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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행복한 가족들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김경주.김정하 옮김 / 뿔(웅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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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불완전한 번역은 나의 이해력이 떨어져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작품 해설도, 작가 연보도 없는 성의없는 편집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카를로스 푸엔테스와의 첫 만남이 아무런 감동없이 끝나버리니 허탈감을 넘어서 작가에게 미안함이 들 정도이다.

이렇게 성의없이 책을 낼 거라면 다른 책임감(?)있는 출판사한테 판권을 양보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솔직히 실망스러운 첫 인상이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작용해서 그런지 각 단편들중 기억에 남는 작품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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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짐승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9
모니카 마론 지음, 김미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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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양귀자 작가의 [원미동 사람들]에서 리뷰에서 밝혔듯이 소설의 좋음과 나쁨을 평가하는 나의 기준은 스토리 텔링이다. 우선은 소설의 이야기 자체가 소위 말해 '깜냥이 되야지' 진부하거나 아니면 그것도 부족해 억지스러운 설정에 인간의 감정과 의식만을 과잉되게 표현하는 것은 기교의 잉여이며 활자의 낭비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린(?) 시절에는 인간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자의식을 현미경으로 들어 보듯이 끝임없이 관찰, 탐구하여 기어이 인간 내면의 밑 바닥이 보이도록 철저하게 파헤치는 소설들에 푹 빠지곤 했지만 지금은 과잉된 의식의 흐름을 쫓아 가기에는 숨이 차는 나의 노쇠한 심장과 밑도 끝도 없이 넘쳐나는 활자들의 홍수에 진물이 나는, 나의 노안이 먼저 걱정될 뿐이다.

 

 

나 역시 사랑이라는 단어에 설레이고, 분노하고, 후회하던 시절이 왜 없지 않았겠느냐? 그때는 소설 [슬픈 짐승]처럼 "그대를 차지하거나 아니면 죽는것' 이 인생의 전부이자 진리라고 떠들고 마셔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답은 자명하다. 지금의 나에게 [슬픈 짐승]은 주인공과 프란츠의 진부한 사랑 - 솔직히 사랑인지, 집착인지, 아니면 질병인지 헷갈리지만 - 타령일 뿐이다. 물론 사랑은 집착이며 질병임에 틀럼 없다. 하지만 우리가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느끼기에는 이 소설의 스토리 텔링은 점수를 후하게 준다해도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15세 이상 시청 가능 수준이다. 활자의 낭비이며 감정의 과잉이다. 다시 말하지만 단단한 스토리 텔링의 토대 없이 상처 받을 수 밖에 없는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드는 여자의 내면 세계의 집요한 탐색은 지루하다 못해 떄로는 한심 스럽기까지 하다. 초반부에 전후 독일 사회를 한마디로 악의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죄의식 없는 아버지- 바로 남근/남성 -  세대를 부정하고 비판하는 작가의 시원한 도발에 살짝 기대감과 흥분된 기분을 가졌지만 곧 끝없이 반복되는 사랑 타령에 모든 기대와 흥분은 기억의 저편으로 증발되 버렸다.   

 

소설에서 군데군데 번득이는 불꽃같은, 때로는 숨을 참고, 때로는 깊은 탄식과 한숨을 짓게하는 문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다른 이들과 같이 하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인 문장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사랑의 열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나의 '늙음'이 아쉽고 슬프지만 세월은 어찌 할 수 없는 일이니 자책할 일은 아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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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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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동 사람들] 나에게는 참 특별한 책이다.

 

 

뭐 남들이 보기에는 매년 반복되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해 였겠지만 지루했던 재수 끝에 대학생 새내기로 시작했던 1992년은 치기 어린 승자의 흥분과 자기 도취로 점철된 순간 으로 기억된다. 그러다 갑자기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특별한 동기 같은 것은 없었던 것 같은데 하여튼 전공 수업도 빼먹으면서까지 소설 위주로 책을 읽었는데 나의 기준은 이상 문학상 작품집을 무조건 산 다음에 여러 단편 소설 중 나와 맞는 작품을 만나면 그 작가의 모든 책을 읽어 내는 좀 무식한 독서 방법이었다. 1992년 양귀자 작가의 숨은 꽃 - 솔직히 지금에 와서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을 읽고 나서 그 작가의 작품 중에서 처음 고른 소설이 [원미동 사람들]이었다. 

 

 

친구들의 술먹자는 유혹도 마다하고 하루만에 단숨에 읽어 버린 책이니 긴 설명이 필요 없는 내 생에 최고로 뽑는 책들중의 하나였다. 우리 사회의 평범한 소시민들의 단상을 부천시 원미동이라는 특정한 공간에 압축해서 옮겨 놓은 작가의 과하지도 모자름도 없는 딱 그만큼의 글솜씨에 매료되었던 순간 이었다. 이 소설의 최대 장점은 강력한 스토리 텔링의 힘이다. 이 단편들의 이야기와 인물의 내용적, 형식적 완성도는 압도적이다. 솔직히 요즘 소설들은 인간 내부의 의식과 감정으로만 천착하는 경향이 있어 이야기 자체의 힘이 떨어지는 심각한 단점을 숨길 수 없는 데 반해, [원미동 사람들]에 수록 된 각 단편들은 재미와 감동 모두를 두루 갖춘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진만이 아버지를 통해 실직자의 소외와 빈곤 문제를 다룬 [불씨], 원미동 토박이 농부 강만성 노인을 통해 급격한 도시화의 물결로 토지의 자본화로 인한 토착민과 이주민의 갈등을 다룬 [마지막 땅], 자본주의라는 잔인함과 천박함에 매몰되어 짐승이 되어가는 세상에 희생되는 소시민을 다룬 [한 마리의 나그네 쥐], 형제슈퍼와 김포슈퍼의 제살깍기 경쟁을 통해 도시 주변부의 부족한 재화/자원을 둘러싼 고달픈 생존 경쟁에서 무색해지는 소시민들의 공동체 의식과 날것 그대로의 탐욕과 이기심을 다룬  [일용할 양식]여기서 모든 작품을 거론 할 수는 없지만 모든 단편들은 인간 삶의 슬픔과 고통, 하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할 수 없는 우리 보통사람들의 초라하지만, 그래도 단단한 자화상이니 한 작품도 빠짐 없이 꼭 읽어 보길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1980년대 서울특별시민이 되지 못한 주변부 보통 소시민들 삶의 고달픔과 슬픔은 지금 2015년에도 변함없는 현재형이기 때문이다. 양귀자 작가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이나 대안에는 관심도 재주도 없는 작가이지만 작가의 고통받는 인간에 대한 예의와 연민은 따뜻하고 고맙다.  

 

 

[중간생략] 나는 온몸으로 노래를 들었고 여가수는 한순간도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발밑으로, 땅 밑으로, 저 깊은 지하의 어딘가로 불꽃을 튕기는 전류가 자꾸 쏟아져내리는 것 같았다. 질퍽하게 취하여 흔들거리고 있는 테이블의 취객들을 나는 눈물 어린 시선으로 어루만졌다. 그들에게도 잊어버려야 할 시간들이, 한줄기 바람처럼 살고 싶은 순간들이 있을 것이었다. 어디 큰 오빠뿐이겠는가 나는 다시 한번 목에 메었다.

                                                                                                                       [한계령], p362   

 

 

사실 [나는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제목이 정확한지도 잘 모르겠지만 - 보고 나서 나는 양귀자 작가와 이별했다. 왜 작가가 그런 작품을 쓰게 되었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내가 알고 있는 작가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범작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졸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년이 넘어 다시 만난 [원미동 사람들]은 다시 한번 양귀자 작가에 대한 나의 첫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양귀자 작가는 20세기 단편 소설의 거장이다. 작가가 21세기에도 다시 한번 '양귀자표'  [원미동 사람들]을 써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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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교때 제일 좋아했던 책이다. 설레임과 함께 그때의 감동에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건 아닌지 걱정도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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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자들의 집 열린책들 세계문학 168
기예르모 로살레스 지음, 최유정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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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르모 로살레스...

 

저자 경력을 보고 나서는 소설 [표류자들의 집]에 별하나를 추가했지만... 소설로만 보자면 보딩룸 이라는 루저들의 인생의 마지막 종착역에 대한 보고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최대한 감정을 배제한 체 객관적이고 냉소적인 관점에서 써 내려간 소설은 나에게 가독성이라는 즐거움을 주었지만 총체적 - "나는 정치적 망명자가 아니다. 총체적 망명자다" 의 "총체적" 과 같은 의미에서 - 소설로 보기에는 구성과 내용이 빈약하고 무딘 소설이었다.

 

나는 이 소설에서 타인의 어떤 고통도, 슬픔도, 분노에도 공감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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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2019-05-09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쿠바 역사를 좀 알고, 여행도 한번 다녀와보니 아주 잘 공감이 되었어요. 문화적 이질감 때문이겠죠. 우리 육체의 한계로 인해 우리가 감응할 수 있는 세계는 항상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