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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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은 몇년전부터 우리 나라 문학계의 침체와 맞물려 한국의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다양한 작가들의 책을 여러매체를 통해 접하면서도 일본이라는 나라가 주는 선입견에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었다.

내가 접한 일본책이라고는 기억나는 것만 정리해보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과 자서전, 하시다 스가꼬의 오싱,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그릇 등이다(정리해보니 생각보다 많아서 놀라고 있는 중..)

기존의 책들은 엄선하고 엄선한 것중에서 읽었던 만큼 그 만족도는 매우 컸다. 그래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일본소설을 보기만 하다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음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으리라는 생각에  <내남자>를 손에 들게 되었다. 이 선택에는 제목에서 오는 강렬한 유혹과 제138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한 몫했음은 당연하다. 일본내에서 나오키상이 어떠한 상인지, 얼마만큼의 영향력과 권위가 있는 상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영과 혼이 완벽하게 합일되는, 육체까지 혼연일체를 이루는 그래서 너와 내가 아닌 온전한 하나의 우리를 완성하는 그런 사랑,,,,그런 사랑을 오랜 동안 꿈꾸었었다.

그 사랑이 나를 상처내도, 그 사랑의 결과가 나를 산산히 부서뜨려도 상관없을 것 같은 깊게 몰입해내 자아가 사라져버리는 치명적인 사랑...얼마나 유혹적인가..

 

어쩌면 그런 형태의 사랑이 아무에게나, 그리고 수시로 다가오는 것이었다면 그렇게 긴 시간 나는 꿈꿔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게는 이 생에서는 결코 허용되지 않을 것 같기에, 어쩌면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은 하늘에서 정해 놓은 특별한 운명의 소유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축복같은 것이라고 여겼기에 오로지 '꿈'으로만 존재할 수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꿈이라는 것이 그렇지 아니한가. 일정부분 아름답게 미화되는 것..적당히 상상속에서 윤색이 가능한 것..강조되어야 부분에서만 아름다운 형상으로 온갖 미사여구 동원하여 현란하게 표현가능한 것...

 

<내남자>는 바로 그 치명적인 사랑, 완벽히 두사람이 하나가 되는 사랑,을 그려낸 소설이다.

내남자,,온전한 내 것,,,내 소유의 한 인간..내 남자라는 달콤하고도 은밀한 느낌..이 말이 주는 느낌은 내 남편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과는 정말 확연히 다르다...더 달콤하고 더 끈끈하고, 더 질척거리는 느낌....한마디로 환상적이다.

 

그러면, 꿈꿔왔던 로망의 상세한 스토리를 만날 수 있는 바로 그 책과 함께 하는 동안 나는 과연 감정이입되어 행복했는가? 책의 첫장면에서 감지되어지는 분위기는 좋았다. 하나의 내남자인 준고의 이미지도 맘에 들었다. 곧 이어지는 요시로와의 결혼을 선택함으로써 이별하게 되는 설정도 좋다. 치명적인 사랑이라는 것이 제도속에서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결론나면 재미가 반감되니까. 내남자인 준고가 '양부'라는 설정도 뭐 크게 마음써서 이해해 보기로 했다.(이 대목에서 일본스러움을 느꼈다면 편견일까) 자고로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없다고 했으니 말이다. 현재 시점에서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하나의 준고의 흔적을 따라가는데, 미스터리적인 요소와 어우러지며 독자를 강하게 흡인한다. 곧 뭔가 은밀하고 썩은 듯한 느낌의 음습한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이야기 전개 방식은 이 소설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다시 앞으로 가보자..자, 과연 나는 이책을 읽으면서 행복했는가.. 행복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순수한 절정감이 현재 나에게는 없다. 내가 꿈꿔왔던 치명적인 사랑과는 결정적인 부분에서 달랐기 때문이다. 어쩔수 없는 나의 도덕률은 하나의 준고가 피를 나눈 가족이라는 것을 결코 뛰어넘을 수는 없었나 부다..그 대목에서부터는 감정이 나아가질 않는다..

예전의 고대 중국의 왕조나 우리나라의 신라, 고려 왕조를 살펴봐도 남매, 사촌, 삼촌과 조카와의 혼인의 예는 있었어도 하물며, 여자를 부자간에, 형제간에 세습을 해도 내가 아는 한 피를 나눈 부녀간의 이야기는 들어보질 못했다.

부녀간의 사랑이라니..그것도 피를 나눈 부녀간의 사랑이라니..금기된 금단의 열매는 결국은 피를 부르고 만다..

 

단지 천지간에 아무도 없는 고아,라는 설정이 그들의 비틀어진 사랑이 다 이해될 수는 없다.

다만, 금지된 사랑을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그토록이나 나로 하여금 고개 끄덕이게 하는, 때로는 아름답게 느껴지게 하는 저자의 필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동안 <내남자>를 잊지 못할 거 같다. 사쿠라바 가즈키는 더 오래도록 잊지 못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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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4
이철수 지음 / 삼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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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가 사용하는 언어는 그가 자리하고 있는 자리와 그 환경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문학이나 예술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이철수님은 내 지난 시간을 더듬어 보니 10여 년전 판화로 처음 만났었다. 여백의 미와 단순하고 간결한 그림이 주는 예술성이 내 마음을 확 잡아끌고 놓아주지 않아서 지금 기억하고 있는 것이 맞다면 아마도 망설여지는 가격을 주고 책상달력을 구입했던 적이 있다.

그 12장의 그림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가운데 틈틈이 오래도록 들여다보곤 했었던 기억, 해가 바뀌어 달력의 기능을 상실했음에도 그 담백한 그림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집 안 어느 구석 상자에 고히 담아 두었다.

 

이제 나뭇잎 편지로 내게 다시 다가온 이철수님의 글과 그림은 마치 모시수건에 꽃수를 한 땀, 한 땀 놓듯이 한 자, 한 획이 너무도 정성스러워서 쉬이 책을 덮지를 못하겠다.

책의 모양 또한 닥종이 무늬의 표지가 책등을 싸안은 갈색천과 어우러져 소박한 멋과 함께 세심한 손길이 느껴져서 좋다. 대체적으로 내게 온 책은 소중하게 다루는 편이지만, 결론적으로 이런 책의 모양은 내게서 더 세심한 마음을 이끌어낸다. 읽는내내, 땀이라도 묻을세라, 구겨지기도 할세라..참 많이도 조심했다. 널리 편하게 읽히는게 저자는 더 좋을 지 모르겠지만, 이철수님의 책은 내게 온 이상, 오래도록 간직한 채 읽고 싶은 것이 솔직한 내 욕심이다.

 

인공색소가 아닌 자연에서 뽑아낸 듯한 물감으로 그린 듯한 그림과 저자의 손글씨에서 느껴지는 정취가 이 책을 순식간에 읽어버리게 할 줄 알았건만, 막상 손에 들고 읽다 보니 만만하게 넘어가질 않는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그 따스한 마음결을 조심스레 따라가다 보니 그러했고, 그 글을 함축적으로 나타내주는 그림이 때로는 오히려 더 많은 내용을 말해주고 있어서 그 말을 다 보고 있자니 또한 그러했다.

 

눈빛 든 마루에 앉아, 고마운 봄비 오시네, 초록들이 신명나게 자라네요, 가을 빛에 눈멀면 마음 열릴까

로 나뉘어진 사계절과 함께 하는 이철수님의 세상사에 대한 단상은 저자가 살아온 삶의 진실성과 맞물려 우리에게 전달되는 그 감동의 울림이 사뭇 크다. 오랜 시간 그의 그림을 들여다 보고 내 귀 가까이 잔잔히 속삭이는 듯한 손글씨를 따라서 나의 마음결마저 정돈해 본다. 저자와 햇살 가득 들이비취는 툇마루에 앉아서  조단조단 세상사 지혜 한자락 들은 기분은 비단 저자가 선의 서정을 글에 담은 이유만은 아니리라..그것은 직접 농사짓고 김매면서  땅에 발 디딛고 사는 노동의 의미를 아는 저자의 삶에서 연유하리라 생각해본다.

 

얼마 전에 이외수님의 <하악하악>을 읽었다. 그림과 글을 함께 풀어놓은 짜임새가  많이 비슷해보이나, 담고 있는 내용은 이외수님은 작가의 풍모에서 연상되듯이 조크와 비유와 기발함이 돋보이는 글이라면,

이철수님의(그러고 보니 두분의 이름도 한글자만 다르다) 글은 그림까지 저자가 같이 그려서인지, 그 진지함과 자연에서 오는 소박한 성찰이 눈길을 끈다. 책의 편집 또한 <하악하악>은 향기나는 책갈피에 화려하고 섬세한 물고기그림이 광택나는 종이와 어우러져 도시의 세련된 청년을 연상시킨다면, <지금 이대로가 좋습니다>는 지극히 단순한 그림과 담백한 색감이 손글씨의 정겨움과 그려내는 분위기가 시골의 얼굴 말간 청년을 떠오르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철수님의 글과 그림에 마음이 더 많이 간다. 마음 깊은 곳까지 다독이는 손길과 정성이 좋고, 모난 것, 못난 것, 찌그러진 것, 부서진 것,,그 모두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고 하는 깊은 긍정을 담아내는 저자의 삶의 시선이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주니 흐뭇하다. 새해를 맞이하는 내 마음과 딱 마춤이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외수님의 <하악하악>을 초여름에 만난다면 어쩌면 그 책에 더 마음이 쏠릴 지는 모를 일이다...

각자의 이와 같은 다른 개성에도 두 분의 글이 모두 독자로 하여금 깊은 사유의 세계로 이끄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음은 분명하다.

 

이철수님의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라는 그 한마디로 두손으로 고히 받들어 올 한해도 나 자신을 마음 깊이 긍정하며  희망의 씨앗을 품고서 세상속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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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동화
최용탁 지음 / 나무그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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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동화, 라는 제목이 주는 모순이 마음을 묘하게 끄는 책이다.

표지의 노오란 색이 가슴을 화안하게 해주는 얇은 책은 우리의 마음을 금세 동심의 세계로 훌쩍 건너뛰게 한다.

우리 7세공주님이 자주 그리는, 표지를 장식한 바로 그 여자아이가 우리를 흰별의 세계로 이끄는 것 마냥 마치 별세계라도 다녀온 듯 , 이상하기만 한 것이 <이상한 동화>가 정녕 맞다.

 

단 세 명의 어린이를 위해 지어진 이상한 동화

슬픈 이야기를 읽고도 행복해지는 이상한 동화

생각 깊어지고 마음이 자라나는 이상한 동화

어린이에게 마음의 과일이 되어줄 이상한 동화

 

동화는 아이들을 독자로 하여 쓰여지기에 동화라고 한다. 하지만 동화가 가장 많이 필요한 사람은 오히려 아이보다는 우리 어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동화를 읽을 때마다 늘 깨닫게 되는 생각이다. 인간의 가장 순수한 본원의 심성과 닮은 아이들의 세상, 우리에게도 분명히 존재했었던 그 맑고 깨끗한  아이 적의 마음을 잃어가면서 행복이나 진정한 평화와는 점점 멀어져가는 거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구석구석에서 익숙한 풍경을 자꾸만 만난다. 그것은 까마득히 잊고만 있었던 내 어린시절의 추억이요, 때묻지 않았던 나의 동심이요, 미래요, 꿈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시골에서 과수원을 경작하며 세 아이를 기르고 있는 아빠이자 농사꾼이라고 한다.

이 책에 실린 9편의 동화는 그 세 아이를 위해 탄생되었는데,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그다지 밝고 명랑한 이야기들은 아니나, 이 세상에는 슬프고 힘겨운 일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아마도 저자와 세 아이들의 삶의 터전인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이 그다지 밝지 않은 것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사실 동화가 허구헌날 꿈만을 얘기하고, 낭만적인 전원풍경만을 그리고, 그 안에서 상상속의 행복한 결말만을 이야기한다면 그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동화 또한 그 시대상을 담아낼 줄 알아야 하고  그 안에서 가장 적절하고 올바른 교훈을 이야기해주는 한편, 희망을 이야기하고 그 희망을 찾아내는 눈도 길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나오는 9편의 동화를 간략히 정리해보기로 하자

누리의 하루*장애아와 그 부모님에 대해서 피상적으로만 대했던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동화다. 한편으로 비록 동화속이지만 누리에게는 너무도 좋고 마음 따스하신 부모님과 조부모님이 계셔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사회제도속에서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보다는 아이개개인에게 주어지는 좋은 조건에 시선을 돌려 위안받으려는 얄팍한 내 이기심을 느낀 순간, 스스로에게 민망해지기도 했다.

노루 가족의 겨울*노루가족을 의인화한 너무 예쁘고 슬픈 동화다. 추운 겨울속에서 엄마를 잃었지만,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노루가족의 모습이 눈물겹다. 어린시절 뒷산에 눈이 내리면 마을 오빠들을 따라서 자주 노루사냥에 나섰는데..동화를 읽으면서 그 때 기억을 아름답게만 추억하는 어른독자였다.ㅠㅠ

이슬비 내리는 날*전교생이 몇 명 되지 않는 시골학교의 풍경이 눈에 그려진다. 한마을의 친구들이 다 가족같은 아이들의 마음씀씀이가 너무 기특해서 늘 미덥지 못하게만 느껴지던 우리아이들까지 덩달아 든든해지는 순간이었다.

분홍머리핀*젊었을 때 한푼이라도 더 벌자고 이산가족이 되어버린 남매의 이야기, 차비까지 아껴서 여동생의 머리핀을 사가지고 시골할아버지댁으로 달려가는 오빠의 순수하고 정겨운 모습이 못내 뭉클해지는 이야기다.

바다로 간 끝동이*나뭇잎을 의인화하여 더 넓은 세상을 향하여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나아가는 끝동이의 이야기.바다를 향해가는 끝동이의 여행길을 따라서 환경오염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아빠와 두더지*남매의 우애에 관한 액자형 동화다. 여동생의 병이 낫게 하기 위해서 두더지를 잡는 소년과 친구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은행나무 네그루*한 가족이 그 가족을 이루고, 다시 자녀를 낳고, 그 자녀가 성장하고,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다시 고향의 은행나무 곁으로 돌아오는 한삶의 이야기

소진이의 일기장*외동아이와 5일장을 다니며 장사하는 젊은 부부의 아이와의 우정이야기.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한 따스함을 말해주는 동화

참목이와 도토리 삼형제*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인간의 환경파괴와 숲속 가족들의 뜨거운 가족애와 초록빛 희망에 대한 이야기.

 

세 아이에 대한 아빠의 사랑과 정성이 느껴지는 동화이어서인지 참 잘 쓴 동화라는 생각이 줄곧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새삼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저력을 떠올리게 한다.

<이상한 동화>를 읽는 내내 가슴이 더워오고, 눈시울이 젖어왔다.. 이런 느낌을 주는 동화를 읽고 나면 꼭 마음을 깨끗한 물에 씻은 거처럼 말간해지는 느낌이 참 좋다.

 

저자가 이 동화를 쓰면서 기대한대로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자연에 대해 더욱 가깝게 느끼고, 가난한 사람, 불행한 사람들의 눈물을 볼 수 있기를...그래서 이 책을 읽는 아이, 어른 모두가 그 마음이 훌쩍 자라기를...아름다운 마음으로 이 세상을 더욱 밝게 만들기를 나 또한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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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문학여행 답사기
안영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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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에 출간된 현 문화재청장으로 재직하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여행사에 '답사여행'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바람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미학을 전공한 저자의 이력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매끄럽고 유려한 문체의 그 책은 내용에 있어서 지역적으로 편파적이라는 비평에도 불구하고 인기 또한 엄청나서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나니,라는 글귀는 여기저기에서 자주 회자되곤 했다. 이 여행기의 인기에 힘입어 뒷날에 전유성의 [남의유산답사기]라는 유럽여행기가 출간되기도 했었다. 

[살아있는 문학여행 답사기]의 저자인 안영선님은 용인에 있는 성지중학교에 근무하는 국어교사로서 '용인문학회'회원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15년 전에 동료교사들과 우연한 기회에 문학답사를 시작하여(나의문화유산답사기, 가 출간된 해를 돌이켜보면 딱 맞아떨어진다) 현재 전국 100곳 정도를 수차례 이상 답사하여 사라져 가는 문학 관련 자료를 모으고 정리한 것 중 교과서를 중심으로 하여 간추린 문학인 21인을 중심으로 산재한 문학비와 생가, 그리고 작품의 배경이 된 곳의 귀중한 정보를 이 책으로 묶어내었다.

교사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어서인지, 작품에 대한 분석, 작가에 대한 설명, 작품의 배경, 작가의 생가 및 문학비, 대표작, 문학과, 동상 등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 딱딱한 교과서로만 접했던 지식들을 살아 있는 언어로 만나는 생생한 느낌이 학생들의 국어교육 참고서로도 매우 훌륭하다. 또한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메마른 정서를 염려했던 중고등생들이 공부와 예술, 그리고 상상속의 여행을 같이 접할 수 있는 그야말로 도랑치고 가재잡고, 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좋은 독서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활자로만 대해도 내 맘을 사로잡는 문학의 향기가 묻어나는 답사여행지를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심훈의 혼이 살아 있는 <상록수>의 고향 당진, 이병기의 난초 향기 그윽한 익산, 이육사의 지조와 절개가 살아 있는 안동, 송강가사의 산실이 된 담양, 조지훈의 정신이 살아 있는 영양, 신석정이 전원생활을 꿈꾸던 부안, 윤선도와 함께 떠나는 남도의 끝 해남, 이효석의 메밀꽃 피는 평창, 허균과 허난설헌의 유년이 살아 있는 강릉, 홍명희의 사살이 <임꺽정>으로 피어난 괴산, 김삿갓의 시작과 끝 영월, 김유정과 함께 하는 호반의 도시 춘천, 신동엽의 시정신으로 피어난 백제의 혼 부여, 채만식의 숨결이 살아 있는 군산, 한용운의 애국 혼이 타오른 홍성, 김영랑의 모란이 피어나는 강진, 박용철의 순수 문학의 산실 광주, 서정주의 질마재 신화를 간직한 고창, 이무영의 농민소설 뿌리가 된 음성, 정지용의 향수로 다시 피어난 옥천, 박경리의 삶과 문학 혼이 깃든 원주

 

21곳의 문학여행지 중에서 11곳이 이미 내가 다녀온 곳이다.  굳이 문학여행을 계획하고 떠난 것은 아니었지만, 문학에 대한 배경지식은 때때로 운전하는 핸들을 조정하기도 한다. 이 책은 뇌리 깊숙이에 숨겨져 있었던 지난 시절 나의 문학에 대한 열정을 추억하게 했다. 또한 잊지 잇었던 우리 문학의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는 계기다 되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육사의 고장 안동과 박경리의 원주를 밟아보고 싶다. 소개한 작가중에서 박경리에 대한 부분은 작가가 토지의 4,5부를 썼던 그리고 유고시까지 머물렀던 제2의 고향인 원주를 조명했으나, 토지의 배경이 되어주는 섬진강 물줄기나 지리산 일대, 그리고 경상도 하동의 토지리에 대한 설명이 아예 없었던 부분이 많이 아쉬웠다. 그 곳을 이미 몇차례 다녀온 나로서는 원주 토지문학공원에 그 배경을 일부 조성하였다고는 해도 토지는(특히, 토지의 1,2,3부) 위에 언급한 그 곳을 직접 보지 않고는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고 감히 나는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문학여행이라는 말이 부담이 된다면, 굳이 그 용어에 얽매이지 않아도 좋다. 삼천리 금수강산 어디를 가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문학의 산실인 작가의 고향이거나 작품의 배경이 되어주는 곳이다 보니, 산수 수려하기가 관광지 못지 않거나, 이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곳이기에 그 틀에 얽매이지 않고 여행기라고 생각하고 읽어도 좋다. 교통편이나, 숙박, 그리고 편안한 잠자리에 대한 안내와 유명한 먹거리에 대한 소개까지 상세히 안내되어 있으니 낯선곳에 한밤중에 떨어져도 시간낭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동안 나름 문학여행을 했다고 자부했었는데,  정작 문학비나 작가의 모습을 담은 동상은 주의깊게 보지 않았었다. 돌이켜보니 그랬다. 늘 주변 풍광에 더 취해 있거나, 다음 코스인 유명관광지를 떠올리느라 사뭇 바쁘기만 했을 뿐...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모습의 문학비나 개성있는문인들의 동상들을 보며, 무심히 지나쳤던 그 기념물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의 시선처럼 동상앞에서 작가들의 삶을 돌아보고, 또한 문학비 앞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시일지라도 한 자, 한 자 마음을 담아 읽어보리라....

 

사족 :  1. 오타 : 5P 홍천 - 홍성, 222p 선운면 - 부안면

           (답사기는 사실에 기초해야 하기에 정확한 지명이 요구된다)

         2. 각 장마다 내용을 보충하기 위한 사진을 게재하였는데, 사진 바로 밑에  설명이 없어서  아쉬웠다.

         3. 신석정 시인의 부안군을 보여주는 '농촌풍경'사진과

            서정주 시인의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의 '농촌풍경'사진이 그 크기만을 달리할 뿐,  같은 사진었다.

            아마도 부안군과 부안면의 행정상 명칭이 주는 편집상의 혼선이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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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해결사 나비
남희영 지음 / 바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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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오늘에서야 읽은 것이 아쉽다.

책을 받아놓고도 첫 페이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단지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는 단순한 이유로 나에게 읽히기를 기다리고 있는 여타의 책들에게 그 순위를 밀리고 말았다. 추남계의 다크호스라는 이유로 늘 모범생이자 피부미남인 서열에게 밀리고 마는 이 소설의 주인공 나비처럼 말이다.

그러나, 작정하고 읽기를 시작한 나는 곧 이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것은 곧 주인공인 나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는 표현과도 같다.

[만능해결사 나비]는 [컬트동화]라는 소설집을 냈었던 남희영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남희영이라는 작가는 그동안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작가이고, 이 제목만으로는 전혀 그 내용을 가늠할 수 없었기에, 막상 소설의 내용으로 들어가서는 무지에서 오는 의외성이 주는 재미가 매우 신선했다. 작가의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하고 재치있는 스토리 전개는 이전에 내가 접해왔던 소설과는 확연히 구별되었고, 이에 작가에 대해서 흥미가 더해졌다.

소설은 <언제나 정도의 방법, 평화로운 수단을 추구하고 경찰도 풀지 못하고 하느님도 응답해주지 않는 고민을 3일안에 해결해주는> 만능해결사 나비 사무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홍보내용으로 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탐정 나비의 얘기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막상 내용을 들춰보면 상담사에 가까운 해결사 나비임을 알 수 있다.

시대를 잘 못 타고나 별 볼 일없이 살고 있다고 늘 주장하는 나비는 자신의 모든 열등감을 자극하는 존재인 서열과 체육부 여코치와의 삼각관계속에서 실연을 당함으로써 지독한 성장통을 앓은 과거가 있다. 그리고 그 과거는 현재 자신이 운영하는 사무실에 의뢰가 들어오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주 양념거리로 등장한다.

왜소한 남자가 아내의 이혼요구에 그 해결책으로 살을 찌우라는 답변, 카드 빚으로 고민하는 여성에게 주는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답변, 애인의 삼다리와 배신 그리고 재회에 대한 고민에 지독히도 솔직한 답변, 눈이 예뻐 결혼했다는 남편에게 쌍꺼풀 수술 사실을 감추고 싶은 여인에게 따스하고도 현실적인 답을 주는 나비는 이 시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에 가장 지혜로운 답을 주는 진정한 만능해결사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아버지의 발인식장에서 의뢰인 조선기씨와 같이 울어주는 나비는 앞부분에서 보여지는 먹을 것에 집착하는, 작은 것에도 실없이 울음을 터뜨리는, 서열에게만은 모든 것에서 무조건 앞서고 싶어 하는 나비와는 분명히 달라 보인다.

한편, 첫날에서부터 중간부분, 그리고 마지막 날까지 미스테리한 문제를 끌고 가던 기억상실증 걸린 의뢰인에 대한 나비의 해결방법은 이 소설의 느낌을 단숨에 아름다운 동화로 규정짓게 한다.

나비의 해결방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나비가 삶을 참 유쾌하고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내 느끼게 된다. 산다는 것을 무겁고 진지하게 대하기 보다는 유쾌하고 재미있고 따스하게 접근하는 방법, 바로 이 점이 우리가 만나는 모든 문제의 만능해결 열쇠라고 나비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각박하고 어려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긴장속에서 요구되는,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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