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력 사전 - 사마천의 생각수첩
김원중 지음 / 글항아리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이고, 그 안의 인간의 세상사 또한 옛것이나 지금이나 그 중심을 뚫고 지나가는 핵심은 동일하다.

 

가치관의 혼돈을 가져오는 작금의 시대에 동시대의 현자들이 건네주는 말이 위로와 격려가 될 때도 있지만,

고전에서 말해주는 함축된 지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요즘 들어 부쩍 든다.

요란하지 않고, 직설적이지 않으면서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무릎을 치게 하는 번쩍이는 글들.

내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사마천의 사기야 우리가 춘향전이나 심청전같은 고전을 자세히 읽지 않고서도 마치 읽은 것처럼 느끼듯, 사마천의 사기 또한 중국의 역사서로서 최고봉을 차지한다는 사실쯤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함에도 사마천이 궁형의 치욕속에서 역사서를 서술해냈다는 가십거리식의 내용 외에는 딱히 아는 것이 없었다.

시대의 흐름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난세다 보니, 다시 사마천의 역사를 통찰하는 시각이 부각되어서인지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기획으로 그의 책이 나오는 것을 보며 걔 중에 한권 정도는 필히 만나보리라 다짐하던 중, 이 책이 나와 역사적 인연이 닿게 되었다.

부제가 사마천의 생각수첩이라고 적혀 있듯이, 말 그대로 사마천이 살아있다면 일상에서 지혜를 발휘해야 할 대목에서 수첩을 꺼내어 그 아이디어를 적듯이, 바로 그렇게 간략하지만 핵심내용은 충실하게 담은 읽기 편한 책이다.

총 36장으로 구분되어(투시, 차이, 통찰, 의지, 발분, 경청, 설득, 성패, 승부, 결단, 섭리, 인과, 수신, 교유, 직분, 처신, 겸양, 처세, 안분, 인품, 초탈, 인재, 명철, 명예, 예법, 포용, 소통, 안목, 치도, 법치, 책략, 경제, 군신, 현군, 민심, 세태) 처세의 규범에 따라 담아낸 내용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삶이라는 전쟁속에서 하나의 야전교범처럼 활용할 수 있는 콤팩트한 사마천의 [사기]의 현대적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장강처럼 흐르는 사기의 세계에서 3백여편의 명언을 뽑아 그 명언이 나온 역사적 배경과 간취할 만한 통찰력을 현대적 사유 속에 담아내었다.

 

실행에 힘쓰는 것은 인에 가깝고, 묻기를 좋아하는 것은 지에 가까우며,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용에 가깝다.[평진후.주보열전]

인자한 사람은 묵묵히 실천해서 본을 보이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지혜롭게 된다. 그리고 용기를 내는 사람은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다.(76P)

 

경험이든 이론이든 어느 하나를 맹신하면 반드시 패망하게 되어 있다. 이론이라는 것이 경험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고, 이 이론에 의해 다시 경험이 쌓이는 연쇄이기 때문이다.인간의 앎이라는 것도 이론과 경험을 연관시켜 가며 만들고 허무는 일련의 과정에 다름 아니다.(78P)

 

위의 글은 그 많은 명언 중에서 요즈음 내가 천착하고 있는 어떤 고민에 대한 답을 준 글이다. 마냥 엉클어져 어지럽기만 하던 마음 한 자락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정리해줬다.

 

이렇게 이 책은 소제목을 살펴서 현재 봉착하고 있는 문제의 해답을 얻고자 한다면 원하는 부분을 먼저 읽어도 좋고, 또 가방 속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아무 곳에서나 펼쳐 읽어도 좋은,  하지만 그 내용만은 결코 가볍지 않은 곁에 가까이 두고 읽기에 딱 맞춤인 책이다. 삶의 기로에서 늘 마주치는 선택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깊은 고민속에 우리를 사유하게 한다. 더군다나 갈수록 다양해지는 사회구조속에서 혼란스러운 가치관으로 인해 자신이 서야 할 곳의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을 때, 내가 정녕 가야 할 길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안개속을 헤매는 기분일 때, 사마천이 말해주는 처세술을 통한 통찰력을 살짝 엿봄으로써 조금쯤은 위로와 한줄기 지혜의 빛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이고, 그 안의 인간의 세상사 또한 옛것이나 지금이나 그 중심을 뚫고 지나가는 핵심은 동일하기'  에 사마천이 말해주는 옛 사람들의 일화속에 나오는 경구들은 지금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딪히는 다양한 세상을 보는 힘을 길렀을 뿐 만 아니라, 결코 세상것에  미혹하지 않는다는 그 불혹을 넘긴 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삶의 향방에 의혹을 갖고 있는 마음밭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 본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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