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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평점 :
19세기 프랑스사회의 모든것을 소설을 통해 완벽하게 재현하려는 발자크의 인간희극 시리즈 중 2번째로 택한 고리오영감은 2013년 이후 재독이다. 그때는 발자크의 큰 그림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이번에는 뭔가 작가의 의도를 따라 읽어가니 좀더 흥미진진하고 ‘곱세크 ‘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여럿 등장해서 퍼즐을 맞추는 재미도 쏠쏠하다. 곱세크는 이 책에서도 냉혈 고리대금업자로 등장인물의 대화 속에 등장한다.
이 작품에서는 보케르부인의 하숙집의 인물들과 파리 사교계가 얽힌 잡다한 인간군상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더구나 하숙인들 중의 누구도, 한 사람이 떠들어대는 불행이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검증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들 모두는각자의 처지에서 비롯한 불신 섞인 무관심을 서로에게 품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고통을 덜어주기에는 자신들이 무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은 서로 괴로움을 얘기하며 이미 애도의술잔을 비웠다. 마치 늙은 부부들처럼,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나눌 게 없었다. 그들 사이에 남은 것이라고는 기계적 생활에관한 보고와 기름 치지 않은 톱니바퀴의 움직임뿐이었다. 그들은 길에 있는 맹인 앞을 곧장 지나쳤고 불쌍한 사람의 얘기를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이 들었다. 그들은 가난에 쪼들린 나머지가장 끔찍한 고통 앞에서도 냉정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런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죽음뿐이라고 생각했다.]
고리오영감과 함께 작품의 큰 축이되는 법률을 공부하는 가난한 학생 라스티냐크는 소개받은 친척 보세앙부인과 음험한 보트렝 등을 통해 진실한 마음은 숨기고 출세를 위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겠다는 결심을 한다.
「자! 라스티냐크 씨, 세상이란 이런 거예요. 세상을 알맞게다루세요. 당신은 출세하고 싶지요? 내가 돕겠어요. 여성들이얼마나 깊이 타락했으며, 남자들이 얼마나 볼썽사나운 허영심에 빠져 있는지를 헤아리게 될 거예요. 세상이라는 책은 열심히읽어보아도 알쏭달쏭한 페이지들이 있어요. 이제 나는 다 알고있어요. 당신이 냉철하게 계산하면 할수록, 당신은 앞으로 전진하는 법이지요. 사정없이 때리세요. 그러면 모두가 당신을 두려워할 거예요. 역에서마다 바꿔타고 내버리는 역마처럼, 남자와 여자를 그렇게 대하세요. 그러면 당신은 욕망의 꼭대기에 도달하게 될 거예요. 아실 테지만, 당신에게 관심 가진 여인이 아무도 없다면, 당신은 사교계에서 아무것도 아니지요. 당신에게는 젊고, 돈 많고, 우아한 여성이 필요해요.
그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았다. 부자들에게는 법이나도덕이 무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출세만이 이 세상에서 최후수단 임을 발견했다.
「보트랭 말이 옳구나, 출세만이 미덕이야!!
그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뇌브 생트 주느비에브에 도착한 그는, 마부에게 십 프랑을추려고 재빨리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이어서 그는메스꺼운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열여덟 명이 마치 외양간의 골 시렁 앞에 있는 짐승들처럼 한창 식사하고 있었다. 그는 이 비참한 광경과 식당 모습에 치가 떨렸다. 그는 이 너무도급격한 변화와 너무나 완벽한 대조를 보면서 지나친 야망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의 세상에서는 가장 우아한 사교계의 신선하고 매력적인인상과 경탄할 기교와 사치에 에워싸인, 젊고 발랄한 모습과시정이 넘쳐흐르는 정열적 얼굴들을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가장자리에 진흙이 묻은 흉칙한 그림과 정열이 뼈와살만 남겨놓은 얼굴만을 볼 수 있다.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자의분노가 어떤 것인가를 보세앙 부인한테서 배웠고, 그 배움이걸려들기 쉬운 제안들을 그는 자신의 기억에서 되살려냈다. 결국 그는 그 가르침 때문에 이 비참한 광경을 설명할 수 있었다.
레스토 백작부인의 아버지이자 뉘싱겐 자작부인의 아버지인 제분업자 고리오영감은 엄청난 부성애의 소유자이다.
그럴 수밖에 없을 거야. 나는 영감 머리를 만져보았지. 부성을 가리키는 두개골이 하나밖에 없는데도 영원한 부친을 가리키고 있어」비앙송이 라스티냐크에게 말했다.
라스티냐크는 어머니의 걱정어린 편지와함께 최소한의 품위 유지를 위해 가난한 본가에서 돈을 받고
[착한 으젠아, 어미 마음을 믿어다오. 부정한 방법으로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법이란다. 인내와 체념은 너 같은 처지의 청년들에게 미덕인 거야. 너를 꾸짖는 게 아니란다. 이 보조금을부치면서 우리의 어려움을 너에게 알릴 생각도 전혀 없단다. 아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선견지명 있는 어미의 얘기란 말이다. ]
[인생이란 지금까지 얘기한그대로야. 인생이란 부엌보다 더 아름답지 않으면서도 썩은 냄새는 더 나는 거라네. 인생의 맛있는 음식을 훔쳐 먹으려면 손을 더럽혀야 하네. 다만 손 씻을 줄만 알면 되지. 우리 세대의모든 윤리가 거기에 있네. 내가 이처럼 자네에게 세상 얘기 하는 것은 세상이 나에게 그럴 권리를 주었기 때문이야. 나는 세상을 알고 있네.]
보셍앙 부인이 완곡한 표현으로 설명한 것을 보트렝은 노골적으로 말한다
결국 보트랭은 탈옥범 불사신으로 드러나 파멸을 맞고 딸들이 준 충격을 죽어가는 고리오영감!
돈이 바로인생이라는 영감
애인 막심을 위해 고리대금업자 곱세크에게 집안의 가보인 다이아몬드목걸이를 저당잡힘으로써 파멸하는 첫째딸 레스토 백작부인 아나스타지와 으젠의 작업에 넘어가 사랑에빠진 둘째딸 뉘싱겐 자작부인 델핀.
나에게는 당신만이 전부죠. 내가 부유해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당신을 더욱 기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아버지보다도 당신을 더 사랑해요. 딸보다연인으로 남는 게 더 좋아요. 왜 그러느냐구요?
나도 모르겠어요. 나의 모든 생명은 당신에게 있어요. 아버지는 나에게 심장을 주셨지만 당신은 내 심장을 뛰게 했지요.
세상 전부가 나를 비난하더라도 그게 무슨 상관이죠! 어쩔 수없는 이 사랑 때문에 내가 죄를 저지를 때 당신은 나를 받아주시기만 하면 돼요. 나를 원망해서는 안 돼요. 당신은 나를 불효자식으로 생각하시겠지요? 오, 아니에요. 우리 아버지처럼 훌륭한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을 순 없는 노릇이지요.
마지막까지 딸에게 털털 털리는 아버지
내가 앓는 것을 알게 되면 딸들은 무도회에도 안 가고 나를간호하려고 할 테니 말이야. 내일 나지는 나를 제 자식처럼 키스할 거야. 그애가 애무해 주면 내 병이 나을 거야. 그러니 뭣땜에 병을 고치려고 약국에 천 프랑씩이나 주겠나? 차라리 내가앓고 있는 모든 병을 고쳐주는 내 나지에게 그 돈을 주어야지.적어도 나는 돈이 떨어진 딸애를 위로해 줘야 하네. 그래야만영속 연금을 팔아먹은 내 죄를 갚을 수 있지.
딸들은 돈만 필요했을뿐 무도회나 애인보다 아버지는 뒤전으로하고 임종까지도 아버지에게 오지않고 그들의 처사를 보며 으젠은 세상이 진흙탕의 바다라 생각하
영감은 지나치게 사랑하여 원하는 모든걸 해주며 버릇을 망친 자신을 탓한다. 우리 현대인들에게도 재산을 마지막까지 거머쥐고 자식에게 주지말라는 교훈까지 남기고
「부부싸움하고, 잠자고 있어서 못 올 거야. 나는 알고 있었어. 자식들이 어떠하다는 것을 알려면 죽어야겠군. 아! 여보게, 자네는 결혼하지 말게. 결코 자식을 낳지 말게! 자넨 자식들에게 생명을 주지만, 그애들은 자네에게 죽음을 줄 거야.
자네는 자식들을 사교계에 드나들게 하는데, 자식들은 자네를 그곳에서 몰아낼 거야. 그래, 안 올 거야. 그애들은 안 올거야! 나는 이 사실을 십 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 때때로 이러리라고 생각은 했지만, 감히 믿을 수가 없었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장례를 치를 라스티냐크는 성공을 향해 파리와 나의 대결이라는 말을 남기며 뉘싱겐 부인에게로 향한다.
예나지금이나 부모는 자식을 짝사랑하고 돈을 최고로 생각하는 사회 풍토가 변함이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