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만드는 소년 - 바람개비가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폴 플라이쉬만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에 수수깡대로 바람개비를 만들어 본 기억이 있다.

우리는 팔랑개비라고 흔히 불렀었다.

가을이면 완성된 바람개비를 앞으로 쭉 내밀고선 골목을 뛰어다녔다.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혹은 가르며 돌아가던 바람개비..

팽글팽글 돌아가는 바람개비를 보며 마음까지 가벼워지고 즐거워졌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이처럼 바람개비와 소년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듯이 이 책은 한 소년의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초록표지와 손 안에 쏘옥 들어오는 작은 크기의 책이 산뜻하지만, 책 속의 내용은 쉽게 읽히기는 하나 그 내용까지 가벼운 것은 아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마음 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허영기 있으며 자기중심적인 십 대 소년 브렌트는 새로 전학간 학교 친구의 파티에서 속으로 좋아했던 여자애에게 공개적으로 심한 모욕을 당한다. 분노와 모욕감으로 얼룩진 브렌트는 술기운을 빌어 차를 몰고 귀가하던 길에 자살을 시도하나, 오히려 뒤따르던 차속의 동양계 여학생 '리'만 죽이고 만다. 혼란스러운 감정속에 어쩔 줄 모르던 브렌트는 소년원 대신 리의 엄마를 만나 리가 생전에 좋아하던 바람개비를 미국의 네 귀퉁이에 세워달라는 부탁을 받고 속죄여행을 떠난다. 부모의 곁을 떠나 처음으로 홀로 여행을 하며 리의 모습이나 리의 이름을 새긴 바람개비를 만드는 과정속에서 브렌트는 자신이 리의 생명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녀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영혼이 바람개비를 통해 살아간다는 사실을 서서히 받아들인다. 또한 브렌트는 여행속에서 끊임없이 사색하고,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종래에서 자신이 선택한 세상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가는 놀라운 성장을 하게 된다.

한편, 브렌트가 만든 바람개비들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서로 다른 네 사람의 삶에 잔잔한 기쁨과 깨달음을 선사한다. 메인 주에서는 무엇에든 신중하지만 지금껏 남자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없던 열다섯 살 소녀 '스테프'가 바람개비를 통해 남자 친구를 만나고, 마이애미에서는 삶에 지친 푸에르토리코인 거리 청소부가 바람개비를 보고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그리고 워싱턴 주에서는 한국에서 입양된 소년에게 사라 장같은 위대한 음악가를 기대하며 바이올린 연습을 강요하던 엄마가 바람개비를 통해 무슨 일이든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가 하면 샌디에이고에서는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았지만 지금은 죽음을 눈앞에 둔 할머니를 돌보는 우울한 소녀가 할머니와 함께 바람개비를 보며 희망을 얻는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바람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좀 봐.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강력해. 우리들 생각처럼 말이야. 한 번의 생각은 쓸데없는 생각 같지. 다시 한 번 생각하면

인생에 소망이 생기는 법이야.” (p40)




"그 바람개비들은 우리나라의 네 끝단에 세워주길 바란다. 리는 가고 없지만 전국 방방곡곡에서 그 애를 통해 사람들이 기쁨을 누리도록 말이야, 우리 애가 늘 간직했던 그 미소를 네가 직접 만드는 거야."(p62)




우리가 행한 모든 일은 - 선하든, 악하든, 무심하든-보이지 않는 곳으로 물결치듯 퍼져나간다, 후세에, 자신을 둘러싼 이야기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문득 궁금해졌다.(p103)




“……사람들은 매우 선해. 지나가는 모든 이들에게 기쁨을 주려고 저 바람개비를 만든 그 사람처럼 말이야. 사람들은 선해. 물론 독일인들도 그렇고. 나쁜 기억이 차오를 때면,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여기 이 바람개비를 보러 오곤 했지. 바로 이것이, 다른 건 필요 없단다, 죽기 전에 내가 꼭 기억하고 싶은 거란다. 이게 할미가 너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란다. 너에게는 배움이 허락되지 않니. 할머니는 늙었다. 대신 나에게는 가르침이 허락될 테지.” (p163)




그의 마음 속에서는 자신이 만든 네 개의 바람개비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 되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듯했다. 이 세상 역시 바람개비와 같다. 보이지 않게 연결된 무수한 부품들이 숨겨진 크랭크축과 연결봉들을 통해 행동에서 행동으로, 지구 이곳에서 저곳으로, 수 세기에 걸쳐 이어진다.(p191)




이렇게 소년이 만든 바람개비는 생각의 씨앗이 되기도 하고, 미래의 소망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생명의 호흡이 되기도 하고, 소원을 날려 보내는 티벳의 깃발이 되기도 한다.

소년이 만든 바람개비는 이제 미국 전역뿐 만 아니라, 태평양을 건너 한국의 자그마한 도시에 살고 있는 나에게도 따뜻한 바람을 몰고 오는 것을 느낀다. 무의식속에 숨어있던 작은 상처까지도 치유하는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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