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일보 총수 김어준님의 <건투를 빈다>를 작년에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기억은 이번에 <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를 선택하는 데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의 저자가 바로 '웃기고 자빠진' 딴지일보의 기자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기자로서의 경험과 그리고 노매드 Media & Travel 여행컴퍼니 대표로서 수많은 인연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세밀히 관찰하고 그 심리를 분석하며 얻은 자신만의 심리학적인 자료를 2008년부터 칼럼을 통해 각종 일간지와 주간지에 실은 것이 이 책의 모태가 되어주었다고 한다.
역시 딴지일보 출신다운 촌철살인식 문체는 약 3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순식간에 읽어버리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이 저자 또한 김어준님과 마찬가지로 나와는 동시대의 경험과 기억을 갖고 있어서인지 이 책에 표현되는 다양한 감수성과 상황묘사는 매우 현실적이고 실감나게 다가왔다.
흔히 남성심리학에 대한 대표적인 책을 말해보라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쉽게 떠오른다.
위의 책이 여자라는 대비되는 성을 염두에 둔 채 남성의 심리를 분석하고 있다면, <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는 여성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남성들의 고단함과 심리를 더 많이 그려내고 있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남자 심리 일반에 대해서 주로 다루고 있고, 후반부로 가서는 성인 남자의 심리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특히, 중년남자의 심리변화에 대한 부분을 많이 언급하고 있다.
덕분에 막연히 감만 잡고 있었던 중년의 삶을 살아가는 남편과 친구들의 고민이 의미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눈치챌 수 가 있게 되어 개인적으로 사교의 유용한 팁이 되어주었다. 그들을 제대로 이해해주는 이전보다 더 멋진 여자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 거 같다.
어떻게 보면,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평소에 느껴왔던 남성들의 이면을 엿본 거 같기도 하지만, 작가의 글솜씨는 알고 있던 내용조차도 아하, 하고 무릎을 치고 싶을 정도로 절묘하게 꼬집어주는 맛깔스러운 맛이 나서 책을 읽는 동안 참 재미났다.
그런가 하면, 룸살롱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서 결론적으로는 저자도 그런 문화를 좋아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가는 경우도 있다고 변명하지만(그렇다, 여자인 내가 보기에는 변명이다), 역시 남자들끼리 통용되는 서로 봐주기의 심리게임이 아니겠는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이 부분에 이르러 이태껏 웃으면서 지지의 웃음을 보내던 내 얼굴근육이 잠시 굳어버렸다.
상당히 쿨하고 열린 사나이처럼 느껴지는 저자도 결국은 남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저자 정도의 의식을 가진 남자는 남편으로서 훌륭하고 좋은 남자에 속하는 (책속에 드러난 것으로만 평하자면) 것이니 남자들과 이 세상을 살아가자면, 유흥문화에 대한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수용해야 하는 것인가. 한국남성들의 유흥문화에 대한 시각이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해보며 말이다.
'목소리 때문에 이혼한다'라는 코너는 읽는 순간, 깨닫는 것이 많았다. 싸움의 내용보다는 '대화의 방식과 목소리'가 이혼을 결정짓는 관건이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한 것이다. 깨달았으니 실천을 해야지..앞으로는 남편과의 대화나 전화통화시 좀 더 다정하고 절차를 밟는 대화를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목소리톤을 낮추고 조심스럽게.......
'자리와 함께 늙는 사람'과 '세월과 함께 늙는 사람'에 대한 의견은 나에게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런 고민은 사회적 위상으로 자리매겨지는 남성에게 더 큰 고민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직장맘으로 살아가는 나에게도 늘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남편의 우울증 진단법 14가지는 앞으로 기회되면 간간히 남편에게 대입하여 체크해봐야겠다. 여성우울증에 비해서 남성우울증은 쉽게 취급되는 경향이 있는데..남편과 살아가는 아내들은 그것이 쉽게 취급할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다만, 그 원인에 대해서 이토록 상세히 알지 못했을 뿐이다. 사회속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연구도 활발히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저자는 소심맨과 걱정맨을 위해서 아주 간단하고 유쾌한 처방전을 써준다. 그것은 바로 '아님 말고'와 '인생 뭐 있어?'라는 아주 심플한 알약. 이 두 가지 색깔의 말은 '파이팅'처럼 뭔가를 독려하고 잘 싸우라는 말이 아니라 덜어내거나 내려놓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짐이 너무 많은 남자들에게 언제까지 무한정으로 힘을 내라고 독려하겠는가. 방향을 살짝 틀어서 잠시 쉬어간다면 삶을 좀 더 가볍고 유쾌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다지 좋지 못한 패를 갖고도 역전의 한방을 노리며 열심히 화투를 치고 있는데, 계획하지도 않은 상황이 발생되는 고스톱판의 나가리판같다.
같이 사는 남자를 지금보다 더 잘 이해해 보고자 선택한 이 책, 도움이 아주 안 된 것은 아니지만, 기대했던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것은 이 책의 내용상의 문제점이 아니라 이미 불혹을 넘긴 나의 삶의 이력탓이 그 첫번째 원인이요, 때로는 나보다도 남이 더 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듯이 이 책에서 말해주고 있는 세상의 반인 남자의 심리 정도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음이 그 두번째 이유이다.
그러나, 중년의 삶을 살아가는 외로운 이 땅의 남성들이여!
현재 그대들의 오락가락하는 마음의 정체를 잘 모르겠으면 이 책을 꼭 한번 만나보시라.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뇌와 마음속을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퇴근하지 않은 남편에게 돌아오면 꼭 읽어보라고 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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