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기행 2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동양기행 1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지금 창밖은 어둠속으로 비가 멈추지 않고 내리고 있다. 그 비는 환영처럼 희미하게 떠오르는 건물의 지붕 위로 내리고, 회색빛 포도를 서서히 적시기도 하며, 거리를 바삐 혹은 한가로이 걷는 행인들의 머리위에도 희미하게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눅눅하고 습한 오래된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북쪽으로부터 내려오는 시원의 차가운 공기가 이 도시를 서서히 덮쳐오고 있다. 곧 깊고 어두운 겨울의 바람이 이 도시를 가득 채울 것이다.

지난 일주일동안 후지와라 산야의 눈과 발걸음과 손짓이 되어 그와 함께 여행을 했다. 저어기 서아시아 끝의 이스탄불에서 극동의 한반도와 일본까지. 겨울해협으로 시작한 우리의 여행은 양의 창자로 요리한 수프를 먹던 앙카라를 지나서 정부의 고위관리까지 지낸 핫산이 젤린이란 이름의 여자가 되더니 어느새 나비가 되어 흔적도 없이 날아가버린 그 바다 지중해에 닿는다. 도대체 왜 핫산은 젤린이 된 것일까. 그는 행복했을까. 삶이란 정녕 모호한 부호같다. 결코 누구도 풀지 못하는 비밀처럼. 창밖어둠처럼 어느새 다가와 버린 삶의 종착역. 우리는 그저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는 것일 뿐인가. 흑해는 다행히도 그 이름에 걸맞게 검은 빛깔의 바다였다. 흑해의 바다는 무겁고 차가왔다. 겨울 흑해 위를 떠도는 새의 무리를 세는 것은 인간의 생사를 세는 것만큼 어렵다. 하늘을 덮는 신천옹(알바트로스)의 날개짓을 보면서 인간의 고고함 따위는 더 이상 의미가 없음을 깨닫는다.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의 국경이 맞닿는 곳에는 낯선 바람이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그러한 그곳에는 토지의 자유와 황폐함이 공존한다. 동양의 재즈가 들리는 도시 캘커타, 개인의 인격은 나와 다른 개인의 인격과 대면했을 때 비로소 뭔가를 느끼고 행동하게 된다. 격정적인 비가 캘커타의 거리를 휩쓸고 지나가면 이내 뜨거운 태양이 거리를 달군다. 공기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후지와라는 거쳐 지나가는 도시의 사람들과 동일화되어 그 시간을 살아낸다. 도시인들은 그가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가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그것은 그가 유일하게 그 사람들과 구분해주는 카메라를 오른손이 아닌 왼손에 항상 쥐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행위의 주체가 되는 오른손에 늘 더 많은 관심을 주기 때문에 왼손에 있는 카메라를 보지 못한 채 그를 받아들인다

 

동양기행 2





티벳의 탈속한 땅 위에서 천칭을 들고 있는 투명한 신을 만난다. 그 신이 지금도 행운과 불운의 돌을 가지고 우리네 삶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혀의 혁명을 경험하게 한 그 불현듯이 나타난 하얀 사원은 여전히 서늘한 낫같은 초승달을 머리에 이고 있는지. 여전히 미혹에 휘둘리는 나의 마흔은 언제나 그 한계를 넘고서 평안을 찾을 수 있을까. 버마에서는 황금빛 최면술에 걸려 내가 태어난 별(토성)로의 여행은 편안한 휴식이 되어주었다. 치앙마이에서 만난 산골의 부드럽고 연한 분홍색 꽃을 후지와라는 잘 모르나보다. 세상에나!!! 한반도의 국화 무궁화를 모르다니..후지와라는 자살이란 타인보다 자기를 더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 행위라고 한다. 그럼 나는 그렇게나 이타적인 사람이었던가. 역시 상하이는 다르다. 이곳에서는 후지와라도 그 정체를 들키고 만다. 묵묵히 걷는 무표정한 상하이의 사람들은 눈빛만은 매서워서 금세 그의 발길을 족쇄로 채운다. 보름달이 뜬 바다의 둥근 돼지이야기와 함께 홍콩인들은 두 발 달린 것(아버지, 어머니)과 네 발 달린 것(의자와 책상)을 제외한 모든 것을 먹는 사람들이다.

다시 함박눈이 내린다. 시베리아 한랭기단에 뒤덮인 1980년대 서울의 청량리 거리에도 소리없이 나그네의 발그림자에 치이는 눈이 내린다. 그 거리에서 후지와라는 화내는 듯 우는 목소리,부조리에 대한 원통함과 쓰라림, 가시를 지닌 잡초같은 노래, 판소리를 듣는다.

또한 그 당시 서울에서 후지와라와 함께 본 것은 김이다. 무럭무럭 고단한 일상에도 불구하고 따스하고도 소박한 미래를 꿈꾸게 하던 김은 우리의 거리가 잃은 것 중의 하나다. 여전히 바람에 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이 여행의 종착지인 일본의 기이지방에서 후지와라는 목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서울의 판소리이기도 하고, 치앙마이의 창녀가 부르는 벼베기 타령이 되기도 했다가, 이스탄불의 나이트클럽에서 집시의 비애를 불렀던 남창의 목소리가 되기도 한다. 그와 함께 한 여행은 그러나 여행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 그에 따른 방랑, 곧 긴 시간으로 이어진 우리의 삶 자체를 살아낸 시간이었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선.

후지와라는 지금까지 알아온 여행기와는 사뭇 다른 여행기를 보여준다.

그의 여행기에는 우리가 외국을 여행할 때 꼭 가야만 하는 유명관광지라든가, 성지순례나 먹거리 중심의 테마가 있는 여행이라든가 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의 발길은 불특정 다수의 행인들, 거리의 사람들, 더 구체적으로는 거리의 여자, 음지에 사는 사람들, 사회로부터 소외된 자, 아니면 그들이 사회를 소외시킨 자들의 삶을 찾아 다닌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그 사람들이 먹는 음식, 쉬는 공간, 그 사람들의 배경이 되어주는, 그 사람들과 호흡하는 자연을 그리고 있다. 몽환적으로, 음울하게, 아련하게, 그러나 너무도 생생하게, 사실적으로, 선명한 날것의 사진으로 말이다.

후지와라는 비록 중도에 그만두었지만, 그림을 공부한 사람답게 무척이나 회화적인 시선을 보여준다. 자신의 감정은 전혀 드러내지 않은 채, 오로지 카메라 앵글로만 우리에게 말해준다. 그는 말한다. 그는 단지 '길을 걷는 자'였으며, 그 길에서 마주친 것들을 '보고하는 자'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가 단순히 걸었다고 말한 그 길이 바로 삶의 한가운데였으며, 곧 그 길이 삶을 관통하는 사상의 길이였음을. 창밖으로 문득 시선을 주니 여전히 어둠속으로 비는 내리고 있다. 




아시아 대륙은 인도를 경계로 동과 서로 나눠지고, 그 같은 나눔에 따라 원질마저도 절반으로 나눠지는 건 아닐까.

서아시아의 광물적 세계 - 이슬람세계

동아시아의 식물적 세계 = 힌두, 불교세계

광물을 사람을 죽이고, 식물은 사람을 기른다.

광물은 인간을 강경하게 만들고, 식물은 인간을 부드럽게 만든다

광물은 신비를 배제하고, 식물은 신비를 가꾼다.

광물은 혼돈을 허용하지 않고, 식물은 혼돈을 허용한다.

적대적인 정신과 관용의 정신

일신교와 다신교

우상의 배척과 우상의 숭배

태음력과 태양력(동양기행 1권 2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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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경제학자
최병서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올 초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문화예술계통에서 일하는 후배의 전화였다.

다짜고짜로 그 후배는 자기가 3년 전에 사 놓았던 그림을 당초구입가격의 5배의 가격으로 경매시장에서 팔아 짭짤한 재미를 봤다는 자랑질이었다.

마침 펀드도 해약했던 차, 약간의 목돈이 있었던 나는 금새 솔깃하여 그림 하나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마침맞게 새집으로 이사하여 거실에 걸어둘 그림도 필요했던 차, 고상하게 그림감상도 하면서 몇 년이 지나면 그 그림이 화수분이 되어준다니 마음이 확 쏠리지 않을 수 가 없었다. 그러나 열심히 후배가 추천한 여러 신진작가중에서 내 취향과 장래성을 고려한 그림을 고르다가 막상 그림가격을 듣고는 내 계획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몇 년을 묵힐 정도로 투자하기에는(더구나 확실하지도 않은) 내가 가지고 있던 금액이 부족했던 것이다. 고상한 사치와 로또같은 그림에 대한 나의 꿈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고 부서져도 아쉽지 않은 철제장식물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림에 대한 것은 보통사람들이 갖는 관심정도는 지속적으로 지녀 왔다. 책꽂이에 꽂기도 불편한 크기의 화집 셋트도 가지고 있고, 천경자, 노은님, 고흐, 모네 등의 책도 읽어봤고, 가끔 외국화가들의 전시회가 열리면 굳이 시간을 내어 서울로 상경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문화적 대중의 흐름이 문자의 시대를 넘어서 비주얼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에 책의 콘셉트 역시 읽는 것보다 보는 것에 중점을 두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번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또한 이런 관점에서 시도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사를 움직인 것은 보이지 않는 경제의 힘이었다!

 - 명화 속 경제법칙을 이야기 한

   어느 경제학자의 명화 완 전 정복기

 

예술은 곧 비즈니스이고, 비즈니스는 곧 예술이다

 

- 앤디 워홀 


 

이 책을 가장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주는 띠지에 있는 문구다.

 

이 문구를 처음 봤을 때, 갖게 된 느낌은 올 초에 그림을 사고자 했었던 나의 관점과 비슷한 관점에

 

서 쓰여진 책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읽고 보니 미술사의 흐름과 그 흐름을 대표할 만

 

한 그림과 작가에 대한 얘기, 그리고 그림의 특징과 그림에 나타난 사조적 흐름을 경제적 용어로 풀

 

이하여 이해를 도운 책이었다. .

 

쉽게 얘기하자면, 그 장르는 다르지만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에서처럼 축구와 연애의 원리를

 

교차적으로 나열하면서 이야기를 끌어가듯이 이 책은 경제학자 P씨가 세계 여러 나라의 박물관을

 

여행하면서 만나는 그림의 기법을 통해서 경제학 분야의 원리를 곁들여서 그림과 경제 두 분야를

 

설명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경제학서이기도 하면서 예술서이며, 이론서이면서

 

동시에 기행문적인 성격도 지니고 있는 요즘 각광받는 멀티플레이어적인 책인 것이다.

 

이중섭이나 박수근을 말하면서 경제용어인 레몬시장을 설명하고, 고흐의 그림을 통해 독점공급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해준다. 고흐가 최후에 산 집, 고흐기념관 안뜰, 자드킨의 고흐 동상 등의 사진을

 

첨부한 경제학자 P씨의 발걸음을 따라서 우리는 작가와 작가가 살았던 시대, 그 시대의 경제적 흐

 

름, 그림의 탄생배경 등을 같이 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자의 권리이자 기꺼운 

 

 의무이다.

 

세잔의 단순함과 몬드리안의 추상성, 마르셀 뒤샹의 파격과 선택의 가치를 알아가는 묘미,

 

콜라주, 포토몽타주 기법들을 사용하여 초현실의 낯설고 기묘한 세계를 표현한 마그리트의 그림은

 

오늘날 비틀스의 음악이나 소설 혹은 영화를 비롯한 수많은 광고와 같은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많

 

은 창작자들에게 영감이 되어 주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새로 알게 된 사실은 우키요에라는 에도시대의 일본전통채색 목판화가 모네, 고흐 등

 

의 인상파 화가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보다 세계속의 일본은

 

훨씬 그 의미와 역할이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고. 한편 그 맛은 참으로 씁쓸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점묘파 화법과 완전경쟁시장, 인상파, 상업미술의 효시 로트렉, 사실주의 화풍과 노동의

 

가치, 큐비즘과 일반균형이론, 뉴요커와 공공재, 결혼 풍속도과 결혼경제학, 잭슨 폴록의 액션페인

 

팅과 카오스 경제 이론, 비너스 누드화 그리고 인간자본으로서의 아름다움, <러브> 사상의 여백과

 

불확실성 등 새로운 시도로 접하는 명화읽기는 매우 흥미롭다.

 

저자는 미술이든 경제학이든 간에 ‘정작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것이 아닐까 하는 것과 더불

 

어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을 보이도록 하는 작업이야말로 정말 위대한 작업이며, 그것이 바로 위대

 

한 예술가나 사상가의 덕목일 것이라고 경제학자 P씨의 생각을 빌어 말하고 있다.




에필로그에서는 스페인의 작은 도시 빌바오는 철강산업의 사양으로 회색도시로 전락하자 1억5천만불의 예산을 들여 구겐하임 미술관을 짓는 결단을 내린 결과 연간 백만명에 달하는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고. 영국의 한 때 공업도시로 번창했던 게이츠헤드가 안토니 곰리의  <북쪽나라의 천사>라는 조각상을 통해서 관광의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즉 예술이 도시를 살리고 있는 예를 들었다. 이렇듯 경제에서도 문화의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요즘 시대에 지자체의 상징성도 경제나 상업보다는 문화쪽을 더 유의깊게 들여다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술분야와 경제학 분야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매우 흥미롭고 유익한 책읽기가 될 것이다. 그 분야에 지식이 부족했던 나의 경우에는 특히 경제학 분야에 대한 설명이 나오면 찬찬히 이해해가면서 읽느라 시간이 좀 걸렸지만, 완독한 후의 만족감은 남달랐으니까.

군데군데 그림과 경제적 용어를 연결시켜서 설명하느라 억지로 꿰어맞춘 듯한 느낌이 드는 부분도 없지는 않으나, 전반적으로 책의 다양한 구성이나 밀고 나가는 흐름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다만, 아쉬운 면이 있다면 예시로 들었던 그림 가운데 아래의 세 개가 편집상 잘려서 나와 그림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약간의 애로가 있었다.(그림을 꼭 찾아서 봐야 한다)

 



라파엘로, <아테네 학당>, 1509,프레스코

 



마네, <올랭피아>, 1863, 캔버스에 유채

 



마네, <폴리베르제르의 술집>, 1862, 캔버스에 유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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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만드는 소년 - 바람개비가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 ㅣ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폴 플라이쉬만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에 수수깡대로 바람개비를 만들어 본 기억이 있다.

우리는 팔랑개비라고 흔히 불렀었다.

가을이면 완성된 바람개비를 앞으로 쭉 내밀고선 골목을 뛰어다녔다.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혹은 가르며 돌아가던 바람개비..

팽글팽글 돌아가는 바람개비를 보며 마음까지 가벼워지고 즐거워졌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이처럼 바람개비와 소년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듯이 이 책은 한 소년의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초록표지와 손 안에 쏘옥 들어오는 작은 크기의 책이 산뜻하지만, 책 속의 내용은 쉽게 읽히기는 하나 그 내용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마음 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허영기 있으며 자기중심적인 십 대 소년 브렌트는 새로 전학간 학교 친구의 파티에서 속으로 좋아했던 여자애에게 공개적으로 심한 모욕을 당한다. 분노와 모욕감으로 얼룩진 브렌트는 술기운을 빌어 차를 몰고 귀가하던 길에 자살을 시도하나, 오히려 뒤따르던 차속의 동양계 여학생 '리'만 죽이고 만다. 혼란스러운 감정속에 어쩔 줄 모르던 브렌트는 소년원 대신 리의 엄마를 만나 리가 생전에 좋아하던 바람개비를 미국의 네 귀퉁이에 세워달라는 부탁을 받고 속죄여행을 떠난다. 부모의 곁을 떠나 처음으로 홀로 여행을 하며 리의 모습이나 리의 이름을 새긴 바람개비를 만드는 과정속에서 브렌트는 자신이 리의 생명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녀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영혼이 바람개비를 통해 살아간다는 사실을 서서히 받아들인다. 또한 브렌트는 여행속에서 끊임없이 사색하고,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종래에서 자신이 선택한 세상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가는 놀라운 성장을 하게 된다.

한편, 브렌트가 만든 바람개비들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서로 다른 네 사람의 삶에 잔잔한 기쁨과 깨달음을 선사한다. 메인 주에서는 무엇에든 신중하지만 지금껏 남자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없던 열다섯 살 소녀 '스테프'가 바람개비를 통해 남자 친구를 만나고, 마이애미에서는 삶에 지친 푸에르토리코인 거리 청소부가 바람개비를 보고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그리고 워싱턴 주에서는 한국에서 입양된 소년에게 사라 장같은 위대한 음악가를 기대하며 바이올린 연습을 강요하던 엄마가 바람개비를 통해 무슨 일이든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가 하면 샌디에이고에서는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았지만 지금은 죽음을 눈앞에 둔 할머니를 돌보는 우울한 소녀가 할머니와 함께 바람개비를 보며 희망을 얻는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바람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좀 봐.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강력해. 우리들 생각처럼 말이야. 한 번의 생각은 쓸데없는 생각 같지. 다시 한 번 생각하면

인생에 소망이 생기는 법이야.” (p40)




"그 바람개비들은 우리나라의 네 끝단에 세워주길 바란다. 리는 가고 없지만 전국 방방곡곡에서 그 애를 통해 사람들이 기쁨을 누리도록 말이야, 우리 애가 늘 간직했던 그 미소를 네가 직접 만드는 거야."(p62)




우리가 행한 모든 일은 - 선하든, 악하든, 무심하든-보이지 않는 곳으로 물결치듯 퍼져나간다, 후세에, 자신을 둘러싼 이야기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문득 궁금해졌다.(p103)




“……사람들은 매우 선해. 지나가는 모든 이들에게 기쁨을 주려고 저 바람개비를 만든 그 사람처럼 말이야. 사람들은 선해. 물론 독일인들도 그렇고. 나쁜 기억이 차오를 때면,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여기 이 바람개비를 보러 오곤 했지. 바로 이것이, 다른 건 필요 없단다, 죽기 전에 내가 꼭 기억하고 싶은 거란다. 이게 할미가 너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란다. 너에게는 배움이 허락되지 않니. 할머니는 늙었다. 대신 나에게는 가르침이 허락될 테지.” (p163)




그의 마음 속에서는 자신이 만든 네 개의 바람개비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 되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듯했다. 이 세상 역시 바람개비와 같다. 보이지 않게 연결된 무수한 부품들이 숨겨진 크랭크축과 연결봉들을 통해 행동에서 행동으로, 지구 이곳에서 저곳으로, 수 세기에 걸쳐 이어진다.(p191)




이렇게 소년이 만든 바람개비는 생각의 씨앗이 되기도 하고, 미래의 소망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생명의 호흡이 되기도 하고, 소원을 날려 보내는 티벳의 깃발이 되기도 한다.

소년이 만든 바람개비는 이제 미국 전역뿐 만 아니라, 태평양을 건너 한국의 자그마한 도시에 살고 있는 나에게도 따뜻한 바람을 몰고 오는 것을 느낀다. 무의식속에 숨어있던 작은 상처까지도 치유하는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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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박사 석주명에게 배우는 몰입 ㅣ 고정욱 선생님이 기획한 어린이 인성 개발 동화 2
박현수 지음, 김정혜 그림, 고정욱 기획 / 뜨인돌어린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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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박사 석주명에게 배우는 [몰입]!!

이 책은 어린이 인성 개발 동화로서 ‘평범한 나’를 ‘최고의 나’로 바꾼 인물들을 통해

어린이들이 지닌 무한한 재능과 숨은 가능성을 일깨워 주는 동화이자 일종의 자기 계발서라고 할 수 있다.

나비 박사 석주명이야 너무도 유명해서 굳이 새로 읽어봐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지만,

이 책에서는 나비박사 석주명이 어떻게 학문에 다가가고, 그 학문에 어떤 모습으로 열정을 쏟았는지

그의 인생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몰입, 이라는 열쇠로 풀어 놓고 있다.

엄마들이 아이를 집에서 교육시킬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아이가 공부하는 그 순간에 집중하지 않고

산만하게 군다는 사실이다.

대체적으로 보면, 여자아이는 차분하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에, 사내아이들은 넘치는 혈기를 어쩌지 못해

자꾸만 엉덩이를 들썩이며 다른 것에 호기심을 보이기 일쑤다.

석주명의 학문적 일생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요소요소마다 석주명으로부터 온 편지글을 통해 친근하게

아이들의 학습동기를 유발하고, 토막글로 아이들에게 잘 알려진 뉴턴, 이소연, 아인슈타인, 히로나카 헤이스케, 올레, 아르키메데스, 안철수 등의 몰입의 예를 들어 아이들이 기대하는 삶과 일치시키는 방법으로 왜 몰입이 필요한가,

몰입은 어떤 힘을 가졌는가를 자연스럽게 끄집어내는 서술방식이 참 매력적인 책이다.

석주명이 동경유학시절에 어떻게 해서 나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부터, 영국왕립학회지에 조선나비를 소개하게 되기까지  오로지 나비에만 몰입해서 무릎이 깨지고, 끼니를 거르며, 또한 낭떠러지에서 굴러 떨어지는 일까지 겪으면서 연구해 낸 그의 놀라운 업적을 보면서 왜 내가 자랄 때는 이러한 좋은 안내서가 없었는지 참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이 책에 완전히 몰입된 결과다...

이제 우리 아이가 이 책을 통해  몰입의 매력을 깨닫게 되기를 간절히 바래보면서 아이에 대한 더 새로운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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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1 -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신 클래식 강의
조윤범 지음 / 살림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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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콰콰콰쾅....콰콰콰쾅..

아무리 클래식에 문외한이라 하여도 갑자기 울려퍼지는 굉음으로 시작하는 베토벤의 운명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화를 걸었을 때 신호대기음 대신 나오는 음악이 비발디의 '사계'라는 것, 이 또한 매우 익숙해서 모르는 자 적을 것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 음악들은 잘 안다. 그러나 불행히도 딱 거기까지다. 클래식에 대해서는 그러니까, 음악의 선율과 작곡가를 연결시키는 정도의 음악적 소양 뿐이라는 것이다. 클래식을 즐긴다는 것은 어쩌면 내게는 다른 세상의 일들로만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음악을 듣는 기호도 바뀐다고 했던가..최근 들어 슬슬 클래식에 관심이 생겼다. 기존에 삶을 즐겨왔던 나의 방식이 약간의 새로움을 필요로 했다. 이것은 인생을 즐기는 나의 방식에 공백이라고 생각되는 감정적인 부분이 존재하고, 또 그 빈 공간을 메워주는 작품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클래식 즐기기였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가치가 있는 비밀들은 마치 클래식이라는 성에 다 감추어져 있는 거 같았다.

클래식에 관련된 책은 사춘기시절 접했던 [슈만과 클라라]라는 책이 처음이었고, 올 초에 사봤던 금난새의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이 그 두 번째 책이었다.
그런가 하면, 굳이 직접 찾아서 접한 클래식 음반으로는 첫 월급을 탔다며, 선물을 사주겠다는 친구에게 모차르트와 브람스의 음반을 요구했던 기억과 태교하면서 들었던 모차르트의 음악이 다인 거 같다.

이제 세 번째로 접하는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은 본격적으로 내심 즐겨보고자(너무 빠른가?) 인터넷으로 그가 거론하는 음악을 찾아 들어가면서 읽느라 시일이 꽤 걸렸다.
그동안 옆에서 언제쯤이면 자기에게 차례가 올려나 눈 껌벅이며 기다렸던 지난날의 성악도인 남편에게 도움도 받아가면서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조윤범은 '음악계의 괴물'이라는 별명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다.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이라는 예당아트TV의 강의쇼는 클래식 음악계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며, 같은 제목의 칼럼으로도 한국일보에 연재되었다.
작곡가와 음악에 대해서 시대적 배경에 흐름에 따라서 자세히 설명해주는 이 책은 현악사중주곡을 중심으로 쓰여졌는데,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장은 너무 빠르지 않게 바로크에서 고전파까지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을 다루고 있고.
제2장은 빠르고 유쾌하게 낭만파 시대 슈베르트,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러시아 5인조, 그리그, 스메타나, 드보르자크의 음악을 들려준다.
제3장은 감정을 담아 느리게 근대음악인 드뷔시, 라벨, 야나체크, 코다이, 코른골트의 음악을 소개하고
제4장은 힘차고 웅장하게 현대음악인 버르토크, 쇼스타코비치, 쇤베르크, 스트라빈스키, 윤이상을 말한다.
익숙하고 다정한 이름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그리고 낯선 이름이 있지만, 클래식의 역사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해주고 싶다.

조윤범이 추천해주는 곡들은 비록 제목은 몰랐어도 막상 들어보면 아, 할 정도로 귀에 익은 음악들도 많았다. 그 동안은 음악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었기에 한동가리로 그저 클래식이구나, 하고 넘겨버렸던 곡들이 이 책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즉, 음악의 탄생배경, 음악의 스토리, 음악이 주는 느낌 등을 소개받고 나서 들어보면 무미했던 음악들이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그 느낌을 나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싶다.
현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의 선율은 내 온 몸을 휘돌아 몸통은 악기요, 멜로디는 손가락 활이 되어 내 온 몸 구석구석 신경줄을 강하게 따로는 부드럽게 피치카토한다, 라고.

이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여전히 머리 속은 복잡하고도 비슷해 보이는 기호와 번호들로 뒤죽박죽이다. 한 세상을 여는데, 그리고 그 낯선 세상을 여행하는데 있어서 단 한번으로 어찌 다 안다고 할 수 있으랴.

나는 절대음감도 훈련에 의해서 얻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데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P240)




태어날 때부터 내 뇌세포의 한 부분, 또는 내 심장이나 신경줄 깊이 클래식에 대해 감응하는 유전인자가 박혀있었다면 모를까, 역시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길 수 있는 것은 클래식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클래식을 도전의 대상이 아닌 좀 더 쉽게 다가가는 자세로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클래식이라는 비밀의 성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찾기 위한 훈련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성과는 충분하며, 클래식을 도전의 대상이 아닌 좀 더 쉽게 다가가 즐기고자 하는 자세가 그 열쇠가 아닐까, 하는 설레고도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본다.

마지막으로 "처음부터 어떤 음악을 좋아할지 쉽게 결정하지 마세요. 점점 나이가 들면 비로소 이해되는 음악이 많다", 라고 한 코다이의 말이 유난히 가슴이 남는다.




옥의 티) 이 책에는 미망인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아직 죽지 않은 자,라는 뜻을 지닌 이 단어는 남편이 죽으면 따라서 순장하는 풍습과 연관이 되어져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양의 위인전에 많이 나오는 단어인데, 저자는 미망인이라는 수식어를 굳이 붙여야 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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