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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위키노믹스 - 더 강력해진 집단지성, 비즈니스를 넘어 일상까지 바꾸다
돈 탭스코트 & 앤서니 윌리엄스 지음, 김현정 옮김, 이준기 감수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집단혁신이 이끄는 새로운 세상
『매크로위키노믹스』
돈 탭스코트・앤서니 윌리엄스 지음, 김현정 옮김, 21세기북스, 2011
해병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제이 로저스는 다시 전쟁에 참가했지만 이번에는 군복을 입지 않았다. 이번 전쟁의 목표는 수십억 달러의 세금이 투입된 구제금융덕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정체된 자동차 업계의 요식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로저스는 미 자동차 업계가 엄청난 양의 기름을 먹어 치우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육중한 제조업체의 모습에서 탈피하지 못한 탓에, 자신과 동료들이 이라크 사막에서 그 빌어먹을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치렀던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국이 진짜 전쟁을 치러야 할 곳은 이라크가 아니라 미국 본토다. 안타깝게도 미국은 제조기반이 흔들리고 있으며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불황이 수백만 명의 미국인을 궁핍한 삶으로 내몰고 있다. 미 자동차 업계가 몰락하기 직전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 로저스는 급진적이고 혁신적인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 회사인 ‘로컬 모티스’를 설립했다. 특이하게도 로컬 모터스에는 디자인 부서가 없다. 대신에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5000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취한다. 디자이너들이 내놓은 수많은 시안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 단 14개월 만에 200만달러로 고속 극한 오프로드 경기용 자동차인 랠리 파이터를 생산해냈다. 이는 일반적인 자동차 회사가 수억달러를 들여 평균 6년만에 신차를 개발하는 것과 매우 대비되는 성과다. (113〜116쪽 요약)
불과 지난 몇십 년 동안 일어났던 디지털 혁명은 우리가 사람들과 연락을 하는 방식, 일을 하는 방식,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특히 대규모 협업이라 불리는 혁신 방식은 웹2.0, 집단지성, 개방형 혁신, 프로슈머, UCC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되고 있다. 이제 단순히 인터넷의 새로운 모델로서 대규모 협업이 일어나고 있는것이 아니라 기업내부와 사회에서 혁신이 이러한 협업을 통하여 일어나고 있다. 리눅스(Linux)라는 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대표적인 제품으로서 전 세계 사용자에게 무료로 배포되고 있는데, 전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그래머 수천 명이 웹을 통해 대규모로 협업을 하고 있다.이들은 새롭게 등장한 강력한 혁신 패러다임인 매크로위키노믹스에 관한 수많은 사례중 일부에 불과하다. 로컬 모터스와 같은 신생기업뿐만 아니라 P&G, BMW, GE 등 역사가 오래되고 거대한 다국적 기업 역시 매크로위키노믹스적인 오픈 비즈니스로 성장과 혁신을 실행하고 있다.
디지털 비즈니스 전략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돈 탭스코트와 앤서니 윌리엄스는2007년에 이 책의 전편이라 할 수 있는『위키노믹스』에서 웹이 어떻게 사람들의 협업방식을 바꾸고, 비즈니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아주 통찰력 있고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 뛰어난 소수가 지배하는 시대가 저물고 대중의 집단지성과 개방성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형성하는 위키노믹스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고, 위키노믹스가 더 이상 국지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되고 더욱 촘촘하게 얽혀 가는 거대한 트렌드임을 역설했다. 이 책『매크로위키노믹스』는 전작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경제뿐 아니라 사회와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웹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방식의 협업과 가치창조에 대해 이야기한다. 웹기반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는 열정적이고 전문지식을 가진 대중들은 협업을 통해 모든 산업 분야에 파고들어 좀 더 번영하고, 투명하며,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교육, 방송과 영화, 과학과 의료, 정부와 글로벌 문제 등 여러 분야에서 매크로위키노믹스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폭넓게 조망하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읽다 보면 더 강력해진 집단지성이 비즈니스를 넘어 일상까지 바꾸는 모습을 실감할 수 있으며,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까지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기위해 구체적인 사례를 동원하는데, 사례만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제시한 사례를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의 틀까지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저자들은 위키노믹스의 5대 원칙(협업, 개방성, 공유, 진실성, 상호 의존성)을 수용하는 조직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성공적인 개인과 기업들이 관련 조직이나 부문에서 위키노믹스를 활용하기 위해 따르고 있는 6가지 규칙을 소개하고 있다. 첫째, 자신이 소유한 재화 또는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이를 위해서 자신의 일부 지적재산을 내놓아 협업자들과 공유해야 한다. 셋째, 불확실한 시대에 미래를 통제하려면 자기조직화를 통해 문제해결과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격려해야 한다. 넷째, 선봉에서 열성적으로 움직이는 소수집단이 대규모 협업을 위해 필요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들을 자극해야 한다. 다섯째, 조직 내부에서 아이디어와 정보가 자유롭게 흘러갈 수 있도록 실력 중심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여섯째, 디지털 세상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진 넷(Net) 세대에게 권한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매크로위키노믹스가 장밋빛만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듯 매크로위키노믹스는 여전히 암울한 문제를 지닌 양날의 칼이다. 매크로위키노믹스가 개인정보 보호와 같이 기본이 되는 가치와 제도를 위험천만하게 망가뜨리거나 새로운 형태의 집단의식이나 집산주의로 흐를 염려도 있다. 또 ‘빅 브라더’ 말고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는 수많은 개별 기업들로 이루어진 ‘리틀 브라더’의 출현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위키노믹스가 가져온 변화를 제대로 포착한 개인과 기업만이 새로운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거나, 웹이 가져올 미래의 변화를 미리 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이 아주 적격이다. 반대로 웹이 우리 생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데에 동의하지 않거나, 인터넷이 오히려 인간의 사고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유용한 책이다. 어느쪽이 되었든 책에 소개된 재런 레이니어의 <디지털 휴머니즘>이나 니콜라스 칸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함께 읽어보기를 권한다. 편식하지 않아야 온전한 몸을 유지할 수 있듯이, 균형을 잃지 않은 사고와 통찰만이 디지털 시대를 현명하게 살 수 있을것 같기에 하는 말이다. -끝- (기획회의301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