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뒤흔든 16인의 기생들 - 조선사 가장 매혹적인 여인들이 온다!
이수광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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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매춘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했다는 가장 오래된 직업중의 하나라고 한다.

기생, 이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성을 매개로 하는 직업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조선의 기생은 단순히 사내에게 술치고  노래하고 몸을 바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알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예인으로서의 기생의 위상은 축소되거나 폄하되고, 남성을 위한 서비스업 종사자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전해지는 우리나라 고유의 춤 전승자나 인간문화재는 유명 권번출신인 기생들이 많다. 여자들이 학문과 예술을 하는 것을 금기시했던 조선시대에 오로지 기생만은 어릴 때부터 학문과 금기서화, 그리고 가무를 익힐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예능인으로서 널리 알려진 기생은 송도삼절인 황진이, 그리고 허균과 유희경, 이귀과 교류한 이매창 등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 책에서는 황진이, 이매창 처럼 널리 역사에 그 이름을 남긴 기생 뿐 아니라 그 외에 다양한 모습으로 전해지는 조선의 기생 16명을 소개해 놓고 있다.

겉으로는 춤과 노래, 그리고 시와 술로 화려한 한 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생들은 10대 초반에 남자들에 의해 순결한 몸을 유린 당하고, 이후에도 끝없는 상처의 연속선에 있다가 말년에는 쓸쓸한 생을 마감해야 했던 가장 천한 신분에 속했던 자들이었다.

기생이 낳은 아들은 천민으로 살아야 했으며, 딸은 종묘법에 의하여 기생이 되어야 했고, 기생이 천민을 벗어나는 방법은 속전을 바치고 기적에서 빠져나오거나 권력을 가진 사대부의 첩이 되는 길뿐이었다.

 

총 4장으로 구성하여, 春은 열정이다, 夏는 사랑이다, 秋는 영혼이다, 冬은 이별이다, 라는 주제로 각 지역별 대표기생을 열거해 놓고 있는데, 1장에서는 남자들의 세상에 가장 자유로웠던 여인들로 조선을 떠들썩하게 뒤흔들었던 궁중악의 유일한 전승자 초요갱, 이사종과의 계약동거를 했던 시대를 앞서 가는 황진이, 기생의 신분으로 임금께 상소를 올린 초월, 기생의 몸으로 태종의 후궁이 되었던 가희아, 등을 소개하고 있다.

2장에서는 운명을 걸고 뜨겁게 사랑할 줄 알았던 여인들로 퇴계 이황과의 매화사랑을 했던 두향, 고관대작의 구애에도 오로지 평범한 선비 이수봉만을 마음에 담았던 소춘풍, 유희경과 이귀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던 매창, 전도양양한 선비 민제인과의 사랑을 가슴에 묻은 성산월 등을 소개하고 있다.

3장에서는 세상을 향해 뛰는 가슴을 가졌던 여인들로 홍경래의 난때 결사대를 조직했던 연홍, 흉년에 자신의 재산으로 백성을 구휼한 제주 기녀 만덕, 왜장을 껴안고 진주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 일본인들에게 팔려다니면서도 은장도로 끝내 절개를 지키고 사후 송상현의 무덤 발치에 묻힌 김섬, 등을 소개하고 있다.

4장에서는 실연의 아픔을 감당해야 했던 여인들로 율곡 이이와 애틋한 연시만 주고받은 유지, 떠난 사랑 심수경을 기다리다 죽은 동정춘, 해바라기하던 사람의 변심을 눈치채고 절개를 잃은 슬픈 사랑 취련, 서시랑에 대한 사랑으로 수절하나 한스러운 평생을 보낸 영산옥, 등을 소개하고 있다.

 

꽃으로 피고 눈물로 지는 기생의 삶들을 중간 중간에 실린 기생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보며 유추해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 어린 동기의 모습으로 가냘픈 그네들의 무표정한 모습에 안쓰러운 마음이 절로 들었다.

우리나라 문헌 상 기생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고려시대 이인로의 [파한집]이다. 이능화는 [조선해어화사]에서 기생의 근원을 신라의 원화에서 찾고 있다고 한다.

기생은 크게 관기와 사기로 나뉘는데, 이능화는 기생의 종류를 기예만 공연하는 일패, 기예를 공연하되 은근히 몸도 파는 은근짜를 일컫는 이패, 노골적으로 매춘을 하는 작부와 같은 탑앙모리를 일컫는 삼패로 더 세분화하여 나누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조선시대 매춘은 돗자리를 가지고 떠돌면서 매춘을 하는 들병이(현대에 있어 공원의 박카스아줌마가 연상됨), 곡예를 하면서 몸을 파는 여사당도 존재했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오입쟁이의 기생 신고식은 현대의 룸쌀롱 문화와 다를 바 없어서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어찌 나쁜 악습들은 없어지지도 않고 이리도 잘 계승되는지 진정 개탄스럽다. 인간 사회에서 매매춘은 정말 필요악인 것인지 엉뚱하게도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던 화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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