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 - 6만 입양아의 주치의이자 엄마였던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50년 의료일기
조병국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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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모"

오늘도 어김없이 6시 반이 되니 사무실 문이 빼꼼히 열리고 나를 부르는 종달새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는 사무실로 가로질러 누군가 뛰어오더니 내 품에 포옥 안긴 채 볼에 쪽~ 소리를 내며 뽀뽀를 해준다.

우리 '다움'이다. 아름답게 자라라고 엄마가 지어준 이름이다.

올해로 4살인데, 4살 아이답지 않게 매우 영특하고 애교가 철철 넘쳐 우리 사무실 식구 모두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다.

나만 해도 퇴근시간이 6시인데도 불구하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다움이 엄마가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찾아올 때까지 퇴근도 하지 않은 채 오매불망 다움이 뽀뽀만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동료가 결혼 10년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남편과 상의후에 가슴을 낳은 딸이 바로 '다움'이다. 그런데, 다움이가 돌도 되기 전에 남편과 이혼한 다움이 엄마는 주변의 파양권유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한번 내 자식이 된 아이를 버릴 수 있냐며, 다움이를 그야말로 지극정성으로 키우고 있다. 처음에 다움이를 만났을 때, 선입견이 있었던 나는 자연스럽게 대해야 한다는 나도 모르는 강박이 있었으나, 얼마 되지 않아 그런 고민은 싹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들 모녀는 누가 봐도 친모녀지간 같을 정도로 닮아갈 뿐 아니라 서로를 너무도 사랑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여 재혼을 권하는 내게 언제나 다움이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아주 씩씩한 다움이 엄마를 보면서 나는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사랑과 헌신과 기쁨의 아우라로 둘러싸인 두 모녀를 보면서 같이 가슴 덥혀지는 행복을 맛보고 있다.

 

한 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고아수출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호칭을 가졌었다. 그러나, 정부와 관계기관들의 노력에 힘입어 점점 국내입양이 늘어간다고 하니 참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혈연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입양에 대한 시각을 바꾸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사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국민들의 의식의 전환에는 무엇보다도 유명연예인 부부의 입양아와 함께 꾸려가는 모범적인 가정이야기가 한 몫을 했음을 안다.

사랑은 나누면 나눌수록 커진다고 한다. 아이에게 무한한 사랑을 실천하는 동료를 보면서 내 삶을 자세를 돌아보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일부 엄마들 사이에서는 오로지 내 아이만을 위한, 내 아이가 최고라는 굴절한 사랑이 목격되기도 하나, 진실로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은 사회속에서 열린 사고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는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에서 50년 동안 입양아들을 돌보아 오신 조병국 원장님이 그동안 만나온 입양아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총 3장으로 나누어 22꼭지에 담아낸 내용들은 그냥 일상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가슴 아리고 감동 가득한 글들이어서 읽는 내내 눈시울이 시큰거리고 콧날이 뻑뻑해져서 혼이 났다.

1장에서는 가장 눈부신 기적 너의 인생은 해피엔드,라는 주제로 병원에 실려온 부모없는 가엾은 아이들을 치료하면서 겪는 의사로서의 고민과 최선을 다해 치료하되 한계를 인정하는 것, 그 너머에 기적의 또 다른 이름인 '간절함'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곶감달인 물을 먹고 살아난 영희, 고양이에게 우유를 뺏긴 현군이.그 중증장애아 현군이가 부르던 '귓가보다는 마음 언저리에 더 오래 맴도는 노래'가 가슴을 울린다. 해외입양되어가는 아이중에는 특히나 장애아동이 많다고 한다. 입양에 부정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더욱이나 양육비도 많이 드는 장애아동은 꺼리기에 주로 해외입양을 많이 모색하게 된다고 저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미국같은 경우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학교에서도 장애를 개인이 아닌, 사회와 모든 사람이 함께 분담해야 할 몫이라고 보기에, 장애아동에 대한 치료비가 국가에서 지원된다고 하니, 2009년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장애아동들에게는 언제나 그런 세상이 올려는지 그저 부럽다는 생각만이 맴돌 뿐이다.

평소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생활고를 비관한 부모와 자식의 동반자살, 기사를 보면서 어린 생명들의 스러짐을 안타까와하기도 했지만, 일면 그 부모의 맘자리를 이해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 책에 소개되는 철도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채 미국으로 입양된 후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이의 이야기는 평소 동반자살에 대한 이해의 사고가  얼마나 관념적이고 위험한 생각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삶이란 머리를 쉽게 판단하고 예단하는 것이 아닌 직접 몸으로 부딪혀 살면서 깨닫고 배워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가슴에 새겨본다.

2장에서는 세상에 태어난 작고 여린 생명의 의미,라는 주제로 태희,라고 직접 이름지어준 아이를 입양부모에게 넘겨주기까지의 고단한 여정, 그리고 이어지는 태희의 죽음, 뒷간에서 태어난 분녀의 죽음, 의사로서의 회한, 등을 말한다.

특히, '버려진 아이'와 '발견된 아이'로 표현되는 것의 차이에 대해 말하는 대목에서 미처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사소한 단어에까지 배려하는 손길에서 아이들을 향한 깊은 사랑을 보았다. '버려진 아이'에서 느껴지는 슬픔을 떨쳐버리고 이내 '발견된 아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끌어내는 저자는 30여년의 세월동안 교차되는  절망과 희망속에서 그 얼마나 어려운 시간들을 견뎌냈을지 비록 담담한 필체로 그려냈지만, 그 고뇌의 시간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지며 큰 무게로 다가왔다.

거쳐간 아이의 이름까지도 모두 기억하며 행복을 빌어주는 저자의 세심한 사랑은 평범한 수많은 사람이 입양을 통해서 위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은 나누면 나눌수록 곱절이 된다는 아주 당연한 이치를 우리는 잠시 잊곤 있는데, 이 한 권의 책은 그 이치를 가슴에 깊이 담아보는 시간이 되어 주었다.

어쩌면 그 내용이 뻔하지 않겠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책읽기였으나, 단순히 눈물샘만을 자극하는 감상에 치우친 책여행은 결코 아니었다. 1960년대 이후의 부모없는 버려진 아이들의 역사와 인권을 한눈에 조명할 수 있는 현장회고록이었으며, 입양아와 입양가족의 애환, 그리고 소외어린이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게 한 귀한 시간이 되어 주었다.

 

박봉의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고된 길을 한결같이 걸어온 저자는 이제 백발이 되어서야 그 일손을 겨우 놓고서 말한다.

세상에는 선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참 많다, 몰인정하고 퍽퍽한 세상이라고들 하지만, 장애아 부모와 같은 사람을 늘 곁에 두고 사는 나에겐 꽤 멋지고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라고.

막연히 아름다운 사람들이 존재할 거라고, 혹은 존재한다고 믿어왔던 나에게 그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지해주고, 또한 그런 세상을 만드는 데 젊은 날을 바치신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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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의 마지막 키스 역사 속으로 떠나는 비엔나 여행 2
프레더릭 모턴 지음, 이은종 옮김 / 주영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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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의 '키스' 로 장식된 표지가 먼저 눈에 들어오던 책,<황태자의 마지막 키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이 이 가을에 어울릴 듯 하여 읽기 시작하였다.

누구나 운명같은 사랑을 꿈꾼다.

어떤 이에게는 사랑이 장식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 사랑이 목숨이 되기도 한다.

역사 속으로 떠나는 비엔나 여행이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온 것은 책을 다 읽고 난 후이다.

그때서야 이 책이 처음에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좀 다르게 다가왔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황태자의 마지막 키스>는 크게 두 개의 축으로 소설의 전개가 펼쳐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루돌프 황태자와 메리라는 17세 소녀와의 만남에서 죽음까지의 사랑이야기가 한 축을 이루고 있고, 다른 한 축은 당시의 시대적, 정치적 배경과 오스트리아 비엔나 도시의 풍경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그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았던 서른 살의 황태자가 17세 소녀와의 사랑을 권총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결론을 맺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대하는 나의 자세였다면, 이 책은 이런 나의 자세를 살짝 비웃어 준다.

전체적으로 황태자의 애절하고도 극적인 러브스토리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역사 속으로 떠나는 비엔나 여행'이라는 부제에 더 부합하는 그런 소설의 내용이었다.

유럽황실에 대한 자세한 묘사, 귀족계급, 중산층, 서민들에 대한 사실적인 표현, 주변국과의 외교적인 관계, 등에 대한 상세한 기록은 이 책을 읽음으로써 19세기 유럽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한몫을 했다. 황태자의 아버지인 프란츠 요제프는 1848년에 황제에 오른 뒤, 1916년에 죽기까지 무려 68년을 통치했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내부적으로 여러 민족간의 분열이 잠재되어 있었고, 독일의 압박이 있었다. 프랑스나 영국처럼 근대의 물결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한 채 비엔나의 거리는 예술과 고풍스러운 품위의 예절만이 중요시되는 분위기였다. 루돌프는 황제와는 달리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고, 직접 실천하고자 했으나, 황제는 황태자가 황실의 품위를 드러내주는 자리에만 존재해주기를 바랬다. 정치적으로도, 사회속에서도 루돌프의 자리는 없었다. 시민이 원하는, 황제가 원하는 품위있는 꼭두각시로서의 황태자자리만이 주어졌을 뿐. 루돌프는 사적인 삶의 만족을 구할 수 밖에 없었고, 이내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메리 베체라라는 17세 소녀뿐이었던 것이다. 세상 누구보다 특별하고 싶었던 메리는 황태자의 죽음의 권유에 기꺼이 동참하게 되고 이들은 1989년 1월 마이얼링 숲속 별장에서 두 발의 총성과 함께 동반자살이라는 이름으로 스러진다.

 

현재 오스트리아는 인구가 약 820만 정도의 아주 작은 나라이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인류의 정신문화에 끼친 영향은 철학, 음악, 미술, 경제학 등에서 아주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 표지그림의 화가인 구스타프 클림트 또한, 비엔나에서 활동한 화가이기도 하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에 루돌프 황태자가 죽지 않고, 그의 뜻을 펼쳤다면 세계 제1차대전은 막아지지 않았을까.

독특한 문체와 함께 한 비엔나 여행은 매우 매력적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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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책쟁이들 - 대한민국 책 고수들의 비범한 독서 편력
임종업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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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와아,,,엄청나군...

다른 그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그저, 놀라움에 입만 떡 벌어질 뿐.

글자를 알고 난 후부터 나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시절 방과 후에도 곧장 집으로 귀가하지 않고  학교도서관에서 책에 파묻혀서 지내곤 했다.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질 때쯤이면 그때서야 공기가 다른 것을 눈치채고 창문을 넘어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책에 빠져있느라 도서실 담당선생님이 문을 잠그는 것도 몰랐음)

한 날은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다가 도서실 서가에 도로 꽂아두고 나올려니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책의 모양이 이쁘기도 했지만 내용 또한 두고두고 읽고 싶은 마음에 가슴에 품은 채로 생애 처음으로 도둑질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그 당시의 사회분위기는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던 시절이었기에 그다지 양심에 가책도 느끼지 않은 채, 그저 그 책에 내 손에 들어왔다는 기쁨만이 생생할 뿐이었다. 간혹 부모님이 책을 사주시기는 했지만, 나의 책욕심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이웃 친구집에 놀러라도 가게 되면 내 시선은 언제나 책꽂이를 향하곤 했다. 다른 친구들은 여러가지 놀이로 즐거울 때, 나는 오로지 집에 오기 전까지 책을 읽어내야 한다는 생각만이 가득했었다.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책으로 가득찬 개인도서관을 갖고 싶다는 꿈을 꾼 것은.

<한국의 책쟁이들>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야말로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책에 미친 사람 28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가 한겨레신문에 기획기사로 싣던 것을 묶은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 책에서 소개되는 책쟁이들은 서로 심취해 있는 분야만 다를 뿐, 책에 대한 전방위적인 사랑의 깊이는 가히 독자의 상상을 초월한다.

첫페이지에 소개되는 옛인물인 이덕무의 책사랑에서부터, 집안 재산을 탕진한 최한기의 후예들은 현대에까지 이어져 있기에 책에 미친 그들이 존재함으로 그나마 이 세상이 살 만하다고 저자는 결론을 짓고 있다.

책무게로 인해 방고래가 꺼질 것을 걱정한 문.사.철 위주로 책을 수집한 김중렬님은 내가 재직하고 있는 직장의 교수이셨는데, 한문에 조예가 깊으시고 서예솜씨가 출중하신 줄로만 알았지, 이런 깊은 책에 대한 애착이 있으신 줄은 미처 몰랐었다. 재직당시에 가깝게 뵙지 못한 것이 잠시 아쉬웠었다.

(책에서 한문학과 교수라고 명기되어 있었는데..이는 오기다.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셨음)

중견기업체 이사의 책사랑. 그의 책사랑은 "지식욕으로 포장된 소유욕인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하지만 나는 알겠다. 지극한 겸손의 말임을.

책쟁이들의 수집형태, 수집계기, 수집방향에 따라 저자는 꿈꾸는 자들의 지혜, 사람을 읽다 책을 살다, 배움의 즐거움, 진리를 찾아서, 사회를 생각한다,의 네 단락으로 나누어 실어 놓았다.

이는 단순히 책을 읽고 모으는 행위만이 아닌 책에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자신안에서 사회속에서 실천해내는 충실히 진짜 삶을 살아내는 모습으로 확장되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여러 책쟁이들 중에서 특히나 나를 사로잡았던 분은 화봉책박물관 관장이신 여승구님이다. 그에게 있어서 책은 자신을 꾸며주는 장식이 아닌 책이 그를 지배하는 주인이었다. 죽기 전까지 열심히 살아야 한다며 건강관리까지 철저한 그의 책박물관 꿈이 꼭 이루어지길 나 또한 기도하게 되었다.

한국어사전 독립운동하는 국어학자 박형익님 또한 그 이름 석자와 사전 사랑, 잊지 않으련다.

한글날 공휴일 지정까지 폐지되는 나라에서 사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그 분의 말씀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저자는 28명의 책쟁이들을 찾기 위해 두가지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 하나는 서대문구 홍제동 대양서점이라는 30년 넘은 헌책방에서 잠복하여..만나게 된 책쟁이들인데, 명지대 이상보교수, 전 장서가협회장 이석범씨, 중간상 김창기씨.등

또 하나는 인터넷 헌책방 동아리인 '숨책'에서 건져올린 책귀신들은 상서우체국장 조희봉씨, 논술강사인 정윤식씨, 만화책 마니아 박지수씨 등이다.

책쟁이들의 공통점은 서재 공개를 꺼린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서재를 곧 자신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서재주인과의 내면의 대화를 거친 책들은 자신들의 지적 편력이자 곧 분신이기 때문이어서 쉽게 내보일 수가 없는 것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이들에게는 책 외에는 별다른 취미가 없다는 점이다. 수입의 상당한 부분을 책구입에 쓰고 여가에는 그 책을 읽은 데 할애하다 보니 다른 취미를 가질 시간이 없기는 없을 터.

 

'어느 것은 보는 재미, 어느 것은 읽는 재미, 어느 것은 만지는 재미'라는 한 책방 주인의 말이 요즘 나도 점점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미처 못 읽은 책이 점점 책 재미에 해당한다고 자위해도 될려나 모르겠다.물론, 책쟁이들의 깊이에는 어림없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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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전설 : 서양편
아침나무 지음, 이창윤 그림 / 삼양미디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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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전설 동양편을 먼저 읽고 난 후, 서양편을 읽게 되었다.

전설은 그 민족에 내재된 문화를 이야기하고, 그 민족 고유의 가치관을 이야기해준다고 흔히 정의되는데, 과연 동서양의 대표적 전설을 접하고 보니 그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수천년 동안 전해져 오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는 그 민족의 가치관과 사상이 담겨 있기에 그 민족의 역사와 문화의 근원을 알게 해 줄 뿐 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의 지혜를 일깨워주는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동양권에 속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바리데기 신화보다 그리스로마신화를 더 가깝게 느끼는 것처럼, 전설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 기회에 처음 대하는 우리나라 전설을 아주 흥미롭게 만나기도 하였지만, 서양편에서는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들의 전설이 왜 그러한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부터 접해왔던 동화의 모티브를 대체적으로 서양편의 전설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영상이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각색되어왔기에 그리 낯설지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서양 전설의 중심이 되는 영국의 전설부터 독일, 프랑스, 신비함으로 가득찬 북유럽, 동유럽, 그리고 아메리카 전설에서 오세아니아의 전설까지 담아 놓고 있다.

영국전설은 영웅담, 요정들에 관한 전설이 많은데 이는 켈트신화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이끼로 만든 옷'전설은 신데렐라 동화로, '금나무와 은나무'전설은 백설공주 동화로 변용되어 나타난다.

영웅 빌헬름 텔의 사과,라는 저 유명한 얘기는 바로 독일의 전설이었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마법사' 전설은 독일의 작은 항구인데, 이 전설 하나로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상했다고 한다. '파우스트 박사의 전설' 또한,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파우스트>라는 대작으로 다시 태어난다.

프랑스전설은 십자군 원정과 '브르타뉴 설화'로 알려진 켈트족 전설과 이 전설에 뿌리를 둔 액스칼리버의 주인인 아서왕 전설이 대표적이다. '정어리 요정'전설과 '엄지 동자' 전설은 동화로도 다시 각색이 된다.

북유럽 전설에서는 바이킹 전설이 대표적인데, 바이킹이 발견한 땅 빈란드라는 곳이 바로 콜룸부스가 최초로 발견했다고 하는 아메리카라고 전해진다. 역사속에서 사라져버린 바이킹족은 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의 핏속에 흐르고 있다고 전해진다.

'아름다운 앨프의 전설'은 노르웨이 전설이고, '유령을 업은 소녀' 전설은 스웨덴 전설이다. 덴마크의 '귀신의 술잔' 전설은 우리나라의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가 연상되기도 한다.

동유럽 전설의 대표적인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바로 루마니아의 드라큐라 전설이다. 드라큐라가 원래는 귀족의 아들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백성들에게 생각할 수도 없게 잔인했던 드라큘라는 그 자신 또한 너무도 잔인한 방법으로 죽고 만다. 그러나 세상사람들은 드라큘라가 죽지 않고 계속 살아 숨쉬는 존재라고 생각했으며 이후 드라큘라는 흡혈귀로 재탄생하여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왔다.

러시아의 '마귀할멈, 바바야가', '황금 물고기','이반왕자' 전설은 동화로도 익숙한 전설이다.

북미원주민의 전설은 '하얀 카누', '죽은 자들의 춤' 전설처럼 생과 사에 대한 그들만의 독특한 내세관이 숨어 있고, 또한 동물들을 매우 친근하게 여겨 코요테 전설은 여러가지 내용으로 전해오기도 한다.

라틴 아메리카 전설은 작은 동식물에도 다른 사연이 있다고 믿어 꽃과 벌레에 관한 다양한 전설이 전해진다.

뉴질랜드 전설에서는 우리에게 '연가'로 유명한 '히네모아의 연가' 전설이 전해져 온다.또한, 장난꾸러기 소년 코알라가 또 장난을 치다가 유칼리나무에서만 살아가는 동물 코알라가 되어버린 전설도 전해져 온다.

이렇게 두권의 책을 통해 동서양의 전설을 모두 접해본 시간은 세계 각 국의 다양한 문화를 함께 만나보는 귀하고도 즐거운 시간이 되어 주었다. 그 시간은 흥미진진하면서도 문화적 교양을 쌓는 시간이었으며, 왠지 삶의 이야기가 풍부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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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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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사람은 소설을 쓰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만큼 할 말이 많기 때문에 자기 삶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못해서 자전적 에세이로 흐르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허용되지 않는 비약과 비유가 가능한 시가 그래서 본인에게 더 맞다고 생각하는 저자.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매우 도발적인 제목의 시집을 나는 내 나이 서른 즈음에 읽었다.

당시 아무것도 가진 것도 없고, 무엇인가 이루어 놓은 것도 없고,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했던 나와 내 주변의 고만고만한 미혼의 처자들에게 이 책은 거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었다. 시가 주는 매력도 매력이지만, 고운 생머리에 눈동자 까만 시인의 미모가 한 몫을 한 탓이기도 했다. 뭐, 감상은 이 정도이지 않았나 싶다. 최고학벌의 너무나 예쁜 여자가 이렇게나 도발적이면서도 솔직할 수 있다니.하는...

그녀의 시에서 위로를 얻었지만, 그 시집 이후로 나는 저자를 까맣게 잊고 지냈었다.

다만, 아주 가끔 여성잡지나 인터뷰기사 정도로 접한 가십성 기사에서 그녀의 흔적을 느낄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길을 읽어야 진짜 여행이다>는 신문에 소개된 광고만 보고도 왠지 끌렸었다. 표지에 실린 그녀의 표정에서 왠지 모를 동료의식을 느낀 것이다.

61년 호랑이띠, 올해 나이 49살.독신. 저자보다 몇 살 아래이며, 가정을 꾸리고 일상의 반복된 삶에 지쳐 살아가는 나와 그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왜 내가 그녀에게서 동료의식을 느꼈는지를 알았다.

책을 읽으면서 점차 알아간 그녀는 예전의 그녀가 아니었다. 어느 한 시절 꿈꾸던 나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그녀의 책 속의 나이는 20대와 30대 초반과 40대가 혼재되어 아주 익숙하고도 정겨운 모습으로 내게 다가와 주었다.

제목에서 언뜻 느끼기를 여행에세이로 착각하기 쉬우나, 이 책은 그야말로 그냥 산문집이다.

물론, 여행담도 실려 있고, 여행길에서 만난 낯선이들과의 운명적인 교감도 그려져 있다.

그녀의 전공이 말해주고 있듯이, 그림과 관련된 사색의 결과가 멋지고 아름답게 표현되어져 있으며, 문학동네 주변에 대한 언급과 나에게도 친숙한 박남준, 김용택 시인과의 인연도 몇 단락 실려 있다. 그 중에서 몇 꼭지는 이전에 읽어본 느낌이 나서 갸우뚱거렸으나, 작가의 후기에 실린 내용을 보고는 이내 그 의문이 풀렸다.

이 책은 저자가 7년 만에 묶어낸 산문집으로 그 동안 국내의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여행과 관련된 글을 1부에 실었고, 2부에는 문학, 미술, 영화 등 문화 전반에 대한 저자의 짧은 단상을 담아 냈다.

특이하게도 미국여행에 대한 글에서는 시카고지역을 여행하면서 지난 1년 동안의 오바마에 대한 그녀의 진한 애정을 그려놓았는데, 읽는 동안 동화된 나도 책꽂이에 비치된 오바마관련 서적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

 

자기만의 감상에 치우친 자전적 에세이를 걱정한 그녀이지만, 막상 <길을 읽어야 진짜 여행이다>는 에세이임에도 그녀의 풍부한 지식과 깨어있는 감성이 조화되어 전혀 질척거리지 않고, 담백하게 읽혀진다.

산문을 관통하는 한가지 주제가 드러나지 않아 언뜻 혼란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군데군데 눈에 띄는 거친 표현들이 보여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의견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나는 아주 만족스러운 진짜 나자신으로의 여행이었다.

이 가을 호젓하게 자기 자신과  마주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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