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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곤충 세상 ㅣ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 2
강의영 외 지음, 박지숙 그림 / 일공육사 / 2009년 10월
평점 :
곤충은 우선 생각하면 징그럽다거나, 무섭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느낌이 긍정적인 느낌보다 먼저 든다.
그러나, 천진하고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에게는 이런 곤충이 호감의 대상이다.
한동안 시내 대형마트에서는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열렬히 판매하곤 했었다. (지금도 하는지...)
초등학교에 다니는 사내아이를 키우는 집, 베란다에는 으례껏 톱밥속에 숨어 있는 장수풍뎅이 애벌레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아이들도 어디서 얻어온 것이지 기억이 불분명하지만, 투명 플라스틱 컵속에 들어있는 어른 손가락 굵기만한 애벌레를 두세마리 키우기도 했었다. 통속에 들어있는 애벌레는 금세라도 꿈틀거리며 튀어나올거 같아 끔찍했지만(애벌레야...미안..) 자주 들여다보니 점점 그 마음도 사라지고 나중에는 귀여워지기까지 했다.
생각해 보면, 나 자랄적에는 오빠가 잡아주는 잠자리, 나비, 매미, 메뚜기, 꿀벌, 반딧불이, 사마귀, 땅강아지, 풀여치, 귀뚜라미, 소금쟁이, 등 셀 수 없는 곤충들이 우리들의 놀잇감이자 친구였었다. 풍뎅이같은 경우는 잔인하기 했지만, 다리마디를 다 잘라놓고 배를 내놓은 채 뒤집어놓은 풍뎅이 옆에다 손바닥을 쳐대면서 마당 쓸어라, 노래를 열심히 불러대면 뱅뱅뱅~ 돌아가던 풍뎅이 날개짓소리가 여름밤을 수놓곤 했었다.
곤충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종과 개체수를 차지하는 생물군이다.
신의 섭리가 필요없는 것을 창조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고, 수많은 곤충들도 각자 나름의 그 존재이유가 확실할텐데도 불구하고, 곤충이나 버러지라는 표현으로 쓸모없음을 빗대는 것을 볼 때, 우리 인간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주변의 곤충을 대하는 자세를 쉽게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언젠가 꿀벌의 생태 관련 책을 읽고 난 후, 곤충이 이 지구에서 하고 있는 역할의 가짓수와 중요성에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새롭다.
저자는 평소 곤충을 쫓아다니는 생태연구가들조차도 깊은 산 속이나 강가, 외딴섬으로 돌아다녔지, 정작 우리 생활 주변에서 살아가는 곤충들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을 자각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친숙한 우리 곤충을 제대로 알려주자'는 의도를 가지고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시리즈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1권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부터 찾아나서게 되었고 그곳에서 만나게 된 많은 곤충들은 그들만의 하나의 왕국을 건설하고 있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여러 노고들이 보인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 사진을 찍고자 하여도 기존의 카메라로는 담아낼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일년 반을 연구한 끝에 '곤충의 눈 렌즈'라는 새로운 렌즈를 개발하게 되었고, 그 연구의 결과를 책에 너무도 훌륭하게 증명해놓고 있다. 마치 눈앞에 곤충들이 살아 꿈틀거리는 듯, 곧 날아가버릴 듯, 생생한 느낌을 잡아낸 사진들은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에 충분하고 넘쳐 이 책의 가치를 더 높여준다.
또한, 이 책을 기획하면서 취재하는 동안 미기록 곤충을 찾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고 한다. '감색반무늬방아벌레'로 이름지은 이 곤충은 이 책에서 처음으로 그 존재를 알리게 된 곤충이라고 한다.
1권에서 소개해주는 곤충들의 세계는 학교 주변의 곤충들이 주로 소개되어 있기에 알고 있는 곤충들이 많이 나온다. 학교 곳곳의 어디어디에 어떤 곤충들이 살고 있는지 아주 친절하고 재미있게 소개해주고 있다. 이미 모습은 알았어도 이름을 몰랐던 경우도 있었고, 알고 있는 곤충과 이름이 서로 잘못 짝지워진 것도 있었고, 책을 보면서 거실에서는 아이들과 내내 시끌시끌한 시간이었다.
특히, 오줌싸게 꽃매미의 한살이,라는 소제목으로 소개된 꽃매미는 요즘 부쩍 뉴스에서 자주 보던 농가의 골칫덩어리인 곤충인데, 뉴스에서는 중국에서 유입된 외래종이라는 소개가 버젓히 되고 있었는데, 1권에서 저자는 이 매미가 우리나라에서 전부터 살고 있다가 요즘 들어 부쩍 수가 늘어나서 화제가 된 것 뿐이라고 근거를 들어 친절히 소개해놓고 있어 눈에 띈다.
2권에서는 '신기한 곤충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미처 알지 못했던 곤충들의 세상을 다양하고 아이들에 입맛에 맞는 소제목으로 소개해주고 있다. 재밌는 곤충의 얼굴, 특이하게 생긴 모습이라든가, 모습의 특징으로 이름을 삼은 것, 곤충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곤충들의 세상은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전반적으로 매우 풍부하고 쉽게 접하지 못하는 귀한 곤충들의 다양한 사진과 곤충들과 함께 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같이 실어 곤충들의 세상을 친근하게 느끼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래서 곤충의 신비로운 세상을 이해함으로써 더 나아가 자연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이치를 알게 해주는 멋진 책이다.
이 책은 나보다 더 아이들이 환호하며 좋아한 책이었다. 남매가 나란히 두 권의 책을 사이좋게 나눠보더니 아주 흥미있어한다. 이미 알고 있던 곤충들은 친구를 만난 듯 반가와하고 처음 보는 곤충들은 무척 신기해하는 모습이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제대로 된 책이라는 느낌을 갖게 해 준다. 이 책 한 권이면 학교 안 곤충들은 모두 다 내 손안에 있다, 가 충분히 가능할 거 같다.
곤충과 관련된 책들은 이미 여러 권 갖고 있으나, 이 책은 여러모로 신경쓴 보람이 있어서인지 아이들의 반응을 보면서 만족도가 매우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따뜻한 봄이 오면 아이들과 손잡고 학교마당이라도 찾아봐야겠다. 같이 관찰하고, 바라보고, 만지고, 곤충과 아이들과 함께 한바탕 놀아봐야지! 초등학교 아이들을 둔 부모라면 한번쯤 만나봐도 좋을 것 같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