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억 백만 광년 너머에 사는 토끼
나스다 준 지음, 양윤옥 옮김 / 좋은생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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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의 비비드 빛깔의 달콤한 일러스트그림과 제목에서 풍겨오는 느낌이 판타스틱하다.

동양전설에 나오는 보름달 속에 사는 토끼가 연상되는 저 멀리 살고 있는,  달빛을 모아 별을 닦고 있는 토끼 한 마리.

 

누군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

받아든 책 표지에 적혀 있던 이 문구 한 마디는 순간 가슴을 뛰게 하게 설레게 한다.

지난 연말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별 기대없이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다가 이내 자세를 고쳐 잡고 본격적으로 책 속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연말이 주는 쓸쓸함과 어수선함을 단번에 쓸어버리는 달콤하고도 따뜻한 이야기가 이 책에는 담겨 있었다.

 

충청도 대천 앞바다에는 외연도라는 작은 섬이 하나 떠 있다.

그리고 이 섬에는 빨간 동백꽃을 피우는 동백숲이 있는데, 그 숲에는 동백나무 외에도 사랑나무, 라고 명명되는 아주 독특한 나무 한 그루가 있어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각기 두 그루의 나무에서 뻗어나온 가지가 서로의 가지에 맞닿았다가 끝내는 붙어버린 채, 한 몸이 되어버려서 사랑나무, 라고 불리게 된 사연이란다.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이 나뭇가지 아래로 손을 꼭 잡고 지나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외연도의 사랑나무 전설에 버금가는 또 다른 사랑에 관한 전설이 담겨 있다.

그것은 독일의 발트해에서 멀지 않은 곳, 한 호수의 떡갈나무와 관련한 사랑나무의 전설과 바로 이 책의 제목이 된 일억백만광년 너머에 사는 별을 닦는 토끼의 전설이 바로 그 것이다.

첫번째 사랑나무 전설에 감명을 받은 이 책의 등장인물 중 한명인 도시히코가 방송극을 창작하게 되는데 그 내용이 두번째 토끼전설과 관련된 것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토끼전설을 살펴보면, 부츠에 작업복 차림을 한 키가 15센티 정도 인 토끼는 밤하늘의 별을 닦는 일을 한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밤하늘의 별을 고르면 이 토끼가 별을 닦아주게 되는데, 그 때 별이 반짝이면 상대방도 나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밤하늘의 별을 닦게 하는 것은 평생에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동화같은 전설이 두 개씩이나 등장한 것을 볼 때,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중학생인 쇼타와 케이의 풋풋하고도 조심스러운 사랑의 과정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 전개를 볼 때 , 성장소설의 범주로도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것이 꼭 성장기에만 우리가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숨을 쉬고 살아 있는 동안 늘 꿈꾸고 갈구하는 것은 바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 책에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이 등장한다.

케이의 부모인 사스케와 구미의 사랑, 팥죽집 할머니의 기다리는 사랑, 암젤 커피전문점 선대 마스터의 희생적인 사랑, 이루지 못한 도시히코, 요코의 사랑. 사랑 속에 숨겨진 삶의 다양한 파편들.




생애 한번뿐인 별을 닦는 사랑이 꼭 이루어져야 의미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히코나 요코처럼 별닦이 토기에게 부탁해도 별이 반짝이지 않는, 보답이 돌아오지 않는 사랑도 있는 것이다.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은 앞으로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거니까. 게다가 별을 닦아주면 그런 마음이 사라지지 않게 묶어 둘 수 있거든. 외롭고 쓸쓸해질 때마다 이따금 그걸 쓰다듬어 주면 돼."(242p)




그 어떤 사랑얘기를 읽어도 그들의 이야기로 읽히지 않고, 늘 내 얘기로 마음이 쏠리곤 한다.

책을 덮고 난 후, 나의 지나온 삶 속에 과연 별닦이 토끼는 등장했었는가. 곰곰히 생각해봤다.
나이가 드니 자꾸만 기억은 희미해지고, 감성도 무뎌진다.

토끼를 기억해내느니, 남은 생에는 발트 해 근방의 사랑나무 전설을 더 기억해야겠다. . 만나는 인연들속에 아름다운 사랑의 편지를 주고받아야겠다.더 많은 사랑을 기꺼이 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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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님 싸부님 1 - 이외수 우화상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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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외수의 책에서 그의 이름이 아주 단순하게 지어졌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외가에서 태어나서 외, 자에다 돌림자인 수,를 합해 외수,라고 지었다고 자신의 이름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정작 기인이라는 평을 듣는 작가에 비해 의외로 이름은 별다른 특별한 의미없이 쉽고도 편하게 지어진 과정에 웃음을 머금었던 기억이 난다.

<사부님 싸부님1, 2>을 읽으면서 갑자기 저자의 이름의 의미가 생각이 났다.

별다른 의미없이 지어진 이름이 어쩌면 깊은 의미가 담겨진 이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뜬금없는 생각이 순간 머리를 스친 것이다.

이외수님의 책은 작년에 <하악하악>을 참 재미나게 읽었었다.

그전에는 주로 저자의 단편이나 장편소설을 몇 권 접해봤는데, 세밀화와 함께 저자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말이 담긴 <하악하악>은 저자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신선한 언어감각과 깊은 사유가 담긴 글이어서 독서후의 느낌이 만족스러웠었다.

<사부님 싸부님1, 2>은 우화집으로 이미 1983년에 출간되어 '외수 마니아'를 양산하는 단초가 된 작품집이며, 1991년(예문각), 1996년(금문서관), 2002년(자인)에 개정 출간되었고, 드디어 출간 27년 만에 판형을 축소하고 컬러링을 첨가해  2009년에 새로히 단장하여 재출간되었다고 한다. 

그대여

만약 그대도 마음의 눈이 뜨여 있다면 인정하리라.

작은 먼지의 입자 하나도 얼마나 거대한 우주인가를.

 책 띠지에 선문답처럼 적혀 있는 이 문구가 <사부님 싸부님 1,2>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우화상자의 시작은 강원도 두메산골의 작은 웅덩이에서 다른 올챙이와는 달리 하얀색 돌연변이로 태어난 한 올챙이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그 전에 내 눈에는 개구리알로 보이는 이 피해망상증 환자에게는 총구로 보이고, 배금주의자에게는 이것이 엽전으로 보이고, 안과의사에게는 이것이 눈알로 보이고, 아낙네에게는 이것이 단추로 보이고, 보이고, ...

이 책을 읽는 법은 먼저 학교에서 배운 제반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첫 페이지에서 저자는 밝히고 있다.

고정관념을 버리고서 다시 이 우화의 줄거리를 따라가 보자면, 깊은 산중에서 도인들의 문답을 들으며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은 하얀 올챙이는 문답하는 노인을 사부님으로 섬기게 된다.

그리고 개구리로 성장하는 것을 거부한 채, 하얀 올챙이는 바다로 가기 위해 웅덩이를 떠나 긴 여정에 나서게 된다. 그 여정에는 저수지도 있고, 댐도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어종들과의 만남속에서 인간세상을 풍자하는 선문답을 때론 진지하게 때로는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능수능란하고도 표정있는 만화와 함께 잘 그려내고 있다.

이 하얀 올챙이의 여정에는 제자도 한 마리 생긴다. 까만 올챙이 한마리가 하얀 올챙이를 싸부님,으로 모시고 그 여정에 동참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저자는 그의 풍모처럼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생각지도 못할 엉뚱한 화제로 넘어가기도 했다가 다시 마냥 웃고 넘어가기에도 잠시라도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저자만의 글과 그림을 보여준다.

비록 두 권의 두꺼운 분량이지만, 쉽게 쉽게 넘어가는 장점이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힘들이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다 읽고 나니 띠지의 문구 외에는 그다지 기억이 남는 것이 없어 개인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살짝 아쉬운 책이었다. 그나마 그 문구마저도 너무도 식상한 문구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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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 - 북유럽에서 만난 유쾌한 몽상가들
박수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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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제목의 인상적인 표지사진이 시선을 끈다.

해질녘의 분위기를 풍기는 듯한 엷은 노란색 바탕에 짧은 민소매원피스 차림의 경쾌한 여성...그리고 자신의 몸집만큼이나 커다란 두 개의 여행가방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참 색다르게 다가온다.

박수영,,젊은 느낌을 주는 이 이름의 작가를 나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책의 뒷부분에 실린 그녀에 대한 짧은 소회를 담은 평론가 방민호의 글이 없었다면 그녀에 대한 자료를 찾아봐야 했을 것이다.

그녀는 이름에서 오는 느낌과는 달리 이미 마흔 중반의 여성이었고, 글에서 느껴지는 열정과 지식욕과 감성은 그녀의 나이를 잊게 했다. 그리고 난 참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왜 이제서야 그녀의 글을 알게 되었는지 아쉬울 만큼..

그녀는 이미 멋진 소설을 두 편이나 발표한 소설가였다. 그녀의 소설이라니..곧 그녀의 책을 만나봐야겠다는 작은 다짐을 해보며 가슴이 설레는 것을 느낀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산다는 것...그녀의 엄마가 그녀의 삶에 주는 말이기도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받은 느낌이 또한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이질적인 사회에 무방비하게 자신을 던져놓고 고독한 이방인으로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자 선택한 나라가 바로 북구 백야의 나라 스웨덴이다. 영어로 수업이 가능하고, 교육비가 무료인 점이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가난한 그녀에게는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기도 했던 한 이유다.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청춘들이 불타는 학구열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심으로 유학을 감행하는 것이 어디 한 두명이던가..그런데, 저자는 나이에서 여타의 청춘들과는 좀 다르다. 그녀의 나이는 우리나라의 통상적인 개념으로는 쉽지 않은 나이인 40대 초반의 나이였던 것이다. 나는 안다. 내 나이가 저자가 떠남을 선택했던 바로 그 나이니까. 방황보다는 안락을, 낯선 곳이 주는 설렘보다는 익숙한 것이 주는 편안함을, 새로운 것에 대한 모험보다는 이미 갖고 있는 것에 대한 화려한 덧칠이 더 쉽고 잘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이유로, 나는 그녀가 너무도 부럽고 또 부러웠다.

그러하니, 그 이후에 전개되는 스웨덴의 웁살대학교에서의 일어나는 그녀와 관계되는 그 모든 것들이 내게는 얼마나 그립게, 아름답게, 꿈처럼 다가왔겠는가.   

저자는 2006년에서 2008년까지 2년 6개월 동안의 스웨덴 체류에서 자신이 경험한 것들, 함께 한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서 생각한 것들을 매우 진솔하게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의 대부분은 대학원에서 함께 역사를 공부하는 다양한 국적의 보헤미안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들로 채워지고 있다.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터키, 미국, 스웨덴, 한국에서 온 생김새, 문화, 언어, 성장배경, 등이 모두 다른 일곱 명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그들만의 이야기, 향기는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 안에서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더 나아가 고착된 정체성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좋은 삶의 보편적인 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한 저자의 지속적이고도 진지한 고민은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중소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도 다시한번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해준다. 그녀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교차되는 지점에서는 위로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즐거운 기분이 든다.

 

이 책은 보통의 여행서와는 많이 다르다. 한편의 소설같기도, 그런가 하면 에세이처럼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칼럼이나 내면의 일기같은 글들도 보인다. 다양한 음색으로 속삭이는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스톡홀름, 오후 두시의 풍경처럼 매혹적이었다.

이 책 <스톡홀름 오후 두시의 기억>을 삼일이라는 시간에 걸쳐서 띄엄띄엄 읽었다. 그리고 이 책과 함께 하는 시간 내내 하늘에서는 눈이 내렸다. 그 눈은 올 겨울 우리 도시에 내린 첫눈으로서 5일째 쉬지 않고 내리던 눈이었다. 덕분에 띄엄띄엄 읽은 책의 내용은 결코 그 느낌이 단절되지 않은 채 충만한 느낌으로 탐독할 수 있게 해주었다. 눈이 내리는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며 스톡홀름의 이곳 저곳을 들여다보던 시간은 책에서 주는 느낌과 일치하는, 이 곳이 아닌 깊은 북구의 판타지스러운 환상의 공간이었다.

그렇다. 나는 이 책에서 말해주는 스웨덴이라는 나라가 주는 이미지를 환상의 공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것은 21세기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는 적어도 꿈으로밖에는 만날 수 없는 공간이기에 판타지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다.

-세상에는 경찰과 국가관리를 동원하여 으스대는 국가가 있고, 번쩍이는 경찰 배지를 과시하며 죄없는 국민들도 '움찔'하게 만드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가능하면 허식과 권위를 버리고 헤게모니가 드러나지 않게 절제하는 국가도 있다. 스웨덴은 바로 가장 후자의 국가다. 국민을 겸허하게 대하는 나라.-328p

지난 1세기 동안 '평등'을 국가 철학으로 해온 사회로서 곳곳에 관계의 동등함이 배어 있는 나라 스웨덴은 박수영의 시선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만나봤던 스웨덴 관련 책(노벨과 교육의 나라 스웨덴/박두영지음/북콘서트)에서도 눈물이 나올만큼 부러워했던 교육의 평등, 성의 평등의 나라였던 것이다.

최근에 들었던 뉴스에서는 스웨덴의 장점을 하나 더 보태주는 내용이 있었다. 계급의 탄력성이 유연하여 계급간의 이동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교육의 평등이 가능한 나라이기에 이것 또한 가능한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갈수록 부모의 부와 교육의 정도가 자녀의 계급을 규정짓는 이른바 계급의 고착화가 심화되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암울한 뉴스는 스웨덴이라는 나라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스톡홀름 오후 두시의 기억>을 가방안에 담고서 북구의 푸르스름하게 피어나는 나라 스웨덴을 꼭 한번은 여행하고 싶은 소망을 가슴에 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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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김탁환.강영호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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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이야 이미 널리 알려진 소설노동자이고, 강영호는 내가 인지하고 있던 그사람인가 했더니 과연 그러했다.
언젠가 연예 가십란에서 인지했던 바로 그 작가가 강영호였던 것이다. 인터넷 검색만 하면 다 나오는 이름이니, 여기서 내가 거론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강영호 작가는 이 책 후기에서도 살짝 언급하고 있기에 언급해 보자면, 여배우 추상미와 오랜 연애를 하는 과정이 현해탄을 넘나들며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한 에피소드를 보며 강영호라는 사람이 상당히 독특하고 개성이 강한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괴물은 괴물을 알아보듯이, 김탁환 작가와 강영호 작가는 서로를 단번에 알아봤다고 한다. 서로가 동류의 인간이라는 것을.
정상과 비정상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몽상가라는 것을 말이다.
이 책 <99: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는 춤추는 사진작가 강영호가 사각의 프레임에 형상화함으로써 이미지로 고착화한 서울이라는 도시안의 괴물들을 일별한 김탁환작가가 그 괴물에 스토리를 입힌 아주 독특한 개념의 사진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명의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꼭 '사진은 강영호, 이야기는 김탁환'으로 구분된 것이 아닌, 책으로 나오기까지 두 사람의 상상속에서 서로가 교감하고 또한 실제 자신들의 이야기를 뒤섞어 엮어낸 것이기에 김탁환, 강영호 장편연작소설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가 만들어낸 괴물같은 인간들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강영호 작가가 직접 이야기를 끌어가는 사람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 소설의 시작은 홍대에 있는 드라큘라성의 상상사진관을 기점으로 하여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단편마다 하나의 주제를 담고 등장하는 괴물들은 각각 상대성 인간, 인간인간인간, 반딧불이 인간, 웨딩 인간, 끈적 인간, 아몬드 인간, 알바트로스 인간, 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들은 우리 안의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기형적인 마성의 판타지아,라고 소개되고 있다.
나응 이 중에서도 인간인간인간과 알바트로스 인간의 상상성이 주는 여운이 가장 강하게 남았다. 
'인간인간인간'은 T의 배에 나타나는 타인의 얼굴이 선명해지면 그 사람은 죽게 되고, 일상을 성실히 살아가던 T는 수술까지 감행하면서 일상을 회복하지만, 어느날 다시 배에 나타나는 얼굴이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이내 자살하고 만다는 내용이다.
'알바트로스인간'은 인간의 날고 싶어하는 욕망을 그려낸 단편으로 그리스신화의 이카루스가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이 책은 김탁환, 강영호 두 작가의 작품이지만, 나는 강영호 작가의 느낌을 더 많이 받았다. 김탁환 작가는 <노서아 가비>라는 작품으로 접해본 것이 다였기에 김작가의 향기를 맡기가 어려웠기도 하지만, 이 책의 흐름을 주도하는, 혹은 키워드 역할을 하는 강작가의 사진들이 주는 충격이 더 뇌리에 박혔기 때문이다.
자신을 모델로 하여 찍은 강작가의 사진들이 주는 메시지나 그 상상력의 세계는 평소의 나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는 것들이었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소재들도 아니었기에 이미 읽고 넘어간 페이지도 다시 되돌아 읽기 여러번...
 
공동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서울과 한국을 벗어나 뉴욕에서도 런던에서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먹힐 수 있는 보편적인 그 무엇이라고. 그들의 이야기는 세계성을 띠고 있다고.
현실과 상상의 경계, 사진이라는 장르와 소설이라는 장르의 경계를 가로지는 그들의 모험이 보편성을 획득하고 세계속으로 뻗어나가 세계의 독자들에게 호흡하여 당당히 자리매김되는 그들의 자리가 기대속에서 기다려진다.
두 작가의 행보에 깊은 관심과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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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4색 엄마표 튼튼간식 레시피 - 간식 하나도 꼼꼼하게 챙기자!
김성희 외 지음 / 웅진웰북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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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방학이 시작된 지 열흘이 다 되어간다.

방학이 시작 되면 우리같은 직장맘들에게 제일 걱정이 되는 것이 바로 아이들 간식이다.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과자나 제과점에서 다양한 빵을 사다놓기도 하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아이들 건강에 대한 염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색소나 방부제 무첨가를 표방한 우리 농산물 제품을 구매하기도 하지만, 그 또한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쉽지 않은 일이 아닐 뿐 만 아니라, 엄마로서의 제 역할을 못한 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계절에 따라서 과일은 필수로 구비해 놓기도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고, 고구마, 감자를 아침마다 삶아서 놓고 오면서도 마음에 걸릴 뿐이다.

이번에 <4인4색 엄마표 튼튼간식 레시피>를 만나 보니, 아이들 간식은 그저 염려와 걱정으로만 그칠 일이 아니라, 엄마가 사랑과 정성으로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 책에서는 소개되는 간식들은 블로그에 올려진 레시피을 특성처럼(개인적인 생각) 매우 따라하기 쉽고 간단한 요리방식으로 모양좋고 영양도 풍부한 요리가 완성이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한, 직접 해보지는 않았지만, 읽기만 하여도 눈에 훤히 요리과정이 그려지는 레시피가 당장 요리실습에 뛰어들고 싶게 하는 힘이 있다. 거기에는 같이 실린, 요리사진이 한 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특히, 이 책이 다른 요리책과 구별되는 점은 하나의 요리주제를 갖고서 4명의 요리사가 각자의 개성대로 요리의 레시피를 연달아 실어줌으로써 비교분석이 가능하게 해 줄 뿐 만 아니라, 직접 나만의 새로운 요리를 창조할 수 있게 호기심을 자극해준다는 점이다.

일테면, 게살이 주제라면, 게살스프, 게맛살완자, 딤섬게살샤오마이, 게살마끼 등으로 다양한 요리방법이 소개되는 식이다.

 

각 자의 요리마다 자신만의 팁이 소개되어 있어 요리 초보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으며, 이 책 한 권을 통달하면 아이들 간식은 결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은 마음이라니....

이들이 말하는 아이들 간식의 제일 중요한 것은, 평범한 재료에서 시작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다만, 평범한 재료도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있다면 얼마든지 멋진 간식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운다.

개인적으로 한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재료구하기의 용이함에 비해서 뒷부분의 레시피는 오븐이 없으면 요리를 할 수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이 책을 계기로 아무래도 미뤄두었던 오븐을 구입해야 할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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