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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READ 푸코 ㅣ How To Read 시리즈
요하나 옥살라 지음, 홍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가족들하고 3박 4일간 공룡엑스포, 여수엑스포, 그리고 도고 파라다이스 스파까지 강행군을 했더니 온몸이 쑤신다.
토요일에 도착해서 그 다음날 일요일 오후 5시까지 시체처럼 잤는데도 몸은 처지고 머리는 멍하다. 하지만 더 이상 책 읽는 것을 미룰수 없어 고른 책이 하필이면 ' How to Read 푸코' 였다.
난 푸코와 악연이 있는 게, 대학 시절 푸코와 들뢰즈가 주요 텍스트였던 전공 수업이 있었는 데 그들의 난해함에 백기를 들고 수업을 도중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난 그때 내가 역시 근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자조와 함께 역시 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뜬금 없는 자신감으로 나를 위로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서 처음 느낀 점은 그 때 이런 책이라도 있었다면 최소한 수업을 철회하는 짓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었다. 물론 이 짧은 책 한 권에 위대한 철학자와 예술가들의 사상을 모두 담을 수는 없겠지만 이 책들은 최소한 그들의 핵심 사상에 대한 개요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 무엇보다도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 그들의 원문 텍스트를 읽고 싶은 욕망을 불러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난 ‘푸코’ 편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원문 번역 텍스트들을 꼼꼼하게 챙겨 보고 싶다는 욕심이 나는 것만으로도 난 이 책에 만족한다.
푸코에게 철학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 들이는 관행, 믿음, 진리라는 것을 다른 관점에서 끊임없이 의심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비판적 실천에 다름 아니었다 (P13). 의심은 바로 새로이 생각하는 방법들을 탐구하는 것으로 이는 지성인의 역할 (P19) 이라고 푸코는 주장하였다. 푸코에게 제일 중요한 분석 개념은 ‘힘’, ‘지식’ ‘주체’ 들로 “주체는 지식의 자율적이며 투명한 근원이 아니다. 오히려 언제나 힘 관계들과 배제들을 섞어 넣는 사회적 실천들의 연계망 속에서 구성된 것이다 (p30)” 라는 관계를 설정하고 있다.
그의 사상을 비약이나 무리를 감수하고 단순 요약해 보자면, 주체 개념을 포함한 사물이나 현상에 불가피성, 불변성, 자연적 성격이란 항상 의심의 대상이며 이는 사회적 힘의 연계망의 산물인 지식을 역사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진리라고 믿어 왔던 보편적 실재들이 – 정신병자, 동성애자, 성, 범죄, 섹슈얼리티 – 사실은 가변적인 사회적 구성 요소 또는 산물에 불과 하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그의 사상을 더 이상 논하는 것은 나의 능력을 한 참 벗어나는 행위이다. 하지만 우연히 그를 다시 만나게 되면 오늘처럼 어색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 때는 서로 눈 인사 정도는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내가
못 알아 볼 확률이 매우 높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