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미술관
이은 지음 / 노블마인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한국의 추리소설 작가라는 용어 자체가 내게는 낯선 단어이다.

원래 추리소설에는 관심이 없기도 할 뿐 아니라, 일본의 추리소설은 그나마 몇 권 접해봤지만, 이름도 곱상한 한국의 '이은'작가는 내겐 너무도 낯설기만 하기에 읽기 전에 살짝 고민을 했드랬다.

일본 고단샤가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지만 암튼 거기서 선정한 아시아 대표 추리작가 되신다고 하니 그때부터 조금씩 구미가 당기가 시작하였고, '마네, 피카소, 반 고흐 등 40여 점의 명화 컬러 도판 수록'이라는 문구에 그만 결정적으로 혹해서 한번 읽어보기로 작정을 하게 되었다. 

고운 이름과는 달리 이은작가는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하게 잘생긴 남자로서 홍익대에서 미술과 사진을 전공하고 미술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1996년에 <점이 있는 누드>로 신춘문예의 추리소설 부문에 등단하게 되었고, 이후 미술품 위작 문제를 다룬 <미술관의 쥐>로 주목을 받음과 동시에, 그 책은 현재 우리나라 소설로는 처음으로 미국 헐리우드에서 영화개발이 진행중이라고 하니, 추리소설 분야에서는 나름 그 위치가 확고해 보인다.

이 책<수상한 미술관>은 작가의 이력을 십분 활용한 책으로서 나처럼 추리소설을 멀리하는 독자들도 재미있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게 책을 써보자는 취지하에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그의 작품의 특징으로 보여지는 미술 작품을 소재로 하면서 서스펜스 넘치는 스릴러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술평론가 김이오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전날 다투고 집을 나간 아내 수진이 돌아오지 않은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걸려오는 전화. 그 전화를 건 주인공은 수진을 납치했다며 자신의 말대로 따르지 않으면, 그리고 자신이 내는 문제를 맞추지 못하면 아내의 목숨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협박한다. 그가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미술평론가인 김이오가 자신의 작품을 혹평하여 자신의 인생이 망가졌다는 것이다.

이후 전개되는 하루동안 화랑, 미술관, 갤러리, 전시관 등을 순회하며 범인은 문제를 내고 김이오는 그 문제를 풀게 되는데, 이 때 거론되는 키워드는 바로 패러디, 모방, 표절, 독창성 이라는 개념들이다.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아내를 구하기 위한 숨막히는 시간을 마네, 피카소, 반 고흐, 우키요에 등에 감춰진 서양미술사의 패러디와 표절의 경계를 넘나드는 긴장감속에서 보내는데,,과연 그의 아내 수진은 어떻게 될까?...그리고 수진을 무사히 구하기만 하면 이 이야기는 그 결말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일까?

소설 마지막 부분의 반전에 따른 또 다른 반전은 흔히 추리소설에서 기대되는 결말이어서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전반적인 스토리의 짜임새는 좀 허술해 보이는 감이 없지 않지만, 특이하게도 저자의 이력이 드러나는 풍부한 서양미술사에 대한 식견은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나에게 있어서는 적어도 추리소설로서의 매력보다는 미술 관련 책으로서의 감상이 더 크게 다가왔다. 비록 짧은 지식이지만 이 책에 언급된 서양화가에 대한 지식이 이 책을 매우 반갑게 읽게 해줬다. 새로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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