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비 독살사건 - 여왕을 꿈꾸었던 비범한 여성들의 비극적인 이야기
윤정란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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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왕과 왕비는 여염의 가시버시와는 엄연히 다르다.

그들은 다정한 부부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각자 자신의 정치적 세력을 등에 업은 냉혹한 정적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왕과 왕비의 정치적인 기반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고, 왕비는 하늘아래 하나밖에 존재할 수 없는 왕의 신하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왕을 폐서인이키는 것은 정변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왕비는 정치적인 기반이 없으면 언제든지 왕이나 신하에 의해서 그 자리에서 쫓겨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7명의 왕비들은 조선 500년 동안 추존되었거나 책봉되었던 왕비 총 44위중에서 정치적으로 독살당했다고 결론지어지는 왕비들만 추려내었다. 저자가 역사의 변방에서 그 한가운데로 불러낸 왕비들은 작은 혁명을 꿈꾸었거나 자신도 모르게 혹은 의도하지 않은 채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당했던 여성들이다.  견고한 남성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당시 조선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그들의 비범했던 꿈을 접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그 비극적인 관점을 현실감있게 풀어놓고 있다. 

 

사가에 있을 때부터 원대한 꿈을 실현하고자 철저히 계획되고 절제된 삶을 살았던 소혜왕후 한씨는 <내훈>을 지어 여성들에게 유교적 여성관을 지키라고 주장하였지만, 정작 자신은 그것을 통해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써만 이용하였고, 결국은 절대권력을 꿈꾸는 연산군에 의해서 그녀의 꿈은 꺽이고 만다.

 

성종의 아내이자 소혜왕후 한씨의 손주며느리, 그리고 악명높은 연산군의 모후인 폐제헌왕후 윤씨. 그녀의 사사죄목은 왕의 권력을 넘보았다는 것이다. 정숙, 신실, 근면, 검소, 겸손 등 갖은 미사여구로 칭송받던 윤씨는 후궁에서 왕비로 책봉된 지 단 7개월 만에 흉악, 포악, 패역, 오만한 여성이라는 누명(?)을 쓰고서 사사된 것이다. 윤씨의 드라마틱한 이 인생의 여정에는 신숙주라는 정치적 배경의 생성과 소멸과 깊은 관계가 있다.

 

삶을 살해당한 왕비, 인목왕후. 선조의 계비이자, 영창대군의 모후인 인목왕후.

19세의 꽃다운 나이에 49세의 선조에게 시집을 온 인목왕후는 철저히 남성위주의 이데올로기의 대표적인 희생양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스스로 권력을 가지지 못한 채 왕비라는 위치가 오히려 군왕과 신하들에게 이용되기만 했을 뿐, 철저히 권력에 희생당했던 인목왕후의 삶을 돌이켜보면 조선조 왕비중 이렇게 비극적인 왕비가 또 있을까 싶다.

 

19세기 말까지 부정적인 평가로만 일관되었던 광해군은 오늘날 명과 청의 중간에서 탁월한 외교실력을 보인 '실리외교'왕으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광해군과 그의 부인 유씨가 무속을 믿고 의존해야만 했던 비극은 세자 시절, 명의 인정을 받지 못했던 것에서 연유한다.

 

시아버지에 의해 제거된 새로운 세계관의 소유자, 소현세자빈 강씨.

강씨는 그녀의 아버지 강석기가 서인이라는 정치적인 이유로 간택되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힘없는 나라의 세자부부는 청의 포로가 되고, 이 사건은 훗날 인조와 세자와의 간극을 벌리게 된다.

유학을 숭상하던 조선과는 달리 실리주의를 추구하던 청에 있는 동안,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세자빈 부부는 인조의 박대를 받게 되고, 결국은 열등감에 사로잡힌 인조에 의해 이유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사대부들, 역사의 새 물결에 저주를 내리다, 희빈 장씨

숙종때는 그 이전 시대보다 신분제의 공고함이 많이 흐려지던 시기이다. 또한, 역대 왕들 중에서 가장 설화가 많이 남아 있는 시대이기도 한데, 하층민 출신들의 신분 상승에 대한 열망, 백성들이 새로운 세계를 강력히 희망하는 내용들이 그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다.

희빈 장씨는 역관 아비와 천민 윤씨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천민인 그녀의 왕후 책봉은 조선의 신분제를 뒤흔든 상징적인 사건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숙종은 자신의 왕권강화를 위해 당파를 이용하고, 사대부들은 천한 신분의 사람들이 그들과 같이 기득권을 향유하는 것을 두고볼 수 없었기에 민씨의 복귀를 도모하며, 장씨를 폐위에 앞장서게 된다. 결국 그녀를 죽인 것은 변화를 거부하는 사대부들과 이들에게 세뇌당한 백성들 뿐 아니라 신분제 그 자체인 것이다.

 

7명의 왕비 중 유일하게 황후로 거론되는 명성황후 민씨.

저자는 그녀를 진정한 국모가 되지 못했던 황후라고 규정한다.

사실 명성황후에 대해서는 그 평가가 아직도 여러가지로 엇갈린다. 한미한 집안의 딸이었기에 흥선대원군에 의해서 왕비로 간택되고 이후 흥선대원군과의 대결구도에서 고종을 보좌하여 외줄타기 하듯 당시의 어렵고 혼란스러웠던 시대를 풍미했던 명성황후는 유교적 여성관에 기인한 탓에 민중적 기반을 갖지 못하여 결국은 을미사변의 참변으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서양인, 일본인들은 정치적인 역량이 뛰어난 여성으로 기록하고 있지만, 백성들의 어려운 처지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채 자신의 생존권마저 외국에 의탁했던 그녀는 백성들의 외면으로 죽음과 맞닥뜨리고 만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겉으로 보기에 왕비의 삶은 매우 화려한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을 보다 상세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냉혹한 권력의 암투속에서 하루하루 긴장을 풀지 못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왕비의 자리. 이에 왕비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그 자리를 굳건히 하고자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권력은 결국은 화무십일홍이 아니겠는가...영원한 것은 없다. 이런 관점에서 왕비들의 스러짐은 어쩌면 세월의 흐름속에서 당연한 것일 뿐이다. 단지 여성이었다는 이유로 그런 결과에 이르렀다는 저자의 해석은 좀 무리가 따른다고 생각된다.

여튼, 흥미로운 역사 재조명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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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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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만화가 최규석을 모른다.

들어본 적이 없어서다.

그러나, 알만한 사람은 아는 꽤 유명하고 실력도 짱짱한 작가인가 보다. 팬층이 매우 두터운 것을 보면 말이다.

남들 다 아는 사람, 나만 모르면 왠지 바보같다. 그래서 자꾸만 오므라드는 손가락 펴들고 집어든 이 책 <100도씨>

앞부분을 읽어보곤 스치는 첫번째 생각.

놀랍다.

최규석의 이력을 살펴보니 우리 386세대가 흔히 말하는 90년대 학번이다.

이 말은 곧 386세대와는 정서적으로, 정치적으로 확연히 구별이 되는 세대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 친구가 <100도씨>에서 그려내는 우리의 기억들은 그 때 그자리에 같이 호흡했던 사람처럼 너무도 똑같다. 그래서 놀랍다.

최규석의 시선으로 철저히 그리고 세세히 복원되는 기억들. 아프다. 먹먹하다. 저리다. 뜨겁다.

 

5.18

그 때 나는 중1이었다. 광주와 가까운 순창이 고향인 나.

내 주변에는 5.18의 상처와 밀접한 사람들이 실재해 있다.

5.18얘기를 하도 들어서 어떤 때는 눈앞에 진군해오던 탱크를 봤었던 기억이 실재인지, 환영인지조차 헷갈린다.

(확인해 보지 않은 채 그냥 그대로 순창까지 밀고 왔다고 믿고 있다.그러나 생각해 보니 이 기억은 맞는 기억이 아닌 거 같다)

그래도 나, 운동하는 사람들 빨갱이라고 생각했던 시절, 있었다.

1987년..내가 인문대 2학년을 다니던 시절.

강의시간표는 짜여져 있으나, 과목의 구별이 없이 늘 스크럼으로만 기억되던 시간들

나는 소위 말하는 운동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미래를 계획하던 부류의 사람도 아니었다.

다만, 그 두 영역에 속한 친구들은 많았고, 나는 오지랖넓게도 속절없이 두 영역의 친구들이 모두 이해가 되었었다.

가투, 암호, 가명, 조직, 세포,

이 단어들은 그때 통용되던 의미로서의 단어로는 지금은 사어이다.

나에게는 영호같은 친구도 있었고, 영호누나, 영호형, 영호엄마, 아빠, 홍민이. 등등.

<100도씨>에 출연하는 인물들을 대신하여 떠올릴 수 있는 많은 지인들이 있었다.

한때는 눈물과 가슴의 묵직한 통증없이는 그들을 기억할 수 없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눈물 한 방울 정도는 떨어뜨렸나....

생각보다 냉철하게 읽었다. 그것은 이 책이 생각했던 것보다 감정적으로 격하지 않고 아주 많이 순화되어 있었다.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면 실재보다 낭만적으로 그려졌다. 그래서 내 감정이 파도치지 않았나 부다. 그만큼 나의 열정도 믿음도 희망도 순수도 늙어버린 건지도 모르지만....

박종철, 이한열의 죽음..그들의 죽음의 함께 한 뜨거웠던 우리의 가투...우리가 피로써 쟁취해 냈던 것들...그 뒤에 밀고오는 허망함.

이 책에서 말해주는 것보다 더 많은 일들이 그 당시에 있었다.

 

최대한 한자, 한자 꼼꼼히 느리게 천천히 읽을려고 했으나 만화여서인지, 아니면 우리의 발자취와 너무 흡사해서인지 순식간에 읽어버린 책, 마지막 장을 덮었다.

마음이 답답하다. 쉽게 희망을 말하지 못하겠다. 물이 100도씨에서 끓듯, 사람도 100도씨면 끓는다고????

하여 늘 지금이 99도씨라고 되뇌인다고, 자기암시를 한다고.?!

나는 왠지 하고 싶지 않아진다. 외면하고 싶다.

끓어대지 않고, 즉각 분노하지 않고, 이제는 나도 조금은 정치적이고 싶어지는 속내..뜨거워서 실존했던 기억은 묻어두고, 이제는 더이상 잡히지 않는 희망에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못난 속내를 조심스레 혼자서 입술위에 올려본다.

끓어야 하는 것은 당위이지만, 관념일 뿐이라고!!!!!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고...... 

 

오늘 아침 신문에는 쌍용자동차 노조원이 있는 도장공장 위로 헬기가 발암물질들어간 최루액가루를 살포하는 현실이버젓히 실려 있다.

도장공장이 말해주는 현실은 아직도 99도씨가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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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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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의 날카로운 칼날을 넘어서기는 어렵나니,

그러므로 현자가 이르노니, 구원으로 가는 길 역시 어려우리라 - 카타 우파티샤드-

 

서머싯 몸의 장편소설<면도날>시작부분 맨 앞머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구절을 가만히 음미해보면, 이 소설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민음사에서 세계문학전집 214권째로 서머싯 몸의 <면도날>을 선택했다.

작가의 또 다른 작품, <달과 6펜스>, <인간의 굴레에서>와 함께 서머싯 몸의 3대 장편소설의 하나에 속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인간의 굴레에서>는 11권, 12권으로 <달과 6펜스>는 38권으로 이미 출판되었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함에도 제목은 너무도 익숙한 위의 두권과는 달리, <면도날>은 이번에 처음 들어본 책이면서도 한편으로 소설의 제목으로서 단순명쾌한 것이 맘에 들었다.

'비정한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려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바치는 작품'이라는 설명도 이 책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그러나,내 손에 들어온 책의 두께라니..521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에 우선 기가 질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한 책읽기는 생각보다 수월했다.

작가가 소설속에서 화자가 되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사람으로 직접 등장하고 있음으로써 소설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해주고 있다. 몇 호흡 읽지도 않은 거 같은데, 페이지는 상당한 부분을 쑤욱~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별다른 사건의 발생도 없이 언뜻 평이한 진행으로 이어지는 소설은 그러나 마지막 장을 덮고 났을 때,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담백한 물의 맛처럼 조용히 스며드는 소설이 주는 여운은 이 소설이 지닌 저력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작가 몸은 우연한 기회에 프랑스 상류사회 사교계의 중심인물인 엘리엇을 알게 되고, 엘리엇의 전 생애속에서 벗으로 함께 하면서 그의 주변인물들과 교류하게 된다.

엘리엇은 유럽의 상류사회에서 미술품 중개인으로 시작하여 일원으로 인정받기까지 스스로 부단한 노력으로 그 자리를 누리게 된다. 적당히 속물근성과 상류사회 일원으로 요구되는 세련된 매너등을 갖춘 사람으로서 생의 마지막에는 백작의 옷을 수의로 입는 등, 말년에는 잠시 소외의 외로움을 겪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자신이 세운 기준안에서 만족한 일생을 완성한다. 사후에는 이사벨과 조카들, 그리고 일하는 사람에게까지 유산을 배분해주어 후덕한 이미지까지 획득하는 나름대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낸다. 

엘리엇의 조카인 이사벨은 매우 아름답고 건강한 외모한 세련되고 이지적인 성품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누리고자 하여, 어릴적부터 사랑한 래리와 약혼하였으나, 래리가 추구하는 삶이 그녀와 삶과 일치하지 못하자, 과감히 파혼하고 그녀가 원하는 것들을 충분히 채워주는 증권브로커 그레이와 결혼한다. 그레이는 남자는 반드시 일을 해야 한다는 사고의 소유자로 이사벨과 두 딸들에게 더할나위없이 좋은 남편이자 아빠이다. 아내의 옛연인에게도 너그러운 친구로서 주변인에게 호감을 주는 좋은 사람이다.

한편, 래리와는 어릴 적 시를 주고받는 소통하는 친구였지만 결혼후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를 잃고 너무도 순수했던 영혼은 타락의 길로 들어서버리고 만다. 훗날 래리와의 만남으로 그녀의 삶은 잠시 구원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욕심많은 이사벨의 간교로 숨어버린 채, 어느날 살해당한 채 주검으로 발견된다.

가진것도 배운것도 없는 수잔, 그녀만이 가진 매력으로 몽마르뜨 거리의 화가들의 모델과 연인으로 삶을 채우다가 어엿한 사업가의 아내자리와 동시에 그에 걸맞는 화가로의 변신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몸이 가장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때로는 감정이입하기도 하는 로렌스 대럴.(래리)

어린 시절 부모를 일찍 잃고 후원자의 그늘 안에서 성장을 하다가 비행기조종사로서 세계제1차대전에 참전하게 되고, 자신을 구하다가 친구가 죽고 마는 사건을 경험하게 된다. 이 경험은 이후의 래리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삶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래리, 과거의 현자들이 끊임없이 해온 질문이며, 또한 나름의 다양한 답이 나와있지만, 그것은 결국 답이 없는 관념적이고 무모한 길일 뿐이라는 이사벨의 말에도 불구하고 래리는 자신의 온 몸으로 질문하고 답을 얻고자 사랑하는 이사벨과 파혼하고 구원의 길위에 서게 된다.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하면서 부랑자로서, 노동으로, 종교, 책속의 선인들의 말을 통해, 인도의 성자를 통해 깨달음을 구한다.

 

작가는 앨리엇, 그레이, 이사벨로 대변되는 평범한 삶이 갖고 있는 위대함을 잊지 않으면서, 그 위대함을 넘어서는 소피, 수잔에 이어 래리가 걸어가는 구도자의 고귀한 여정을 주목하고 있다.

 

몸은 실용적인 자본의 효용을 말하는 이사벨에게는 '인생을 최대한 쓸모있게 사는 것'만큼 실용적인 또 있을까, 라며 래리의 삶을 이해하지만, 래리의 행적에 끊임없는 회의어린 질문을 던짐으로써 이사벨의 삶을 옹호하기도 한다. 이러한 작가의 시선은 작가가 평생을 살아온 삶에 대한 성찰을 오롯히 <면도날>에 담아낸 것이라고 보여지며, 이 책이 작가의 말년에 쓰여진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하겠다.

다양한 인간군상의 삶의 진정성을 긍정하는 작가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으며, 소설속 등장인물은 모두 다 작가를 이루는 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나, 유독 래리의 삶에 할애된 분향이 많은 것으로 볼 때, 래리가 추구하는 삶이 곧 작가가 지향하는 바를 대표하지 않았겠나 짐작해 본다. 

고전소설에 갖고 있는 장점 중에 하나인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 삶의 보편성을 그리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서머싯 몸이 그려내는 소설속 인물의 삶은 그에 가장 부합하는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이에 작가가 다른 작품에서 그려내는 다른 인간들의 삶 또한 너무너무 궁금해졌다.

 

엘리엇은 엘리엇답게 삶을 마감했기에 아름다웠다. 이사벨과 수잔  또한 각자의 욕망에 충실하고 긍정했기에 그 삶을 인정할 수 있다.

자, 그러면 이런 경우는 어떠한가. 엘리엇의 일상을 기꺼이 영위하면서 늘상 머리속으로는 혹은 타인에게는 래리의 삶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여지길 원하는 거 말이다. 이런 사람의 삶의 마지막장도 완성이 되는 것인지.

 

우리네 삶에 과연 답은 있는 것일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을 충실히 살아왔지만 나 또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여전히 갖고 있지 못한다. 이에 삶의 근원적인 물음을 구하는 소설류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있다. 나보다 먼저 삶을 깊이 성찰하고 살아낸 지성인들의 숨결을 통해 지혜의 한조각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희망에서다.  한때는 그 물음의 답에 근접했나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삶은 그 막다른 골목에 도달했나 싶으면 그 모퉁이에 이제까지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다시 드러내곤 했다. 요즘 나는 오히려 두렵다. 내가 지금 나름대로 확신하고 내딛는 이 생의 마지막에 도달했을 때, 삶은 여전히 모호한 얼굴을 보여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요즈음의 나를 짓누르고 있는 두려움의 실체다.

더운 여름임에도 계절을 의식하지 않은 만큼 흡입력있는 <면도날>은 적당히 철학적인 주제와 군데군데 흥미로운 사건의 등장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어 나의 고전소설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여 주었다.

책의 뒷부분에는 지금까지 발간된 세계문학전집 1권에서  214권까지의 리스트가 실려 있다. 무심코 그 중에서 내가 만난 책을 꼽아 보니 겨우 33권.

기회가 된다면 제1권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부터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조용히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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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사수 효과만점 일본어 첫걸음
야마노우치 타스쿠.커뮤니케이션 일본어 연구회 지음, 커뮤니케이션 일본어 연구회 엮음, 오이 / 사람in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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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시절을 같이 보냈던 친구가 여고에서 갈렸다.

우리때는 제2외국어를 배웠어야 했는데, 당시 우리 학교에서는 프랑스어를 채택했는데, 그 친구가 간 학교에서는 당시에는 드문 일본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했었다.

처음에는 낭만적으로 들렸던 프랑스어가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워지기만 했는데, 가끔 만나는 친구는 그렇게나 일본어를 재밌어하고 쉽게 배우는 거 같아 보였다. 그 당시 친구에게 느꼈던 묘한 열등감은 오랜 동안 깊이 숨어있다가 뒤늦게서야 올 초부터 일본어공부라는 학구열로 드러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더군다나 재작년에 4박5일간의 쿄토, 오오사카, 나고야 여행은 일본어에 대한 관심을 더 증폭시켜 일본어 배움에 대한 직접적인 동기로 작용을 하였다.

약 두 달 여 동안 '스즈키'상에게서 배운 일본어는 매우 즐겁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주어진 것이 아닌 직접 찾아나선 공부는 이렇게 다른 재미를 숨겨놓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해서 일본어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기 위해서 선택하게 된 <재미사수 효과만전 일본어 첫걸음>은 우선 올 초에 배웠던 교재와 두드러지는 차별점은 혼자서도 공부가 가능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기존의 교재에서는 발음기호가 나와 있지 않아 부득이하게 선생님의 발음을 듣고 고대로 교재에 표시를 해두고는 했는데, 이 책에는 발음기호가 첨부되어 있어 혼자서도 연습이 가능했던 것이다.

두 권의 합본호로 발행된 이 책은 1권에서는 일본어의 문자와 발음, 인사하는 법, 명사를 이용한 표현과 그 활용법에 대해서 다루고 있고 2권에서는 형용사 및 동사를 이용한 표현과 활용법에 대해서 안내해주고 있다.

설명편, 문법정리편, 연습문제편으로 구성되어 일본어 공부가 초보인 자라도 쉽게 접근이 가능하게 구성되어 좋다.

특히, 사람IN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4가지 버전의 MP3 음원을 다운받아 혼자서 하는 공부에 효과적인 활용을 할 수 있어 유용한다.

이 모든 일본어 공부방법은 한국 고양이 앙꼬와 쪼꼬가 주인을 따라 일본을 가게 된 이후의 생활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토리텔링 구조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서 매우 재미있고 집중시켜주는 힘이 있다.

제목 그대로 재미는 기필코 사수하면서 효과는 극대화하는 일본어 배우기 그 첫걸음인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첫걸음을 뗀다면 시작이 반이라고 그 다음 행보가 훨씬 더 쉬울 것이라고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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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거닐다 - 알면 알수록 좋아지는 도시 런던, 느리게 즐기기
손주연 지음 / 리스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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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우...이 책 참 맘에 든다.

요즘 서점가에 줄창 파리를 테마로 하는 여행서가 끊임없이 저자와 형식을 달리하여 나오던데..

그 중 런던을 말해주는 것이 있어 눈에 띄었을 뿐...그리고 무심코 선택했는데..

다 읽고 보니 생각보다 괜찮다. 아니,,읽는 와중에도 흡족해지는 마음이 줄곧 내 심장을 점령하고 있었다.

동안, 런던 하면 우선 떠오르던 것은 빨간 2층 버스다..어렸을 적부터 그 이층 버스가 왜 그리도 낭만적이고 이국적이던지..

그러나, 이 이층버스는 런던만의 상징물은 아니게 되었다..아마 국내에도 상륙했다지.

 

그리고 또 생각하는 것은 비극적인 생을 마감한 다이애나 황태자비.

영국황실의 각종 스캔들성 기사들..그 기사들이 주는 중세의 분위기.뭐, 이런 것들이 주로 영국에 대해서 갖는 느낌이었다.

물론, 세세히 손꼽아보면, 대영박물관이라든가, 런던탑이라든가..비안개 가득한 우중충한 날씨. 영어책에 나오는 센트럴 파크공원, 휴 그랜트. 셰익스피어, 제인 오스틴, 우리동네 영국빵집 등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영국에 대해서 갖고 있는 피상적인 이미지들은 많다.

그러나, 여행이라는 단어와 함께 유럽쪽으로 눈을 돌렸을 때, 영국이 우선순위에 들어 있던 나라는 아니었다.

주로, 프랑스 파리, 스위스, 스페인, 터어키, 하물며 독일의 슈바빙 거리까지도 가고 싶어라 했지만, 단 한번도 영국, 그리고 런던을 꿈꾸었었던 적은 없었다..꿈꾸는 데 돈드는 것도 아니었건만.....

 

저자는 생각해 보니 한달이상 여행을 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고 한다.

무심히 읽어내려가다가,,그렇지, 생각해 보니 나도 그렇네..최고를 길었던 여행은 7박8일의 호주여행이었었다.

그것도 길다고 여행의 중반을 넘어서니 집밥이 그리워지고 일상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실 여행다운 여행은 별로 해보지 못했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던 여행은 모두가 여행이 아닌 관광..

어느날 밤 늦게 퇴근하며 구름사이로 달을 보다가 늘 집-회사-술집의 안정적인 울타리안에서의 탈출을 결심하고 드디어 떠난 저자의 런던행은 그 후, 2년동안의 여행으로 이어지고 이렇게 책으로까지 엮어지게 되었다.

여행기안에서 저자는 '줄리엣'으로 불리워진다..이는 런던행 심리학 공부차 1년 전 먼저 떠났던 그녀의 연인 '로미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여행기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바로 다양한 유서깊은 오래된 박물관이다. 다른 민족에게서 훔쳐온 것까지도 소중히 다루는 영국인들의 자국민의 유산정책이야 말로 해서 무엇하리요....오로지 발전, 개발 논리로만 진행되는 반만년 역사를 가진 현재 우리의 역사인식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건립된 지 수백 년이 넘은 건물들을 시내 한복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곳, 각종 공연들과 전시들을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도시인 런던.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건물에 대한 기록과 사진, 공연에 대한 단상들을 만날 수 있어 읽는 자들로 하여금 런던을 꿈꾸게 한다.

 

특히, 저자의 <씨네 21>기자 경력으로 인한 영화에 대한 풍부한 상식은 런던의 곳곳을 영화의 장면과 접목시켜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풀어내고 있어 그 재미가 더해지기도 하며 색다른 맛을 주기도 한다.

또한, 의식주 전반에 걸친 런던의 스타일도 아주 자세히 안내해주고 있다. 명품샵이나 유명한 가구, 런더너들이 애용하는 스타일 등..하나의 여행기에서 참으로 많은 내용을 접하게 된다.그야말로 이순간 런던의 구석구석을 거닐면서 직접 눈으로 경험하는 듯한 여행기..

펑크문화, 게이페스티벌, 거대한 불꽃놀이 축제, 크리스마스 파티, 우유홍차문화의 느리게 즐기기, 집이 아닌 정원이나 공원에서의 휴식, 등 런던의 문화가 말해주는 것은 소수의 것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하는 문화였다.

 

로미오의 말을 빌어 보면, 시간과 세월의 향기를 짙게 풍기는 도시, 런던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함께 흐르는 곳, 지금은 미래의 시간도 함께 공존하는 곳, 돌아와 생각하니 그리움으로만 기억되는 곳, 이라는 말에 강한 매혹을 느낀다.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26P)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서 런던 느리게 즐기기에 동참한 시간,,,흔들렸던 마음이 튼튼해짐을 느꼈다. 현재의 고통, 또한 지나가리라. 과거 대영제국의 찬란한 영광을 엿볼 수 있는 여행기를 통해서 런던은  한번은 꼭 여행하고 싶은 내 꿈의 도시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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