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자책]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2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다자이 오사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자살’이다. 네이버로 검색한 결과 제일 먼저 네 번의 자살 미수,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시도와 성공이 언급되어 있는 걸 봐서도 그가 39세 짧은 인생 동안 자살에 병적으로 집착했음을 쉽게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는 왜 그렇게 자살에 집착해야만 했을까? 이에 대한 그의 답이 바로 소설 [인간실격]이다. 당연히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을 일인칭 주인공으로 하여 자신의 체험을 고백하는 사(私)소설을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소설 주인공 ‘오바 요조’와 작가 ‘다자이 오사무’ 를 구별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글에서 ‘그’는 요조이자 동시에 다자이 오사무 둘 모두를 지칭한다.
그는 인간 사회를 허세, 위선, 냉혹함, 자만심, 탐욕 비열함이 가득 차 있는 가식적인 세계로 혐오했다. 그래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인간에 대한 무지와 두려움을 타인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광대짓’ 이라는 과장된 수단에 의존해 왔고 청소년기 무렵부터는 공산주의, 술, 담배, 마약, 특히 여자와 같이 자기 파괴적인 중독에 빠져 들게 된다. 하지만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로부터 심한 상처를 받은 요조를 그나마 생존하게 해 준 것은 중독의
수단들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가 삶에 의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요조는 동거녀의 딸, 시케코가 무심코 던진 “나는 진짜 아빠를 갖고 싶어” (P91)라는 한 마디에 다시 한번 인간 관계의 난해함에 상처를 받게 되고, 마음먹고 결혼했던 아내 요시코가 외간 남자에게 겁탈 당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게 되는 충격으로 완전히 삶의 의욕을 상실하게 되어 끝내는 믿었던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속아 강제적으로 정신 병원에 입원하게 됨으로써 그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이 순간 그에게 인간으로서의 세계는 정지 되었으며 단지 작가로서의 세계만이 남게 된다. 왜냐하면 그는 인간으로 살았던 세계를 자신이 직접 기록으로 남겨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 나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 갑니다.
내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이른바 ‘인간’의 세계에 단 한 가지 진리라고 생각되는 건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간다.
나는 올해 스물일곱 살이 됩니다. 흰머리가 엄청 늘어서 사람들은 대개 마흔 넘은 나이로들 봅니다. (P135)
이 소설을 읽고 마음이 좀 뒤숭숭했다. 작가의 인간에 대한 시선과 철학에 공감이 가면서도 거부감이 드는 것이 느낌이 복잡했다. 특히 이 소설의 요조에서 요즘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좀 겁도 났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을 터 놓고 속마음을 말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난 것 같아 반갑기도 했다.
이 소설이 전후 일본 젊은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가 있었다고 하는 데 아마도 [인간 실격]이 ‘국가’ ‘민족’ ‘애국’이라는 미명하에 전쟁에서 희생되고 상처 받은 젊은 영혼들을 위로하고, 동시에 일본을 전쟁이라는 암흑 속으로 몰아 간 기성 세대들의 치부와 반감을 날 것 그대로 보여 줬기 때문이 아닌 가 추측 해 본다.
P. S. [인간실격]같이 수록 된 다른 작품들은 소품이라 생략한다. 사실 그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