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더십 iLeadership - 애플을 움직이는 혁명적인 운영체제
제이 엘리엇 & 윌리엄 사이먼 지음, 권오열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애플 신화를 만든 잡스의 리더십

  『아이리더십』
제이 엘리엇・윌리엄 사이먼 지음, 권오열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1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또 한 건 터뜨렸다. 애플은 지난 6월 7일 중앙 컴퓨터 같은 곳에 정보를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 불러다 쓰는 클라우딩 컴퓨터 서비스인 ‘아이 클라우드’를 발표했다. 잡스는 병가 중에도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세상이 또 달라진다”고 선언했다.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종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애플의 기기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 엄청난 파급 효과가 날 것으로 보여 국내외 경쟁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안그래도 애플은 여타 다른 경쟁사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마니아 소비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의 자발적 마니아들을 의미하는 ‘애플빠’들은 애플의 모든 제품에 열광적인 호의를 보인다. 신제품이 나올때면 남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고 밤을 새는일도 불사한다. 애플빠들이 제일 먼저 꼽는 애플의 가장 큰 매력은 예쁘고 멋진 디자인이다. 소유하는 순간부터 스스로가 '특별하다'고 느껴지며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외관은 좀처럼 질리지 않는다. 둘째는 쓰기 편하다는 점이다. 애플의 제품들은 마치 전자기기 좋아하는 아이들이 만지고 놀기 좋아하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간편하고 직관적인 사용자환경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만들어졌음을 보여주며, 대부분의 애플 응용프로그램들 역시 개인화에 초점을 두고 설계됐다. 세번째는 마케팅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라고 얘기한다. 브랜드와 제품에 고객이 감동할 수 있는 스토리를 입혀 감성을 자극한다. 써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이폰은 최고가 아니다. 통화품질 면에서는 거의 바닥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결점투성이인 아이폰에 많은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이 문화코드 때문이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애플제품을 쓴다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스티브 잡스는 우리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망해가던 애플을 세계 최고 IT기업으로 만든 경영의 신이고, 21세기 통신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아이폰을 만들어낸 창조의 신이다. 그러다보니 그에 대한 책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이 책 『아이리더십』은 기존의 책들과 사뭇 다르다. 대부분 잡스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 쓴 일방적인 찬미글이나, 그동안 잡스와 애플에 대해 오갔던 수많은 오해와 오류를 걷어낸 ‘진짜 애플 이야기’다. 저자는 IBM 지역책임자와 인텔의 요직을 역임하고 애플의 수석부사장을 맡아 애플을 진두지휘했던 제이 엘리엇이다. 또 한명의 저자인 윌리엄 사이먼 역시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다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이미 여러 권 집필했다. 이 책은 스티브 잡스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쓴, 애플의 리더십 비밀에 대한 가감없는 기록이다. 

저자는 췌장암에 걸린 잡스가 죽더라도 애플은 결코 휘청거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왜냐하면 잡스가 만들어 놓은 애플의 기본 원칙, 곧 ‘아이리더십(i-Leadership)’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리더십은 잡스가 애플에 이식한 창조성의 원천이자 혁신적인 조직운영체제를 말한다. 그것은 한마디로 ‘제품중심의 정신’으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I-시리즈의 최종 버전으로서 잡스 최후의 창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엔지니어나 프로그래머 출신은 아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잘아는 사람이다. “당신이 쓰고 싶어 밤새 줄서서 사고 싶은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라.”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라. 당신이 만드는 것을 사랑하라. 그것을 완벽하게 만들어라”고 강조한다. 잡스는 1980년 제록스 연구소에서 개발하던 사용자 친화적인 아이디어에 열광했다. 실제로 그는 그 자리에서 마우스와 윈도시스템에 대한 영감을 얻고 곧바로 이를 애플에 적용했다. 잡스의 또다른 핵심 원칙 중 하나는 ‘A급 인재’로 표현되는 최고의 인재를 고집한다는데 있다. “B급을 고용하면 그들은 다른 B급과 C급들을 데려온다”는 것이다. 최고의 인재를 알아보고 끌어들이는 그의 뛰어난 능력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이 책의 저자인 제이 엘리엇 역시 1980년, 공룡이 된 인텔을 떠나기로 결심한 날 스물다섯 살의 스티브 잡스와 운명적으로 만나 애플호에 승선하게 된다. 이후 20여년간 잡스와 함께 애플의 전반적인 경영을 책임졌고 잡스는 그를 ‘멘토’ 혹은 ‘나의 왼팔’(잡스는 왼손잡이다)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신뢰했다. 

이런 잡스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자신이 세운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고, 이후 수만달러짜리 고성능 컴퓨터로 재기를 노렸지만 시장은 이를 외면했다. 이런 무모한 시도는 잡스가 새로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접하는 기회를 줬고, 이는 최초로 컴퓨터로만 제작된 만화영화 ‘토이스토리’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통합적인 선지자적 안목을 얻은 그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지 13년 만에 다시 애플의 CEO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애플은 현재 시가총액 세계 제2위의 기업으로 성장했고 700억 달러(약 76조원)에 이르는 유동자산을 확보했다. 이는 전 세계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노키아, 리서치 인 모션, HTC, 모토로라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2009년 포천지는 그를 ‘최근 10년 최고 CEO'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본문 못지않게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삼성의 CEO들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한국어판 서문이다. 저자는 전 세계 IT업종에서 삼성을 중심으로 한국이 보여준 역동성과 스피드에 경탄하면서도 한국의 일등 기업 삼성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애플의 제품이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며 삼성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해 마니아를 만들어낸 애플과 달리, 소비자가 요구하지도 않는 하드웨어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워크맨으로 성공했다 결국 몰락한 소니를 닮지 말라고 충고한다. 또 삼성을 애플의 가장 큰 경쟁사이자 애플을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유일한 곳이라고 추켜 세우면서도 브랜딩과 애플의 생태계 창조를 예로 들며 쓴소리를 멈추지 않는다. 

이 책은 애플의 신화가 탄생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현장 경험을 토대로 쓴 스티브 잡스의 실패와 성공에 대한 생생한 분석서다. 스티브 잡스의 열정, 최고에 대한 집착, 위대한 브랜딩, 실수를 통해 배우겠다는 열린 마음이 오늘의 애플을 만들었음을 증언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무척 흥미롭게 읽힌다. IT와 관련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끝-(기획회의 299호 전문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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