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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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꿈꾸는 식물]을 통해 처음으로 이외수,라는 작가를 알았다.

당시 내가 다니던 교회의 위치가 꿈꾸는 식물의 주무대인 창녀촌을 바로 이웃으로 했기에 종교적으로 생각할 꺼리를 주었던 창녀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그 책에 대한 독서는 개인적으로 만족했었다. 그 뒤로도 간간히 [장수하늘소], [사부님 싸부님 1, 2], [말더듬이의 겨울수첩],[들개]를 읽었으나, 전혀 그 내용이 기억이 나질 않는 걸 보면 이외수님의 글은 내 취향이 아니었나 보다. 1992년에 출간된 [벽오금학도]를 끝으로 그의 책은 전혀 읽지 않았다.

첫 번째 책을 제외하고는 책의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질 않으나, 특이한 작가의 문체만은 뇌리에 깊숙이 남아 있다. 아마 그 특이함이 주는 아주 낯선 느낌이 작가의 첫 작품을 기억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리라.

이 책 [하악하악]이 베스트셀러로 이미 널리 회자되었어도 그다지 끌리는 책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새 28쇄라니, 참으로 작가의 인기는 가공할 만하다. 비록 책을 읽진 않아도 작가의 근황은 늘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접할 수 있었으니, 이 또한 작가가 의도한 바는 아니더라도 일반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면서도(세상의 잣대와는 무관한 일반적이지 않은 삶)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이뤄낸 작가를 통해 독자들은 새로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지도 모른다. 작가가 살아온 삶의 모습은 결코 대중적이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가라고 나는 생각한다.

 

언젠가 TV의 한 예능프로에 출연한 작가의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작가의 최근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하악하악]은 이런 배경으로 나와 만나게 된 책이다. 어찌 보면 책과의 인연도 사람과의 인연처럼 다 때가 있는 것 같다. 김춘수의 싯귀절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말이다.

 

"네가 너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하악하악]은 내가 불러주었더니, 내게로 와서 물고기가 되어 주었다. ㅎㅎ

정태련이 그린 64개의 세밀화와 260개의 쪽글로 구성된 [하악하악]은 금방 물 속에서 건져낸 듯한 살아있는 물고기 그림과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맡아지는 향기로운 비누냄새가 책읽은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머리까지 시원해지는 싱그러운 느낌이 바로 [하악하악]이 내게로 와서 물고기가 되어 준 바로, 그것이다.

그 쪽글은 100개만 더 첨가해서 하루하루 명상록으로 삼아도 될 듯 할 내용으로 가득하다.

때론, 촌철살인같은 언어로, 때로는 신세대들이나 이해할 듯한 용어로, 웃음짓게 하기도 하고, 어이없음에 김빠지게도 하고, 깊은 생각꺼리도 던져주는 이외수식의 글은 이 책 또한 읽는 책보다는 보는 책의 컨셉을 따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으나, 이 또한 [작가의 생존법 하악하악], 이라면 우리가 뭐라 하겠는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도 유명한 사람이 말을 해주면 그 말이 사회속에서 객관적인 힘을 더 얻게 된다. 평소의 내 생각과 똑같은 작가의 생각을 하나 옮겨 본다...기회가 될 때마다 우리 아들에게 들려줬던 말이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횟수를 정해놓고 우는 것은 뻐꾹시계다. 가슴이 메마르면 눈물도 메마른다.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타인의 아픔에도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가슴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260개의 쪽글 중에서 책장을 덮고 난 후, 읽는 동안 나의 지성과 감성을 노크하였기에 기꺼이 동그라미를 쳤던 글을 세어봤더니 50개다. 그러니까, 이 책에는 책꽂이에 꽂아둔 뒤에도 한번씩 꺼내서 음미해볼 만한 글이 50개나 된다는 것이다. 이만하면 주변에도 즐겁게 권해줄 만 하지 않겠는가....하여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야말로 부담없이 읽을 만하다.

그러나 저러나 다시 봐도 정태련님은 그림은 참 신기하다. 어쩌면 이렇게 그려낼 수 있을까. 자꾸만 자꾸만 물고기 그림에 눈이 간다. 정태련이라는 화가를 알게 된 것, 이 책으로 인해 얻게 된 또 하나의 큰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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