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승리 - 도시는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게 만들었나?
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 이진원 옮김 / 해냄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 최고의 발명품, 도시가 준 선물

『도시의 승리』
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 이진원 옮김, 해냄, 2011

2011년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지만 도시는 여전히 더럽고, 가난하고, 범죄의 소굴이며, 반(反)환경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교통정체와 매연에 지친 도시인은 전원생활을 꿈꾸고, 정치인들은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며 온갖 지역개발 정책을 들고 나온다. 그러나『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는 이러한 해묵은 편견에 맞서 도시야말로 건강하고, 친환경적이며, 문화적・경제적으로도 가장 살기 좋은 곳임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는 혁신의 엔진이다. 도시 거주인구 비율이 50%를 넘는 국가는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소득수준은 5배, 영아 사망률은 1/3을 기록한다. 도시를 콘크리트 빌딩숲으로만 봐서는 곤란하다. 가장 영리하고 야심만만한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사람과 기업들이 한곳에 모여 협업하는 사이,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샘솟고 이것이 새로운 산업을 발생시켜 경제성장을 이끈다.

  저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는 전 세계 도시정책 분야의 주요 오피니언 리더로 꼽히고 있으며, 잘못된 도시 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도시에 관한 기존의 통념을 수치와 이론을 통해 논리적으로 깨며 한 국가와 개인으로서의 성공은 도시의 건강과 부(富)에 달렸다고 주장한다. 도시가 어떻게 인류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어 문명과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는지를 밝히기 위해 역사속에 드러난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의 흥망성쇠를 흥미롭게 분석한다. 교육, 기술, 아이디어, 인재, 기업가 정신과 같은 인적 자본을 모여들게 하는 힘이야말로 도시와 국가의 번영은 물론,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다고 말한다. 그밖에 개발과 보존 사이의 갈등, 스프롤(도시확산) 현상의 득과 실, 도시 빈곤과 소비 도시의 부상 같은 도시를 둘러싼 쟁점도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책은 우리는 왜 도시에서 살아야 하는가, 도시는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게 만들었나? 하는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주장은 제목처럼 도시가 승리한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도시가 혁신과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도시는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있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고, 지식의 공동 생산이라는 협력 작업이 가능한 곳이다. 또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중 하나가 도시 빈곤층의 증가인데, 저자는 도시가 가난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가난한 사람도 농촌에서는 얻지 못할 기회를 도시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도시로 몰려드는 것이며, 교통·통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더 가까이 모여 살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의 성장을 억제하는 규제 정책이나 이민 반대 정책들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저자는 도시 생활의 중요성을 산업과 혁신에 두고, 가장 중요한 투자는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라고 말한다. 지식이 교실에서만 습득되는 것은 아니며 인간의 본질적 특성상 사람은 서로에게 배우며 살아간다. 이러한 도시의 인접성, 친밀성, 혼잡성은 인재와 기술, 아이디어와 같은 인적자원을 한 곳에 끌어들임으로써 도시는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한다. 최첨단 아이디어의 관문인 인도 방갈로르와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통해 교육과 신기술이 어떻게 사람들을 유인하고 도시를 성장시키는지 명쾌하게 보여준다. 또한 한때 똑같이 제조업의 메카였으나 몰락한 디트로이트와 세계 중심으로 부상한 뉴욕의 부활을 비교함으로써 도시의 성공 원리를 극명하게 제시한다. 그럼 에드워드 교수는 서울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본문에는 서울에 대한 언급이 빠져있는데 한국어판 서문과 지난 7월 방한때 인터뷰에서 “서울은 혁신의 집합소이며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도시 중 하나이다. 다른 그 어느 곳보다도 훌륭한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이 책은 흥미로우면서도 논쟁적인 내용을 가득 담고 있다. 도시에 대한 편견과 더불어 환경보호 운동과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것도 그중 하나다. 저자는 자연에서 사는 게 아이러니하게도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며, 오히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속에서 사는 것이 자연에는 가장 좋다고 말한다. 도시가 숲이 우거진 생활 공간보다 환경에 훨씬 더 유익하다는 뜻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밀착해 살기 때문에 이동 거리가 짧고,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집의 면적이 줄어 전체적인 에너지 소모량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숲에 살면나무와 기름 등을 태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주변 환경에 해를 입힌다. 자연을 사랑한다면 자연으로부터 떨어져 살아야 한다. 이렇게 교외로의 이주가 오히려 더 심각한 환경파괴를 일으킨다는 사실과 도시의 친환경성을 설명하며 도시 재생을 위해서는 ‘건물’이 아닌 ‘사람’에게 투자해야 함을 강조한다. <월든>의 저자이자 대표적 환경운동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한순간의 부주의 때문에 121만 제곱미터가 넘는 소나무 숲을 잿더미로 만든 이야기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도 눈길을 끈다. (353〜355쪽)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도시이며, 성공한 도시의 공통점은 똑똑한 사람을 많이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도시는 일자리를 만들고,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놀거리를 선사한다. 진정한 도시의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오며 도시가 인간의 강점을 더 키운다. 우리의 번영과 자유는 모두 결국에는 사람들이 함께 살고, 일하고, 생각함으로써 얻게 된 선물이다. 도시는 궁극적으로 승리한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그렇다고 책에 담긴 모든 내용을 무조건 모방하거나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전 세계의 많은 도시들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의 주장은 주로 미국 도시들에 대한 연구나 실증 자료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적 맥락에서 나온 논리와 주장을 미국과 여러 가지 현실적 조건이 상이한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곤란하다. 저자의 말대로 성공한 도시들은 하나의 방정식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만 470쪽이 넘고 주석과 참고문헌만해도 무려 65쪽에 달하는 묵직한 책이지만 재미있고 알기쉽게 읽히는 것이 대중 경제서의 모범을 보여준다. “당신이 도시에 산다면, 도시에 살 계획이라면, 도시에 살았던 적이 있었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친절히 알려준다”라는 어느 추천사를 그대로 옮겨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끝-(기획회의 303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