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민음 경장편 4
황정은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다시 한번 비루하고 녹록치 않은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디어 라이프]와 다른 점은 [백의 그림자]는 인간, 특히 사회에서 부당하게 차별받고 고통받는 패배자 - 사회적 편견이나 관점에서 - 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다. [디어 라이프]가

다소 신기잡변적인 일상생활에서의 보편적인 인간의 삶을 그렸다면 [백의 그림자]는 사회 약자층의 불행의 단독성 - 작품 해설의 신형철 평론가의 말을 그대로 인용한다 - 을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따뜻하게 군더더기 없이 보여준다.

 

이 소설의 등장 인물들은 자신의 그림자가 자연의 법칙에서 벗어나 이상 행동을 보일 때마다 극심한 고통과 불행을 경험한다. 그림자의 이상 행동 - 행동이라는 단어가 부적절할 수 있지만 소설에서 그림자는 수동적인 대상이나 현상이 아닌 주체적인 자아 또는 사건의 원인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이 단어를 사용한다. - 은 어둠의 그림자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사회에서 부당하게 대우받고 이유없이 주류에서 밀려나는 주변인들은 좌절하지 않고 끈질지게 살아 남아 우리도 당연히 행복하게 살아갈 이유가 있다고 조용히, 하지만 당당히 외친다.

 

화장실 대야에서 죽어가는 민물고기들, 현관 계단에서 죽어가는 매미 한마리... 그러나 죽지 않았다" (P84)

 

청계천 세운상가, 소설속의 시내 전자상가에 대한 묘사는 어렴풋한 나의 청소년기 - 아마 내가 중학교때 86~88년이 그곳의 전성기가 아닌가 싶다 - 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나는 그저 발정난 수컷으로 그곳을 찾았던 기억밖에 없다. 지금 그곳은 어떻게 변했는지도 전혀 상상이 안간다. 시내에 나가 본지도 지나가는 버스 창문밖으로 보았던 경우를 제외하면  5~6년은 더 된것 같다. 무관심도 일상화 되면 무지고 병이다. 주위 변화에 전혀 관심이 없으니 작가와 같은 미적 해석이라든지 문학적 상상력은 애초에 언감생심이다.

 

다 떠나서 우리 작가의 말처럼 무재와 은교가 밤길에 누군가 만나기를 소망하고 응원하자. 그리고 그림자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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