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미술관
이은 지음 / 노블마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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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추리소설 작가라는 용어 자체가 내게는 낯선 단어이다.

원래 추리소설에는 관심이 없기도 할 뿐 아니라, 일본의 추리소설은 그나마 몇 권 접해봤지만, 이름도 곱상한 한국의 '이은'작가는 내겐 너무도 낯설기만 하기에 읽기 전에 살짝 고민을 했드랬다.

일본 고단샤가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지만 암튼 거기서 선정한 아시아 대표 추리작가 되신다고 하니 그때부터 조금씩 구미가 당기가 시작하였고, '마네, 피카소, 반 고흐 등 40여 점의 명화 컬러 도판 수록'이라는 문구에 그만 결정적으로 혹해서 한번 읽어보기로 작정을 하게 되었다. 

고운 이름과는 달리 이은작가는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하게 잘생긴 남자로서 홍익대에서 미술과 사진을 전공하고 미술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1996년에 <점이 있는 누드>로 신춘문예의 추리소설 부문에 등단하게 되었고, 이후 미술품 위작 문제를 다룬 <미술관의 쥐>로 주목을 받음과 동시에, 그 책은 현재 우리나라 소설로는 처음으로 미국 헐리우드에서 영화개발이 진행중이라고 하니, 추리소설 분야에서는 나름 그 위치가 확고해 보인다.

이 책<수상한 미술관>은 작가의 이력을 십분 활용한 책으로서 나처럼 추리소설을 멀리하는 독자들도 재미있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게 책을 써보자는 취지하에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그의 작품의 특징으로 보여지는 미술 작품을 소재로 하면서 서스펜스 넘치는 스릴러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술평론가 김이오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전날 다투고 집을 나간 아내 수진이 돌아오지 않은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걸려오는 전화. 그 전화를 건 주인공은 수진을 납치했다며 자신의 말대로 따르지 않으면, 그리고 자신이 내는 문제를 맞추지 못하면 아내의 목숨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협박한다. 그가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미술평론가인 김이오가 자신의 작품을 혹평하여 자신의 인생이 망가졌다는 것이다.

이후 전개되는 하루동안 화랑, 미술관, 갤러리, 전시관 등을 순회하며 범인은 문제를 내고 김이오는 그 문제를 풀게 되는데, 이 때 거론되는 키워드는 바로 패러디, 모방, 표절, 독창성 이라는 개념들이다.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아내를 구하기 위한 숨막히는 시간을 마네, 피카소, 반 고흐, 우키요에 등에 감춰진 서양미술사의 패러디와 표절의 경계를 넘나드는 긴장감속에서 보내는데,,과연 그의 아내 수진은 어떻게 될까?...그리고 수진을 무사히 구하기만 하면 이 이야기는 그 결말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일까?

소설 마지막 부분의 반전에 따른 또 다른 반전은 흔히 추리소설에서 기대되는 결말이어서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전반적인 스토리의 짜임새는 좀 허술해 보이는 감이 없지 않지만, 특이하게도 저자의 이력이 드러나는 풍부한 서양미술사에 대한 식견은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나에게 있어서는 적어도 추리소설로서의 매력보다는 미술 관련 책으로서의 감상이 더 크게 다가왔다. 비록 짧은 지식이지만 이 책에 언급된 서양화가에 대한 지식이 이 책을 매우 반갑게 읽게 해줬다. 새로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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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밥상 - 자연을 통째로 먹는
이와사키 유카 지음 / 비타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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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컨셉과 주제를 달리하여 요리책은 쏟아진다.

덕분에 나 또한, 일년에 서너권씩은 주제를 달리하여 요리 관련 책을 만나보고 있다.

음식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배만 채우는 것이 아닌 건강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 가정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한동안 제철에 나는 소박한 밥상,이 나의 흥미를 자극하더니 이제는 ‘마크로비오틱 밥상’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거 같다.

일정 부분은 소박한 밥상과 마크로비오틱 밥상은 통하는 면이 있다. 제철에 우리땅에서 나는 유기농재료를 가지고 그 재료가 가진 고유의 맛을 살려서 요리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다만, 요리법에 있어서 그 차이가 좀 나타나는데...(어디까지나 나의 개인 생각임)

‘마크로비오틱’이란 “우리 땅 제철음식을 뿌리부터 껍질까지 통째로 먹는다”를 뜻을 지니는데, 생각해 보면 우리네 조상들은 일찍이 이런 건강식을 실천해 왔음을 우리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일례로, 산삼같은 경우도 몸체에 붙은 잔뿌리까지 소중히 캐어내어 사용하고, 마크로비오틱에서 말하는 양성, 음성의 성질을 이용한 요리법도 겨울을 이겨낸 보리쌀로 더운여름주식으로 하는 예에서도 알 수 있다.

‘마크로비오틱’이란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혹자들은 얼마 전에 상영한 드라마 ‘스타일’에서 접하게 되었다고들 한다. 책의 뒷부분의 추천글들을 보아도 유명그룹회장이나 <생로병사의 비밀>제작팀에서도 일찍이 마크로비오틱 밥상을 건강치 못한 이 시대의 식탁에 권하는 것을 보면, 이미 상당히 알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일본 국가공인 관리영양사이면서 미국의 ‘쿠시 인터내셔널 인스티튜트’에서 장수건강식으로 알려진 마크로비오틱 전문교육을 받은 정통파 마크로비오틱 요리 강사로서 2008년 네이버 <요리사의 요리 10인>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마크로비오틱 요리를 소개하게 되었다고 한다.

마크로비오틱의 4대 원리는 신토불이, 일물전체, 자연생활, 음양조화인데, 이 원리를 가만히 생각만 해도 저절로 건강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마크로비오틱 쿠킹 노하우, 마크로비오틱 재료 손질법과 마크로비오틱 요리에서는 주식, 국, 일품요리, 반찬, 디저트, 치유식별로 구분하여 레시피가 아주 상세히 수록되어 있다. 소개된 요리들은 낯선 밥상만큼이나 처음 보는 요리지만, 신토불이 원리에 따라서인지 매우 낯익은 식재료여서 처음 해보는 요리라도 레시피대로만 하면 금세 따라서 할 수 있을 거 같고, 음식의 맛도 어떠할 거 같다는 그림이 그려진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담백해보이는 요리들은 먹는 음식에 따라 그 사람의 성정이 결정된다고 가정해볼 때 마크로비오틱 요리를 먹을 때마다 우리는 자연에 가까워지는 사람이 될 거 같다.

부록으로 실린 마크로비오틱 가정식단 원리와 마크로비오틱 4일 가정식단은 지금 당장 실천하고자 하는 가정에 나침반이 되어줄 거 같다.

 

기존의 요리중에서 완전한 마크로비오틱 요리는 아니지만, 요즘 흔히 먹을 수 있는 샤브샤브 요리가 이것에 조금 가깝지 않나 여겨진다. 각종야채를 국물에 데쳐 소스에 찍어먹고, 다시 그 국물에 국수나 밥을 비벼먹는 단순한 요리방법은 내 입맛에는 아주 딱!인 요리였기에, 마크로비오틱 밥상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실생활에서 실천하기에는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는 점, 가족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 등이 걸리긴 하지만, 자연과 음식 재료의 기운이 오롯히 담겨있는 마크로비오틱 밥상을 가까이 하면 맑고 싱싱한 기운이 일상에 가득찰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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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탐닉 - 북촌 10년 지킴이 옥선희가 깐깐하게 쓴 북촌 이야기
옥선희 지음 / 푸르메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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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촌은 언젠가부터 내 의식 깊숙히 자리잡고 있던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었다.
북촌을 향한 옛 것에 대한 탐미적인 시선을 가지고 된 것은 아마도 박완서 소설의 영향이 아니었나 싶다.
어쩌면 이 기억도 잘못되었는지 모르지만, 다른 작가의 소설에서 그려지던 북촌의 단아하고도 은근한 멋을 풍겨주던 지명들.
그 모두를 나를 박완서의 소설에서 접했다고 여기고 있다.
박완서의 소설의 주는 느낌처럼 편안하면서도 품격있는 그런 느낌이 북촌이라는 곳에 있지 않을까 늘 그렇게 생각했었다.
 
'내가 북촌에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된 데에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화성이 있는 수원에 살았던 덕분(307p)'이라고 저자가 말했던 것처럼 나 또한, 어쩌면 기와지붕아래 살았던 시골생활과 중학교 3년을 보냈던 전주의 교동, 전동 한옥마을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집에서 한옥마을에 위치한 성심여학교까지 30여 분 동안 걸었던 그 길이 바로 한옥마을의 골목 골목이었기 때문이다.
막다른 길 끝에 과연 길이 있을까 싶은 정도로 좁고도 구석구석 다른 표정으로 놓여 있던 길들은 언제나 새로운 길로 통했었고, 그 새로운 길 또한 언젠가 본 듯한 그런 편안한 모습으로 결코 질리지 않는 매력으로 나의 등하굣길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비록, 시대의 흐름탓으로 별수없이 콘크리트 도시 중앙의 높다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마당 깊은 한옥에서 살고 싶은 욕망은 기회가 되면 늘 고개를 내밀곤 한다.
 
이런 기억들은 신문이나 각종 잡지에 나오는 북촌 관련 기사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하였고, 요즘 들어 부쩍 북촌 관련 책이 여러 권 출판되기에 궁금하던 차, 그 중에서도 북촌에서 10년 동안 살아 온 이야기를 담아 낸 저자의 <북촌 탐닉>으로 나 또한, 북촌 탐험에 나서게 된 것이다.
고풍스러운 한옥의 정취와 은행나무 가로수 길의 호젓함, 고아한 담장의 무늬, 북촌이 그려내는 풍경은 일부 나의 기억속의 전주 한옥마을의 풍경과  많이 흡사했다.
물론, 규모면에서나 역사적으로도 결코 비교의 대상이 될 수는 없으니 이 둘을 단순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결코 낯설지 않은 북촌의 모습은 한번도 발 디뎌보지 못한 곳이지만, 내 유전인자에 박혀 있는 주거기호인지는 몰라도 언젠가 꿈속에서라도 살아본 듯  매우 편안하고 익숙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북촌 탐닉>에서는 저자도 서문에서 말했지만, 정보 위주의 글도 있고, 자잘한 일상의 모습을 담은 감상문도 보인다. 그 안에는 북촌의 모든 것을 깊은 애정을 갖고 누리는 저자의 행복에 겨워하는 일상이 읽는 이로 하여금 꼭 한번 북촌에서의 삶을 꿈꾸게 하는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힘이 있었다. 그 중에서 외국인을 위한 홈스테이 경험을 담은 글들은 북촌에 대한 새로운 정보이기도 했는데, 잠시 내가 외국인이었다면, 하는 말도 안되는 소망을 품어보기도 했다.(오늘 아침 서울의 지인이 곧 북촌으로 이사한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곧 초대를 하겠다는 말이 참 많이도 반가왔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1부에서는 북촌의 역사적인 형성 배경과 기본적인 소개, 그리고 저자가 즐겨 찾는 곳들에 대한 이야기와 감상을 삶과 엮어내 풀어놓고 있으며, 2부에서는 북촌의 길들을 따라가보는(창덕궁길, 계동길, 재동길, 별궁길, 감고당길, 화개길, 사간동길, 삼청동길, 북촌길 등)  북촌 기행문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한마디로 여행안내서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는데, 약도까지 세세하게 첨부해놓고 있다. 재작년에 모네전을 보기 위하여 상경했다가 마침 현대갤러리에서 개인적인 인연이 닿은 재독화가 노은님전을 보러갔는데, 그때 잠시 들렀었던 두가헌 레스토랑이 소개되어 있어 눈이 번쩍 띄였다. 동안 북촌, 북촌 노래를 불렀는데, 내가 다녀온 곳이 북촌이었다니...실소를 머금지 않을 수 없었다.
3부에서는 저자가 걸어서 다니기를 좋아하는 북촌 주변의 몇몇 곳을 소개해 놓고 있다.
 

 영화를 잘, 많이 보려면 튼튼해야 한다. 스크린 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갔다 나와야 하므로 많이 먹고 충분히 쉬어야 한다. 요가 수업에 빠지 않는 것도, 걷기 모임에 나가는 것도 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영화를 보기 위해서다.(335P)

북촌에서 사는 주민답게 영화 한 편도 뼈대있게 보는 저자는 평소에 영화를 보기 위해서 건강관리를 한다는 말에 솔직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나이가 들수록 무엇인가에 몰입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지 절실히 느끼게 된다. 늙으면 다 그래, 하며 쉽게 포기하고 방구석에서 시간보내기 일쑤인데, 이렇게 관리하는 저자의 모습이 자못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내 삶을 어떻게 가꾸어 가는가는 전적으로 나의 사고에 지배를 받는다. 원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성실히 즐기는 삶의 자세, 또한 이 책에서 저자에게 배운 팁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15p의 이 책의 본문 첫장에 <매천야록>의 저자 이름을 황헌이라고 잘못 표기한 점이다. 그 옆에 한자는 황현이라고 제대로 쓰여 있는데, 한글은 황헌,이라고 표기되어 있어 참 안타까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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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곤충 세상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 2
강의영 외 지음, 박지숙 그림 / 일공육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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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은 우선 생각하면 징그럽다거나, 무섭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느낌이 긍정적인 느낌보다 먼저 든다.

그러나, 천진하고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에게는 이런 곤충이 호감의 대상이다.

한동안 시내 대형마트에서는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열렬히 판매하곤 했었다. (지금도 하는지...)

초등학교에 다니는 사내아이를 키우는 집,  베란다에는 으례껏 톱밥속에 숨어 있는 장수풍뎅이 애벌레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아이들도 어디서 얻어온 것이지 기억이 불분명하지만, 투명 플라스틱 컵속에 들어있는 어른 손가락 굵기만한 애벌레를 두세마리 키우기도 했었다. 통속에 들어있는 애벌레는 금세라도 꿈틀거리며 튀어나올거 같아 끔찍했지만(애벌레야...미안..) 자주 들여다보니 점점 그 마음도 사라지고 나중에는 귀여워지기까지 했다.

생각해 보면, 나 자랄적에는 오빠가 잡아주는 잠자리, 나비, 매미, 메뚜기, 꿀벌, 반딧불이, 사마귀, 땅강아지, 풀여치, 귀뚜라미, 소금쟁이, 등 셀 수 없는 곤충들이 우리들의 놀잇감이자 친구였었다.  풍뎅이같은 경우는 잔인하기 했지만, 다리마디를 다 잘라놓고 배를 내놓은 채 뒤집어놓은 풍뎅이 옆에다 손바닥을 쳐대면서 마당 쓸어라, 노래를 열심히 불러대면 뱅뱅뱅~ 돌아가던 풍뎅이 날개짓소리가 여름밤을 수놓곤 했었다.
곤충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종과 개체수를 차지하는 생물군이다.

신의 섭리가 필요없는 것을 창조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고, 수많은 곤충들도 각자 나름의 그 존재이유가 확실할텐데도 불구하고, 곤충이나 버러지라는 표현으로 쓸모없음을 빗대는 것을 볼 때, 우리 인간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주변의 곤충을 대하는 자세를 쉽게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 꿀벌의 생태 관련 책을 읽고 난 후, 곤충이 이 지구에서 하고 있는 역할의 가짓수와 중요성에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새롭다.

저자는 평소 곤충을 쫓아다니는 생태연구가들조차도 깊은 산 속이나 강가, 외딴섬으로 돌아다녔지, 정작 우리 생활 주변에서 살아가는 곤충들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을 자각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친숙한 우리 곤충을 제대로 알려주자'는 의도를 가지고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시리즈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1권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부터 찾아나서게 되었고 그곳에서 만나게 된 많은 곤충들은 그들만의 하나의 왕국을 건설하고 있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여러 노고들이 보인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 사진을 찍고자 하여도 기존의 카메라로는 담아낼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일년 반을 연구한 끝에 '곤충의 눈 렌즈'라는 새로운 렌즈를 개발하게 되었고, 그 연구의 결과를 책에 너무도 훌륭하게 증명해놓고 있다. 마치 눈앞에 곤충들이 살아 꿈틀거리는 듯, 곧 날아가버릴 듯, 생생한 느낌을 잡아낸 사진들은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에 충분하고 넘쳐 이 책의 가치를 더 높여준다. 

또한, 이 책을 기획하면서 취재하는 동안 미기록 곤충을 찾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고 한다. '감색반무늬방아벌레'로 이름지은 이 곤충은 이 책에서 처음으로 그 존재를 알리게 된 곤충이라고 한다.

1권에서 소개해주는 곤충들의 세계는 학교 주변의 곤충들이 주로 소개되어 있기에 알고 있는 곤충들이 많이 나온다. 학교 곳곳의 어디어디에 어떤 곤충들이 살고 있는지 아주 친절하고 재미있게 소개해주고 있다. 이미 모습은 알았어도 이름을 몰랐던 경우도 있었고, 알고 있는 곤충과 이름이 서로 잘못 짝지워진 것도 있었고, 책을 보면서 거실에서는 아이들과 내내 시끌시끌한 시간이었다.

특히, 오줌싸게 꽃매미의 한살이,라는 소제목으로 소개된 꽃매미는 요즘 부쩍 뉴스에서 자주 보던 농가의 골칫덩어리인 곤충인데, 뉴스에서는 중국에서 유입된 외래종이라는 소개가 버젓히 되고 있었는데, 1권에서 저자는 이 매미가 우리나라에서 전부터 살고 있다가 요즘 들어 부쩍 수가 늘어나서 화제가 된 것 뿐이라고 근거를 들어 친절히 소개해놓고 있어 눈에 띈다.

2권에서는 '신기한 곤충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미처 알지 못했던 곤충들의 세상을 다양하고 아이들에 입맛에 맞는 소제목으로 소개해주고 있다. 재밌는 곤충의 얼굴, 특이하게 생긴 모습이라든가, 모습의 특징으로 이름을 삼은 것, 곤충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곤충들의 세상은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전반적으로 매우 풍부하고 쉽게 접하지 못하는 귀한 곤충들의 다양한 사진과 곤충들과 함께 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같이 실어 곤충들의 세상을 친근하게 느끼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래서 곤충의 신비로운 세상을 이해함으로써 더 나아가 자연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이치를 알게 해주는 멋진 책이다.  

이 책은 나보다 더 아이들이 환호하며 좋아한 책이었다. 남매가 나란히 두 권의 책을 사이좋게 나눠보더니 아주 흥미있어한다. 이미 알고 있던 곤충들은 친구를 만난 듯 반가와하고 처음 보는 곤충들은 무척 신기해하는 모습이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제대로 된 책이라는 느낌을 갖게 해 준다. 이 책 한 권이면 학교 안 곤충들은 모두 다 내 손안에 있다, 가 충분히 가능할 거 같다.

 

곤충과 관련된 책들은 이미 여러 권 갖고 있으나, 이 책은 여러모로 신경쓴 보람이 있어서인지 아이들의 반응을 보면서 만족도가 매우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따뜻한 봄이 오면 아이들과 손잡고 학교마당이라도 찾아봐야겠다. 같이 관찰하고, 바라보고, 만지고, 곤충과 아이들과 함께 한바탕 놀아봐야지! 초등학교 아이들을 둔 부모라면 한번쯤 만나봐도 좋을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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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 최영미 산문집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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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최영미와 관련된 책을 두 권이나 만나게 되었다.

하나는 그녀의 여행산문집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녀의 청춘을 수놓았던 세계의 명시 모음집이었다.

두권의 책과 만남으로써 나는 이전과는 작가에 대한 이전과는 좀 다른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는 사실 개인 최영미를 잘 모른다.

당시 출판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그녀의 처녀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마침 서른 즈음의 우리에게는 필수독서목록에 해당되는 거여서 만났을 뿐이고, 당시 그녀를 평하던 '화려한 학벌의 미모의 소유자인 저자의 도발적인 표현',이라는 그녀의 시어들에 신선함을 느꼈었고, 일면 그 표현에 공감도 하면서 서서히 잊혀졌었다.

혹여나 한번씩 그녀의 이름이 취미동아리 언저리에서 거론이 되기라도 할라치면 그녀의 시집은 딱 한권 읽어본 것에 불과한데도 대충은 그녀를 아는 듯한 자세를 취하곤 했었다.

이번에 만나게 된 그녀의 책<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를 방금 다 읽어버렸다.

사실 그녀에게 갖고 있던 나의 느낌과는 별개로 이 책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소소한 그녀의 일상과 자신의 삶에 대한 고요한 성찰, 다짐, 시인으로서의 정체성, 등..흔히, 그녀에게 짐작되는 생각의 단상들이 앞, 뒤 없이 실려 있다.

리뷰를 쓰기 위해서 검색을 해 보니, 같은 제목으로 이미 2000년에 한번 출간이 된 적이 있는 책이었다.

따라서,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저자의 말을 빌어보면, 1부에는 2002년부터 현재까지 여러 지면에 기고한 칼럼과 수필을 모았고, 2부에는 2000년에 출간된 동제목의 책에서 생활의 생활의 냄새가 진한 글들을 따로 뽑아 묶었다고 한다.

 

그녀의 일기와도 같은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기분이라니...

참, 그녀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그런 그녀는 강하다는 생각도 같이..

강한 것이 아름다운지,,,아름다운 것이 강한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나도 강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그녀의 진솔한 글들..

도도하고 차갑게만 보였던 그녀가 이웃집 언니처럼 참 편안하고 정답게 느껴진다.

 

한번씩 이삿짐을 꾸릴 때마다 책꽂이를 정리하게 되고, 그러다가 구석진 곳에 꽂혀 있던 일기장도 들춰보게 된다. 성실히 꾸준하게 쓰지 못하고, 내 일신상의 큰 변화가 있다던가, 가슴이 여러 감정들로 소용돌이칠 때, 일기를 써왔었다. 일기를 쓰면서 가만히 마음을 정리하고 다스렸던 기억들..

때로는 일기장 속의 내가 매우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아니, 이 일기를 내가 썼단 말이야?

그만큼 일기장에는 평소의 나는 결코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왔던 내 무의식속의 극한의 울림만을 기록해 두었으니..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내가 옛날에 헛되이 쏘아올렸던 마음의 불꽃들을 생각했다. 내 것이 아니었던 열망들에

지막으로 작별을 고하고, 난 돌아섰다. 안녕. 무모했던 날들이여. 안녕. 230p

 

 

그녀 나이 39세에 썼던 글을 옮겨 본다.

나도 이런 마음을 39세쯤에는 가져봤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눈길이 자꾸만 머문다.

마흔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나이에도 여전히 헛된 마음의 불꽃을 피워올리고 있으니..

그녀의 글을 만나서 올 연말이 참 차분하게 정리될 거 같다. 그래서 지금 기분이 참 좋고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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