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책들과의 만남 (양장본)
데이비드 덴비 지음, 김번.문병훈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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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내 이리 책에 욕심이 많았는지 헤아려 본다.

아무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카페활동을 하면서부터인 거 같다. 그전에는 나도 책을 꽤 읽는 축에 속한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카페에서 만나는 회원들의 모습은 정말 경이로울 정도였다.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책에 대해서도 서로 자유로히 토론하는 모습하며 하루가 멀다하고 소장하고 있는 책에 대한 소개까지...나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 계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아마도 그래서였던 거 같다.

회원들이 소장한 책은 나도 갖고 있어야 할 것 같고, 쉽게 만날 수 없는 책들(예를 들면, 비싸다거나 필수구비책이거나, 절판된 책이거나)을 보면 그저 갖고야 말겠다는 다짐만으로도 내머리속은 다른 생각이 들어설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해서 내 책장을 장식하고 있는 책은 어느새 꽤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기꺼이 읽을 수 있는 책, 소화가 가능한 책, 내 기호에 맞는 책 위주로 구입했던 나에게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하여 아직도 읽지 못한 책이 수두룩하건만, 가끔씩 책장만 쳐다봐도 배가 부른 기분은 또 무어란 말이냐..ㅠㅠ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 이 책은 보자마자 욕심이 났다. 처음에는 목차만 보고도 그 깊이에, 그 넓이에 기가 눌려 얼른 마음을 접었었다. 그러나 책 제목은 이상하게도 내 뒷목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고, 나는 과감히 욕심을 부려버리고 말았다.

처음 손에 받아들고서 이리 쓸어보고 저리 쓸어보면서 어찌나 뿌듯해했던지. 언젠가부터 고전에 대해서 새로운 계기를 갖고자 했었다.

제대로 코스를 밟아서 섭렵해 봐야지, 하는 각오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터.

 

7년 전, 둘째 아이를 낳고 난 후,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 급격히 회의가 들어 갑자기 계획에 없던 대학원을 진학하게 되었다. 일과를 마친 후에 야간에 수업을 받으면서 학문에 대한 인식욕을 불태웠던 그 시절은 요즘도 가끔 추억속에서 꺼내보면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한줄기 바람처럼 싱그러운 위로가 되어주곤 한다. 학부시절에도 그렇게 해보지 못했던 공부에의 열망으로 하루하루가 배움에의 환희로 가득했던 그 시절. 그 때 했던 공부가 바로 지금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인문학'이다.

밤을 도와 동료들과 교수님과 원탁으로 둘러앉아 토론에 토론을 거듭했던 시간, 돌이켜보면 너무도 어설프고 부족했던 우리들이었지만,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을 읽는 내내 나는 행복했던 시절이 자주 떠올랐다.

하여 책의 난이도와는 별개로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행복했음을 전제한다.

감히 이 책의 저자를 나의 경우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저자 또한 [뉴욕]지 영화평론가로서 사회적으로 안정된 처지였지만 왠지 가슴 한 구석 스산하고 허전한 마음을 알 수 없어(저자는 이를 중년의 위기, 또는 정체성의 위기라고 했다)'위대한 책들'을 읽기로 결심하고 컬럼비아대학에서 2학기동안 '인문학'과 '현대문명'을 수강하게 된다. '인문학'은 문학의 고전을, '현대문명'은 정치.철학 사상의 고전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일년 동안 두 과목을 수강하면서 거론된 텍스트들을 읽고 학생들과 교수들과 토론하면서 얻은 결과나 느낌을 이 책에 담아내었다.

이 책은 시간을 가로지르는 저자의 모험을 쫓아 다음의 장들을 연속적으로 읽든가, 아니면 흥미나 즐거움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어떤 순서로 읽어도 무방하다. 사실 순서없이 그저 꽂히는 텍스트에 따라서 읽어도 관계없다. 그야말로 공부하듯이 책을 대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맨 뒷페이지의 색인까지 합하여 960페이지에 달하는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은 그야말로 대장정이었다.

대장정에는 모험도 당연히 따르니, 고전의 중요성과 보편성으로 인하여 제목의 익숙함에(생전 처음 들어보는 목록도 있었다)자신있게 뛰어들었다가막상 그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매우 낯설어 부족한 나의 기본기를 절감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았다. 마치 수업에 임하듯이, 그나마 있던 용기와 자신감을 잃지 않기 위하여 익숙하면서도 나름 만만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으로부터 시작하여 제목이라도 익숙한 것, 그 다음으로 내용을 얼추 알 듯도 한 것, 마지막으로 처음 대해보는 것 순서로 저자의 수업에 동참했다.

컬럼비아대학의 수업 풍경이나 토론의 자세, 그리고 교수방법의 다양성 등을 엿볼 수 있는 쏠쏠한 재미가 있어 원전을 알지 못하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었다. 저자의 수시로 등장하는 풍성한 개인 일상사에 대한 부분도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저자의 수업에 동참하면서 미디어 시대에 문학이 갖는 존재 의의, 교육의 본질적 의미, 그리고 독서의 본질적인 즐거움인 고독한 황홀함 등에 대해 나름 사유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인문학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여기저기서  호들갑이지만, 결코 이대로 사라질 학문은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다. 사람살이에 꼭 필요한 학문이 바로 사람인자가 들어가는 학문, 인문학이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말이다.

또한 인문학에 필수전제되어야 할 독서목록이 있으니 바로 그것은 불멸의 고전임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이 책에 거론되는 고전만큼이라도 꼭 일독해봐야겠다는 당찬 다짐을 해 본다. 그 후에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을 기필코 다시 시도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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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2009-05-04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차를 한 번 보고 싶네요. 책은 그 다음에...^^ 요즘 과연 '고전'이란 무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소설 토정비결 1
이재운 지음 / 해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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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운은 어디에 있는가!!

 

해마다 연초가 되면 습관처럼 토정비결을 찾아보곤 한다. 한 해 가족들의 운수를 짚어 보면서 좋은 내용에는 한결 마음이 밝아지고, 그렇지 않은 내용에는 올 한해 조심스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야지, 라고 추스려보곤 했다. 한때 단이니, 주역이니, 선도니, 더 나아가서는 티벳 사자의 서, 같은 영혼의 세계를 다루는 책을 섭렵하면서 내생이나 윤회란 과연 실재하는 것인지 그 여부에 대해서  깊이 심취했던 적도 있었다.

 

1992년에 첫 출간된 [소설 토정비결]이 300만 부 이상 판패된 베스트셀러로서, 토정 이지함 선생의 운명론적인 민족성과 예언적 인생관, 그리고 한민족만의 독특한 해학성을 탁월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는데, 이번에 5판 인쇄에 들어가며  2부에 해당하는 [당취]까지 묶어내어 총 4권으로 발간하였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읽지 않은 줄 알고, 다시 손에 잡았더니 전에 읽었었던 느낌이 나는 책들..이 책이 바로 그러했다. 그러나, [당취]부분은 읽은 적이 없었기에 예전 기억을 되살려가며 4권으로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내가 없이, 내 처지와 내 시각이 없이는 학문도 진리도 없다네.1권 60P

 

양반가의 자제로 태어나 어린시절부터 범상치 않았던 행동으로 널리 이름이 떨쳤던 토정 이지함.

대과에 장원급제를 하고 이제 인생에 탄탄대로만이 열려있을 거 같은 이지함의 인생에 갑자기 닥친 불운의 그림자가 있었으니.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의 억울한 죽음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토정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게 된다.

인생의 골목길 저편에서 다가온 알 수 없는 힘이 예고도 없이 찾아와 사람의 앞길을 제멋대로 흔들어놓고 가버린 것이다.

불시에 찾아오는 운명을 대비하는 것, 바로 토정이 그토록이나 알고 싶어했던 세상살이의 이치였고 그 이치를 알고자 공부하고 수련의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문제를 떠나서  나중에는 백성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참된 목민관을 모습을 보여준다.

북창이 길을 가리키고 화담이 열어젖힌 선가의 세계에 들어선 이지함. 두 분의 깊은 사랑으로 천문, 지리, 역학 등을 수학하고, 특히 서화담의 조선을 염려하는 높고 깊은 뜻에 의해 이미 혼은 이세상을 떠났으나 백이 지기를 끌어모아 박지화와 함께 조선천지를 직접 같이 돌면서 지세와 물세를 익힘으로써 훗날 왜란과 호란을 대비할 수  있었다. 이렇듯 남들은 결코 알지 못하는 미래의 세상을 내다보는 식견을 갖게 된 이지함.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았던 이지함은 얼마나 고독했을까. 능히 잔재주를 부리면 봉이김선달도 아쉽지 않은 돈을 벌어들여 일신의 안녕을 꾀할 수 있었을 텐데. 이지함은 그러질 않았다. 또한, 하늘이 하는 일을 인간이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박수 두무지를 통해서 깨달았음에도 선가의 세상을 즐기면서 세속의 때를 묻히지 않아도 되었으련만. 이지함 선생을 그러질 않았다.

자신의 길은 숲이나 계곡같은 곳에 있지 않고, 그의 길은 백성 사이로, 제 목숨 하나 부지하고 살기에도 버거운 사람들 사이로 나 있었음을 가슴 깊이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스승 서화담의 " 운명에 맞서 저렇게 의연한 이는 하늘도 비켜가는 법이지. 제가 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자신 스스로 끌고가는 사람에게는 하늘의 힘도 미치지 못한다네(92P 2권)" 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는 자못 크다.

조선에는 조선인이 쓴 운명학이 없다며 이지함에게 전한 화담의 책 [홍연진결]을 바탕으로 대환란의 시대에 백성들을 위무하고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토정비결]을 쓰게 되었다. 이는 불쌍한 백성들을 생각하여 쉽게 말하고 쓸 수 있는 훈민정음을 만드신 세종의 마음과 가히 비견된다고 할 만하다

조선의 운명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을 순응할지라도, 단 한사람의 목숨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이 땅의 가엾은 백성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면 그 어떤 일도 최선의 노력을 다했던 이지함이 있었기에 2부에서 활약하는 [당취]들의 애국심도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을 내면 일이 있습니다. 이 세상은 당신이 하기에 따라서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합니다. 누가 주체입니까? 당신의 문제는 당신이 주체입니다. 부처도 신명도 하늘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심산유곡에 핀 꽃이 아무리 아름다운들 누가 보아주겠는가고 한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빛나는 것입니다. 아름답다는 말을 들어야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닙니다.남을 의식한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이 아닙니다. 남을 의식한 학문도 학문이 아닙니다. 남이 아니라 당신이 중요한 것입니다.(2권 395P)

 

이렇듯 [토정비결]은 민중의 사기를 북돋거나 주위를 경계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경계와 위로와 희망을 동시에 주는 민중계몽서로서 백성들이 삶을 살아가는 가치관을 정립해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토정은 천과 지에 조화하는 자연 철학을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화랑도, 국선도, 선가, 단사상, 등으로 이어지는 우리 민족 고유의 사상에 대해서 많은 아쉬움이 들었다. 일제강점기때 우리민족의 얼을 말살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왜곡되고 없어지고 오염되어 버린 그래서 이제는 몇몇 사람들만이 맥을 이어가는 우리 고유의 사상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길 바래본다. 홍익인간 사상 외에는 뚜렷히 내놓을 만한 우리 고유의 사상이 떠오르질 않는다. 이거 미신이나 종교의 개념과는 달리 들여다 봐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어느덧 불혹을 넘기고 보니, 한삶의 반생을 살았다 싶지만, 진짜 나만의 생을 사는 건 지금부터가 아닌가 한다.

지난 날에는 꿈꾸는 것들이 참으로 많았었다. 일테면, 장래 나의 배우자는 이러이러했으면 한다, 내 아이는 이런 아이였으면 좋겠다. 나의 미래는 이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뭐 이런 거.

살아오는 날들, 그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했느냐고 묻는다면, 비록 고개를 주억거리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매 순간,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나름 디뎌온 길이 지금의 나인 것이다.

꿈꾸던 삶의 모습이 있었다. 단순히 부자로 산다거나, 명예를 얻는다거나, 이름석자는 꼭 남기겠다는 열망이나, 아니면 재미있게 산다거나 하는 식의 모습이 아닌,....

그러나, 하늘이 내게 허락한 삶은 내가 꿈꾸던 삶의 모습과는 늘 어긋났다. 이제야 나는  알 거 같다. 나에게 주어진 나만의 삶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어쩌면 토정 이지함도 자신이 뜻을 펼치고 싶었던 삶의 형태는 살아온 삶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조카 이산해처럼 신하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  훌륭한 임금을 보필하며 바른 치덕을 쌓고, 개인사로는 다복하고도 따듯한 가정을 꾸리는 삶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하지만, 그에게 하늘이 허락한 삶은 그런 순탄한 삶이 아니었고, 이지함은 그런 자신의 삶에 순응하며 그 안에서 기꺼히 자신의 뜻을 펼치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이다. 다시 생각해봐도 아주 매력적이고 인간적이면서도 훌륭한 이지함선생님이다.

 

진리란 완벽하게 존재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든 것을 바쳐 찾아가는 과정이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261P 1권

 

어디 진리뿐이겠는가...사랑이란 개념도 신의 개념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신의 그 존재유무를 가리기 이전에 완벽한 자를 신이라 이름한다면 그 신을 닮고자 하는 자세, 그 신을 우러러보는 '앙'의 자세, 바로 그 자세가 신앙이며 그 신앙속에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을 해본다.

 

다시 이 글의 처음로 돌아가서,

사람의 운은 어디에 있는가?  사람의 마음자리에, 오늘 한 발 내딛는 발걸음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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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경영 사상가 50인
키애런 파커 지음, 신우철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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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깊이가 일천한 나로서는 '사상'이라는 단어만 봐도 우선 기가 죽고 본다.

또한, 이유도 없이 사농공상, 이라는 단어가 머리속에 깊게 자리잡아서인지 상, 이라는 분야에 대해서는 도외시한 삶을 살아왔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공황에 맞먹는 경제위기를 보면서, 새삼 경제, 경영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사실 생각해보면 상,이라는 분야는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학문이 아니다. 일상속에서 만나는 상의 개념은 무수히 널려 있기 때문이다. 굳이 고상한 학문적 용어를 갖다 대며 탐구할 마음이 나에게는 없었을 뿐이다.

따라서 내게는 너무도 낯설고 어렵기만한 경영과 사상이 결합된 이 책, 과감히 손에 들어본다.

아마도 책표지를 멋지게 장식해주는 세계 최고의 경영 사상가 50인이 내게 들려줄 금과옥조같은 학문의 세계는 과연 무엇일까?

 

직장에서 1년동안에 교육시간 80시간 이상을 이수해야만 한다. 얼마 전에 기획력과 기획력개발이라는 분야를 사이버강좌를 통해서 이수하게 되었다. 두 강좌의 내용은 내가 속한 직장의 성격과는 좀 다른 분야여서 배운 바를 고대로 접목시키기는 어려운 감이 없지 않으나, 일상에서 오히려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꽤 많았다. 생각해 보니 내가 가진 편견으로 인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학문의 분야가 많았던 거 같다.

예를 들면, 물리라든가, 경영이라든가, 법학이라든가 하는 분야다. 정작 학창시절에는 주목하지 못하다가, 서른이 훌쩍 넘어서야 관심을 갖게 된 분야이다. 이에 매우 흥미롭게 수업을 들었고, 시험결과도 좋았다. 비록 기초적인 질문에 답하는 것이었지만.

 

이 책에 나오는 50인의 경영사상가중 내가 아는 인물로는 부끄럽게도 삼척동자도 다 아는 빌 게이츠와 사이버강의를 통해서 알게 된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 딱 둘 뿐이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고 또 쥐어짜봐도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이름들의 나열은 참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최고의 경영 사상가 50인'은 2년에 한번씩 선정되어 이들의 아이디어를 선탑미디어는 자세히 안내하여 경영사의 일면을 장식해왔다. 이들의 평가기준은 다음의 열가지 기준에 의하여 선정된다고 한다.

1. 아이디어의 독창성

2. 아이디어의 실용성

3. 표현 양식

4. 문자 전달

5. 추종자의 충실도

6. 경영 감각

7. 국제적 관점

8. 연구의 절정

9. 아이디어의 영향력

10. 지도자적 요소

위와 같이 10가지 기준에 의하여 선정된 50인의 면면은 참으로 다양하다. 교육가, 상담가, 작가, 만화가, 사업가, 창업자, 경영인, 컨설턴트, 등산가, 수평 사고자, 공상가, 저널리스트, 심리학자, 경제학자, 사회 철학자, 연구원, 칼럼리스트, 등 열거된 직업군만을 살펴보더라도 매우 다양하고도 넓은 직업군의 사람들이 경영 사상에 대해서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경영 사상이라는 분야는 이 사회 곳곳에서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 그 밑바탕을 아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무슨 엄청나고도 특별한 사상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말하는 다양하면서도 언뜻 평범해보이는 경영사상은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기에 가능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한권의 책 속에 50명의 사상을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개개인의 약력과 일가를 이루기까지의 지침을 간단히 기술하여 경영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부족한 나는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물론, 저자는 한사람씩 기술한 다음에 '더 알고 싶다면'이라는 항목으로 책이나, 홈페이지 주소를 친절하게 안내해 주고 있지만, 그렇기에 더 경영사상가에 대한 안내서 정도의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버진그룹의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은 관심이 가기에 안내해준 대로 더 책을 찾아볼까 한다.

현재 경영계의 사상은 일단 질보다는 양이 우선이라고 한다. 각 종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지만, 그 정보를 다 습득하든지 또는 무시한 채 나만의 방법으로 나아가든지 경영인들은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저자의 바램이 이 책이 그런 정보의 옥석을 가리는 데 도움이 되기를 원하다고 하니 미래의 경영계의 청사진이 궁금하다면 한번쯤은 읽어봐야 할 책인 듯 싶다.

이제 첫 발을 내딛은 경영에 대한 관심을 이 책을 시발점으로 하여 더 키워봐야겠다는 개인적인 계획을 세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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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력 사전 - 사마천의 생각수첩
김원중 지음 / 글항아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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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이고, 그 안의 인간의 세상사 또한 옛것이나 지금이나 그 중심을 뚫고 지나가는 핵심은 동일하다.

 

가치관의 혼돈을 가져오는 작금의 시대에 동시대의 현자들이 건네주는 말이 위로와 격려가 될 때도 있지만,

고전에서 말해주는 함축된 지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요즘 들어 부쩍 든다.

요란하지 않고, 직설적이지 않으면서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무릎을 치게 하는 번쩍이는 글들.

내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사마천의 사기야 우리가 춘향전이나 심청전같은 고전을 자세히 읽지 않고서도 마치 읽은 것처럼 느끼듯, 사마천의 사기 또한 중국의 역사서로서 최고봉을 차지한다는 사실쯤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함에도 사마천이 궁형의 치욕속에서 역사서를 서술해냈다는 가십거리식의 내용 외에는 딱히 아는 것이 없었다.

시대의 흐름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난세다 보니, 다시 사마천의 역사를 통찰하는 시각이 부각되어서인지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기획으로 그의 책이 나오는 것을 보며 걔 중에 한권 정도는 필히 만나보리라 다짐하던 중, 이 책이 나와 역사적 인연이 닿게 되었다.

부제가 사마천의 생각수첩이라고 적혀 있듯이, 말 그대로 사마천이 살아있다면 일상에서 지혜를 발휘해야 할 대목에서 수첩을 꺼내어 그 아이디어를 적듯이, 바로 그렇게 간략하지만 핵심내용은 충실하게 담은 읽기 편한 책이다.

총 36장으로 구분되어(투시, 차이, 통찰, 의지, 발분, 경청, 설득, 성패, 승부, 결단, 섭리, 인과, 수신, 교유, 직분, 처신, 겸양, 처세, 안분, 인품, 초탈, 인재, 명철, 명예, 예법, 포용, 소통, 안목, 치도, 법치, 책략, 경제, 군신, 현군, 민심, 세태) 처세의 규범에 따라 담아낸 내용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삶이라는 전쟁속에서 하나의 야전교범처럼 활용할 수 있는 콤팩트한 사마천의 [사기]의 현대적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장강처럼 흐르는 사기의 세계에서 3백여편의 명언을 뽑아 그 명언이 나온 역사적 배경과 간취할 만한 통찰력을 현대적 사유 속에 담아내었다.

 

실행에 힘쓰는 것은 인에 가깝고, 묻기를 좋아하는 것은 지에 가까우며,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용에 가깝다.[평진후.주보열전]

인자한 사람은 묵묵히 실천해서 본을 보이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지혜롭게 된다. 그리고 용기를 내는 사람은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다.(76P)

 

경험이든 이론이든 어느 하나를 맹신하면 반드시 패망하게 되어 있다. 이론이라는 것이 경험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고, 이 이론에 의해 다시 경험이 쌓이는 연쇄이기 때문이다.인간의 앎이라는 것도 이론과 경험을 연관시켜 가며 만들고 허무는 일련의 과정에 다름 아니다.(78P)

 

위의 글은 그 많은 명언 중에서 요즈음 내가 천착하고 있는 어떤 고민에 대한 답을 준 글이다. 마냥 엉클어져 어지럽기만 하던 마음 한 자락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정리해줬다.

 

이렇게 이 책은 소제목을 살펴서 현재 봉착하고 있는 문제의 해답을 얻고자 한다면 원하는 부분을 먼저 읽어도 좋고, 또 가방 속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아무 곳에서나 펼쳐 읽어도 좋은,  하지만 그 내용만은 결코 가볍지 않은 곁에 가까이 두고 읽기에 딱 맞춤인 책이다. 삶의 기로에서 늘 마주치는 선택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깊은 고민속에 우리를 사유하게 한다. 더군다나 갈수록 다양해지는 사회구조속에서 혼란스러운 가치관으로 인해 자신이 서야 할 곳의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을 때, 내가 정녕 가야 할 길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안개속을 헤매는 기분일 때, 사마천이 말해주는 처세술을 통한 통찰력을 살짝 엿봄으로써 조금쯤은 위로와 한줄기 지혜의 빛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이고, 그 안의 인간의 세상사 또한 옛것이나 지금이나 그 중심을 뚫고 지나가는 핵심은 동일하기'  에 사마천이 말해주는 옛 사람들의 일화속에 나오는 경구들은 지금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딪히는 다양한 세상을 보는 힘을 길렀을 뿐 만 아니라, 결코 세상것에  미혹하지 않는다는 그 불혹을 넘긴 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삶의 향방에 의혹을 갖고 있는 마음밭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 본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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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속의 과학 - 과학자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의식주
이재열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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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이라는 단어가 주는 운치스러움과  과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딱딱함의 조합이 묘한 매력을 준다.

우리것, 우리 문화에 대한 평소의 관심은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가르치는 과학자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의식주, 라는 부제가 일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서구에서 수입된 현대 과학을 담장 밖의 과학이라고 한다면, 전통 문화 속에 농익어 온 조상들의 지혜와 지식을 담장 속의 과학이라고 하여 저자는 우리네 담장이 지니는 의미(담장은 너와 나를 구분하는 지점이기도 하지만, 담장의 높이를 낮게 하여 서로를 건너다볼 수 있게 함으로써 폐쇄적이지 않고 닫혀있으면서도 끝이 아닌 열린 지점이라고 해석)를 확대 해석하여 담장속의 과학과 담장 밖의 과학이 만나야 한다는 전제하에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삶의 지혜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로써 과학과 인문학을 조금씩 합쳐 보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고 한다.

 

내용의 전개는 의식주의 순서가 아닌 주식의의 순서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시절 우리 생활 속에 담겨 있던 의식주의 문화를 돌아보며 그 안에 담긴 과학적인 가치를 분석해 나가면서 우리 생활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멋과 아름다움은 과학 지식과 정보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부에서는 마음속에 품은 집이라는 주제로 온돌의 과학성, 우수성, 고샅길의 추억, 공동체적 삶의 여유, 사랑채의 역할, 대청마루, 조왕신, 창문과 창호지, 마당이나 뒤곁에 심은 나무의 종류 등, 막연히 풍습으로만 여겨왔던 거, 언뜻 미신으로 치부되어왔던 내용들이 알고 보니 매우 과학적인 원리에 의해서였다는 것을 조상들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를 활용했음을 들려준다. 마음속에 품은 집,은 세 파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으로서 나에게는 어린시절 자랐던 고향과 너무도 똑같은 집의 모습이어서 읽는 기분이 남달랐다. 추억속의 집이다.

2부에서는 우리 몸을 채우는 먹을거리에 대한 내용으로서 김치와 장에 대한, 그 발효음식의 가치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김치의 우수성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늘상 먹던 우리나라 사람들이야 유전인자에 인이 박혀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음식의 하나이지만, 김치의 우수성은 과학적으로 이미 외국에서 더 알려져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음식으로서 자리를 차지한 지 오래이다. 각종 유산균, 젖산 등 김치가 가지고 있는 영양의 가치는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임에도 과학자가 설명해주는 김치를 만들기까지 조상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들은 실로 감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완벽한 음식중에서도 으뜸이라고 자부하고 싶을 정도이다.

3부에서는 우리를 감싸안는 옷이라는 주제로 잿물을 이용한 빨래에 대한 고찰 및 색깔있는 옷의 역사와 천연염색의 우수성, 자연으로부터 얻은 우리만의 옷감에 대한 전망등에 대해서 다루어주고 있다.

세 단락으로 나누어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의식주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기후와 풍토에 가장 적합하고 적절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점점 서구화되어가고 있는 우리네 삶에서 오로지 우리것만을 고집할 수는 없기에 우리의 의식주에 담겨 있는 조상의 지혜와 과학적인 가치를 온고지신의 자세로 연구개발하여 새롭게 미래를 창조해나가자는 것이다.

 

과학자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의식주, 라고 해서 조금은 딱딱한 글을 예상했으나, 의외로 한편의 에세이를 읽는 듯 쉬이, 그러면서도 편안히 읽히는 책이다. 과학적인 지식을 드러내는 부분도 전체적인 글의 분위기가 옛추억을 떠오르게 해서인지 부담스럽지가 않다. 따라서 과학자의 글이라기 보다는 생활풍속연구가의 글처럼 다가오는 우리 생활풍속문화사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의식주의 세 부분의 비중이 고루 배분되어 있지 않고, 저자가 말하고 싶은 부분이 더 강조되기도 하고, 어느 부분은 간략하게 서술되어 건너뛰기도 한 점이 그것인데, 앞에서 언급한대로 학술서라고 생각하지 않고 에세이 정도로 생각한다면 즐거운 책읽기가 가능할 것이다.

더불어, 우리생활문화에 대한 더 상세하고 많은 정보를 원한다면 저자가 친절하게도 뒷부분에 참고문헌을 기술해 놓았으니 참고해도 좋을 거 같다.

 

마을에서 도시로 생활의 중심이 변화하면서 의식주의 여러 가지 조건들이 경제 논리에 따라 단순화, 획일화, 대형화되고 있는 이 시대는 편리함만 추구하면서 생명의 기운과는 점점 멀어지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정작 살고 싶은 삶은 앞뒤로 시원하고 맑은 바람 드나드는 대청마루가 있는 , 아침마다 하루를 여는 부지런한  마당 싸리비질 소리에 눈을 뜨고, 겨울이면 처마에 고드름이 달리며 기름 먹인 노오랗고 따듯한 장판에서 몸을 녹이고, 부엌옆  장독대에는 봉선화가 줄지어 피어 있고, 뒤꼍 텃밭에는 탐스런 작약도 흐드러지고, 마당 한 귀퉁이에는 푸성귀가 자라는 탱자나무 울타리너머 동구밖이 훤히 보이며 집둘레는 대나무가 휘돌아 둘러쳐진 내 어린 시절의 공동체적 삶의 방식과 오순도순한 사람살이가 지닌 멋과 여유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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