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캠퍼밴 타고 뉴질랜드 여행간다 - 알뜰하고 실속있는 해외여행
김인자 글.사진, 혜초여행사 감수 / 창해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대학을 졸업하고 곧이어 직장에 들어간 나는 첫 월급을 받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 바로 인켈, 이라는 오디오 가게였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오디오를 할부로 구입한 후, 레코드 가게를 가서 바로<여행스케치>의 음반을 구입했다.

추억의 통기타 명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는 그야말로 날씨가 청아한 여름, 가을밤과 잘 어울리는 아주 매력적인 곡이다. 턴테이블위의 음반이 돌아가는 소리를 듣고 있자면, 마치 바람마저도 얘기를 걸어오는 듯한 너무도 환상적인 곡이다.







어제는 별이 졌다네 나의 가슴이 무너졌네

별은 그저 별일 뿐이야 모두들 내게 말하지만




오늘도 별이 진다네 아름다운 나의 별 하나

별이 지면 하늘도 슬퍼 이렇게 비만 내리는 거야




나의 가슴속에 젖어 오는 그대 그리움만이

이 밤도 저 비되어 나를 또 울리고




아름다웠던 우리 옛 일을 생각해보면

나의 애타는 사랑 돌아 올 것 같은데




나의 꿈은 사라져 가고 슬픔만이 깊어 가는데

나의 별은 사라지고 어둠만이 깊어가는데...







 비록 방안이라도 창틀에 발을 올려 놓고 팔베개를 한 채로 기타음을 따라가다 보면, 열려진 창을 통해 자유로움의 공기가 온몸을 휘감아오면서 환상처럼 자연과 숲이 펼져지고, 그 위로 하늘의 별이 한가득 쏟아지는 듯한 영상이 지나간다.

[나는 캠퍼밴타고 뉴질랜드 여행한다]를 읽는 내내, 비록 눈은 책속의 활자를 따라가고 있었지만, 마음만은 캠퍼밴을 타고 자유로운 공기에 흠뻑 취해 뉴질랜드의 광활하고 아름다운 대자연을 온 몸으로 만나는 느낌이었다. 그 느낌속에서 언제나 여행이라는 말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별이 진다네'의 선율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흔히, 취미가 무엇인지,,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등의 다양한 질문속에 언제나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여행'이라는 두 글자다.

아마도 여행이라는 단어속에는 이미 "자유""본능"이라는 뜻을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인간이 여행을 그토록이나 소망하는 것은 , 어쩌면 농경시대롤 접어들면서 인간이 정착생활을 하기 훨씬도 이전인 그 태초의 유랑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지도 모른다. 곧 이것이 자아찾기,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바로 여행이라는 것을 통해서...

그동안 우리가 흔히 여행, 이라고 불러왔던 많은 거리의 낯선 기억들은 결코 여행이 아니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오로지 먹는 것, 자는 것, 보는 것을 그 유명성에 의존하여 오로지 관광해왔을 뿐임을.... 결국은 그??의 시선을 의식한 놀이였을 뿐이었음을...

 

약 15년 전에 뉴질랜드, 라는 새로운 땅을 장장 13시간을 걸쳐 날아가 만났었다. 7박 8일에 걸친 일정은 그리 촉박하지 않고, 여유롭게 한 일정이어서 당시에는 그 만족도가 굉장히 컸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이제 와 돌이켜보니 지난 사진첩을 찾아보지 않는 이상, 내 가슴에 화인처럼 남아 있는 아름다운 영상 하나가 없다. 그저 쉽게 만날 수 없는 곳을 그야말로 관광한다는 과시속에 사진만 찍어댔던 기억...은 로투로아, 마오리족 공연, 온천속의 연가, 양털깎기쇼, 한적한 거리풍경, 잔잔한 저녁놀...등 몇개의 단어로만 떠오를 뿐이다. 

 

저자는 패키지관광이 정해진 곳을 주마간산으로 보게 된다면, 캠퍼밴여행은 모든 과정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계획하고 꾸려간다는 점에서 약간의 도전정신만 있다면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이라고 잘라 말한다.

일정이나,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오로지 맘내키는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 캠퍼밴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자연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할 수 있는 점을 우선으로 꼽고 싶다. 어린시절 원두막에서의 잠이나, 혹은 산속과 강변에서 텐트잠을 자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바로 귓가 가까이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가 주는 그 경이감을..자연과 온전히 합일이 되는 듯한 그 충만감은 우리 사람도 자연의 일부임을 만끽하면서 자연과 함께 하는 길만이 완벽한 평화의 시간임을 깨달을 것이다. 자연속에서는 가장 순수한 상태의 나를 만나게 된다. 문명의 때를 벗고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순연한 나의 모습을 새로히 발견하는 기쁨은 곧 살아가야 할 삶의 지표를 제대로 세우는데 일조할 것이다.

저자는 시로 등단한 시인이면서 여행작가이다. 따라서 그의 여행체험기는 마치 시를 읽는 듯 하면서 그림을 보는 듯이 풍경이 손에 잡힐 듯 회화로우면서도 운율감있고 감수성 풍부한 매우 아름다운 언어로 되어 있다. 

저자는 그동안 배낭여행을 주로 해왔으나, 시대의 흐름을 타고 기획된 헤초여행사의 캠퍼밴여행의 일환으로 직접 자신이 먼저 체험하고 난 후, 그 여행기를 이렇게 책으로 내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앞부분은 캠퍼밴여행에 따르는 각종 절차상의 문제, 외국여행에 필요한 것, 준비해야 할 물품, 여행경비, 관련싸이트, 공항에서의 입국 및 출국 절차, 캠퍼밴에 관한 모든 사항(예를 들면, 주유방법, 쓰레기버리기, 상황에 따른 물채우기등) , 뉴질랜드 알고 가기, 등 더이상의 질문이 필요없을 정도로 상세한 안내가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책 한권이면, 캠퍼밴여행뿐 만 아니라, 뉴질랜드와 호주여행에 있어서 실질적인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네비버가 필요없을 정도로 더할수 없이 자상하다.

뒷부분이 실질적인 여행체험기에 해당하는데, 여행서에는 반드시 따라오는 멋진 사진과 함께, 하루 하루 일정에 따라 일기쓰듯이 풀어놓고 있다. 저자의 여행기는 지금 당장이라도 보따리를 싸고 싶을 정도로 현실적이고 낭만적이다. 그녀의 감수성 높은 필력이 그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내 기억속의 뉴질랜드가 바로 하늘이 내린 지상의 마지막 천국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축복받은 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카메라 앵글이 멈추는 곳, 저자의 시선을 붙드는 곳 마다 그대로 한장의 엽서가 되는 풍광은 가슴깊숙이에서 부러움의 한숨을 끌어낸다.

21일의 걸친 여행의 말미에 저자는 말한다.

관광이 쾌락을 추구하는 표피적 행위라면, 여행은 낯선 곳으로 몸과 마음을 안고 걸어 들어가는 실천의 다른 이름이다. 전자에 육신의 즐거움이 있다면, 후자의 참된 영혼의 위로가 있다(211P)

 

캠퍼밴여행은 오히려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연령층이 더 많이 선호하는 여행방법이고, 또한 그들을 겨냥한 상품이기도 하다고 한다. 저자가 여행하는 동안, 신혼부부의 2인용 캠퍼밴도 간간히 만날수 있었지만, 머리 희끗한 60대 노부부의 캠퍼밴여행자들을 더 자주 만났다고 하니 이 얼마나 희망적인 일인가..

하늘이 내게 주신 삶을 열심히 살아내고, 아이들도 충실이 제 몫을 다해내는 일꾼으로 키운 후에, 들꽃처럼 나이들어가는 노인이 되어 뉴질랜드로 캠퍼밴여행을 떠나리라. 하웨아 호숫가 벤취에 앉아서 설산과 호수, 그리고 건너편 산중턱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 떼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여유롭게 마시리라. 한달이라는(캠퍼밴은 최소한 한달정도의 여행기간이 주어져야 그 진가를 발휘한다) 긴 휴식이 주어졌으니 무에 바쁘랴...생각만 해도 가슴이 마냥 부풀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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