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해결사 나비
남희영 지음 / 바움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오늘에서야 읽은 것이 아쉽다.

책을 받아놓고도 첫 페이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단지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는 단순한 이유로 나에게 읽히기를 기다리고 있는 여타의 책들에게 그 순위를 밀리고 말았다. 추남계의 다크호스라는 이유로 늘 모범생이자 피부미남인 서열에게 밀리고 마는 이 소설의 주인공 나비처럼 말이다.

그러나, 작정하고 읽기를 시작한 나는 곧 이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것은 곧 주인공인 나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는 표현과도 같다.

[만능해결사 나비]는 [컬트동화]라는 소설집을 냈었던 남희영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남희영이라는 작가는 그동안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작가이고, 이 제목만으로는 전혀 그 내용을 가늠할 수 없었기에, 막상 소설의 내용으로 들어가서는 무지에서 오는 의외성이 주는 재미가 매우 신선했다. 작가의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하고 재치있는 스토리 전개는 이전에 내가 접해왔던 소설과는 확연히 구별되었고, 이에 작가에 대해서 흥미가 더해졌다.

소설은 <언제나 정도의 방법, 평화로운 수단을 추구하고 경찰도 풀지 못하고 하느님도 응답해주지 않는 고민을 3일안에 해결해주는> 만능해결사 나비 사무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홍보내용으로 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탐정 나비의 얘기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막상 내용을 들춰보면 상담사에 가까운 해결사 나비임을 알 수 있다.

시대를 잘 못 타고나 별 볼 일없이 살고 있다고 늘 주장하는 나비는 자신의 모든 열등감을 자극하는 존재인 서열과 체육부 여코치와의 삼각관계속에서 실연을 당함으로써 지독한 성장통을 앓은 과거가 있다. 그리고 그 과거는 현재 자신이 운영하는 사무실에 의뢰가 들어오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주 양념거리로 등장한다.

왜소한 남자가 아내의 이혼요구에 그 해결책으로 살을 찌우라는 답변, 카드 빚으로 고민하는 여성에게 주는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답변, 애인의 삼다리와 배신 그리고 재회에 대한 고민에 지독히도 솔직한 답변, 눈이 예뻐 결혼했다는 남편에게 쌍꺼풀 수술 사실을 감추고 싶은 여인에게 따스하고도 현실적인 답을 주는 나비는 이 시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에 가장 지혜로운 답을 주는 진정한 만능해결사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아버지의 발인식장에서 의뢰인 조선기씨와 같이 울어주는 나비는 앞부분에서 보여지는 먹을 것에 집착하는, 작은 것에도 실없이 울음을 터뜨리는, 서열에게만은 모든 것에서 무조건 앞서고 싶어 하는 나비와는 분명히 달라 보인다.

한편, 첫날에서부터 중간부분, 그리고 마지막 날까지 미스테리한 문제를 끌고 가던 기억상실증 걸린 의뢰인에 대한 나비의 해결방법은 이 소설의 느낌을 단숨에 아름다운 동화로 규정짓게 한다.

나비의 해결방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나비가 삶을 참 유쾌하고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내 느끼게 된다. 산다는 것을 무겁고 진지하게 대하기 보다는 유쾌하고 재미있고 따스하게 접근하는 방법, 바로 이 점이 우리가 만나는 모든 문제의 만능해결 열쇠라고 나비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각박하고 어려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긴장속에서 요구되는,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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