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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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기대를 갖고 읽었던 책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지루했고, 이유는 깊이에 맞지 않는 불필요한 책의 분량 이었다.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출생과 유산의 비밀을 둘러싼 주요 인물들 수전, 모드, 석스비 부인, 젠틀먼 간의 갈등과 음모에 관한 이아기에 700페이지의 분량은 좀 과하지 않았다 싶다. 마치 1시산 분량에 맞는 TV용 단막극을 2시간 극장용으로 편집하여 개봉한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반전이 있다고는 하지만 극적 효과는 미비하고 플롯 역시 음모, 배신이라는 소재에 맞지 않게 다중적이지 못하다. 단지 수전의 관점, 모드의 관점을 교차하면서 독자에게 사건의 진실에 대한 반전을 드러내는 놀라움을 줄 뿐이다.

 

 

예를 들어 1부 수전의 관점에서는 모드 릴리는 삼촌의 학대와 억압 속에서 자란 불쌍하고 순수하지만 세상 물정에 어수룩한 시골 아가씨에 불과하지만 2부 모드의 관점에서, 모드는 삼촌의 학대와 천대를 약자에 대한 경멸과 조롱으로 위로 받는 성격 장애가 있는 아가씨로 젠틀먼의 자유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수전을 희생양으로 이용하려는 음모에 가담하게 되는 인물로 그려진다. 물론 뒤에 가서 수전과 모드, 두 소녀 모두 석스비 부인과 젠틀먼의 교묘한 음모에 속은 것으로 밝혀 지지만 둘의 상이한 관점을 반전의 카드로 쓰기에는 너무 속보이는 손쉬운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너와 나의 다른 관점을 교차하여 전개하는 것이 극적 효과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중복적인 동어 반복으로 느껴졌고 필요 이상으로 책의 분량만을 늘어진 게 한 원인이었다 

 

 

특히 3부 석스비 집에서의 모든 인물들의 극적인 만남은 이 글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데 결과는 대단히 실망적이다. 젠틀먼의 죽음으로 끝나는 결론은 나의 기대에 한 참 미치지 못하는 안이한 장치였다. 이 장면에서 오히려 각 인물들에게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표현 할 수 있는 충분한 분량을 주면서 밀폐된 공간에서의 극적 긴장감을 높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 사건 뒤에 일어난 석스비 부인의 교수형과 모드와의 재회는 불필요한 사족에 불과했다.

 

 

난 애초부터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의 비루하고 암울한 거리데 대한 정확한 묘사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고로 자세하고 친절한 공간에 대한 묘사는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물론 [열린책들]의 그 유명한(?) 조밀한 인쇄 편집이 큰 몫 했지만 말이다. 작가가 훌륭한 이야기꾼임은 틀림 없지만 본인의 방대한 자료에 대한 애정이 너무 과한 나머지 군더더기를 선별하여 버리는데 너무 인색하지 않았나 싶다.

 

 

감히 말하자면 핑거스미스는 장황하고 지루한 700페이지 통속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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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을 기다리며 필립 K. 딕 걸작선 9
필립 K. 딕 지음, 김상훈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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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을 한다면 내가 10년뒤의 또 다른 내가 같은 시간, 공간에서 만날 수 있을까?

물론 JJ-180이 있으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10년 뒤의 내가 10년전 나를 보고 전혀 놀라지 않을 수 있다니...

소설속에서도 언급 되고 있지만 이는 단시 마약에 의한 환각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종국에는 실제적인 시간 여행에 의한

현실(?)인 것이다.

 

주인공 에릭이 느낀 것처럼 과거와 미래의 내가 동시에 만나느 것은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닐 것 같다. 특히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조롱하듯이 쳐다보는 것은 정말 굴욕적이고 역겨운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거기다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아내 캐시와의 악연은 소설에서는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끝나는 해피 엔딩이지만 나였다면 레이지 브라운 도그 수레의 강한 삶에 대한 의지와 상관없이 독약을 삼켰을 것이다.

 

소설은 흥미롭지만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잘만 다듬으면 SF 시나리오로 손색이 없겠지만 문학적 텍스트 관점에서는 정치적 욕망과 사랑의 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을 기다리며]라는 제목은 인상적이지만 주인공 에릭이 JJ-180으로 미래 여행에서 지구의 암담한 현실과 자신의 비참한 결혼생활을 보면서 간절히 이를 수정할 수 있는 과거로의 회귀를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 되지만, 소설에서 주인공 에릭에게 원하는 시점으로 미래로의 여행이나 과거로의 회귀는 불가능해 보인다. 사실 이것이 인생의 진실이고 작가의 부질없는 바램일 것이다.

 

P.S. 사실 난 이 소설을 재미나게 읽었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음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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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벤구르 을유세계문학전집 57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지음, 윤영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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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데체 이 책의 평점이 높은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이 책을 중간 이상 읽고 나서 누나 집에 방치한 내 잘못이 크지만 한달 만에 다시 잡은 [체벤구르]는 두서없고 지루하기만 했다. 뭐 딱히 느낌도 없고 할 말이 없을 정도다. 6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장편에 담기에는 이야기 구조도 빈약하고 인물들도 입체적이지 못하고 전형성에 매몰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이런 비슷한 장르의 책으로 [양철북]이 떠오르는데 문학적 성취 수준은 [체벤구르]와 천지 차이다. [양철북]은 [체벤구르]가 범접하지 못하는 신랄한 풍자성과 자유자재의 필치의 비유와 은유의 다의성으로 가득차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스탈린 시대에 금서였다고 했는 데, 그 당시가 소비에트 독재의 최절정기였음을 감안할 때 이해 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이러한 지루한 책을 - 소수의 반체제 지식인들 정도를 제회하면 - 과연 몇 사람이나 끝까지 읽을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괜한 기우가 아니었나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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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 - 자본주의라는 이름의 히드라 이야기
페르낭 브로델 지음, 김홍식 옮김 / 갈라파고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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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은 페르낭 브로텔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를 주제로 한 미국 대학에서의 강연을 정리하여 출판한 것이라고 한다

 총 6권으로 구성된 대작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를 읽지 못했기 때문에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역자에 의하면 역사학자 브로델의 방대한 역자석 자료에 묻혀 오히며 작가의 주장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좋은 해설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감히 이 책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이 책은 15~18세기 산업 혁명 이전 유럽의 물질문명, 시장경게, 자본주의를 분석하고 있다. 그러므로 당현히 브로델의 이론은 산업혁명 이후의 마르크스의 생산자와 노동자 관계중심의 자본주의와는 다르다. 브로델의 이론은 시대적 상황과 산물로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중간역할을 담당했던 상인들, 특히 원거리 무역으로 부를 독점하면서 자본을 축적한 거대 상인들을 자본주의의 중심부, 곧 상층구조로 파악하고 있다.

 

둘째, 브로델의 '삼층집 모델'은 계층적 경제 모델로 최하층에 물질생활을, 중간부에 시장경제 (아마도 경제생활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를, 최상위층에 자본주의를 위치하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가 15~18세기 유렵 경제 전체와 사회적 관게 전체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리적 공간 단위를 기초로 하는 경제계에서도 자본주의는 거상/상인 중심의 중심부, 노동과 자원을 제공했던 주변부, 그리고 중심부와 주변부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중간부의 불평등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경제 구조인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경제가 경쟁에 기반한 경제 구조 및 쳬계인 반면 자본주의는 불평등의 결과이자 동시에 변화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반시장적이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브로델이 제시하는 개념들은 사실 정의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그들간의 경계 자체가 중복적으로 보인다. 물론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경제적, 철학적 논리에 의거한 정교한 이론으로, 브두델의 책 - 물론 6권짜리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 을 방대한 역자적 실증적 자료에 기댄 역사서로 본다면 이런 단점은 충분히 예견된 것으로 학문적 흠이랄 것도 없다.

 

결론은 이 책은 나의 뜬끔없는 선택이었고 내용 역시 뭐 그닥 인상적이거나 기억에 남을 정도는 아니었다.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만약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를 읽었다면 뭔가 신선한 지적 충만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약본 같은 이 책을 읽고 나서 전체 총서를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걸 보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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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민음 경장편 4
황정은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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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비루하고 녹록치 않은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디어 라이프]와 다른 점은 [백의 그림자]는 인간, 특히 사회에서 부당하게 차별받고 고통받는 패배자 - 사회적 편견이나 관점에서 - 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디어 라이프]가

다소 신기잡변적인 일상생활에서의 보편적인 인간의 삶을 그렸다면 [백의 그림자]는 사회 약자층의 불행의 단독성 - 작품 해설의 신형철 평론가의 말을 그대로 인용한다 - 을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따뜻하게 군더더기 없이 보여준다.

 

이 소설의 등장 인물들은 자신의 그림자가 자연의 법칙에서 벗어나 이상 행동을 보일 때마다 극심한 고통과 불행을 경험한다. 그림자의 이상 행동 - 행동이라는 단어가 부적절할 수 있지만 소설에서 그림자는 수동적인 대상이나 현상이 아닌 주체적인 자아 또는 사건의 원인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이 단어를 사용한다. - 은 어둠의 그림자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사회에서 부당하게 대우받고 이유없이 주류에서 밀려나는 주변인들은 좌절하지 않고 끈질지게 살아 남아 우리도 당연히 행복하게 살아갈 이유가 있다고 조용히, 하지만 당당히 외친다.

 

화장실 대야에서 죽어가는 민물고기들, 현관 계단에서 죽어가는 매미 한마리... 그러나 죽지 않았다" (P84)

 

청계천 세운상가, 소설속의 시내 전자상가에 대한 묘사는 어렴풋한 나의 청소년기 - 아마 내가 중학교때 86~88년이 그곳의 전성기가 아닌가 싶다 - 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나는 그저 발정난 수컷으로 그곳을 찾았던 기억밖에 없다. 지금 그곳은 어떻게 변했는지도 전혀 상상이 안간다. 시내에 나가 본지도 지나가는 버스 창문밖으로 보았던 경우를 제외하면  5~6년은 더 된것 같다. 무관심도 일상화 되면 무지고 병이다. 주위 변화에 전혀 관심이 없으니 작가와 같은 미적 해석이라든지 문학적 상상력은 애초에 언감생심이다.

 

다 떠나서 우리 작가의 말처럼 무재와 은교가 밤길에 누군가 만나기를 소망하고 응원하자. 그리고 그림자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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