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버링 해피니스 - 재포스 CEO의 행복경영 노하우
토니 셰이 지음, 송연수 옮김 / 북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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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기업이 성공한다

  『딜리버링 해피니스』
토니 셰이 지음, 송연수 옮김, 북하우스, 2010

미국의 한 여성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남편에게 선물할 부츠를 주문했다. 그런데 주문한 신발이 도착하기 전에 남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소식을 들은 온라인 쇼핑몰의 고객서비스 담당 직원은 다음 날 남편을 잃은 부인에게 조화(弔花)를 보냈다. 부인은 장례식에 참석한 친지와 친구들에게 이 특별한 경험을 털어놓는다. 이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 회사는 미국의 인터넷 쇼핑업체 ‘재포스(Zappos)’다. 199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온라인 신발 판매에서 시작해 의류·가방·가정용품으로 품목을 넓혔다. 하지만 재포스의 대표 상품은 따로 있다. 바로 고객을 감동시키는 최고의 서비스다. 

『딜리버링 해피니스(Delivering Happiness)』는 재포스의 설립자인 젊은 천재사업가 토니 셰이(37세)가 몸으로 부딪히며 써내려간 경영 분투기이자 재포스의 생생한 사례와 노하우가 담긴 비즈니스 매뉴얼이다. 토니 셰이는 대만계 미국인으로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높은 보수의 안정된 직장인 오라클을 다니다 “지루한 것은 싫다”며 직장을 그만두고 룸메이트와 집 거실에서 인터넷 기업 링크익스체인지(LinkExchange)를 차렸다. 이 회사는 2년 만에 직원 100명 규모로 성장했고, 1999년에 2억6500만달러(약 3200억원)에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됐다. 그 후 그는 온라인 신발회사 재포스에 투자자로 합류하면서 매출액 제로였던 재포스를 10년 만에 총매출이 10억달러가 넘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09년에는 세계 최대 온라인 기업인 아마존이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라는 가격으로 재포스를 사들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 책은 2010년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아마존닷컴에서 1위를 차지했고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다룰 만큼 주목을 받았다. 행복을 배달한다는 책 제목처럼 단기적인 이익을 좇기보다는 직원과 고객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한 재포스의 다양한 실험과 경영철학을 유쾌하고 실감나게 소개하고 있다. 

토니 셰이에게 회사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끊임없는 에너지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대상이었다. 그는 크고 작은 실패의 경험을 통해 ‘기업문화’와 ‘핵심가치’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재포스는 행복을 전달하는 생활방식을 구축하는 걸 목표로 삼았고 자유분방하지만 가족적인 문화를 추구한다. 재포스식 표현으로는 고객이 ‘와우’하고 놀랄 만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실제로 재포스의 브랜드와 문화를 소개하는 5장에 ‘와우’라는 단어가 30번 이상 등장한다) 그래서 그런지 재포스엔 다른 회사에 없는게 한둘이 아니다. 예를들어 재포스의 인트라넷에는 초기 화면에 무작위로 선택되어 뜨는 직원들의 사진을 보고 그 이름을 맞춰야 로그인할 수 있다. 기분전환으로 사장이 머리를 삭발하기도 하고(책 띠표지에 실린 토니 셰이도 삭발한 머리다) 직원들의 건의사항이나 불평불만을 ‘재포스 컬쳐북’이라는 책으로 가감없이 묶기도 한다. 무엇보다 고객 서비스를 강조하는 재포스의 경영원칙은 절대로 아웃소싱하지 않는 콜센터 운영에서 잘 드러난다. 인터넷 기업임에도 고객의 관심을 독점할 수 있는 전화 상담을 가장 중요시한다.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일정기간동안 무조건 콜센터에 배치하고 콜센터로 전화를 걸면 365일 24시간 사람이 응답한다. 고객 응대 매뉴얼이 따로 있지 않다. 미리 준비된 대본을 앵무새처럼 반복하지 않으며 자신의 최선의 판단에 기반해 상담한다. 절대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다른 상품을 권유하지 않고, 고객이 원하면 다른 용무까지 알아봐준다. (이쯤에서 우리 주위를 한편 살펴보자. 이런것 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고객응대 전화번호가 걸면 걸리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ARS에 녹음된 통화음과 씨름하며 1분 가까이 버튼을 누르다보면 제 아무리 부처님 같은 사람이라도 돌아앉아 버린다. 심지어는 회사 홈페이지에 전화번호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 볼래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아직도 있다. 정말이다) 한편, 다른 회사엔 있는데 재포스에 없는 것도 많다. 모든 상품은 배송비가 없다. 심지어 반품할 때에도 소비자가 배송비를 부담하지 않는다. 반품도 구입 후 365일 이내에만 하면 된다.

토니 셰이는 고객이 행복하기 위해선 직원이 행복해야 하고, 직원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좋은 기업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좋은 기업문화는 경영진이 직원을 존중하고 서로 소통하며 공통된 목표를 공유할 때 가능하다. 그는 회사내 중요한 이슈가 생기면 보도자료를 뿌리기 전에 전 직원에게 e-메일을 쏜다. 2009년 7월 아마존닷컴이 재포스를 인수하는 발표를 할 때에도 전 직원 약 1800명에게 그간의 협상과정, 합병 후 변화 등을 설명하는 e-메일을 보냈다. 이 책 311∼320쪽에 전문이 소개되어 있는데 직원을 존중하는 재포스의 기업문화를 단적으로 알게 해준다. 토니 셰이는 독립성과 기업문화를 인수조건으로 보장받아 아마존에 인수된 뒤에도 여전히 재포스를 이끌면서 직원과 고객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추진한다’ ‘열정적이고 결연한 태도로 임한다’ ‘성장과 배움을 추구한다’ 등 재포스가 내세우는 경영철학은 여느 기업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의 앞부분에 인용된 영화<매트릭스>의 대사 -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 처럼 그것을 실천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판이하게 나타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런 핵심가치를 신입사원 연수때나 한번 읊조리고 팽개치고 말 때 재포스는 이를 내면화하고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기업의 성공으로 이어지는지를 이 책은 생생하게 보여준다. 덕분에 재포스는 2009년에 <포천>지에서 매년 발표하는 ‘일하기 가장 좋은 기업 100’에 선정되었고, 2010년에는 여덟계단을 뛰어오르며 15위를 차지했다.

결국 행복한 기업이 돈을 벌게 되는게 자명하다. 갈수록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딜리버링 해피니스(Delivering Happiness)’가 중요해 질 것이고 나의 행복, 직원의 행복, 고객의 행복을 극대화한 기업이 성공할 것이다. 그런면에서 재포스는 미래 기업의 상징적인 모습이다. 미래기업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했던 사람에게는 정답지가 주어진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신은 읽지 않더라도 상사에게는 선물해야 하는 책”이라며 이 책을 추천했는데, 경영자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상사’라면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또 그동안 단조롭고 딱딱했던 경제・경영서에 식상했던 사람들은 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이 책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쾌한 엔돌핀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끝- (기획회의 297호 전문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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