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거닐다 - 알면 알수록 좋아지는 도시 런던, 느리게 즐기기
손주연 지음 / 리스컴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오우...이 책 참 맘에 든다.

요즘 서점가에 줄창 파리를 테마로 하는 여행서가 끊임없이 저자와 형식을 달리하여 나오던데..

그 중 런던을 말해주는 것이 있어 눈에 띄었을 뿐...그리고 무심코 선택했는데..

다 읽고 보니 생각보다 괜찮다. 아니,,읽는 와중에도 흡족해지는 마음이 줄곧 내 심장을 점령하고 있었다.

동안, 런던 하면 우선 떠오르던 것은 빨간 2층 버스다..어렸을 적부터 그 이층 버스가 왜 그리도 낭만적이고 이국적이던지..

그러나, 이 이층버스는 런던만의 상징물은 아니게 되었다..아마 국내에도 상륙했다지.

 

그리고 또 생각하는 것은 비극적인 생을 마감한 다이애나 황태자비.

영국황실의 각종 스캔들성 기사들..그 기사들이 주는 중세의 분위기.뭐, 이런 것들이 주로 영국에 대해서 갖는 느낌이었다.

물론, 세세히 손꼽아보면, 대영박물관이라든가, 런던탑이라든가..비안개 가득한 우중충한 날씨. 영어책에 나오는 센트럴 파크공원, 휴 그랜트. 셰익스피어, 제인 오스틴, 우리동네 영국빵집 등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영국에 대해서 갖고 있는 피상적인 이미지들은 많다.

그러나, 여행이라는 단어와 함께 유럽쪽으로 눈을 돌렸을 때, 영국이 우선순위에 들어 있던 나라는 아니었다.

주로, 프랑스 파리, 스위스, 스페인, 터어키, 하물며 독일의 슈바빙 거리까지도 가고 싶어라 했지만, 단 한번도 영국, 그리고 런던을 꿈꾸었었던 적은 없었다..꿈꾸는 데 돈드는 것도 아니었건만.....

 

저자는 생각해 보니 한달이상 여행을 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고 한다.

무심히 읽어내려가다가,,그렇지, 생각해 보니 나도 그렇네..최고를 길었던 여행은 7박8일의 호주여행이었었다.

그것도 길다고 여행의 중반을 넘어서니 집밥이 그리워지고 일상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실 여행다운 여행은 별로 해보지 못했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던 여행은 모두가 여행이 아닌 관광..

어느날 밤 늦게 퇴근하며 구름사이로 달을 보다가 늘 집-회사-술집의 안정적인 울타리안에서의 탈출을 결심하고 드디어 떠난 저자의 런던행은 그 후, 2년동안의 여행으로 이어지고 이렇게 책으로까지 엮어지게 되었다.

여행기안에서 저자는 '줄리엣'으로 불리워진다..이는 런던행 심리학 공부차 1년 전 먼저 떠났던 그녀의 연인 '로미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여행기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바로 다양한 유서깊은 오래된 박물관이다. 다른 민족에게서 훔쳐온 것까지도 소중히 다루는 영국인들의 자국민의 유산정책이야 말로 해서 무엇하리요....오로지 발전, 개발 논리로만 진행되는 반만년 역사를 가진 현재 우리의 역사인식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건립된 지 수백 년이 넘은 건물들을 시내 한복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곳, 각종 공연들과 전시들을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도시인 런던.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건물에 대한 기록과 사진, 공연에 대한 단상들을 만날 수 있어 읽는 자들로 하여금 런던을 꿈꾸게 한다.

 

특히, 저자의 <씨네 21>기자 경력으로 인한 영화에 대한 풍부한 상식은 런던의 곳곳을 영화의 장면과 접목시켜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풀어내고 있어 그 재미가 더해지기도 하며 색다른 맛을 주기도 한다.

또한, 의식주 전반에 걸친 런던의 스타일도 아주 자세히 안내해주고 있다. 명품샵이나 유명한 가구, 런더너들이 애용하는 스타일 등..하나의 여행기에서 참으로 많은 내용을 접하게 된다.그야말로 이순간 런던의 구석구석을 거닐면서 직접 눈으로 경험하는 듯한 여행기..

펑크문화, 게이페스티벌, 거대한 불꽃놀이 축제, 크리스마스 파티, 우유홍차문화의 느리게 즐기기, 집이 아닌 정원이나 공원에서의 휴식, 등 런던의 문화가 말해주는 것은 소수의 것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하는 문화였다.

 

로미오의 말을 빌어 보면, 시간과 세월의 향기를 짙게 풍기는 도시, 런던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함께 흐르는 곳, 지금은 미래의 시간도 함께 공존하는 곳, 돌아와 생각하니 그리움으로만 기억되는 곳, 이라는 말에 강한 매혹을 느낀다.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26P)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서 런던 느리게 즐기기에 동참한 시간,,,흔들렸던 마음이 튼튼해짐을 느꼈다. 현재의 고통, 또한 지나가리라. 과거 대영제국의 찬란한 영광을 엿볼 수 있는 여행기를 통해서 런던은  한번은 꼭 여행하고 싶은 내 꿈의 도시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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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사사진의 모든 것 ㅣ 포토 라이브러리 8
브라이언 피터슨 지음, 공민희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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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나는 흔히 호사가들이 말하기 좋아하는 표현을 빌려보자면 주말과부이다.

여기서 나를 과부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명명하게 만든 주범은 바로 낚시가 아닌, 남편의 사진이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한 남편의 주말 출사여행이다.

일주일 동안의 직장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주말의 쉼을 통해서 풀고자 하였으나

토요일 아침이면 달콤한 잠에 빠져 있는 내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는 악마의 목소리...나, 지금 나가..

으악~~눈을 살며시 떠서 옆에 휴대폰을 들여다보면 아직 4시...

두 아이와 밀린 집안일이 온전히 내 몫이 된 지, 꽤 오래다.

4년 전부터 인근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사진 강좌를 수강하기 시작하더니 작년 가을부터 부쩍 사진사랑에 푹 빠지기 시작했다. 드디어는 지난 겨울부터 전국의 사진촬영 명소를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기에 여념이 없는 남의 편, 바로 남편이다.

일면 나 혼자 지는 짐이 억울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고단한 삶을 사는 남편의 마음을 알기에 사진이 있어 그의 삶이 의미있어진다면 기꺼이 감내해주리라,는 각오로 내조아닌 내조를 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지역내 대형병원에서 남편이 속해 있는 사진동우회의 전시회가 개최되어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멋진 작품들을 보며 남편의 취미를 더 적극 이해해 보고자 마침 기회가 닿은 이 책 <접사사진의 모든 것>을 선택하게 되었다.

세계적인 사진교육가이자 전문 사진가인  브라이언 피터슨의 <접사사진의 모든 것>은 피사체를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 하면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경이로운 접사의 세계를 담아낸 안내서이다. 그는 이 책 외에도 사진분야의 베스트셀러인 <뛰어난 사진을 위한 노출의 모든 것>,<뛰어난 사진을 위한 DSLR의 모든 것>등을 저술했다. 

그러나, 엄밀히 얘기하면 접사사진은 1배 이상의 확대 비율(실물 크기)을 적용한 사진을 말하며, 1배 이하로 확대하는 것은 클로즈업사진이라고 부른다. 이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사진들은 클로즈업 사진에 해당된다고 한다.클로즈업으로 촬영된 사진은 접사로 찍은 것보다 더 넓은 범위를 포함하고 있다.

카메라, 렌즈, 삼각대와 사진에 대한 깊은 애정만 있으면 그 어떤 예술의 세계보다도 놀랍고 창의적인 세상을 보여주는 접사사진의 영역을 이 한권의 책으로 충분히 안내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손바닥 크기의 디카 한개를 소유한 나로서는 이 책의 내용이 말해주는 전문성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사진에 대해서 좀 아는 자라면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저자가 소개해주는 접사사진의 촬영기법을 통해 표현해낸 세상은 매우 놀랍고, 매혹적이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창조적이고 뛰어난 브라이언의 접사사진을 만드는 비결에 의해서 탄생한 사진들은 이미 주어진 자연환경속에서 노출의 정도나 렌즈의 사용, 구도잡기, 그리고 작가의 시각에 따라서 더 강조되기도, 또 새롭게 재해석되기도 한다. 아주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실내촬영에 있어서는 홈스튜디오 만들기에서 소개되는 것처럼 접사사진의 최대의 걸림돌인 바람이 없는 곳에서 추상성이 강조되는 아주 훌륭한 예술사진들을 찍을 수 있는 것이다.  곤충도감이나 나비시리즈 엽서에 등장하는 사진들이 , 요리잡지의 먹음직스러운 사진들이 어떻게 해서 촬영되었는지, 알게 되는 아주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책이 오던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시종일관 건너다 보며 궁금해하던 남편에게 넘겨줘야야겠다. 아주 좋아할 것을 생각하니 절로 마음이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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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
윤용인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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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총수 김어준님의 <건투를 빈다>를 작년에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기억은 이번에 <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를 선택하는 데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의 저자가 바로 '웃기고 자빠진' 딴지일보의 기자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기자로서의 경험과 그리고 노매드 Media & Travel 여행컴퍼니 대표로서 수많은 인연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세밀히 관찰하고 그 심리를 분석하며 얻은 자신만의 심리학적인 자료를 2008년부터 칼럼을 통해 각종 일간지와  주간지에 실은 것이 이 책의 모태가 되어주었다고 한다.

역시 딴지일보 출신다운 촌철살인식 문체는 약 3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순식간에 읽어버리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이 저자 또한 김어준님과 마찬가지로 나와는 동시대의 경험과 기억을 갖고 있어서인지 이 책에 표현되는 다양한 감수성과 상황묘사는 매우 현실적이고 실감나게 다가왔다.

흔히 남성심리학에 대한 대표적인 책을 말해보라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쉽게 떠오른다.

위의 책이 여자라는 대비되는 성을 염두에 둔 채 남성의 심리를 분석하고 있다면, <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는 여성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남성들의 고단함과 심리를 더 많이 그려내고 있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남자 심리 일반에 대해서 주로 다루고 있고, 후반부로 가서는 성인 남자의 심리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특히, 중년남자의 심리변화에 대한 부분을 많이 언급하고 있다.

덕분에 막연히 감만 잡고 있었던 중년의 삶을 살아가는 남편과 친구들의 고민이 의미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눈치챌 수 가 있게 되어 개인적으로 사교의 유용한 팁이 되어주었다. 그들을 제대로 이해해주는 이전보다 더 멋진 여자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 거 같다. 

어떻게 보면,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평소에 느껴왔던 남성들의 이면을 엿본 거 같기도 하지만, 작가의 글솜씨는 알고 있던 내용조차도 아하, 하고 무릎을 치고 싶을 정도로 절묘하게 꼬집어주는 맛깔스러운 맛이 나서 책을 읽는 동안 참 재미났다.

그런가 하면, 룸살롱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서 결론적으로는 저자도 그런 문화를 좋아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가는 경우도 있다고 변명하지만(그렇다, 여자인 내가 보기에는 변명이다), 역시 남자들끼리 통용되는 서로 봐주기의 심리게임이 아니겠는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이 부분에 이르러 이태껏 웃으면서 지지의 웃음을 보내던 내 얼굴근육이 잠시 굳어버렸다.

상당히 쿨하고 열린 사나이처럼 느껴지는 저자도 결국은 남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저자 정도의 의식을 가진 남자는 남편으로서 훌륭하고 좋은 남자에 속하는 (책속에 드러난 것으로만 평하자면) 것이니 남자들과 이 세상을 살아가자면, 유흥문화에 대한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수용해야 하는 것인가. 한국남성들의 유흥문화에 대한 시각이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해보며 말이다.

'목소리 때문에 이혼한다'라는 코너는 읽는 순간, 깨닫는 것이 많았다. 싸움의 내용보다는 '대화의 방식과 목소리'가 이혼을 결정짓는 관건이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한 것이다. 깨달았으니 실천을 해야지..앞으로는 남편과의 대화나 전화통화시 좀 더 다정하고 절차를 밟는 대화를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목소리톤을 낮추고 조심스럽게.......

 

'자리와 함께 늙는 사람'과 '세월과 함께 늙는 사람'에 대한 의견은 나에게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런 고민은 사회적 위상으로 자리매겨지는 남성에게 더 큰 고민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직장맘으로 살아가는 나에게도 늘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남편의 우울증 진단법 14가지는 앞으로 기회되면 간간히 남편에게 대입하여 체크해봐야겠다. 여성우울증에 비해서 남성우울증은 쉽게 취급되는 경향이 있는데..남편과 살아가는 아내들은 그것이 쉽게 취급할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다만, 그 원인에 대해서 이토록 상세히 알지 못했을 뿐이다. 사회속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연구도 활발히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저자는 소심맨과 걱정맨을 위해서 아주 간단하고 유쾌한 처방전을 써준다. 그것은 바로 '아님 말고'와 '인생 뭐 있어?'라는 아주 심플한 알약. 이 두 가지 색깔의 말은 '파이팅'처럼 뭔가를 독려하고 잘 싸우라는 말이 아니라 덜어내거나 내려놓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짐이 너무 많은 남자들에게 언제까지 무한정으로 힘을 내라고 독려하겠는가. 방향을 살짝 틀어서 잠시 쉬어간다면 삶을 좀 더 가볍고 유쾌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다지 좋지 못한 패를 갖고도 역전의 한방을 노리며 열심히 화투를 치고 있는데, 계획하지도 않은 상황이 발생되는 고스톱판의 나가리판같다.

 

같이 사는 남자를 지금보다 더 잘 이해해 보고자 선택한 이 책, 도움이 아주 안 된 것은 아니지만, 기대했던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것은 이 책의 내용상의 문제점이 아니라 이미 불혹을 넘긴 나의 삶의 이력탓이 그 첫번째 원인이요, 때로는 나보다도 남이 더 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듯이 이 책에서 말해주고 있는 세상의 반인 남자의 심리 정도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음이 그 두번째 이유이다.

그러나, 중년의 삶을 살아가는 외로운 이 땅의 남성들이여!

현재 그대들의 오락가락하는 마음의 정체를 잘 모르겠으면 이 책을 꼭 한번 만나보시라.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뇌와 마음속을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퇴근하지 않은 남편에게 돌아오면 꼭 읽어보라고 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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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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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이 아프도록 회자되던 그 유명한 <용의자 X의 헌신>의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그리고 그의 책 중에서도 가가 형사 시리즈는 꼭 한번은 만나 봐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까지 들게 할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하다.

여기서 '가가'가 누구인가 했더니 명탐정 홈즈처럼 히가시노 게이고가 작품속에서 만들어낸 형사캐릭터의 이름이었다. 저자는 이 가가 교이치로를 주인공으로 하여 추리소설을 7권 출간하였는데, 그 중에서 <잠자는 숲>은 '가가형사 시리즈 2권'에 해당하는 작품이었다.

이번에 나온 신간인 <졸업>, <잠자는 숲>,<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내가 그를 죽였다>, 외에도 <악의>,<거짓말, 딱 한 개만 더>,<붉은 손가락>등이 바로 가가 형사 시리즈에 해당하는 작품군이다.

여러 시리즈 물 중에서도 특히 <잠자는 숲>은 초록빛 바탕에 핑크빛으로 발레슈즈를 신고 있는 발모습의 표지가 인상적이어서 아주 매혹적으로 나를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밀린 책이 이미 여러 권 내 앞에 놓여 있어 가슴에 압박감이 상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초록빛 표지의 이 책을 받아든 순간, 결코 외면하지 못한 채, 그 유혹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부득이하게 해야 할 몇 가지 일들을 처리하고 난 후, 늦은 밤 이 책과 함께 침대에 든 순간의 짜릿함이라니....바야흐로 히가시노 게이고가 나를 이끌어 만나게 해 줄 미지의 세상에 대한 벅찬 기대감으로 인해 너무도 행복했다. 그 시간은 한 여름의 더위도 잠시 잊어버릴 정도의 마력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아사오카 미오다. 그녀는 다카야나기 발레단 소속의 장래가 촉망되는  발레리나다. 미오가 '하루코가 사람을 죽였다'라는 한통의 전화를 받는 것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하루코는 미오의 오랜 단짝친구이자 발레리나인데 그녀는 자신의 행위가 사무실을 무단침입한 한 남자에 대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한다.

사건의 현장을 찾아간 미오에게 남다른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담당형사인 가가 교이치로.

여러 가지 상황과 불충분한 정황으로 단순사건으로 처리될 즈음, 또 다시 발생하는 살인사건.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발레단의 연출가이자 마스터인 가지타 야스나리. 과연 두 사건은 관련이 있는 것일가. 아니면 무관한 것일까.

<잠자는 숲속의 미녀>처럼 왠지 숨죽인 채 뭔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다카야나기 발레단 단원들의 모습에 의문을 갖고 끝까지 추적하는 가가형사. 한편, 그 와중에도 가가형사의 미오에 대한 마음은 점점 깊어만 간다. 가가형사는 그 전 해에 <백조의 호수>공연을 관람하고 흑조역할을 했었던 미오에게 이미 매료되었던 것이다.

두 사건이 미궁 속을 헤메고 있는 와중에도 발레단원들은 여전히 연습에 몰두한다. 곧 무대에 올려질 <잠자는 숲 속의 미녀>공연이 아니어도 발레를 하는 사람들의 삶은 오로지 연습, 또 연습만이 있을 뿐이었다. 연습과정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그 세계를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매우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막상 밖에서 보던 것처럼 그들의 삶이 마냥 아름답고 환상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과 함께 자신들의 꿈, 이상을 향하여 끝없이 희생하고 매진하는 발레리나들의 모습은 자못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히가시노는 하루코의 무죄를 증명하고자 노력했던 야기유 고스케까지 살해의 위험에 노출되는 사건을 통해 독자를 다시 긴장시킨다.그러면서 점점 소설을 그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이쯤에서 뭔가 범인이 윤곽이 어슴프레하고 잡히기는 했으나, 그 이유까지는 추리해내지 못한 나는 역시 추리소설에 있어서는 초보였다.

 

미오의 동료이자 선배인 모리이 야스코의 자살로 인해 소설은 사건의 해결을 보이는가 싶더니, 마지막에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을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히가시노의 매력인가 싶다.

추리소설의 재미도 있지만, 그 어떤 예술 장르보다 더 엄격한 정형과 절제미를 강조하는 발레리나들의 사랑관과 인생관, 세계관을 통해서 보여주는 그들의  삶에 대한 묘사는 이 책을 단순히 추리소설에만 머물게 하지 않는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를 깊은 잠에서 깨웠던 건 바로 왕자님의 입맞춤이었듯이 미오를 새롭게 깨워주는 가가형사의 입맞춤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동화속 공주, 그리고 이 책속의 발레리나들만이 아니었다..나 또한 추리의 멋진 세계가 있다는 것을 모른 채 깊이 깊이 숲속에서 자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히가시노 게이고를 이제서야 만난 것이 너무도 아쉽다. 그러나, 한편 이제라도 만난 것이 그 얼마나 다행인지..

과연 그의 명성은 허언이 아니었다. 이번 여름은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그의 작품은 모두 찾아서 읽어보리라..계획만으로도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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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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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두 권의 책을 만났다.

<여자가 우울하게 하는 것들>과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가 바로 그것이다.

이 두권의 책에서는 트라우마가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여자가 우울하게 하는 것들>에서는 임상을 통해서 어린시절 여성들이 겪었던 성폭행이라는 트라우마가 이후의 그녀의 삶을 어떤 식으로 변형시키고 또한 우울증을 불러오는가에 대해서 서술해놓고 있으며,

<아픈 영혼, 책을 만나다>에서는 책 속의 등장인물들의 상처를 통해서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또는 직시하면서 치유해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이번에 만난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의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이면서 심리적 외상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EMDR Training을 수료하여 국제EMDR협회 공인 치료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24편의 영화속 주인공들의 트라우마를 통해 인간삶속의 다양한 원인의 트라우마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단지 예술성에 입각한 감상으로만 그쳤던 영화들을 심리학자의 시선으로 조명하게 되면서 들여다본 인간의 이야기들은 새롭고 놀라운 경험으로 다가왔다.

여기서 잠깐 트라우마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로 신체적, 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후 나타나는 심리적 외상을 의미한다. 이는 빅트라우마에 해당하는 전쟁, 재난, 천재지변, 불의의 사고, 강간, 아동기 성폭행 등과 같이 개인의 일상을 넘어서는 커다란 사건이 있는데 이러한 경험들은 개인의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적인 가치와 관점을 뒤흔들어놓는 엄청난 충격을 준다 . 또한 스몰트라우마는 각 개인의 삶에서 자신감 혹은 자존감을 잃게 만드는 일상에서의 경험, 사건을 말하는 것으로서 놀림당한 경험, 왕따경험, 창피스러웠던 경험, 발표할 때 실수한 경험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경험들 역시 자신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제한적인 믿음을 갖게 하여 자신의 잠재력을 충붆 발휘하지 못한 채 불만족스럽고 위축된 삶을 살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영화와 함께 트라우마의 양상들을 친절히 설명해준 뒤, 곧 이어서 의학적, 심리학적인 관점으로 풀어놓은 다양한 트라우마에 대한 배경지식은 자신과 타인의 상처에 대한 객관적인고 과학적인 이해를 도와준다. 

기존의 서적에서는 만나보지 못한 내용으로는 공동체 트라우마에 대한 것으로서, 그 중에서도 특히 일본이라는 트라우마와 분단의 트라우마는 우리가 꼭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 극복의 문제는 개인의 힘으로는 어렵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기존의 비슷한 책에서 받았던 충격과는 그 내용이 다른 충격을 받았다. 기존의 책에서는 내 상처의 크기나 또는 관계맺은 사람들을 이해하는 코드로만 적용했던 트라우마들이 이 책에서는 한 지인의 상황을 속속들히 이해하는 과정으로 작용했기 대문이다.저자는 '트라우마의 희생자들은 자신들의 정서적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자신들의 부적응적 행동까지도 포용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 때 비로소 안정감과 연결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작년에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을 잃은 후배를 내가 근무하는 직장에 계약직으로 취직을 할 수 있게 힘을 썼고, 그 이후 그 후배의 모든 행동은 곧 나의 책임이라는 무거운 압박감으로 인해 직장안에서의 후배의 부적응적 행동을 이해한다고 하면서 알게모르게 그녀를 다그쳤던 내 행동들이 뒤늦게 깊은 회한으로 밀려온다. 빨리 아픔에서 헤어나오기를 바라는 마음도 컸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내 행동이 상당히 성급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녀에게 또 다른 아픔으로 힘겹게 한 것은 아닌지.. 난 정말 미안했다.

"오점 없는 인생이여, 트라우마에 돌을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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