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4
이철수 지음 / 삼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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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가 사용하는 언어는 그가 자리하고 있는 자리와 그 환경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문학이나 예술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이철수님은 내 지난 시간을 더듬어 보니 10여 년전 판화로 처음 만났었다. 여백의 미와 단순하고 간결한 그림이 주는 예술성이 내 마음을 확 잡아끌고 놓아주지 않아서 지금 기억하고 있는 것이 맞다면 아마도 망설여지는 가격을 주고 책상달력을 구입했던 적이 있다.

그 12장의 그림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가운데 틈틈이 오래도록 들여다보곤 했었던 기억, 해가 바뀌어 달력의 기능을 상실했음에도 그 담백한 그림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집 안 어느 구석 상자에 고히 담아 두었다.

 

이제 나뭇잎 편지로 내게 다시 다가온 이철수님의 글과 그림은 마치 모시수건에 꽃수를 한 땀, 한 땀 놓듯이 한 자, 한 획이 너무도 정성스러워서 쉬이 책을 덮지를 못하겠다.

책의 모양 또한 닥종이 무늬의 표지가 책등을 싸안은 갈색천과 어우러져 소박한 멋과 함께 세심한 손길이 느껴져서 좋다. 대체적으로 내게 온 책은 소중하게 다루는 편이지만, 결론적으로 이런 책의 모양은 내게서 더 세심한 마음을 이끌어낸다. 읽는내내, 땀이라도 묻을세라, 구겨지기도 할세라..참 많이도 조심했다. 널리 편하게 읽히는게 저자는 더 좋을 지 모르겠지만, 이철수님의 책은 내게 온 이상, 오래도록 간직한 채 읽고 싶은 것이 솔직한 내 욕심이다.

 

인공색소가 아닌 자연에서 뽑아낸 듯한 물감으로 그린 듯한 그림과 저자의 손글씨에서 느껴지는 정취가 이 책을 순식간에 읽어버리게 할 줄 알았건만, 막상 손에 들고 읽다 보니 만만하게 넘어가질 않는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그 따스한 마음결을 조심스레 따라가다 보니 그러했고, 그 글을 함축적으로 나타내주는 그림이 때로는 오히려 더 많은 내용을 말해주고 있어서 그 말을 다 보고 있자니 또한 그러했다.

 

눈빛 든 마루에 앉아, 고마운 봄비 오시네, 초록들이 신명나게 자라네요, 가을 빛에 눈멀면 마음 열릴까

로 나뉘어진 사계절과 함께 하는 이철수님의 세상사에 대한 단상은 저자가 살아온 삶의 진실성과 맞물려 우리에게 전달되는 그 감동의 울림이 사뭇 크다. 오랜 시간 그의 그림을 들여다 보고 내 귀 가까이 잔잔히 속삭이는 듯한 손글씨를 따라서 나의 마음결마저 정돈해 본다. 저자와 햇살 가득 들이비취는 툇마루에 앉아서  조단조단 세상사 지혜 한자락 들은 기분은 비단 저자가 선의 서정을 글에 담은 이유만은 아니리라..그것은 직접 농사짓고 김매면서  땅에 발 디딛고 사는 노동의 의미를 아는 저자의 삶에서 연유하리라 생각해본다.

 

얼마 전에 이외수님의 <하악하악>을 읽었다. 그림과 글을 함께 풀어놓은 짜임새가  많이 비슷해보이나, 담고 있는 내용은 이외수님은 작가의 풍모에서 연상되듯이 조크와 비유와 기발함이 돋보이는 글이라면,

이철수님의(그러고 보니 두분의 이름도 한글자만 다르다) 글은 그림까지 저자가 같이 그려서인지, 그 진지함과 자연에서 오는 소박한 성찰이 눈길을 끈다. 책의 편집 또한 <하악하악>은 향기나는 책갈피에 화려하고 섬세한 물고기그림이 광택나는 종이와 어우러져 도시의 세련된 청년을 연상시킨다면, <지금 이대로가 좋습니다>는 지극히 단순한 그림과 담백한 색감이 손글씨의 정겨움과 그려내는 분위기가 시골의 얼굴 말간 청년을 떠오르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철수님의 글과 그림에 마음이 더 많이 간다. 마음 깊은 곳까지 다독이는 손길과 정성이 좋고, 모난 것, 못난 것, 찌그러진 것, 부서진 것,,그 모두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고 하는 깊은 긍정을 담아내는 저자의 삶의 시선이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주니 흐뭇하다. 새해를 맞이하는 내 마음과 딱 마춤이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외수님의 <하악하악>을 초여름에 만난다면 어쩌면 그 책에 더 마음이 쏠릴 지는 모를 일이다...

각자의 이와 같은 다른 개성에도 두 분의 글이 모두 독자로 하여금 깊은 사유의 세계로 이끄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음은 분명하다.

 

이철수님의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라는 그 한마디로 두손으로 고히 받들어 올 한해도 나 자신을 마음 깊이 긍정하며  희망의 씨앗을 품고서 세상속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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