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세계문학의 숲 3
토머스 드 퀸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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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전에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고 났기 때문에 토머스 드 퀸시의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제목이 너무 길어 앞으로 고백이라고 줄여 표기한다 - 을 주저 없이 골랐다. 평소처럼 알라딘에서 이 책, 저 책을 고르던 중에 우연히 보게 된 자신의 도덕적 타락이나 상처를 거리낌 없이 남들 앞에 드러내어, 시간의 흐름이나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너그러움이 그 보기 흉한 상처 위에 씌워 주었을지도 모르는 고상한 휘장을 벗겨버리는 라는 [고백]의 인용문은 [인간실격]을 읽고 나서 뒤숭숭했던 내 마음을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두 작품 모두 시대와 장소는 틀리지만, 이성보다는 감성, 합리성보다는 비합리성, 감각성보다는 관념성을 훨씬 강조하는 낭만주의 문학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므로 두 작품 모두 주관적, 개성적, 공상적, 신비적, 동경적, 과거적, 혁명적, 정열적, 전원적, 원초적 물론 네이버에서 인용한 것으로 이 단어들이 순전히 내 머리 속에서 나왔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을 거라 믿는다 인 상상과 경험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고백]보다는 [인간 실격]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이유는 간단하다.

 

[인간 실격]이 인간의 나약함으로 인한 자기 파괴 과정이 치열하고 진정성이 있는 반면 [고백]은 가식적이고 선정적이기 때문이다. [고백]마약에 대한 임상 보고서 같은 작품으로 저자가 이미 밝히고 있듯이 마약의 쾌락과 고통을 과감 없이 대중에게 알리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인 반면 자기 성찰적이고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작가의 아편쟁이들한테 뭔가 교훈을 주고자 한다는 목적도 주변의 반응을 의식한 것일 뿐 실제로는 의미 없는 아름답고, 몽환적이고, 이국적이고 화려한 문장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역자 해설에서 인용된 보들레르의 아편쟁이가 인류에게 실제적인 봉사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게 도대체 어쨌단 말인가. 그의 책이 아름답다, 그것만으로도 그에게 감사하지 하지 않을까 라는 의견에 공감이 가지 않는다. 아름답다면 상관 없다는 말에 공감이 가지 않는 바 아니 지만 이 책은 나에게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이 작품은 나에게 공부 좀 했다는 것을 티 내고 싶은, 남에게 자기 실력을 알리고 싶어 안달이 난, 다시 말해 지독한 자기애에 빠져 다른 사람의 관심을 노골적으로 욕망하는 아편쟁이의 가면을 쓴 지식인의 넋두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내가 '드 퀸시' 라면 이 소설을 쓰기 전에 먼저 '프로이트' 에게 정신 분석 상담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두 분의 연보를 찾아보니 드 퀸시가 사망하실 즈음에 프로이트가 탄생하셨고 한다.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P. S. 역자 후기에 의하면, 소설처럼 19세기 초반까지 약국에서 두통약 대용으로 마약을 판매 할 정도로 마약에 관대 했던 영국 사회 분위기가 갑자기 1830년 후반부터 마약을 죄악시 하면서 1868년에 약물법 제정으로 마약 복용은 금기가 되었다고 하니 참 재미있는 일이다. ? 라는 궁금증과 동시에 다음 책은 How to Read 푸코로 정했다. 이건 또 왜일까? 일단 읽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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