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되는 사주비결 - 쉽고 재미있게 알아보는
김현수 지음 / 케이앤피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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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되는 사주비결이 정녕코 존재한다면 이 세상에 부자 아닌 사람 없을 것이요,

아니면 그 비결이 실천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임에는 분명하리라..

이런 마음가짐으로 비장하게 받아든 이 책.

 

나의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일단 표지부터 부드러운 갈색톤으로 편안하게 해주더니 휘리릭 넘겨본 내용은 두꺼워보이는 책의 부피와는 관계없이 듬성듬성한 편집이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또한, 저자의 의도대로 사주나 주역이나 역학 등에 문외한인 사람도 이해하기 쉽게, 아주 쉽게 풀어놓아서 끝까지 읽어가기도 너무 쉬웠다.

 

팔자니 운명이니 사주니, 하는 용어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다.

선거철마다 용한 점쟁이나 역술인에게 찾아가는 정치인들이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해마다 연초에는 한번쯤은 누구나 자신의 일년운세인 토정비결 정도는 열어볼 것이다. 그것을 믿거나 안 믿거나와는 별개로 말이다.

그만큼 동양의 철학과도 일맥 상통하는 사주에 대한 호기심은 우리네 삶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영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 친구들을 중심으로는 서양의 점성술에도 많은 관심이 뻗어가고 있고, 특히나 요즘에는 타투를 몸에 새긴 아가씨들이 타로점을 치는 풍경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와 마침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물려서 년말과 년초를 겨냥하여 출판된 <부자되는 사주비결>은 그 시기가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독자들은 이 책에서 많은 것을(작은 부자, 큰 부자) 기대하지는 마시라.

저자는 이미 서문에서 밝혀두고 있다. 부자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돈이 꼭 금전이나 지폐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말라고 말이다. 즉, 자신이 가장 신명나는 일, 이것이 바로 진정한 돈과 같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이 책에서는 역학의 이론을 설명하지 않고, 역학 지식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자신의 운명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엮어놓았다.

사주중에서 일간에 해당하는 오행을 중심으로 태어난 계절과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을 교합하여 본인이 지니고 있는 능력, 운세, 그리고 가장 자신에게 맞는 직종을 풀이해 놓고 있다. 덤으로 행운의 색, 행운의 숫가, 행운의 방위, 행운의 그림, 행운의 인연등을 상세히 적어놓고 있다. 

 

다 읽고 난 느낌은,,,뭐, 이런 책이 있다 정도?...월간잡지마다 실리는 자신의 이달의운세보다 더 포괄적이다고 생각하면 큰 무리가 없다. 사주의 의미라든가, 오행의 뜻, 10천간과 12지지의 의미, 등에 대해서 기초적인 지식을 안 것으로 만족하면 될 거 같다. 안타깝게도 이미 나는 이런 계통의 책을 많이 접해봤기에 이 책이 참 싱거웠다.

그래도 이 분야가 원래 이 점이 매력이듯이 나 또한 읽는 동안 혹하여 토형에 겨울에 태어나서 좋아하는 색인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에 해당하는 부분을 열심히 읽어보고, 현재의 내 삶과 비교견적해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발생했다. 세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이 매우 달라서 어떤 것을 내게 적용시켜해 할 지 고민스러웠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봐도 좋아하는 세가지 색중에 하나만을 고를 수는 없었다. 사실 난 오행에 해당하는 기본 오색을 다 좋아한다. 이 책 역시 결국은 이 부분에서 눈에 보이는 맹점을 드러내고 만다.

책날개에 버젓히 인쇄된"사주팔자에 돈이 있어도 그 '때'를 모르면 아무 소용없다"는 문구가 실소를 나오게 한다.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정연한 논리가 역학의 운명정보에 있다고 볼 때, 내 결론은 그렇다. 인생 그저 순리대로 사는 것이 죄 안 짓고, 남에게 해 안 끼치고 한 세상 잘 살아가는 거다,고. 오늘도 나는 그저 열심히 주어진 내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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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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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소설은 늘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 호흡의 길이와 그 음율이 시를 읊는 자는 날 때부터 타고나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소설 또한 마찬가지이지만, 어느 정도 공부와 노력,,그리고 풍부한 경험으로 가능할 것으로 여겼다.

내게 있어서 시와 소설은 그렇게 영역을 달리 했다..

그런데, 소설을, 그것도 범상한 소설이 아닌 <토지>라는 문학사에 길이 남을 대하소설을 쓴 박경리님의 시라니..

이분이 시도 쓰셨구나...라는 새로운 자각에 작가의 약력을 꼼꼼히 살펴보니 그동안 3권의 시집을 발간하셨다. 토지 15권을 읽었으니 이만하면 충분히 작가의 삶과 문학의 세계를 다 안다고 자부했던 평소의 내 생각이 얼마나 부족하고 경솔한 생각이었는지 몹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하긴 같은 문자로 하는 예술의 영역일진대, 소설로 이미 일가를 이룬 지 오래건만 시가 대수랴..




소설은 픽션이 더 가미되기 때문에 저자와 동일시하지 않고 스토리 그 자체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갖지만, 시는 저자의 감성과 생각이 그야말로 날것, 그대로 다가와 독자와 소통하는 장점이 있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를 다 읽고 난 지금 이 순간, 작가의 시는 내게 있어서 경이로움이요, 정겨움이요, 한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이며, 지독한 아픔이다.

제목이 주는 서정은 2008년도 마지막 날에 이 책을 받아든 내게 참으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옛 성현의 말씀에 의하면 이미 세상사에 미혹하지 않을 정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더 움켜쥐지 못해 오늘도 안달하는 나의 일상속에 박경리님이 주는 메시지는 참으로 편안하면서 진솔해서 가슴에 더 와 닿는다.




작가의 유일한 혈육이자 시인 김지하님의 부인이신 김영주님의 말을 빌려보면, 불꽃같은 정열로, 분노로, 사랑으로 생애를 사셨고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수놓으시듯 정성으로 글을 쓰셨다는 박경리님은 글쓰기를 통하여 삶을 완성하시고 죽음도 완성하셨다고 한다. 문학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최상의 완벽한 삶이었으리라.




유고시집인 이책에는 총 39편의 시가 실려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고 남아있는 모든 기운을 사르면서 남기신 이 시집에는 작가의 어머니, 아버지 이야기, 양가 할머니 이야기, 삶에 대한 성찰, 여인네의 삶 등 다방면에 대한 정겹고도 냉철한 시선들이 네 개의 단락으로 나뉘어져 시 속에 녹아 있다.

 

1. 옛날에 그 집 -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 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2. 어머니 -

    아아 어머니는 돌아가셨지

   그 사실이 얼마나 절실한지

   마치 생살이 찢겨나가는 듯했다

 

3. 가을 -

    원죄로 인한 결실이여

    아아 가을은 풍요로우면서도

    참혹한 계절이다 이별의 계절이다

 

4. 까치설 -

    죽음의 예감, 못다한 한 때문에 울고

    다 넋이 있어서 우는 것일 게다

    울고 있기에 넋이 있는 것일 게다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큰 울타리와 버팀목이 되어주셨던 박경리님이 타계하신지도 손가락 헤어보니 어느새 9개월이 넘어간다. 이렇게 유고시집으로 작가를 뵈어도 아직은 님의 빈자리가 실감이 나질 않는다.

지금이라도 원주의 그 살림집을 찾아가면 언젠가  공지영이나 여러작가들이 방문했을 때 손수 푸성귀 뜯어 상을 차려 내오셨다는 소탈하고 정겨운  작가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옛날의 그 집> 중에서 따 온 제목인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라는 작가의 편안한 고백은 늑대, 여우, 까치독사, 하이에나 울부짖는 세상속에서 살아온 그 모진 세월을 이겨내셨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또한, 님의 말처럼 남몰래 쓰는 시가 있었기에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오셨으리라. 그러나 작가의 한삶을 생각해 볼 때 그 고백이 이리도 아픈 것은 왜일까? 넉넉하고 담대하고 인자하고 강했던 작가의 삶이 때로는 너무도 고독했다는 것을 나는 더 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젊은 눈망울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다시 태어나면

일 잘하는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

내 대답




돌아가는 길에

그들은 울었다고 전해 들었다

왜 울었을까?




홀로 살다 홀로 남은

팔십 노구의 외로운 처지

그것이 안쓰러워 울었을까

저마다 맺힌 한이 있어 울었을까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을 거야

누구나 본질을 향한 회귀본능

누구나 순리에 대한 그리움

그것 때문에 울었을 거야

 

<일 잘하는 사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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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터 -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
글렌 벡 지음, 김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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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 책을 만났다.

빨간 바탕에 눈꽃 모양의 무늬가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선물'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내게로 왔다.

골드빛 띠지에는 (아마존 종합 베스트,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2008년 11월 출간 즉시 전미 100만부 돌파)라는 문구가 어마어마하게 적혀 있었다.

추운 연말을 따스함으로 채워줄 것 같은 느낌이 그야말로 팍 ~팍~ 오더라.

 

<스웨터>는 저자 글렌 벡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자전적인 필체로 담아낸 소설이다. 글렌 벡은 현재 미 전역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진행자이기도 하고, <퓨전 매거진>이라는 잡지의 편집장을 겸하고 있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었으나, 그의 지난 날은 매우 불행했다고 한다. 열 세살 때 엄마를 잃었으며, 그후 몇년에 걸쳐 잇따라 형제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누구보다도 우울하고 어두운 십대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저자를 구원하고 이끌어 준 것은 종교와 가족들의 사랑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본인의 경험을 글렌 벡은 <스웨터>에 아주 잘 녹여내고 있다.

 

해마다 성탄절이 다가오고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퍼지면 절로 마음이 따듯해져오면서 소망하는 것, 서로 나누는 것, 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하곤 한다.

어쩌면 이 땅에 아기예수님이 오신 뜻이 오랜 시간 누적되어오면서 온 인류의 마음에 씨앗처럼 심어 놓은 생각이리라.

성탄이브에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선물을 준비하고, 카드를 쓰면서 행복을 느끼는 기분은 참 소중한 기억이다. 다 자란 어른이 이러할진대, 하물며 꾸밈없는 동심의 아이들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해마다 12월이 되면 우리 아이들은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늘 읊어대곤 한다. 큰아이는 이미 산타가 엄마,임을 눈치채고 있지만, 둘째아이는 철썩같이 산타가 올 거라고 믿고 있다. 아파트는 굴뚝이 없어서 어떻게 오시냐고 1달내내 걱정이다.

 

스웨터에 나오는 우리의 친구 에디도 마찬가지다. 성탄을 앞두고, 오랜 동안 갖고 싶어했던 바나나 모양의 안장이 달린 빨간 허피 자전거를 기대하며 착한 아이로 살려고 노력한다. 금년에는 꼭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완벽한 기대속에 맞이한 성탄아침, 그러나 트리앞에 놓여진 상자를 열어본 순간, 에디는 절망한다. 엄마가 에디에게 준비해둔 선물은 스웨터였던 것이다. 너무도 큰 절망앞에서 에디는 엄마의 정성이나, 집안사정에 대한 설명은 전혀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급기야 에디는 스웨터를 소홀히 다룸으로써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만다. 아이를 기르고 있는 엄마의 입장이다 보니 이 대목에서 서른 아홉의 메리에게 감정이입되어 가슴이 너무도 아팠다. 3분의 1밖에 읽질 않았는데도 어서 어서 밝은 결말이 나기를 빌 정도로 속상했다. 그러나 , 이 사건보다 더 큰 불행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하늘에 계신 아빠의 선물이 눈이 내리고 외가에 다니러 갔다가 하룻밤 자고 가자는 엄마의 청을 냉정히 거절해 버린 에디로 인해 돌아오는 눈길, 피곤한 엄마는 졸음 운전을 하게 되고 그만 교통사고가 나고 만다..홀로 살아남은 에디는 살던 곳을 떠나 외조부모와 함께 살아간다.

죄책감속에서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으며 날로 거칠어지는 에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지극한 애정속에서도 자기를 두고 떠나버린 아빠와 엄마를 원망하며 가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에디가 지극한 고통속에서 그 고통을 이기고, 가족간의 사랑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는 과정은 너무도 안쓰럽고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그래도 조부모님의 따스하고 너그러운 보살핌이 있어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로 다행스럽기도 했다.

 

마지막 반전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행복한 결말이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에디의 가족을 통해서 진정 가족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살아가면서 참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많이 깨닫고 배운 시간이었다.

 

하루의 일과를 다 마치고 잠자리에 들 시간을 기다려서 읽기 시작한 책, 스웨터가 전해줄 포근하고 따듯하고, 순수한 감성의 세계를 온전히 맛보고자 기대한 시간은 지금까지도 내게 감동으로 남아 있다. 다음날이 휴일이어서 오는 편안함에 기대어 밤이 이울도록 주인공 에디와 함께 한 시간은 참 행복했다. 그 행복한 기분을 온 몸에 두른 채 옆자리에서 이미 곤히 잠든 딸아이의 얼굴을 쓸어보고 난 후 나 또한 아늑하고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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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 - 제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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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은 몇년전부터 우리 나라 문학계의 침체와 맞물려 한국의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다양한 작가들의 책을 여러매체를 통해 접하면서도 일본이라는 나라가 주는 선입견에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었다.

내가 접한 일본책이라고는 기억나는 것만 정리해보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과 자서전, 하시다 스가꼬의 오싱,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그릇 등이다(정리해보니 생각보다 많아서 놀라고 있는 중..)

기존의 책들은 엄선하고 엄선한 것중에서 읽었던 만큼 그 만족도는 매우 컸다. 그래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일본소설을 보기만 하다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음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으리라는 생각에  <내남자>를 손에 들게 되었다. 이 선택에는 제목에서 오는 강렬한 유혹과 제138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한 몫했음은 당연하다. 일본내에서 나오키상이 어떠한 상인지, 얼마만큼의 영향력과 권위가 있는 상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영과 혼이 완벽하게 합일되는, 육체까지 혼연일체를 이루는 그래서 너와 내가 아닌 온전한 하나의 우리를 완성하는 그런 사랑,,,,그런 사랑을 오랜 동안 꿈꾸었었다.

그 사랑이 나를 상처내도, 그 사랑의 결과가 나를 산산히 부서뜨려도 상관없을 것 같은 깊게 몰입해내 자아가 사라져버리는 치명적인 사랑...얼마나 유혹적인가..

 

어쩌면 그런 형태의 사랑이 아무에게나, 그리고 수시로 다가오는 것이었다면 그렇게 긴 시간 나는 꿈꿔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게는 이 생에서는 결코 허용되지 않을 것 같기에, 어쩌면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은 하늘에서 정해 놓은 특별한 운명의 소유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축복같은 것이라고 여겼기에 오로지 '꿈'으로만 존재할 수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꿈이라는 것이 그렇지 아니한가. 일정부분 아름답게 미화되는 것..적당히 상상속에서 윤색이 가능한 것..강조되어야 부분에서만 아름다운 형상으로 온갖 미사여구 동원하여 현란하게 표현가능한 것...

 

<내남자>는 바로 그 치명적인 사랑, 완벽히 두사람이 하나가 되는 사랑,을 그려낸 소설이다.

내남자,,온전한 내 것,,,내 소유의 한 인간..내 남자라는 달콤하고도 은밀한 느낌..이 말이 주는 느낌은 내 남편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과는 정말 확연히 다르다...더 달콤하고 더 끈끈하고, 더 질척거리는 느낌....한마디로 환상적이다.

 

그러면, 꿈꿔왔던 로망의 상세한 스토리를 만날 수 있는 바로 그 책과 함께 하는 동안 나는 과연 감정이입되어 행복했는가? 책의 첫장면에서 감지되어지는 분위기는 좋았다. 하나의 내남자인 준고의 이미지도 맘에 들었다. 곧 이어지는 요시로와의 결혼을 선택함으로써 이별하게 되는 설정도 좋다. 치명적인 사랑이라는 것이 제도속에서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결론나면 재미가 반감되니까. 내남자인 준고가 '양부'라는 설정도 뭐 크게 마음써서 이해해 보기로 했다.(이 대목에서 일본스러움을 느꼈다면 편견일까) 자고로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없다고 했으니 말이다. 현재 시점에서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하나의 준고의 흔적을 따라가는데, 미스터리적인 요소와 어우러지며 독자를 강하게 흡인한다. 곧 뭔가 은밀하고 썩은 듯한 느낌의 음습한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이야기 전개 방식은 이 소설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다시 앞으로 가보자..자, 과연 나는 이책을 읽으면서 행복했는가.. 행복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순수한 절정감이 현재 나에게는 없다. 내가 꿈꿔왔던 치명적인 사랑과는 결정적인 부분에서 달랐기 때문이다. 어쩔수 없는 나의 도덕률은 하나의 준고가 피를 나눈 가족이라는 것을 결코 뛰어넘을 수는 없었나 부다..그 대목에서부터는 감정이 나아가질 않는다..

예전의 고대 중국의 왕조나 우리나라의 신라, 고려 왕조를 살펴봐도 남매, 사촌, 삼촌과 조카와의 혼인의 예는 있었어도 하물며, 여자를 부자간에, 형제간에 세습을 해도 내가 아는 한 피를 나눈 부녀간의 이야기는 들어보질 못했다.

부녀간의 사랑이라니..그것도 피를 나눈 부녀간의 사랑이라니..금기된 금단의 열매는 결국은 피를 부르고 만다..

 

단지 천지간에 아무도 없는 고아,라는 설정이 그들의 비틀어진 사랑이 다 이해될 수는 없다.

다만, 금지된 사랑을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그토록이나 나로 하여금 고개 끄덕이게 하는, 때로는 아름답게 느껴지게 하는 저자의 필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동안 <내남자>를 잊지 못할 거 같다. 사쿠라바 가즈키는 더 오래도록 잊지 못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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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4
이철수 지음 / 삼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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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가 사용하는 언어는 그가 자리하고 있는 자리와 그 환경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문학이나 예술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이철수님은 내 지난 시간을 더듬어 보니 10여 년전 판화로 처음 만났었다. 여백의 미와 단순하고 간결한 그림이 주는 예술성이 내 마음을 확 잡아끌고 놓아주지 않아서 지금 기억하고 있는 것이 맞다면 아마도 망설여지는 가격을 주고 책상달력을 구입했던 적이 있다.

그 12장의 그림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가운데 틈틈이 오래도록 들여다보곤 했었던 기억, 해가 바뀌어 달력의 기능을 상실했음에도 그 담백한 그림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집 안 어느 구석 상자에 고히 담아 두었다.

 

이제 나뭇잎 편지로 내게 다시 다가온 이철수님의 글과 그림은 마치 모시수건에 꽃수를 한 땀, 한 땀 놓듯이 한 자, 한 획이 너무도 정성스러워서 쉬이 책을 덮지를 못하겠다.

책의 모양 또한 닥종이 무늬의 표지가 책등을 싸안은 갈색천과 어우러져 소박한 멋과 함께 세심한 손길이 느껴져서 좋다. 대체적으로 내게 온 책은 소중하게 다루는 편이지만, 결론적으로 이런 책의 모양은 내게서 더 세심한 마음을 이끌어낸다. 읽는내내, 땀이라도 묻을세라, 구겨지기도 할세라..참 많이도 조심했다. 널리 편하게 읽히는게 저자는 더 좋을 지 모르겠지만, 이철수님의 책은 내게 온 이상, 오래도록 간직한 채 읽고 싶은 것이 솔직한 내 욕심이다.

 

인공색소가 아닌 자연에서 뽑아낸 듯한 물감으로 그린 듯한 그림과 저자의 손글씨에서 느껴지는 정취가 이 책을 순식간에 읽어버리게 할 줄 알았건만, 막상 손에 들고 읽다 보니 만만하게 넘어가질 않는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그 따스한 마음결을 조심스레 따라가다 보니 그러했고, 그 글을 함축적으로 나타내주는 그림이 때로는 오히려 더 많은 내용을 말해주고 있어서 그 말을 다 보고 있자니 또한 그러했다.

 

눈빛 든 마루에 앉아, 고마운 봄비 오시네, 초록들이 신명나게 자라네요, 가을 빛에 눈멀면 마음 열릴까

로 나뉘어진 사계절과 함께 하는 이철수님의 세상사에 대한 단상은 저자가 살아온 삶의 진실성과 맞물려 우리에게 전달되는 그 감동의 울림이 사뭇 크다. 오랜 시간 그의 그림을 들여다 보고 내 귀 가까이 잔잔히 속삭이는 듯한 손글씨를 따라서 나의 마음결마저 정돈해 본다. 저자와 햇살 가득 들이비취는 툇마루에 앉아서  조단조단 세상사 지혜 한자락 들은 기분은 비단 저자가 선의 서정을 글에 담은 이유만은 아니리라..그것은 직접 농사짓고 김매면서  땅에 발 디딛고 사는 노동의 의미를 아는 저자의 삶에서 연유하리라 생각해본다.

 

얼마 전에 이외수님의 <하악하악>을 읽었다. 그림과 글을 함께 풀어놓은 짜임새가  많이 비슷해보이나, 담고 있는 내용은 이외수님은 작가의 풍모에서 연상되듯이 조크와 비유와 기발함이 돋보이는 글이라면,

이철수님의(그러고 보니 두분의 이름도 한글자만 다르다) 글은 그림까지 저자가 같이 그려서인지, 그 진지함과 자연에서 오는 소박한 성찰이 눈길을 끈다. 책의 편집 또한 <하악하악>은 향기나는 책갈피에 화려하고 섬세한 물고기그림이 광택나는 종이와 어우러져 도시의 세련된 청년을 연상시킨다면, <지금 이대로가 좋습니다>는 지극히 단순한 그림과 담백한 색감이 손글씨의 정겨움과 그려내는 분위기가 시골의 얼굴 말간 청년을 떠오르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철수님의 글과 그림에 마음이 더 많이 간다. 마음 깊은 곳까지 다독이는 손길과 정성이 좋고, 모난 것, 못난 것, 찌그러진 것, 부서진 것,,그 모두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다'고 하는 깊은 긍정을 담아내는 저자의 삶의 시선이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주니 흐뭇하다. 새해를 맞이하는 내 마음과 딱 마춤이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외수님의 <하악하악>을 초여름에 만난다면 어쩌면 그 책에 더 마음이 쏠릴 지는 모를 일이다...

각자의 이와 같은 다른 개성에도 두 분의 글이 모두 독자로 하여금 깊은 사유의 세계로 이끄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음은 분명하다.

 

이철수님의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라는 그 한마디로 두손으로 고히 받들어 올 한해도 나 자신을 마음 깊이 긍정하며  희망의 씨앗을 품고서 세상속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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