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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READ 히틀러 ㅣ How To Read 시리즈
닐 그레고어 지음, 안인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은 짧지만 포괄적이고 논리적인 완결성을 가진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과 [제2권]을 텍스트를 기본으로 그의 정치 철학을 분석한 것으로 이는 ‘생존 공간의 확보’와 ‘반유대주의’로 요약 될 수 있다.
‘생존 공간의 확보’ 개념은 다윈의 진화론에 기대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회를 생물, 자연계와 유사한 것으로 간주하여 사회를 유기체에 비유하여 ‘적자생존’, ‘자연도태’ 개념으로 유명한 허버트의 사회 진화론과 우수한 유전자는 보존하고 증진하는 반면, 열등한 유전자는 억제하고 제거하는 우생학에 이론적 근거를 두고 있다. 히틀러에게는 단일한 종족이 우수한 종족으로 위대한 독일 민족을 보존하기 위해서 외국인, 특히 유대인은 제거의 대상이었으며 정신병자, 장애인, 동성애자등은 우수한 독일 민족에 위협이 되는 열등한 유전자에 다름 아니었다. 이런 이론적 배경을 토대로 히틀러는 한정된 자원으로 종족의 생존을 위해서는 생존 공간, 즉 영토를 확장하는 전쟁이 불가피 하다고 판단했으며 이와 동시에 우수한 유전자만을 보호하고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를 제거함으로써 인구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전적으로 병든 후손의 금지 법안’ 과 같은 강제 불임과 안락사는 이에 대한 실제적인 사례들이다.
‘유대인’은 그에게 질병, 결핵, 기생충, 독과 같은 존재였다. 생물학적/의학적 비유와 원인에 생물학적/의학적인 결과는 필연적인 것으로 ‘처방전’ ‘해독제’라는 단어는 히틀러의 반인류적인 유대인 학살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열쇠다(P83). 그리고 히틀러는 유대인을 자신이 그토록 증오 했던 ‘금융 자본가 계층’, ‘언론인’,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자’와 동의어로 간주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역사 법칙을 종족의 싸움으로 여기고, 종족의 필요성에서 모든 정치적 문제를 판단한다. 다시 말해 라캉의 이론을 빌려오면 히틀러에게 ‘민족’ 또는 ‘종족’ 은 대타자 였고 20세기 중반 피와 폭력으로 점철된 유럽의 단초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풀리는 않는 의문점이 여전히 남는다.
우선, 그 시대 독일 국민들은 히틀러의 나치 정권을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지지하였고 그 후 2차 세계 대전과 온갖 반인류적 범죄들에 적극적인 동조 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방조 내지 묵인 했던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일반 독일 국민들이 정녕 유대인 학살과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을까?
다음으로 유대인 학살의 원인이 아직도 석연치가 않다. 저자의 분석에 완전 동감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왜 하필 유대인이었을까? 히틀러가 돈 많고 똑똑한 유대인에 대해 열등감이 있었을까? 아무리 우수한 독일 민족의 단일 종족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수백만의 특정 종족을 말살하려고 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그래서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녀의 [인간의 조건]을 읽고 머리가 멍해진 기억때문에 내 결심이 언제 실행으로 옮겨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언뜻 위험한 발언일 수도 있지만, 이런 역사적 고통을 경험 했던 유대인들이 현재 팔레스타인 민족에게
자행하고 있는 폭력과 억압을 정당화 하는 모습에 히틀러의 망령이 오버랩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이 책에서
인용 된 히틀러의 글을 인용함으로써 나의 리뷰를 끝내고자 한다.
유대인은 절대로 자기가 점거한 영토를 떠나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지금 있는 곳에 남아 있으며, 재빨리 정착하는
탓에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그들을 쫓아내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 중간 생략 – 그들이 어디에 나타나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주인 민족이 죽는 것이다. (P9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