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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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은 몇년전부터 우리 나라 문학계의 침체와 맞물려 한국의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다양한 작가들의 책을 여러매체를 통해 접하면서도 일본이라는 나라가 주는 선입견에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었다.

내가 접한 일본책이라고는 기억나는 것만 정리해보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과 자서전, 하시다 스가꼬의 오싱,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그릇 등이다(정리해보니 생각보다 많아서 놀라고 있는 중..)

기존의 책들은 엄선하고 엄선한 것중에서 읽었던 만큼 그 만족도는 매우 컸다. 그래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일본소설을 보기만 하다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음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으리라는 생각에  <내남자>를 손에 들게 되었다. 이 선택에는 제목에서 오는 강렬한 유혹과 제138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한 몫했음은 당연하다. 일본내에서 나오키상이 어떠한 상인지, 얼마만큼의 영향력과 권위가 있는 상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영과 혼이 완벽하게 합일되는, 육체까지 혼연일체를 이루는 그래서 너와 내가 아닌 온전한 하나의 우리를 완성하는 그런 사랑,,,,그런 사랑을 오랜 동안 꿈꾸었었다.

그 사랑이 나를 상처내도, 그 사랑의 결과가 나를 산산히 부서뜨려도 상관없을 것 같은 깊게 몰입해내 자아가 사라져버리는 치명적인 사랑...얼마나 유혹적인가..

 

어쩌면 그런 형태의 사랑이 아무에게나, 그리고 수시로 다가오는 것이었다면 그렇게 긴 시간 나는 꿈꿔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게는 이 생에서는 결코 허용되지 않을 것 같기에, 어쩌면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은 하늘에서 정해 놓은 특별한 운명의 소유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축복같은 것이라고 여겼기에 오로지 '꿈'으로만 존재할 수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꿈이라는 것이 그렇지 아니한가. 일정부분 아름답게 미화되는 것..적당히 상상속에서 윤색이 가능한 것..강조되어야 부분에서만 아름다운 형상으로 온갖 미사여구 동원하여 현란하게 표현가능한 것...

 

<내남자>는 바로 그 치명적인 사랑, 완벽히 두사람이 하나가 되는 사랑,을 그려낸 소설이다.

내남자,,온전한 내 것,,,내 소유의 한 인간..내 남자라는 달콤하고도 은밀한 느낌..이 말이 주는 느낌은 내 남편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과는 정말 확연히 다르다...더 달콤하고 더 끈끈하고, 더 질척거리는 느낌....한마디로 환상적이다.

 

그러면, 꿈꿔왔던 로망의 상세한 스토리를 만날 수 있는 바로 그 책과 함께 하는 동안 나는 과연 감정이입되어 행복했는가? 책의 첫장면에서 감지되어지는 분위기는 좋았다. 하나의 내남자인 준고의 이미지도 맘에 들었다. 곧 이어지는 요시로와의 결혼을 선택함으로써 이별하게 되는 설정도 좋다. 치명적인 사랑이라는 것이 제도속에서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결론나면 재미가 반감되니까. 내남자인 준고가 '양부'라는 설정도 뭐 크게 마음써서 이해해 보기로 했다.(이 대목에서 일본스러움을 느꼈다면 편견일까) 자고로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없다고 했으니 말이다. 현재 시점에서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하나의 준고의 흔적을 따라가는데, 미스터리적인 요소와 어우러지며 독자를 강하게 흡인한다. 곧 뭔가 은밀하고 썩은 듯한 느낌의 음습한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이야기 전개 방식은 이 소설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다시 앞으로 가보자..자, 과연 나는 이책을 읽으면서 행복했는가.. 행복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순수한 절정감이 현재 나에게는 없다. 내가 꿈꿔왔던 치명적인 사랑과는 결정적인 부분에서 달랐기 때문이다. 어쩔수 없는 나의 도덕률은 하나의 준고가 피를 나눈 가족이라는 것을 결코 뛰어넘을 수는 없었나 부다..그 대목에서부터는 감정이 나아가질 않는다..

예전의 고대 중국의 왕조나 우리나라의 신라, 고려 왕조를 살펴봐도 남매, 사촌, 삼촌과 조카와의 혼인의 예는 있었어도 하물며, 여자를 부자간에, 형제간에 세습을 해도 내가 아는 한 피를 나눈 부녀간의 이야기는 들어보질 못했다.

부녀간의 사랑이라니..그것도 피를 나눈 부녀간의 사랑이라니..금기된 금단의 열매는 결국은 피를 부르고 만다..

 

단지 천지간에 아무도 없는 고아,라는 설정이 그들의 비틀어진 사랑이 다 이해될 수는 없다.

다만, 금지된 사랑을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그토록이나 나로 하여금 고개 끄덕이게 하는, 때로는 아름답게 느껴지게 하는 저자의 필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동안 <내남자>를 잊지 못할 거 같다. 사쿠라바 가즈키는 더 오래도록 잊지 못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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