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면서 대학가자 입학사정관제
손영길 지음 / 미디어숲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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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자고로 백년지대계라는데, 옛 성현의 말씀은 어디다 엿바꿔 먹어버렸는지, 해마다 바뀌는 대학입시정책은 수험생과 가족, 그리고 입시관계자 뿐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큰 문제로 다가오는 정책 중의 하나이다.

몇 년 시행해보다 불합리하다 싶으면 새로운 정책이 도입되고, 그 정책마저도 실패했다 판단되면 새로운 평가기준을 도입하여 정작 죽어나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할, 따라서 누구보다도 푸른 꿈을 꾸어야 할 우리 학생들이다.

이제 새로운 제도가 선진국으로부터 또 다시 도입되었으니, 각 대학의 바로 2010년부터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대폭 확대 발표이다. 수십명부터 입학정원의 20%이상까지 선발할 수 있는 이 제도는 언뜻 그 취지를 생각해 보면 학생들이 적극 환영할 만한 내용이나, 곰곰히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마냥 환호할 만한 일은 아닌 부분이 적지 않다.

기실 모든 제도는 처음 만들때에는 그 본래의 기능은 좋지 않은 것이 없다. 다만, 물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되듯이, 좋은 제도 또한 어떻게 운용되는냐에 따라서 그 평가가 갈리는 것이다.

사실 수학능력시험의 단 한번으로 학생들을 평가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은 누구가 공감하고 있기에 입학사정관제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발빠르게 대응하는 수험생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입학사정관제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지 못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대다수이기에 <즐기면서 대학가자, 입학사정관제>는 굉장히 반가운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나 또한, 아직은 아이가 어리지만, 조카가 수험생이기도 하고, 직장에서 언젠가는 필요한 지식이 될 것 같아서 읽어 본 이 책은 그러나 기대만큼 썩 만족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궁극적으로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이 제도가 얼마만큼 공정할 수 있는가, 또는 이 제도로 인하여 사교육비 절감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그리고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를 할 것인가, 등인데, 이 책 한권으로는 아직 그 예측이 좀 어렵다는 개인적인 결론이다.

오히려 학생들이 학과공부외에도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이 늘어나 버리는 것이 아닌가, 더 걱정이 되었다. 다만, 중요한 것은 학과공부로만 승부를 걸든, 입학사정관제의 요구에 적합한 학생이든지 간에 학생 스스로 주체적이어야 한다는 변하지 않는 진리만을 깨달았을 뿐이다.

입학사정관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은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교육 활동을 통해 학생이 잠재력을 어떻게 개발했는가에 대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학생과 부모도 당연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일선 고교에서 정확히 인식하고 학생들에게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정착되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중, 고등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보면 도움이 될 만한 책임에는 분명하다.

 

얼마 전에 내가 근무하는 대학에서도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하여 입학사정관과 사정원을 공채했었다. 취업난을 대변이라도 하듯, 치열한 경쟁율을 뚫고 선발된 사람은 방송국 피디경력의 50대 사정관과 석사학위 소유자인 30대초반의 사정원이 선발되었다. 그러나, 이 분들의 개인적인 능력은 고하간에 원래의 입학사정관제 취지에 얼마나 부합한 학생선발이 이루어질 지는 유감스럽게도 학내 구성원들도 회의적이다. 입학사정관제의 본래의 취지는 학업 성적 뿐 아니라 대학에서 요구하는 학생들의 잠재력, 봉사활동, 가정환경 등 종합적인 면을 적절히 고려하여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잠재력이라든가, 가정환경에 대한 시각 등 학생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는 사정관의 주관적인 시각을 피할 수 없기에 공정성 시비를 야기할 소지는 여전하다.  각 대학의 공정한 기준과 투명한 선발, 그리고 입학절차에 관여된 심사자들의 투철한 윤리의식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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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몬스터
정승원 지음, 이창윤 그림 / 삼양미디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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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라고 하니 무시무시하고 흉측한 괴물이 연상되어서 선뜻 읽고자 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으나, 세부 설명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긍정적이고 호감가는 몬스터의 종류도 많다고 하니 호기심이 생겨 읽어보게 되었다. 

삼양미디어에서 출간되는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시리즈는 자기의 관심분야가 아니드래도 대체적으로 읽어보면 매우 유용한 것들이 많다. 이번의 책이 나에게는 세계사, 악남, 신화에 이어 네번째로 만나게 된 책인데, 이 책은 특히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애가 크게 반겨한 책이기도 하다. 역시 몬스터는 아이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많은 거 같다. 내가 읽어보기도 전에 공부도 뒷전에 둔 채 책을 뒤져본 아이는 익히 알던 몬스터들을 만난 즐거움이 큰 지, 책을 읽는 내 앞에서 연신 아는 체를 하곤 했다.  

'인간의 희노애락이 만들어낸 신이 된 동식물들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이 책에는 인간이 만들어낸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나, 신화와 전설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환상의 동물,  기상천외한 상상의 생명체인 몬스터들을 소개해놓고 있다.

10개의 테마관으로 나누어 각각, <영생불사 11종>,<반인반수 18종>,<용 15종>,<다다익선 9종>,<이종결합 15종>,<거대 괴물 14종>,<여신 여괴 14종>,<자연 정령 9종>,<요괴, 요물10종>,<환상식물 5종>으로 명명하여 전 세계의 환상동물 몬스터를 멋진 그림과 다채로운 사진을 곁들여 실감나게 표현해놓고 있다.

그러나, 위에 열거했다시피 각 파트별로 다양한 몬스터들을 소개하다 보니, 한권에 담기에는 지면이 부족해서인지 여러면을 할애하여 소개된 몬스터가 있는가 하면, 단 한면에 간략하게 소개된 몬스터들도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간략하게 소개된 몬스터들에게 오히려 더 많은 궁금증이 생긴 나같은 독자들은 그와 관련된 다른 서적을 찾아봐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할 것 같다. 상식시리즈물이 갖고 있는 장점(꼭 알아야 할 것을 수록)에 치중하다 보니 미흡한 부분이 생기는 단점을 피해갈 수 없게 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기존에 만난 세권의 책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한 단점으로 어쩌면 몬스터 관련 자료들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계 여러 나라의 몬스터들을 만나면서 몬스터 또한,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각 나라의 신화와 전설이 인간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에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듯이, 인간이 만든 몬스터들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서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상상의 세계는 끝이 없이 무한하다는 것에 새삼스레 경이로움을 느낀다.

오늘 아침, 모 방송의 서프라이즈 프로그램에 스코틀랜드 네스호수의 괴물 네시의 미스터리가 소개되었었다. 중생대 파충류인 공룡의 후손이라는 설, 조작이라는 설 등이 분분하지만, 현재까지도 몬스터 네시를 봤다는 제보가 줄지어 신고되고 있다고 하니 인간은 환상세계에 대한 동경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살아야 되는 신이 만든 동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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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뒤흔든 16인의 기생들 - 조선사 가장 매혹적인 여인들이 온다!
이수광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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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매춘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했다는 가장 오래된 직업중의 하나라고 한다.

기생, 이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성을 매개로 하는 직업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조선의 기생은 단순히 사내에게 술치고  노래하고 몸을 바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알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예인으로서의 기생의 위상은 축소되거나 폄하되고, 남성을 위한 서비스업 종사자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전해지는 우리나라 고유의 춤 전승자나 인간문화재는 유명 권번출신인 기생들이 많다. 여자들이 학문과 예술을 하는 것을 금기시했던 조선시대에 오로지 기생만은 어릴 때부터 학문과 금기서화, 그리고 가무를 익힐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예능인으로서 널리 알려진 기생은 송도삼절인 황진이, 그리고 허균과 유희경, 이귀과 교류한 이매창 등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 책에서는 황진이, 이매창 처럼 널리 역사에 그 이름을 남긴 기생 뿐 아니라 그 외에 다양한 모습으로 전해지는 조선의 기생 16명을 소개해 놓고 있다.

겉으로는 춤과 노래, 그리고 시와 술로 화려한 한 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생들은 10대 초반에 남자들에 의해 순결한 몸을 유린 당하고, 이후에도 끝없는 상처의 연속선에 있다가 말년에는 쓸쓸한 생을 마감해야 했던 가장 천한 신분에 속했던 자들이었다.

기생이 낳은 아들은 천민으로 살아야 했으며, 딸은 종묘법에 의하여 기생이 되어야 했고, 기생이 천민을 벗어나는 방법은 속전을 바치고 기적에서 빠져나오거나 권력을 가진 사대부의 첩이 되는 길뿐이었다.

 

총 4장으로 구성하여, 春은 열정이다, 夏는 사랑이다, 秋는 영혼이다, 冬은 이별이다, 라는 주제로 각 지역별 대표기생을 열거해 놓고 있는데, 1장에서는 남자들의 세상에 가장 자유로웠던 여인들로 조선을 떠들썩하게 뒤흔들었던 궁중악의 유일한 전승자 초요갱, 이사종과의 계약동거를 했던 시대를 앞서 가는 황진이, 기생의 신분으로 임금께 상소를 올린 초월, 기생의 몸으로 태종의 후궁이 되었던 가희아, 등을 소개하고 있다.

2장에서는 운명을 걸고 뜨겁게 사랑할 줄 알았던 여인들로 퇴계 이황과의 매화사랑을 했던 두향, 고관대작의 구애에도 오로지 평범한 선비 이수봉만을 마음에 담았던 소춘풍, 유희경과 이귀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던 매창, 전도양양한 선비 민제인과의 사랑을 가슴에 묻은 성산월 등을 소개하고 있다.

3장에서는 세상을 향해 뛰는 가슴을 가졌던 여인들로 홍경래의 난때 결사대를 조직했던 연홍, 흉년에 자신의 재산으로 백성을 구휼한 제주 기녀 만덕, 왜장을 껴안고 진주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 일본인들에게 팔려다니면서도 은장도로 끝내 절개를 지키고 사후 송상현의 무덤 발치에 묻힌 김섬, 등을 소개하고 있다.

4장에서는 실연의 아픔을 감당해야 했던 여인들로 율곡 이이와 애틋한 연시만 주고받은 유지, 떠난 사랑 심수경을 기다리다 죽은 동정춘, 해바라기하던 사람의 변심을 눈치채고 절개를 잃은 슬픈 사랑 취련, 서시랑에 대한 사랑으로 수절하나 한스러운 평생을 보낸 영산옥, 등을 소개하고 있다.

 

꽃으로 피고 눈물로 지는 기생의 삶들을 중간 중간에 실린 기생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보며 유추해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 어린 동기의 모습으로 가냘픈 그네들의 무표정한 모습에 안쓰러운 마음이 절로 들었다.

우리나라 문헌 상 기생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고려시대 이인로의 [파한집]이다. 이능화는 [조선해어화사]에서 기생의 근원을 신라의 원화에서 찾고 있다고 한다.

기생은 크게 관기와 사기로 나뉘는데, 이능화는 기생의 종류를 기예만 공연하는 일패, 기예를 공연하되 은근히 몸도 파는 은근짜를 일컫는 이패, 노골적으로 매춘을 하는 작부와 같은 탑앙모리를 일컫는 삼패로 더 세분화하여 나누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조선시대 매춘은 돗자리를 가지고 떠돌면서 매춘을 하는 들병이(현대에 있어 공원의 박카스아줌마가 연상됨), 곡예를 하면서 몸을 파는 여사당도 존재했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오입쟁이의 기생 신고식은 현대의 룸쌀롱 문화와 다를 바 없어서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어찌 나쁜 악습들은 없어지지도 않고 이리도 잘 계승되는지 진정 개탄스럽다. 인간 사회에서 매매춘은 정말 필요악인 것인지 엉뚱하게도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던 화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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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문학 - 어울림의 무늬, 혹은 어긋남의 흔적
김영민 지음 / 글항아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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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김영민'이라는 이름에 끌려서 선택한 책, <영화인문학>.

영화와 관련하여 시중에 출판된 책들은 참 다양하다. 음악을 매개로 한 영화이야기, 치유로서의 영화이야기, 이제는 영화로 인문학을 말하는 단계까지 왔다.

그것도 일찍이 "장미와 주판'이라는 공동체를 통하여 이름은 낯익지만, 아직도 그의 세계는 온전히 소화하지 못하는 철학자 김영민의 이름으로 말이다.

이거, 좀 무게가 있게 다가오지 않는가...철학자가 말해주는 영화이야기라니..

어울림의 무늬, 혹은 어긋남의 흔적이라는 부제, 역시 예사롭지 않다. 이 책이 김영민표라는 냄새를 아주 강력하게 풍기고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 내가 만나온 그 어떤 사람들도 쓰지 않던 단어, 혹은 용어들을 아주 능수능란하게 혹은 아주 적시적소에 잘 사용하는 사람이다.

그동안 김영민이라는 철학자는 <탈식민성과 우리 인문학의 글쓰기>, <동무와 연인>, <자색이 붉은색을 빼앗다>, <사랑 그 환상의 물매>라는 그의 저서를 통해서,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서  간접적인 만남을 가져왔었다. 사실 여기에 이렇게 당당하게 쓸 정도로 만나봤다고 해야할 지 저서의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기에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내 책장에 버젓히 꽂혀 있으니 소개도 할 겸 적어본다. 관심있는 자들에겐 상당히 알려진 책들이다.

 

본인이 만든 인문학 공동체  '장미와 주판' http://www.sophy.pe.kr


을 통해서 급격히 왜소해지고 키치화, 처세화하는 인문학의 중요성과  사람관계에서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말해오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도 영화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소통의 지점을 바로 '어울림의 무늬, 혹은 어긋남의 흔적'이라는 소주제로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머리글에서 '영화인문학'을 내세운 이 글은 세속적인 너무나 세속적인 매체로 떨어진 영화(보기)속으로부터 전래의 인문학적 가치와 생산성, 그리고 새로운 진지함을 톺아보고 구제하려는 시도, 라고 밝혀두고 있다.

궁극적으로 영화에서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은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소통의 모습들이다.

그리고 저자는 사람관계속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다양한 형태의 소통의 기제에 대한 자신만의 특유의 인문학적 사유의 결과를 영화라는 형식을 빌어 풀어놓고 있다.

"인문 人文 은  인문 人紋 인데, 말 그대로 '사람의 무늬'를 뜻한다. 그래서 인문학은 인간의 무늬를 살피고 헤아리는 공부인 셈이고, 마찬가지로 인문학의 진리란 인간의 무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설렁설렁 말하자면, 인간의 무늬 속에 진리의 조건을 두게 되면서 철학적 근대가 열린다."(42p)



총 27편의 영화를 소개해놓고 있는데, 각 영화의 앞부분마다 감독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장식한 후, 그 뒤를 이어 저자의 사유의 세상이 펼쳐진다.

저자가 철학자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사유속에 인용되는 문구들은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때로는 아주 낯선 내용이기도 하지만, 상황에 맞는 적절한 끌어옴은 저자의 학문적 지식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조탁을 거듭한 적확한 언어로 표현한 저자의 문장은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함에 있어서 너무도 절묘하여 절로 감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나, 다만 나의 지식의 짧음으로 인해 가슴으로 젖어오는 감흥이 적었음은 너무도 아쉬운 점이었다. 과연 언제쯤에서야 그의 문장을 잠시 멈춤, 없이도 온전히 가슴에 안을 수 있을까.

 

여전히 나는 저자의 책을 온전히 다 소화하지 못한 채 마지막 장을 덮는다. 미처 영화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만난 그의 인문학적 깊이로 재탄생한 영화읽기는 저자의 뜻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랐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함에도 기존의 내가 접했던 영화를 읽어내던 시선과는 너무도 다른 저자만의 개성이 가득한 영화읽기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여전히 그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다.

이 책에서 나의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본문보다는 오히려  뒷부분에 편집된 개념어집과 한글용어집이다. 김영민식의 사유와 성찰의 세계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개념어집은 곱씹고 또 곱씹어 봐야 할 내용으로 내게는 다가왔다. 한글용어집 또한, 매우 유용했다. 대학의 전공이 무색할 정도로 낯선 단어들로 채워진 한글용어집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에 대한 새삼스런 자각과 함께 국어사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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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를 뒤흔든 12가지 연애스캔들
박은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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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목에 대해서 먼저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처음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오는 느낌이 상당히 선정적이다. 아, 물론, 그 선정성에 뒤흔들려 선뜻 집어든 나같은 독자도 있으니 일단 성공은 했지만 말이다. 독자를 겨냥한 제목이기는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내 느낌으로는 제목에서 '스캔들'이라는 단어가 왠지 좀 거슬린다.

그것은 '스캔들'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부정적인데 반해, 책에서 소개되는 신라의 성 또는 연애 풍속도는 그야말로 신국의 도로써 당연한 것이기에 '스캔들'이라는 단어로 타이틀을 정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요즘 인기리에 상영되는 모방송의 <선덕여왕>을 시청하는 자라면 그나마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김별아의 <미실>이라는 소설을 일찍이 접해본 적이 있기에 생각보다 그 충격은 덜했지만, 신라의 김대문이 쓴 걸로 추정되는 <화랑세기>와 <삼국사기>,<삼국유사>를 참고하여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서술한 <신라를 뒤흔든 12가지 연애스캔들>은 처음 접해본 독자라면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충격적인 내용임에는 틀림없다. 한번도 감히 생각해보지 못한 우리 조상들의 성풍습이 적나라하게 이 책에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의 힘으로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신라의 옛 명칭인 신국, 그리고 그 신국에 존재하는 신국의 도,는 <화랑세기>에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의 다양하게 소개되는 예화들을 통해 짐작해볼 때, 그것은 색을 도로 숭상하는 독특한 문화가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색공지신이라고 하여 색을 전문으로 다루는 가문이 따로 존재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이 바로 색공지신의 가문 출신이다. 그러니까, 신국에서는 색이 '금기시되거나 천한 것'이 아닌 그야말로 '도'였기에 바로 그것은 신라를 타국과 차별화시켜주는 신라의 힘이었고, 서로를 묶어주는 공감대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삶에 대한 열망으로 가슴 뛰게 하는 생명력의 원천이었다. 

고구려, 백제와는 너무도 다른 신라만의 색깔이 바로 삼국통일을 이루어낸 저력으로 발휘되지 않았나, 책을 읽으면서 저절로 든 생각이다.

왕실의 스캔들은 소설 <미실>에서 익히 읽었던 부분이라서 역시 첫번째만큼은 충격이 크질 않았다. 모녀가 한 남자를 섬기는 얘기, 아버지의 여자를 탐한 아들같은 예화는 중국의 역사속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다만, 생각지도 못했던 화랑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남색까지도 당시의 신라사람에게는 그다지 놀랄만한 것이 아니었다.  서양의 동성애지지페스티벌보다 훨씬 더 앞선 선조들의 성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남매간의 혼인, 지체높은 연상의 과부와의 결혼으로 신분상승을 꾀하는 남자, 성상납으로 남편을 출세시킨 여자. 남편의 부탁으로 손님을 성접대한 아내, 슬픔을 색으로 위로한 사람, 등 지금 세상에서 성에 대해서 금기시하는 대부분이 것들이 다 우스울 정도로 어찌 보면 문란해 보일 정도의 예화들이 가득하다.

남자도 여자를 여럿 거느릴 수 있지만, 이는 여자도 마찬가지다. <선덕여왕>에서 미실이 세종을 남편으로 하고, 설원랑을 애인으로 하는 것들이 다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관계들이다. 물론, 이런 신국의 도에도 비공식적인 사통의 관계로 비난받는 것들도 있다. 다만, 거기에는 그들만의 규칙이 따로 있다고 나와 있다.

제일 놀라운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마복자 제도이다. 이는 임신한 여자를 윗계급의 남자가 취하면 태어난 아이가 바로 그 남자의 마복자가 되는 것으로서 평생을 그 남자가 마복자의 뒤를 돌봐주는 제도인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마복자만 100명이 넘는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기도 하는 것이다. 

김대문의 <화랑세기>는 그 진위여부가 아직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 책에서는 <화랑세기>가 진짜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대고 있는데, 고대 역사서가 부족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비록 논란의 여지는 있더라도 <화랑세기>의 내용은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마냥 다 조작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뒤를 잇는 나라인 고려를 들여다보면 신국의 도가 아주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고려시절 딸의 재산권이라든가, 과부의 재혼등은 그리 낯설지 않은 제도였을 뿐 만 아니라, 고려 초 왕가의 결혼풍습을 보면 신라처럼 혈족끼리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요즘의 상식적인 시각에서 판단해 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여왕까지 배출해내는 신라의 균형적인 힘은 바로 남녀 모두에게 공평한 잣대가 주어졌던 신국의 도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조선조 유교적 관습으로 인하여 몹시 불행했던 삶을 살아갔던 여성들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그리고 현재까지도 다른 잣대로 남녀의 성풍속도를 재단하는 견고한 사회관습을 보면서 신국을 살았던 여성들의 삶이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적 약속이나 관습, 제도보다 앞서는 것은 분명 사람 그 자체인 것이다.  신국의 도는 신분의 계급적 차이로 인한 문제점은 일부 보이지만 남녀모두에게 주어졌던 색도의 기회가 인간본능을 배반하지 않은 참 공평한 관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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