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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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에 상상을 더해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당신 인생의 이야기‘ 작품집이후 테드창의 두번째 소설집이다.
이번 작품집에서는 과거의 선택을 바꾸고 싶어하는 인간 욕구를 다르게 형상화한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과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 재미도 있으면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주었다.

영화 ‘테넷‘과 ‘인터스텔라‘의 과학 자문을 했던 킵손 교수의 북투어 강연에서 영감을 얻어 타임머신 이론상 접근한 첫 작품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에서 바그다드의 상인 압바스는 20년전 카이로에서 아내와 크게 싸운후 집을 떠났는데 며칠후 아내가 벽에 깔려 죽은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우연히 바그다드의 어느 연금술사의 상점에서 20년후의 미래로 가는 ‘세월의 문‘을 통해 시간여행을 할수 있음을 알게되어 운명을 바꿔보고자 하지만 아내를 살릴수는 없었고 아내의 진심을 알게되어 과거는 바꿀수없지만 과거의 잘못을 돌아볼 기회를 얻을수 있음을 알게된다.
그렇게 될수밖에 없었다는.

˝알라는 보답받을 사람에게 보답하고 벌을내릴 자에게 벌을 내립니다. 이 문을 이용하는 이용하지 않든 손님에대한 알라의 태도는 바뀌지 않습니다.˝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의 말을 이해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자신이 이미 경험한 불행을 피하는 일에 성공하더라도,다른 불행을 겪는 일을 피할 수는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그 무엇도 과거를 지울수 없다.
다만 회개와 속죄와 용서가 있을뿐이며 그것으로 충분하다.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을 반영한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에서는 평행 우주속 자기를 관찰할수 있도록 설정된 ‘프리즘‘을 통해 다른 선택을 한 평행자아의 삶을 볼수있고 그와 소통할 수 있다. 프리즘으로 부당 이득을 얻는 프리즘 판매자 냇과 모로의 이야기와 과거 자신의 잘못으로 잘못된 친구 비네사에 대한 가책을 느끼는 심리상담자 데이나의 이야기는 다르게 행동한 평행세계들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그 원인은 그들이 아님을 보여준다.

. 우리가 다른 평행세계들에 관해 알고 있는데,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이 가치가 있느냐 하는 문제 아니었나요? 저는 단연코,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누구도 성인군자가 아니에요. 하지만우리 모두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선한 일을 할 때마다, 당신은다음번에도 선한 일을 할 가능성이 많은 인물로 스스로를 만들어가고있는 겁니다. 그건 의미가 있는 일이지요.
게다가 당신은 이 세계에 있는 당신의 행동만 변화시키고 있는 게아닙니다. 미래에 분기할 당신의 모든 버전들에게도 그런 변화를 심어주고 있는 거예요. 더 나은 사람이 됨으로써, 당신은 미래에 분기될 더..
많은 평행세계에도 더 나은 버전의 당신들이 살고 있을 가능성을 보장하고 있는 겁니다.˝

예전에 일요일일요일밤에의 인기 프로였던 이휘재의 ‘인생극장‘과 프루스트의 ‘가지않은길‘이란 시가 떠오른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지금 나는 다른 길을 가고 있을까? 책장을 덮고 난 후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선택의 분기마다 나의 선택이 조금씩 나를 다른 방향을 이끌긴 했겠지만 나의 본성, 가정환경 등등 선택으로 그닥 바뀔수 없는 큰 가지를 따라 지금으로 오지 않았을까 싶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라는 키에르케고르의 화두. 우리는 자유를 가진 인간이기에 그에따른 선택과 결정은 현기증을 동반하는 두렵고 불안한 일이다. 이 또한 우리 삶의 일부인 것이다.
어떻게 살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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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01 17: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테드 창의 소설은 정말 발상이 너무 기발해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근데 문제는 어려워요. 무슨 말인지 모를 말들이 정말 너무 많아서 저는 <숨>을 사놓고도 읽기 위한 숨고르기를 아직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

bluebluesky 2021-08-01 19:20   좋아요 1 | URL
맞아요.
넘 어려워서 한장 넘기기가 힘들어 완독하는데 오래걸리더라구요.
당신 인생이야기랑 같이 재독 필요한 책이에요.

mini74 2021-08-01 17: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테드 창 좋아하는 작가~극한직업이란 영화에서 창식이가 테드 창으로 나와서 아이랑 빵 터졌던 기억이 나요 ㅎㅎ

bluebluesky 2021-08-01 19:22   좋아요 1 | URL
ㅋ 맞아요.오정세 역할
아마도 이병헌 감독님이 책 읽으신듯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 탐서주의자 표정훈, 그림 속 책을 탐하다
표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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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속 책을 보고 저자가 상상한 책에 얽힌 이야기와 그림의 콜라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293호 열차c칸을 보며 그녀가 읽는 책이 ‘위대한 개츠비‘가 아닐까 상상하고 또다른 피츠제럴드의 ‘밤은 부드러워라‘를 이야기하는 식으로 50점이 좀 못되는 그림을 보며 책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심심치 않지만 좀 억지스러운 설정들이 있음은 감안해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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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9 10: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그림 보면 피츠제럴드 단편선이 생각나는데(민음사에서 발행한 책의 표지더라구요) 그림에 있는 여인이 읽는 책이 피츠제럴드의 책일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 신기하네요 🙄

bluebluesky 2021-07-29 11:06   좋아요 3 | URL
저도 이 책 예전에 사두고 펴보지도 않았는데 지금 찾아보니 그렇네요.
ㅋ 저자도 아마 그책 읽어서 이 그림보고 책이 떠오른거 아닐까요?

바람돌이 2021-07-29 2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글들이 좀 굴곡이 있었어요. 어떤 글은 공감이 확되면서 좋고, 어떤 글은 좀 너무 심시하고, 또는 조금 억지스러운 면도 있었고... 그래도 그림속 인물들이 읽고 있는 책이 뭘까를 상상하는 에세이는 참 신선하죠? 문제는 저 책 속에 나오는 책들의 제목이 대부분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었다는데 좀 슬펐어요. ^^;;

bluebluesky 2021-07-30 11:09   좋아요 0 | URL
맞아요.딱 제맘이랑 같네요^^
아주 옛날 고전들을 넣어놔서 모르는거 많더라구요;;;
 
세상 저편으로 가는 문
캐리 호프 플레처 지음, 허형은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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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 스노는 죽음에 직면하여 평생 단 한번인 사랑을 경험했던 스물일곱살에 살던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안에 서있는 것을 발견한다.

<당신의 영혼은 너무 무거워서 이 문을 통과할 수 없어요.
세상의 무게는 이전 세상에 남겨두세요.
무게를 덜어내야 열쇠가 돌아가고,
당신이 열망하는 것을 가질 수 있어요.>

이비는 죽고나면 생전에 제일 좋아하던 장소인 자신만의 천국으로 온것.사후세계의 대기실. 감정과 기억을 먹고사는 벽에 이비와 이비가 찾으려는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를 주면 이동할 통로가 되어준다고.

그녀는 노래, 행동, 분실물 상자를 통해 세개의 비밀 열쇠를
얻어 벽너머 세사람을 만나 눌러둔 감정을 끄집어내고 마음을 열어 사람들을 용서하여 삶의 무게를 떼어내야만 통과할수 있는 자신의 집 문(천국의 문)을 수위 리프의 도움을 받아 통과한다.

 ˝그 사람이 잘생겼고 그게 마음에 들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어요. 그 사람이 아주 오랜만에, 어쩌면 제 평생 처음으로 저를 그냥 보는 게 아니라정말로 들여다본 사람이라서 승낙한 거였죠.˝

기차역에서 버스킹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빈센트와 잊지못할 짧은 사랑을 하고 평생 가슴에 묻는다.

당신을 따라간다면나를 잘못된 길로 인도할 건가요?
온 마음으로 당신을 믿어요나를 올바른 곳으로 데려가줄 거라고,그러니 내 손을 잡고 나를 이끌어줘요.
가장 어두운 나날을 헤쳐나갈 수 있게.
나를 따라오면당신도 괜찮을 거니까.

아들이 어디있건 이 노래가 찾아줄거라고 믿으며 부르는 이비는 아들의 꿈속에 자신의 사랑의 열쇠를 심고 딸과 빈센트의 꿈에도 나타나 결국은 이승에서 못이룬 사랑을 이룬듯 보인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걸 알면서도, 결혼하면서 심장을 묻어버린걸 알면서도 동생의 동성애를 지킨다는 명목하에 결혼하자는 그녀의 뜻에따라 (이것도 좀 억지스러운 설정) 결혼하고 평생 그녀를 지키고 사랑해준 짐에대한 예의는 끝까지 없다.
평생의 사랑이라며 죽어서까지 빈센트를 찾아 뜻을 이루는 이비의 이기심에 두손두발 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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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사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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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고 대책없고 게으른 아버지와 영주를 대신해 반찬걱정, 생활비걱정, 대출이자걱정 등 걱정을 안고사는 나는 장갑 공장에서 온종일 힘겹게 노동하고 가끔
외롭고 쓸쓸하게 흘러내리는 정서를 가진 아파트 13층 모서리 창문을 보고있으면 숨통이 트이는 삶을 살고 있다.
나의 삶에 항상 우산을 쓰고 광장에 나와서있는 창백한 우산씨가 들어온다.

엄마는 왜 집을 나갔을까
아빠의 생각처럼 안해줘서? 세번이나 거부당해서
내 생각처럼 도시락싸는게 힘들어서? 고등어 매일 먹을수 있게 해줄 사람 따라가서?

우산씨는 내일 엄마가 돌아올거라고 내일은 비가 올거라고 낮은목소리로 발음하면 내가 바라는 내일이 내가 상상하는 모습으로 찾아올것만 같았다

엄마가 있는곳을 제보받으면 똥차를 끌고 찾으러가는 아버지는 이제 말한다 .엄마가 돌아오면 보듬어줄거라고 잘왔다고 내가 잘못했다며
두달만에 비가내리고 비없이 우산을 들고다니던 우산씨의 날씨가 왔다.
다른 우산을 쓰면 멀어지고 같은 우산을 쓰면 비는 사람을 가깝게하지.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서는 나와 우산씨
밥먹을때도 장갑구멍을 메울때도 야유회가는 차안에서도 우산을 접지않아 구박받고
엄마의 손맛이 나는 우산씨의 도시락반찬.
우산씨의 정체는?

아버지와 영주가 동시에 우산씨를 쳐다봤다.
˝밥만, 많이, 드시지, 말고, 일 좀, 하십시오. 불쌍한, 해주씨만
부려먹지, 마시고요.˝
끝까지 궁금한 우산씨의 정체를 두고 한소리하는 아빠와 영주.
만남이 거듭되면서 우산씨와의 모든 만남이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된다.

˝놀면서, 청춘을, 보낸 사람은, 노느라, 낭비했다고, 말합니다.공부를, 열심히 했던, 사람은, 안 놀고, 공부만 해서, 낭비했다고,생각합니다.˝
그의 우산이 내 우산에 부딪혔다.
˝낭비란, 어떻게 살아도, 찾아옵니다. 열심히 살아도, 열심히 살지 않아도.˝
열심히 살았지만 원치 않은 삶이었다면 낭비란 말이 맞았다. 나는 낭비했다. 낭비해서 이번 생은 실패로 간주하자고, 내가 바라는 모든 걸 다음 생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인생은, 낭비하는, 겁니다. 다음 생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희망도 미래도 없다며 죽음을 닮은 노래만 하고 툴툴대며 영주.

작가는 우리에게 왜 살아야만 하는지 메세지를 건낸다.

별의 죽음 일억년전의 부고.우리는 그 소멸의 순간과 만난 선택받은 사람인것이다. 일억년이란 시간의 선택.그것은 먼지 한톳의 인생을 버텨낸 보람이자 계속 버텨야한다는 또다른 방식의 어둠의 조언이었다.
도서관에서 소설 첫페이지를 적는것이 휴식이자 여행인 나.
갑작스런 비와 간절해진 내 마음이 우산씨를 이끌어 그의 우산을 쓰고 그와 함께 걷는 빗속길은 여유롭고 한가롭기만하다


‘어떤 화가는 우산을 비밀스러운 하늘이라고 했대요.‘
고개 들어 우산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둥그런 돔과 그것의 모양을 견고하게 잡아주는 뼈대의 구조를 보고 있으니 우산이란 허공에 지어진 건축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표현입니다.˝
˝우산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데가 있잖아요.˝

우산은 상대방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어떤 걸 감춰줄 수 있고,보이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가려줄 수 있으며, 나아가 누군가를속일 수도 있고, 하기 어려웠던 말에 용기를 줄 수도 있다. 나는지금 그가 빌려준 우산으로 숨차는 심장을 감추며 걷고 있었다.

그러니 그의 우산이야말로 가장 비밀스러운 데가 있었다. 그의 우산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물건처럼 보이지만 그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우산을 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치는건 인생이 기다리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하지만 기다림이,알수없는 내일이 있어서 다시 또 살아내는거 아닐까?


그동안 눈여겨보지 못했던 장은진이란 작가의 발견으로 읽지않은 그녀의 다른 작품들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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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전하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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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들은 모두 낯설어서 그런지 신선한 주제와 필체가 이전 수상작품집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대상 수상작인 전하영의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에서는 연구소 계약직 사원인 내가 담배친구로 말을 트게된 이의 ˝스물한 살짜리를 유혹하는건 정말 쉬운 일이에요˝라는 말에 ˝어린 사람들이 사랑이 많죠. 거의 심장을 내놓고 다니는 수준이랄까˝라고 응수하면서 험버트험버트가 연상되고 잊고있던 장피에르를 떠올리며 전개된다.
대학시절 선망의 대상이었던 강사인 그가 어떻게 지식권력자로써 나의 친구인 미모의 여대생을 유린하고 반복적인 행태에도 그대로 주류사회에 안착했었는지 해부한다.
예술계를 필두로 미투가 한창 사회면을 달구었었다. 알면서 모르는척, 티내면 매장되던 낭만을 가장한 폭력들.
이제 그것들이 수면으로 올라와 이슈가 되고 가해자가 처벌을 받고 사회적 매장의 수순을 밟는 일도 허다해졌으니 세상은 살만해진건가?
나와 연수가 한 시절을 건너 어떤 기록자로 남을지는 의문으로 남지만 그녀들을 응원하게 된다.

그외 김혜진의 ‘목화맨션‘과 박서련의 ‘당신의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도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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