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동화
최용탁 지음 / 나무그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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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동화, 라는 제목이 주는 모순이 마음을 묘하게 끄는 책이다.

표지의 노오란 색이 가슴을 화안하게 해주는 얇은 책은 우리의 마음을 금세 동심의 세계로 훌쩍 건너뛰게 한다.

우리 7세공주님이 자주 그리는, 표지를 장식한 바로 그 여자아이가 우리를 흰별의 세계로 이끄는 것 마냥 마치 별세계라도 다녀온 듯 , 이상하기만 한 것이 <이상한 동화>가 정녕 맞다.

 

단 세 명의 어린이를 위해 지어진 이상한 동화

슬픈 이야기를 읽고도 행복해지는 이상한 동화

생각 깊어지고 마음이 자라나는 이상한 동화

어린이에게 마음의 과일이 되어줄 이상한 동화

 

동화는 아이들을 독자로 하여 쓰여지기에 동화라고 한다. 하지만 동화가 가장 많이 필요한 사람은 오히려 아이보다는 우리 어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동화를 읽을 때마다 늘 깨닫게 되는 생각이다. 인간의 가장 순수한 본원의 심성과 닮은 아이들의 세상, 우리에게도 분명히 존재했었던 그 맑고 깨끗한  아이 적의 마음을 잃어가면서 행복이나 진정한 평화와는 점점 멀어져가는 거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구석구석에서 익숙한 풍경을 자꾸만 만난다. 그것은 까마득히 잊고만 있었던 내 어린시절의 추억이요, 때묻지 않았던 나의 동심이요, 미래요, 꿈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시골에서 과수원을 경작하며 세 아이를 기르고 있는 아빠이자 농사꾼이라고 한다.

이 책에 실린 9편의 동화는 그 세 아이를 위해 탄생되었는데,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그다지 밝고 명랑한 이야기들은 아니나, 이 세상에는 슬프고 힘겨운 일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아마도 저자와 세 아이들의 삶의 터전인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이 그다지 밝지 않은 것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사실 동화가 허구헌날 꿈만을 얘기하고, 낭만적인 전원풍경만을 그리고, 그 안에서 상상속의 행복한 결말만을 이야기한다면 그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동화 또한 그 시대상을 담아낼 줄 알아야 하고  그 안에서 가장 적절하고 올바른 교훈을 이야기해주는 한편, 희망을 이야기하고 그 희망을 찾아내는 눈도 길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나오는 9편의 동화를 간략히 정리해보기로 하자

누리의 하루*장애아와 그 부모님에 대해서 피상적으로만 대했던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동화다. 한편으로 비록 동화속이지만 누리에게는 너무도 좋고 마음 따스하신 부모님과 조부모님이 계셔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사회제도속에서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보다는 아이개개인에게 주어지는 좋은 조건에 시선을 돌려 위안받으려는 얄팍한 내 이기심을 느낀 순간, 스스로에게 민망해지기도 했다.

노루 가족의 겨울*노루가족을 의인화한 너무 예쁘고 슬픈 동화다. 추운 겨울속에서 엄마를 잃었지만,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노루가족의 모습이 눈물겹다. 어린시절 뒷산에 눈이 내리면 마을 오빠들을 따라서 자주 노루사냥에 나섰는데..동화를 읽으면서 그 때 기억을 아름답게만 추억하는 어른독자였다.ㅠㅠ

이슬비 내리는 날*전교생이 몇 명 되지 않는 시골학교의 풍경이 눈에 그려진다. 한마을의 친구들이 다 가족같은 아이들의 마음씀씀이가 너무 기특해서 늘 미덥지 못하게만 느껴지던 우리아이들까지 덩달아 든든해지는 순간이었다.

분홍머리핀*젊었을 때 한푼이라도 더 벌자고 이산가족이 되어버린 남매의 이야기, 차비까지 아껴서 여동생의 머리핀을 사가지고 시골할아버지댁으로 달려가는 오빠의 순수하고 정겨운 모습이 못내 뭉클해지는 이야기다.

바다로 간 끝동이*나뭇잎을 의인화하여 더 넓은 세상을 향하여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나아가는 끝동이의 이야기.바다를 향해가는 끝동이의 여행길을 따라서 환경오염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아빠와 두더지*남매의 우애에 관한 액자형 동화다. 여동생의 병이 낫게 하기 위해서 두더지를 잡는 소년과 친구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은행나무 네그루*한 가족이 그 가족을 이루고, 다시 자녀를 낳고, 그 자녀가 성장하고,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다시 고향의 은행나무 곁으로 돌아오는 한삶의 이야기

소진이의 일기장*외동아이와 5일장을 다니며 장사하는 젊은 부부의 아이와의 우정이야기.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한 따스함을 말해주는 동화

참목이와 도토리 삼형제*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인간의 환경파괴와 숲속 가족들의 뜨거운 가족애와 초록빛 희망에 대한 이야기.

 

세 아이에 대한 아빠의 사랑과 정성이 느껴지는 동화이어서인지 참 잘 쓴 동화라는 생각이 줄곧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새삼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저력을 떠올리게 한다.

<이상한 동화>를 읽는 내내 가슴이 더워오고, 눈시울이 젖어왔다.. 이런 느낌을 주는 동화를 읽고 나면 꼭 마음을 깨끗한 물에 씻은 거처럼 말간해지는 느낌이 참 좋다.

 

저자가 이 동화를 쓰면서 기대한대로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자연에 대해 더욱 가깝게 느끼고, 가난한 사람, 불행한 사람들의 눈물을 볼 수 있기를...그래서 이 책을 읽는 아이, 어른 모두가 그 마음이 훌쩍 자라기를...아름다운 마음으로 이 세상을 더욱 밝게 만들기를 나 또한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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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문학여행 답사기
안영선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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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에 출간된 현 문화재청장으로 재직하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여행사에 '답사여행'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바람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미학을 전공한 저자의 이력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매끄럽고 유려한 문체의 그 책은 내용에 있어서 지역적으로 편파적이라는 비평에도 불구하고 인기 또한 엄청나서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나니,라는 글귀는 여기저기에서 자주 회자되곤 했다. 이 여행기의 인기에 힘입어 뒷날에 전유성의 [남의유산답사기]라는 유럽여행기가 출간되기도 했었다. 

[살아있는 문학여행 답사기]의 저자인 안영선님은 용인에 있는 성지중학교에 근무하는 국어교사로서 '용인문학회'회원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15년 전에 동료교사들과 우연한 기회에 문학답사를 시작하여(나의문화유산답사기, 가 출간된 해를 돌이켜보면 딱 맞아떨어진다) 현재 전국 100곳 정도를 수차례 이상 답사하여 사라져 가는 문학 관련 자료를 모으고 정리한 것 중 교과서를 중심으로 하여 간추린 문학인 21인을 중심으로 산재한 문학비와 생가, 그리고 작품의 배경이 된 곳의 귀중한 정보를 이 책으로 묶어내었다.

교사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어서인지, 작품에 대한 분석, 작가에 대한 설명, 작품의 배경, 작가의 생가 및 문학비, 대표작, 문학과, 동상 등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 딱딱한 교과서로만 접했던 지식들을 살아 있는 언어로 만나는 생생한 느낌이 학생들의 국어교육 참고서로도 매우 훌륭하다. 또한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메마른 정서를 염려했던 중고등생들이 공부와 예술, 그리고 상상속의 여행을 같이 접할 수 있는 그야말로 도랑치고 가재잡고, 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좋은 독서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활자로만 대해도 내 맘을 사로잡는 문학의 향기가 묻어나는 답사여행지를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심훈의 혼이 살아 있는 <상록수>의 고향 당진, 이병기의 난초 향기 그윽한 익산, 이육사의 지조와 절개가 살아 있는 안동, 송강가사의 산실이 된 담양, 조지훈의 정신이 살아 있는 영양, 신석정이 전원생활을 꿈꾸던 부안, 윤선도와 함께 떠나는 남도의 끝 해남, 이효석의 메밀꽃 피는 평창, 허균과 허난설헌의 유년이 살아 있는 강릉, 홍명희의 사살이 <임꺽정>으로 피어난 괴산, 김삿갓의 시작과 끝 영월, 김유정과 함께 하는 호반의 도시 춘천, 신동엽의 시정신으로 피어난 백제의 혼 부여, 채만식의 숨결이 살아 있는 군산, 한용운의 애국 혼이 타오른 홍성, 김영랑의 모란이 피어나는 강진, 박용철의 순수 문학의 산실 광주, 서정주의 질마재 신화를 간직한 고창, 이무영의 농민소설 뿌리가 된 음성, 정지용의 향수로 다시 피어난 옥천, 박경리의 삶과 문학 혼이 깃든 원주

 

21곳의 문학여행지 중에서 11곳이 이미 내가 다녀온 곳이다.  굳이 문학여행을 계획하고 떠난 것은 아니었지만, 문학에 대한 배경지식은 때때로 운전하는 핸들을 조정하기도 한다. 이 책은 뇌리 깊숙이에 숨겨져 있었던 지난 시절 나의 문학에 대한 열정을 추억하게 했다. 또한 잊지 잇었던 우리 문학의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는 계기다 되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육사의 고장 안동과 박경리의 원주를 밟아보고 싶다. 소개한 작가중에서 박경리에 대한 부분은 작가가 토지의 4,5부를 썼던 그리고 유고시까지 머물렀던 제2의 고향인 원주를 조명했으나, 토지의 배경이 되어주는 섬진강 물줄기나 지리산 일대, 그리고 경상도 하동의 토지리에 대한 설명이 아예 없었던 부분이 많이 아쉬웠다. 그 곳을 이미 몇차례 다녀온 나로서는 원주 토지문학공원에 그 배경을 일부 조성하였다고는 해도 토지는(특히, 토지의 1,2,3부) 위에 언급한 그 곳을 직접 보지 않고는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고 감히 나는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문학여행이라는 말이 부담이 된다면, 굳이 그 용어에 얽매이지 않아도 좋다. 삼천리 금수강산 어디를 가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문학의 산실인 작가의 고향이거나 작품의 배경이 되어주는 곳이다 보니, 산수 수려하기가 관광지 못지 않거나, 이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곳이기에 그 틀에 얽매이지 않고 여행기라고 생각하고 읽어도 좋다. 교통편이나, 숙박, 그리고 편안한 잠자리에 대한 안내와 유명한 먹거리에 대한 소개까지 상세히 안내되어 있으니 낯선곳에 한밤중에 떨어져도 시간낭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동안 나름 문학여행을 했다고 자부했었는데,  정작 문학비나 작가의 모습을 담은 동상은 주의깊게 보지 않았었다. 돌이켜보니 그랬다. 늘 주변 풍광에 더 취해 있거나, 다음 코스인 유명관광지를 떠올리느라 사뭇 바쁘기만 했을 뿐...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모습의 문학비나 개성있는문인들의 동상들을 보며, 무심히 지나쳤던 그 기념물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의 시선처럼 동상앞에서 작가들의 삶을 돌아보고, 또한 문학비 앞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시일지라도 한 자, 한 자 마음을 담아 읽어보리라....

 

사족 :  1. 오타 : 5P 홍천 - 홍성, 222p 선운면 - 부안면

           (답사기는 사실에 기초해야 하기에 정확한 지명이 요구된다)

         2. 각 장마다 내용을 보충하기 위한 사진을 게재하였는데, 사진 바로 밑에  설명이 없어서  아쉬웠다.

         3. 신석정 시인의 부안군을 보여주는 '농촌풍경'사진과

            서정주 시인의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의 '농촌풍경'사진이 그 크기만을 달리할 뿐,  같은 사진었다.

            아마도 부안군과 부안면의 행정상 명칭이 주는 편집상의 혼선이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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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해결사 나비
남희영 지음 / 바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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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오늘에서야 읽은 것이 아쉽다.

책을 받아놓고도 첫 페이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단지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는 단순한 이유로 나에게 읽히기를 기다리고 있는 여타의 책들에게 그 순위를 밀리고 말았다. 추남계의 다크호스라는 이유로 늘 모범생이자 피부미남인 서열에게 밀리고 마는 이 소설의 주인공 나비처럼 말이다.

그러나, 작정하고 읽기를 시작한 나는 곧 이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것은 곧 주인공인 나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는 표현과도 같다.

[만능해결사 나비]는 [컬트동화]라는 소설집을 냈었던 남희영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남희영이라는 작가는 그동안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작가이고, 이 제목만으로는 전혀 그 내용을 가늠할 수 없었기에, 막상 소설의 내용으로 들어가서는 무지에서 오는 의외성이 주는 재미가 매우 신선했다. 작가의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하고 재치있는 스토리 전개는 이전에 내가 접해왔던 소설과는 확연히 구별되었고, 이에 작가에 대해서 흥미가 더해졌다.

소설은 <언제나 정도의 방법, 평화로운 수단을 추구하고 경찰도 풀지 못하고 하느님도 응답해주지 않는 고민을 3일안에 해결해주는> 만능해결사 나비 사무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홍보내용으로 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탐정 나비의 얘기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막상 내용을 들춰보면 상담사에 가까운 해결사 나비임을 알 수 있다.

시대를 잘 못 타고나 별 볼 일없이 살고 있다고 늘 주장하는 나비는 자신의 모든 열등감을 자극하는 존재인 서열과 체육부 여코치와의 삼각관계속에서 실연을 당함으로써 지독한 성장통을 앓은 과거가 있다. 그리고 그 과거는 현재 자신이 운영하는 사무실에 의뢰가 들어오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주 양념거리로 등장한다.

왜소한 남자가 아내의 이혼요구에 그 해결책으로 살을 찌우라는 답변, 카드 빚으로 고민하는 여성에게 주는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답변, 애인의 삼다리와 배신 그리고 재회에 대한 고민에 지독히도 솔직한 답변, 눈이 예뻐 결혼했다는 남편에게 쌍꺼풀 수술 사실을 감추고 싶은 여인에게 따스하고도 현실적인 답을 주는 나비는 이 시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에 가장 지혜로운 답을 주는 진정한 만능해결사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아버지의 발인식장에서 의뢰인 조선기씨와 같이 울어주는 나비는 앞부분에서 보여지는 먹을 것에 집착하는, 작은 것에도 실없이 울음을 터뜨리는, 서열에게만은 모든 것에서 무조건 앞서고 싶어 하는 나비와는 분명히 달라 보인다.

한편, 첫날에서부터 중간부분, 그리고 마지막 날까지 미스테리한 문제를 끌고 가던 기억상실증 걸린 의뢰인에 대한 나비의 해결방법은 이 소설의 느낌을 단숨에 아름다운 동화로 규정짓게 한다.

나비의 해결방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나비가 삶을 참 유쾌하고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내 느끼게 된다. 산다는 것을 무겁고 진지하게 대하기 보다는 유쾌하고 재미있고 따스하게 접근하는 방법, 바로 이 점이 우리가 만나는 모든 문제의 만능해결 열쇠라고 나비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각박하고 어려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긴장속에서 요구되는,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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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캠퍼밴 타고 뉴질랜드 여행간다 - 알뜰하고 실속있는 해외여행
김인자 글.사진, 혜초여행사 감수 / 창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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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곧이어 직장에 들어간 나는 첫 월급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 바로 인켈, 이라는 오디오 가게였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오디오를 할부로 구입한 후, 레코드 가게를 가서 바로<여행스케치>의 음반을 구입했다.

추억의 통기타 명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는 그야말로 날씨가 청아한 여름, 가을밤과 잘 어울리는 아주 매력적인 곡이다. 턴테이블위의 음반이 돌아가는 소리를 듣고 있자면, 마치 바람마저도 얘기를 걸어오는 듯한 너무도 환상적인 곡이다.







어제는 별이 졌다네 나의 가슴이 무너졌네

별은 그저 별일 뿐이야 모두들 내게 말하지만




오늘도 별이 진다네 아름다운 나의 별 하나

별이 지면 하늘도 슬퍼 이렇게 비만 내리는 거야




나의 가슴속에 젖어 오는 그대 그리움만이

이 밤도 저 비되어 나를 또 울리고




아름다웠던 우리 옛 일을 생각해보면

나의 애타는 사랑 돌아 올 것 같은데




나의 꿈은 사라져 가고 슬픔만이 깊어 가는데

나의 별은 사라지고 어둠만이 깊어가는데...







 비록 방안이라도 창틀에 발을 올려 놓고 팔베개를 한 채로 기타음을 따라가다 보면, 열려진 창을 통해 자유로움의 공기가 온몸을 휘감아오면서 환상처럼 자연과 숲이 펼져지고, 그 위로 하늘의 별이 한가득 쏟아지는 듯한 영상이 지나간다.

[나는 캠퍼밴타고 뉴질랜드 여행한다]를 읽는 내내, 비록 눈은 책속의 활자를 따라가고 있었지만, 마음만은 캠퍼밴을 타고 자유로운 공기에 흠뻑 취해 뉴질랜드의 광활하고 아름다운 대자연을 온 몸으로 만나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속에서 언제나 여행이라는 말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별이 진다네'의 선율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흔히, 취미가 무엇인지,,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등의 다양한 질문속에 언제나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여행'이라는 두 글자다.

아마도 여행이라는 단어속에는 이미 "자유""본능"이라는 뜻을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인간이 여행을 그토록이나 소망하는 것은 , 어쩌면 농경시대롤 접어들면서 인간이 정착생활을 하기 훨씬도 이전인 그 태초의 유랑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지도 모른다. 곧 이것이 자아찾기,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바로 여행이라는 것을 통해서...

그동안 우리가 흔히 여행, 이라고 불러왔던 많은 거리의 낯선 기억들은 결코 여행이 아니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오로지 먹는 것, 자는 것, 보는 것을 그 유명성에 의존하여 오로지 관광해왔을 뿐임을.... 결국은 그??의 시선을 의식한 놀이였을 뿐이었음을...

 

약 15년 전에 뉴질랜드, 라는 새로운 땅을 장장 13시간을 걸쳐 날아가 만났었다. 7박 8일에 걸친 일정은 그리 촉박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일정이어서 당시에는 그 만족도가 굉장히 컸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이제 와 돌이켜보니 지난 사진첩을 찾아보지 않는 이상, 내 가슴에 화인처럼 남아 있는 아름다운 영상 하나가 없다. 그저 쉽게 만날 수 없는 곳을 그야말로 관광한다는 과시속에 사진만 찍어댔던 기억...은 로투로아, 마오리족 공연, 온천속의 연가, 양털깎기쇼, 한적한 거리풍경, 잔잔한 저녁놀...등 몇개의 단어로만 떠오를 뿐이다. 

 

저자는 패키지관광이 정해진 곳을 주마간산으로 보게 된다면, 캠퍼밴여행은 모든 과정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계획하고 꾸려간다는 점에서 약간의 도전정신만 있다면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이라고 잘라 말한다.

일정이나,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오로지 맘내키는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 캠퍼밴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자연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할 수 있는 점을 우선으로 꼽고 싶다. 어린시절 원두막에서의 잠이나, 혹은 산속과 강변에서 텐트잠을 자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바로 귓가 가까이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가 주는 그 경이감을..자연과 온전히 합일이 되는 듯한 그 충만감은 우리 사람도 자연의 일부임을 만끽하면서 자연과 함께 하는 길만이 완벽한 평화의 시간임을 깨달을 것이다. 자연속에서는 가장 순수한 상태의 나를 만나게 된다. 문명의 때를 벗고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순연한 나의 모습을 새로히 발견하는 기쁨은 곧 살아가야 할 삶의 지표를 제대로 세우는데 일조할 것이다.

저자는 시로 등단한 시인이면서 여행작가이다. 따라서 그의 여행체험기는 마치 시를 읽는 듯 하면서 그림을 보는 듯이 풍경이 손에 잡힐 듯 회화로우면서도 운율감있고 감수성 풍부한 매우 아름다운 언어로 되어 있다. 

저자는 그동안 배낭여행을 주로 해왔으나, 시대의 흐름을 타고 기획된 헤초여행사의 캠퍼밴여행의 일환으로 직접 자신이 먼저 체험하고 난 후, 그 여행기를 이렇게 책으로 내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앞부분은 캠퍼밴여행에 따르는 각종 절차상의 문제, 외국여행에 필요한 것, 준비해야 할 물품, 여행경비, 관련싸이트, 공항에서의 입국 및 출국 절차, 캠퍼밴에 관한 모든 사항(예를 들면, 주유방법, 쓰레기버리기, 상황에 따른 물채우기등) , 뉴질랜드 알고 가기, 등 더이상의 질문이 필요없을 정도로 상세한 안내가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책 한권이면, 캠퍼밴여행뿐 만 아니라, 뉴질랜드와 호주여행에 있어서 실질적인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네비버가 필요없을 정도로 더할수 없이 자상하다.

뒷부분이 실질적인 여행체험기에 해당하는데, 여행서에는 반드시 따라오는 멋진 사진과 함께, 하루 하루 일정에 따라 일기쓰듯이 풀어놓고 있다. 저자의 여행기는 지금 당장이라도 보따리를 싸고 싶을 정도로 현실적이고 낭만적이다. 그녀의 감수성 높은 필력이 그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내 기억속의 뉴질랜드가 바로 하늘이 내린 지상의 마지막 천국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축복받은 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카메라 앵글이 멈추는 곳, 저자의 시선을 붙드는 곳 마다 그대로 한장의 엽서가 되는 풍광은 가슴깊숙이에서 부러움의 한숨을 끌어낸다.

21일의 걸친 여행의 말미에 저자는 말한다.

관광이 쾌락을 추구하는 표피적 행위라면, 여행은 낯선 곳으로 몸과 마음을 안고 걸어 들어가는 실천의 다른 이름이다. 전자에 육신의 즐거움이 있다면, 후자의 참된 영혼의 위로가 있다(211P)

 

캠퍼밴여행은 오히려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연령층이 더 많이 선호하는 여행방법이고, 또한 그들을 겨냥한 상품이기도 하다고 한다. 저자가 여행하는 동안, 신혼부부의 2인용 캠퍼밴도 간간히 만날수 있었지만, 머리 희끗한 60대 노부부의 캠퍼밴여행자들을 더 자주 만났다고 하니 이 얼마나 희망적인 일인가..

하늘이 내게 주신 삶을 열심히 살아내고, 아이들도 충실이 제 몫을 다해내는 일꾼으로 키운 후에, 들꽃처럼 나이들어가는 노인이 되어 뉴질랜드로 캠퍼밴여행을 떠나리라. 하웨아 호숫가 벤취에 앉아서 설산과 호수, 그리고 건너편 산중턱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 떼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여유롭게 마시리라. 한달이라는(캠퍼밴은 최소한 한달정도의 여행기간이 주어져야 그 진가를 발휘한다) 긴 휴식이 주어졌으니 무에 바쁘랴...생각만 해도 가슴이 마냥 부풀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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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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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꿈꾸는 식물]을 통해 처음으로 이외수,라는 작가를 알았다.

당시 내가 다니던 교회의 위치가 꿈꾸는 식물의 주무대인 창녀촌을 바로 이웃으로 했기에 종교적으로 생각할 꺼리를 주었던 창녀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그 책에 대한 독서는 개인적으로 만족했었다. 그 뒤로도 간간히 [장수하늘소], [사부님 싸부님 1, 2], [말더듬이의 겨울수첩],[들개]를 읽었으나, 전혀 그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는 걸 보면 이외수님의 글은 내 취향이 아니었나 보다. 1992년에 출간된 [벽오금학도]를 끝으로 그의 책은 전혀 읽지 않았다.

첫 번째 책을 제외하고는 책의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질 않으나, 특이한 작가의 문체만은 뇌리에 깊숙이 남아 있다. 아마 그 특이함이 주는 아주 낯선 느낌이 작가의 첫 작품을 기억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리라.

이 책 [하악하악]이 베스트셀러로 이미 널리 회자되었어도 그다지 끌리는 책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새 28쇄라니, 참으로 작가의 인기는 가공할 만하다. 비록 책을 읽진 않아도 작가의 근황은 늘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접할 수 있었으니, 이 또한 작가가 의도한 바는 아니더라도 일반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면서도(세상의 잣대와는 무관한 일반적이지 않은 삶)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이뤄낸 작가를 통해 독자들은 새로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지도 모른다. 작가가 살아온 삶의 모습은 결코 대중적이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가라고 나는 생각한다.

 

언젠가 TV의 한 예능프로에 출연한 작가의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작가의 최근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하악하악]은 이런 배경으로 나와 만나게 된 책이다. 어찌 보면 책과의 인연도 사람과의 인연처럼 다 때가 있는 것 같다. 김춘수의 싯귀절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말이다.

 

"네가 너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하악하악]은 내가 불러주었더니, 내게로 와서 물고기가 되어 주었다. ㅎㅎ

정태련이 그린 64개의 세밀화와 260개의 쪽글로 구성된 [하악하악]은 금방 물 속에서 건져낸 듯한 살아있는 물고기 그림과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맡아지는 향기로운 비누냄새가 책읽은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머리까지 시원해지는 싱그러운 느낌이 바로 [하악하악]이 내게로 와서 물고기가 되어 준 바로, 그것이다.

그 쪽글은 100개만 더 첨가해서 하루하루 명상록으로 삼아도 될 듯 할 내용으로 가득하다.

때론, 촌철살인같은 언어로, 때로는 신세대들이나 이해할 듯한 용어로, 웃음짓게 하기도 하고, 어이없음에 김빠지게도 하고, 깊은 생각꺼리도 던져주는 이외수식의 글은 이 책 또한 읽는 책보다는 보는 책의 컨셉을 따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으나, 이 또한 [작가의 생존법 하악하악], 이라면 우리가 뭐라 하겠는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도 유명한 사람이 말을 해주면 그 말이 사회속에서 객관적인 힘을 더 얻게 된다. 평소의 내 생각과 똑같은 작가의 생각을 하나 옮겨 본다...기회가 될 때마다 우리 아들에게 들려줬던 말이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횟수를 정해놓고 우는 것은 뻐꾹시계다. 가슴이 메마르면 눈물도 메마른다.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타인의 아픔에도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가슴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260개의 쪽글 중에서 책장을 덮고 난 후, 읽는 동안 나의 지성과 감성을 노크하였기에 기꺼이 동그라미를 쳤던 글을 세어봤더니 50개다. 그러니까, 이 책에는 책꽂이에 꽂아둔 뒤에도 한번씩 꺼내서 음미해볼 만한 글이 50개나 된다는 것이다. 이만하면 주변에도 즐겁게 권해줄 만 하지 않겠는가....하여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야말로 부담없이 읽을 만하다.

그러나 저러나 다시 봐도 정태련님은 그림은 참 신기하다. 어쩌면 이렇게 그려낼 수 있을까. 자꾸만 자꾸만 물고기 그림에 눈이 간다. 정태련이라는 화가를 알게 된 것, 이 책으로 인해 얻게 된 또 하나의 큰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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