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문학여행 답사기
안영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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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에 출간된 현 문화재청장으로 재직하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여행사에 '답사여행'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바람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미학을 전공한 저자의 이력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매끄럽고 유려한 문체의 그 책은 내용에 있어서 지역적으로 편파적이라는 비평에도 불구하고 인기 또한 엄청나서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나니,라는 글귀는 여기저기에서 자주 회자되곤 했다. 이 여행기의 인기에 힘입어 뒷날에 전유성의 [남의유산답사기]라는 유럽여행기가 출간되기도 했었다. 

[살아있는 문학여행 답사기]의 저자인 안영선님은 용인에 있는 성지중학교에 근무하는 국어교사로서 '용인문학회'회원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15년 전에 동료교사들과 우연한 기회에 문학답사를 시작하여(나의문화유산답사기, 가 출간된 해를 돌이켜보면 딱 맞아떨어진다) 현재 전국 100곳 정도를 수차례 이상 답사하여 사라져 가는 문학 관련 자료를 모으고 정리한 것 중 교과서를 중심으로 하여 간추린 문학인 21인을 중심으로 산재한 문학비와 생가, 그리고 작품의 배경이 된 곳의 귀중한 정보를 이 책으로 묶어내었다.

교사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어서인지, 작품에 대한 분석, 작가에 대한 설명, 작품의 배경, 작가의 생가 및 문학비, 대표작, 문학과, 동상 등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 딱딱한 교과서로만 접했던 지식들을 살아 있는 언어로 만나는 생생한 느낌이 학생들의 국어교육 참고서로도 매우 훌륭하다. 또한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메마른 정서를 염려했던 중고등생들이 공부와 예술, 그리고 상상속의 여행을 같이 접할 수 있는 그야말로 도랑치고 가재잡고, 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좋은 독서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활자로만 대해도 내 맘을 사로잡는 문학의 향기가 묻어나는 답사여행지를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심훈의 혼이 살아 있는 <상록수>의 고향 당진, 이병기의 난초 향기 그윽한 익산, 이육사의 지조와 절개가 살아 있는 안동, 송강가사의 산실이 된 담양, 조지훈의 정신이 살아 있는 영양, 신석정이 전원생활을 꿈꾸던 부안, 윤선도와 함께 떠나는 남도의 끝 해남, 이효석의 메밀꽃 피는 평창, 허균과 허난설헌의 유년이 살아 있는 강릉, 홍명희의 사살이 <임꺽정>으로 피어난 괴산, 김삿갓의 시작과 끝 영월, 김유정과 함께 하는 호반의 도시 춘천, 신동엽의 시정신으로 피어난 백제의 혼 부여, 채만식의 숨결이 살아 있는 군산, 한용운의 애국 혼이 타오른 홍성, 김영랑의 모란이 피어나는 강진, 박용철의 순수 문학의 산실 광주, 서정주의 질마재 신화를 간직한 고창, 이무영의 농민소설 뿌리가 된 음성, 정지용의 향수로 다시 피어난 옥천, 박경리의 삶과 문학 혼이 깃든 원주

 

21곳의 문학여행지 중에서 11곳이 이미 내가 다녀온 곳이다.  굳이 문학여행을 계획하고 떠난 것은 아니었지만, 문학에 대한 배경지식은 때때로 운전하는 핸들을 조정하기도 한다. 이 책은 뇌리 깊숙이에 숨겨져 있었던 지난 시절 나의 문학에 대한 열정을 추억하게 했다. 또한 잊지 잇었던 우리 문학의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는 계기다 되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육사의 고장 안동과 박경리의 원주를 밟아보고 싶다. 소개한 작가중에서 박경리에 대한 부분은 작가가 토지의 4,5부를 썼던 그리고 유고시까지 머물렀던 제2의 고향인 원주를 조명했으나, 토지의 배경이 되어주는 섬진강 물줄기나 지리산 일대, 그리고 경상도 하동의 토지리에 대한 설명이 아예 없었던 부분이 많이 아쉬웠다. 그 곳을 이미 몇차례 다녀온 나로서는 원주 토지문학공원에 그 배경을 일부 조성하였다고는 해도 토지는(특히, 토지의 1,2,3부) 위에 언급한 그 곳을 직접 보지 않고는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고 감히 나는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문학여행이라는 말이 부담이 된다면, 굳이 그 용어에 얽매이지 않아도 좋다. 삼천리 금수강산 어디를 가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문학의 산실인 작가의 고향이거나 작품의 배경이 되어주는 곳이다 보니, 산수 수려하기가 관광지 못지 않거나, 이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곳이기에 그 틀에 얽매이지 않고 여행기라고 생각하고 읽어도 좋다. 교통편이나, 숙박, 그리고 편안한 잠자리에 대한 안내와 유명한 먹거리에 대한 소개까지 상세히 안내되어 있으니 낯선곳에 한밤중에 떨어져도 시간낭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동안 나름 문학여행을 했다고 자부했었는데,  정작 문학비나 작가의 모습을 담은 동상은 주의깊게 보지 않았었다. 돌이켜보니 그랬다. 늘 주변 풍광에 더 취해 있거나, 다음 코스인 유명관광지를 떠올리느라 사뭇 바쁘기만 했을 뿐...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모습의 문학비나 개성있는문인들의 동상들을 보며, 무심히 지나쳤던 그 기념물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의 시선처럼 동상앞에서 작가들의 삶을 돌아보고, 또한 문학비 앞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시일지라도 한 자, 한 자 마음을 담아 읽어보리라....

 

사족 :  1. 오타 : 5P 홍천 - 홍성, 222p 선운면 - 부안면

           (답사기는 사실에 기초해야 하기에 정확한 지명이 요구된다)

         2. 각 장마다 내용을 보충하기 위한 사진을 게재하였는데, 사진 바로 밑에  설명이 없어서  아쉬웠다.

         3. 신석정 시인의 부안군을 보여주는 '농촌풍경'사진과

            서정주 시인의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의 '농촌풍경'사진이 그 크기만을 달리할 뿐,  같은 사진었다.

            아마도 부안군과 부안면의 행정상 명칭이 주는 편집상의 혼선이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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