면 다른 용무까지 알아봐준다. (이쯤에서 우리 주위를 한편 살펴보자. 이런것 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고객응대 전화번호가 걸면 걸리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ARS에 녹음된 통화음과 씨름하며 1분 가까이 버튼을 누르다보면 제 아무리 부처님 같은 사람이라도 돌아앉아 버린다. 심지어는 회사 홈페이지에 전화번호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 볼래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아직도 있다. 정말이다) 한편, 다른 회사엔 있는데 재포스에 없는 것도 많다. 모든 상품은 배송비가 없다. 심지어 반품할 때에도 소비자가 배송비를 부담하지 않는다. 반품도 구입 후 365일 이내에만 하면 된다.

토니 셰이는 고객이 행복하기 위해선 직원이 행복해야 하고, 직원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좋은 기업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좋은 기업문화는 경영진이 직원을 존중하고 서로 소통하며 공통된 목표를 공유할 때 가능하다. 그는 회사내 중요한 이슈가 생기면 보도자료를 뿌리기 전에 전 직원에게 e-메일을 쏜다. 2009년 7월 아마존닷컴이 재포스를 인수하는 발표를 할 때에도 전 직원 약 1800명에게 그간의 협상과정, 합병 후 변화 등을 설명하는 e-메일을 보냈다. 이 책 311∼320쪽에 전문이 소개되어 있는데 직원을 존중하는 재포스의 기업문화를 단적으로 알게 해준다. 토니 셰이는 독립성과 기업문화를 인수조건으로 보장받아 아마존에 인수된 뒤에도 여전히 재포스를 이끌면서 직원과 고객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추진한다’ ‘열정적이고 결연한 태도로 임한다’ ‘성장과 배움을 추구한다’ 등 재포스가 내세우는 경영철학은 여느 기업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의 앞부분에 인용된 영화<매트릭스>의 대사 -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 처럼 그것을 실천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판이하게 나타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런 핵심가치를 신입사원 연수때나 한번 읊조리고 팽개치고 말 때 재포스는 이를 내면화하고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기업의 성공으로 이어지는지를 이 책은 생생하게 보여준다. 덕분에 재포스는 2009년에 <포천>지에서 매년 발표하는 ‘일하기 가장 좋은 기업 100’에 선정되었고, 2010년에는 여덟계단을 뛰어오르며 15위를 차지했다.

결국 행복한 기업이 돈을 벌게 되는게 자명하다. 갈수록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딜리버링 해피니스(Delivering Happiness)’가 중요해 질 것이고 나의 행복, 직원의 행복, 고객의 행복을 극대화한 기업이 성공할 것이다. 그런면에서 재포스는 미래 기업의 상징적인 모습이다. 미래기업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했던 사람에게는 정답지가 주어진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신은 읽지 않더라도 상사에게는 선물해야 하는 책”이라며 이 책을 추천했는데, 경영자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상사’라면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또 그동안 단조롭고 딱딱했던 경제・경영서에 식상했던 사람들은 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이 책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쾌한 엔돌핀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끝- (기획회의 297호 전문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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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IT혁명이 만드는 비즈니스 미래지도 비즈니스 미래지도 시리즈 3
김중태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IT가 바꾸는 비즈니스 미래지도 
『2015 IT혁명이 만드는 비즈니스 미래지도』
김중태 지음, 한스미디어, 2010

미국 주간지 ‘뉴요커’의 수석 칼럼니스트인 켄 올레타의 말을 빌리면 사람들은 대개 두 종류로 나뉜다. 몸을 뒤로 빼는 인간과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이다. 물결을 일으키는 자가 될 것인지 물결을 타는 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물결에 휩쓸리는 자가 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렸다. 또 미래학자이자 발명가인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n Near)>에서 2030년쯤 과학기술의 발전속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는 급격한 변화의 시점인 ‘특이점’이 온다고 예언했다. 이미 2011년의 인류는 집단지성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고 정보기술의 발전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나가고 있는 중이다. 『2015 IT혁명이 만드는 비즈니스 미래지도』는 스마트폰, 앱스토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서막에 불과하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경제 대변혁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기업의 미래는 IT기술의 활용에 달려있고, 비즈니스적인 안목으로 IT기술을 어떻게 융합할 것인가가 미래 기업 전략의 핵심이다. 저자인 김중태 IT문화원 원장은 국내서는 처음으로 웹2.0 서적과 블로그 책을 집필하며 20여 권의 책을 펴내 ‘IT 전도사’로 불린다. 이 책은 그동안 발간된 <모바일 혁명이 만드는 비즈니스 미래 지도> <소셜네트워크가 만드는 비즈니스 미래지도>에 이은 비즈니스 미래지도 3부작의 마지막에 해당한다. 

2010년의 정보기술(IT) 부문 최대 이슈가 스마트폰, 앱스토어, 전자책, 증강현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였다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뉴바벨탑’과 '노마드 웹' 시대라고 예측한다. 모바일에서 가장 어려운 게 음성인식 기술인데 기술이 이미 완성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스마트폰 같은 기기 조작은 모두 말로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첨단 음성인식 기술이 언어장벽이 없는 '뉴바벨탑시대'를 불러온다는 얘기다. 현재 구글의 번역사이트에서는 200여개 언어 번역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이런 기능에 음성을 합성시켜 주면 어느 나라 사람과도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금융, 문화, 콘텐츠 등 모든 산업에 있어 장벽도 함께 사라지는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아랍어로 치료 서비스를 하면 중동의 의료관광객이 몰려 올테고 글로벌 비즈니스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성화될 게 뻔하다. 다른 나라들이 캄보디아, 몽골, 아랍 등지로 치고 들어 가는 걸 눈뜨고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먼저 준비하고 기다려야 한다. 하드디스크와 기업의 서버를 사라지게 할 클라우드 컴퓨팅 역시 획기적으로 기업의 비용을 절감시키는 미래 IT의 핵심 기술이다. 뉴욕타임스는 14년 걸릴 일을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한 번에 해결했다. 또한 그루폰과 티켓몬스터처럼 유통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소셜커머스의 발전은 대형마트의 생존을 위협할지도 모른다. 그밖에 긴꼬리 경제학(long-tail)과 집단지성이 만들어내는 소셜추천시스템, 오감을 넘은 디지털각(覺)의 탄생, SF영화에서나 가능했던 3D홀로그램의 실현 등 제3의 IT혁명이 눈앞에 펼쳐질 날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각종 IT기술의 발달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더욱 빠르게 중첩시키고 있다. 텔레프레즌스는 몇 천 Km 떨어진 곳에 있는 석학을 무대로 불러내 대화를 나누게 하고 그루폰, 티켓몬스터와 같은 소셜쇼핑은 하루에 부츠 천만 개를 팔 수 있는 시대를 만든다. 우리의 욕망과 오감을 측정할 수 있는 각종 기술의 발달은 냄새 맡고 눈으로 본 것까지 검색할 수 있게 해준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다. 

온라인상에서 모든 걸 주고받는 노마드 웹 역시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지금까지는 옥션에 가면 혼자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옥션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옆 사람이 누군지 자세히 알게 되고, 대화를 나누다 마음이 맞으면 같이 음악도 들을 수 있고 결혼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 없이 만나게 되는 게 노마드 웹이다. 이런 노마드 웹이 소셜 네트워크와 묶이면서 정보만 공유하는 게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이익까지 공유하게 되는 등 기업의 경영활동을 완전히 바꿔놓게 된다. IT를 남보다 먼저 도입하는 것은 모든 기업의 필수 경쟁력이다. 기존의 오프라인 산업에 IT를 더한 것만으로도 전혀 다른 산업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세계적인 기업이 된 아마존과 이베이 역시 기존의 산업에 인터넷을 더한 것만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다. 또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들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애플이나 세계 최대 검색업체인 구글 역시 IT를 통하여 새로운 경제를 만들거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 유명 IT기업들은 차세대 IT기술을 활용해 기업이 어떻게 미래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노마드 웹은 서서히 오겠지만 뉴바벨탑은 순식간에 올 수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5년 안에 누가 먼저 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느냐가 미래 기업과 개인의 생존을 결정지을 것이다. 그러니 바벨탑과 노마드 웹 시대를 미리 준비하라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다분히 실용적인 책이다. 우리에게 닥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경제 대변혁을 예고하지만 지금 당장 실전에 써먹을 수 있는 기술과 전략도 많이 제시하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다면 사용료 0원으로 당장 사용 가능한 QR코드(Quick Response code)가 단적인 사례다. 181〜198쪽에는 모든 기업이나 개인이 비용 절감이나 비즈니스모델로 QR코드를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 운전자가 현재 몰고 있는 차의 '속도 정보'와 '차선변경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교통상황을 예측하는 시스템 등, 저자가 책에서 제안하는 몇 가지 활용방안은 현장에서 바로 적용해도 좋을 만큼 실현 가능하다. 그렇다고해서 이 책이 단순히 깜짝 놀랄 만한 IT신기술을 소개하는 데에 머물지는 않는다. 재미있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편리한 것이 세상을 바꾼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비즈니스와 IT기술의 융합이다. 소비자의 숨겨진 욕망을 읽고 그것을 충족시켜줄 수 있도록 IT기술을 활용해 창의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라는 것이다. 저자의 우려대로 가장 안 좋은 것은 ‘지금까지 잘 해왔는데’라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은 지금까지 배운 것만 가지고 살아가기 위한 사람들의 변명으로, 변화를 두려워하게 하고, 공부를 거부하게 만든다. 미래 비즈니스 진단과 생존전략을 고민하는 경영자나 개인이라면 당장 펼쳐봐야 할 책이다. -끝- (기획회의 295호 전문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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