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님 싸부님 1 - 이외수 우화상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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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외수의 책에서 그의 이름이 아주 단순하게 지어졌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외가에서 태어나서 외, 자에다 돌림자인 수,를 합해 외수,라고 지었다고 자신의 이름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정작 기인이라는 평을 듣는 작가에 비해 의외로 이름은 별다른 특별한 의미없이 쉽고도 편하게 지어진 과정에 웃음을 머금었던 기억이 난다.

<사부님 싸부님1, 2>을 읽으면서 갑자기 저자의 이름의 의미가 생각이 났다.

별다른 의미없이 지어진 이름이 어쩌면 깊은 의미가 담겨진 이름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뜬금없는 생각이 순간 머리를 스친 것이다.

이외수님의 책은 작년에 <하악하악>을 참 재미나게 읽었었다.

그전에는 주로 저자의 단편이나 장편소설을 몇 권 접해봤는데, 세밀화와 함께 저자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말이 담긴 <하악하악>은 저자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신선한 언어감각과 깊은 사유가 담긴 글이어서 독서후의 느낌이 만족스러웠었다.

<사부님 싸부님1, 2>은 우화집으로 이미 1983년에 출간되어 '외수 마니아'를 양산하는 단초가 된 작품집이며, 1991년(예문각), 1996년(금문서관), 2002년(자인)에 개정 출간되었고, 드디어 출간 27년 만에 판형을 축소하고 컬러링을 첨가해  2009년에 새로히 단장하여 재출간되었다고 한다. 

그대여

만약 그대도 마음의 눈이 뜨여 있다면 인정하리라.

작은 먼지의 입자 하나도 얼마나 거대한 우주인가를.

 책 띠지에 선문답처럼 적혀 있는 이 문구가 <사부님 싸부님 1,2>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우화상자의 시작은 강원도 두메산골의 작은 웅덩이에서 다른 올챙이와는 달리 하얀색 돌연변이로 태어난 한 올챙이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그 전에 내 눈에는 개구리알로 보이는 이 피해망상증 환자에게는 총구로 보이고, 배금주의자에게는 이것이 엽전으로 보이고, 안과의사에게는 이것이 눈알로 보이고, 아낙네에게는 이것이 단추로 보이고, 보이고, ...

이 책을 읽는 법은 먼저 학교에서 배운 제반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첫 페이지에서 저자는 밝히고 있다.

고정관념을 버리고서 다시 이 우화의 줄거리를 따라가 보자면, 깊은 산중에서 도인들의 문답을 들으며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은 하얀 올챙이는 문답하는 노인을 사부님으로 섬기게 된다.

그리고 개구리로 성장하는 것을 거부한 채, 하얀 올챙이는 바다로 가기 위해 웅덩이를 떠나 긴 여정에 나서게 된다. 그 여정에는 저수지도 있고, 댐도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어종들과의 만남속에서 인간세상을 풍자하는 선문답을 때론 진지하게 때로는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능수능란하고도 표정있는 만화와 함께 잘 그려내고 있다.

이 하얀 올챙이의 여정에는 제자도 한 마리 생긴다. 까만 올챙이 한마리가 하얀 올챙이를 싸부님,으로 모시고 그 여정에 동참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저자는 그의 풍모처럼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생각지도 못할 엉뚱한 화제로 넘어가기도 했다가 다시 마냥 웃고 넘어가기에도 잠시라도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저자만의 글과 그림을 보여준다.

비록 두 권의 두꺼운 분량이지만, 쉽게 쉽게 넘어가는 장점이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힘들이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다 읽고 나니 띠지의 문구 외에는 그다지 기억이 남는 것이 없어 개인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살짝 아쉬운 책이었다. 그나마 그 문구마저도 너무도 식상한 문구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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