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지키는 아침식사
리스컴 편집부 엮음 / 리스컴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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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 끼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주부 생활에서 으뜸을 차지하는 스트레스 요인이다.

치워도 치워도 표 안나는 살림도 그렇지만, 왜 인간들은 하루 세 끼를 꼭 먹어야만 하는지 짜증이 날 정도다. 물론, 식도락가도 있는 만큼 먹는 즐거움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주말 휴일이라도 될라치면 아침먹고 돌아서면 점심차릴 시간, 점심 먹고 쉴려고 하면 다시 저녁 먹을 시간...그리고 그 사이 사이 간식까지 정말 비명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다 영양소와 경제까지 고려해서 식단을 짜야 하는 주부의 괴로움이라니...

오랜 객지생활로 인해 언젠가부터 아침을 먹지 않고 있었다. 육체노동을 하지 않으니 그다지 아침을 먹지 않아도 하루 일과를 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결혼하고 나서부터 이런 식습관은 좀 문제가 생겼다.

이를테면 내가 먹지 않는다고 아침을 준비하지 않을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출근하는 남편의 식사를 준비하다 보니 처음에는 잘하다가도 정작 내가 그리 절실하지 않으니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이용하게 된 것이 선식이었다. 처음에는 탐탁치 않아라 했던 신랑도 이제 익숙해졌는지 별 말이 없다. 그러나 임신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아침을 거를 수가 없게 되었다. 입덧이 심한 이유도 있었지만, 영양이 혹시나 부족할까 하여 억지로 먹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아침마다 식단 메뉴로 지금까지 늘 고민이 되고 있다. 간단한 토스트와 계란, 우유, 쥬스, 선식, 요구르트에 마를 간 것, 과일, 누룽지, 떡, 만두, 그리고 간단한 한식 등 아무리 간단하게 한다고는 해도 출근준비를 하면서 아침식사를 준비한다는 것은 늘 분주하다.

그러나, 이 책 결론부터 말하면 딱! 맞춤이다. 요긴하다..아주 쓸모있다.

지금까지 요리책은 10권 남짓 읽어봤으나, 이 책만큼 맘에 드는 책은 드물었던 거 같다.

왜 아침식사가 필요한가, 에 대한 내용부터, 먹는 사람의 직업이나 건강 상태에 따른 아침식사 재료 소개,

그리고 다른 책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친근하면서도 쉬워보이는 가정식 요리법, 등 아주 유용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예를 들면, '쌀뜨물이 없으면 밀가루를 조금 개어 된장국에 넣어 끓이면 같은 효과가 난다. 즉 된장국물이 겉돌지 않아서 더 맛있게 된다'와 같은 비법의 소개는 아주 반갑다.(이런 비법은 아주 많이 소개되고 있다). 아침식사의 레시피로는 5대 영양소를 적절히 배합한 밥과 국, 죽과 수프, 빵과 샌드위치, 샐러드, 생식, 선식, 시리얼, 건강주스, 과일 등을 소개해주고 있다. 요리에 이용되는 재료들도 아주 친근하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아침식사로 죽의 종류는 익히 알고 있는 것이 많았지만, 서양식 수프의 소개는 그 방법이 아주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자주 해보지 않은 음식이었지만,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거 같아 좋았다.

덧붙여, 유명 건강박사들의 다양한 아침상을 엿보는 코너를 첨부하여 자신에게 맞는 아침식사의 필요성과 건강과의 관계를 다시 한번 강조해주고 있다.

책 속에 실려있는 사진들은 화려한 식기나 요란한 데코를 생략한 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영양가 풍부한 호밀빵처럼 아주 실용적인 요리책이다.

주부생활이 10여년 넘은 나같은 사람에게도 아주 좋겠지만, 이 책은 미혼의 아가씨들이나 신혼의 새댁이 아주 환영할 만한 책이다. 그리고 아침식사에 관심이 많은 남성들도 이 책을 참고로 하면 좋을 거 같다.

아침식사를 영어로 'Break-Fast'라고 하는데, 'Break'는 깨뜨린다는 뜻이고, 'Fast'는 굶는다는 뜻이다. 즉, '굶는 것을 깨뜨린다'는 것으로 '절대로 굶지 말라'는 뜻이라고 해석된다. 또한, 중년 이후에 아침식사를 거르면 치매가 빨리 온다고도 한다. 이렇게 아침식사를 해야 할 이유는 아직도 많다. 복부비만인 사람들이 더 빨리 배가 고프다고 한다. 아침식사를 하지 않고 점심, 저녁을 과식하는 경우에는 복부비만이 되기 쉽다. 마흔이 넘어가면서 단순히 나잇살로 취급하고 말았는데, 이 책을 읽어 보니 아무래도 아침을 거른 탓이 큰 거 같다. 그렇다고 점심, 저녁을 과식하지는 않으나 그리고 간식도 별로 좋아하지 않은 편이지만 지속적으로 몸무게가 늘어나고 복부만은 꺼지질 않으니 아침식사에 그 열쇠가 있었음을 알겠다. 얼마전부터 물 한컵은 꼬박꼬박 먹기 시작했으니, 이제부터는 간단하게라도 남편과 아이들에게만 식사를 챙겨주지 않고 같이 식탁에 앉아서 건강한 하루를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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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한국사 - 역사 속의 진실 혹은 거짓
이정범 지음 / 풀빛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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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입학해서 전공수업을 듣다가, 머리 하얗게 세신 노교수님 한 말씀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한글을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만들었다고 알고 있는데,,그것은 다 틀린 말입니다. 한글은 이미 단군조선때부터 가림토문자라고 있었어요. 그 사실을 연구.조명하지 않으면 일본의 고대문자와 가나문자가 우리나라 한글보다 그 생성시기가 빠른 이류를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이 부분은 이 책에서도 나온다).그 때 한단고기, 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그 수업 이후로 기존에 내가 알아 왔던 역사적 사실이 과연 진실인가, 에 대한 오랜 의문을 지금까지 가져오고 있다. 이런 의문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내게 질문을 던져올때마다 많은 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우리가 교과서나 통사에서 배웠던 역사에 대해 '그것이 과연 진실이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하고 있다. 저자는 이것을 '우리 역사의 뒷담화'를 수면으로 끌어올렸다고 말하고 있다.

하여 한민족의 먼 조상이 한반도로 정착하던 아득한 시절부터 대한민국 정부 수립까지의 역사를 시대 순서에 따라 20개의 장으로 구성하여 익히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의 진실 혹은 거짓을 추적하고 있다.

그 추적의 발길은 일요일 아침의 모TV프로그램처럼 독서하는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과 거짓을 경계를 넘나들며 긴장감속에서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여 참으로 이 책이 가지는 흡인력과 가독성이 대단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저자는 역사가 과거의 진실이라고 믿는 자들에게 역사란 소위 ' 이긴 자가 만들어 낸 역사'일 수도 있고, '사관이나 역사학자의 주관적 기술'일 수도 있음을 우리에게 말해 준다. 전제한 채 과거의 역사속으로 들어가 보자.

 

백제 초기의 도읍인 위례성으로 유추되는 풍납토성 발굴모습은 문화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청계천 복원사업이나 숭례문관리문제, 낙산사 유실사건등...

언젠가 내가 근무하는 박물관에서 아파트 건설예정지를 시굴조사를 하다가 유물을 발견하게 되어 발굴조사로 그 방향을 틀게 되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시공건설업체가 밤의 세력들이다 보니 공기를 당기고자 유물을 덮고 완료보고서를 쓰라고 압력을 가하고, 협박성 말까지 한 적이 있었다. 굴하지 않고 발굴을 진행한 결과 언론에까지 대서특필될 백제유물을 발굴한 적이 있었다. 이처럼 국토 곳곳에서 개발과 보존사이의 대립과 문제점은 명쾌하게 해결되지 못한 채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길항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일본서기>에 대한 부분은 전혀 알지 못했던 역사라서 흥미로왔다. 일본역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함은 중국역사에 비해서 일본에 대한 것은 의도적으로 피한 탓이 크지만, 쉽게 접하지 못한 것도 한 이유가 되겠다. 가야의 허황옥의 설화는 개인적으로 김병모 박사의 인도계 남중국 출신설 의견에 손을 들고 싶다. 언젠가 김해시에서 인도의 아요디아국 왕자내외를 초대하여 서로 교류하기로 협약서를 체결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와 같이 실질적으로 이희근박사의 왜 출신설보다 더 많은 증거자료가 발견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허씨 종친회에서 이 설에 힘을 더 싣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허황옥의 왜 출신설에 보면, 왕후사를 지은 후 왜나라가 가야에 복속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허황옥의 출신때문이라기 보다는 인도계 남중국 출신설에 의하면 일본의 시조신인 히미코가 허황옥이 낳은 두공주중에 한 명이기 때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봤다.

 

일본의 '칠지도'부분은 매우 흥미롭게 다가오는 내용이다. 언젠가 읽었던 역사책에서 이 칠지도의 나무는 신라왕관의 나뭇가지 모양과 관련이 있다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시원스레 뻗은 나무를 상징한 것이기도 하지만, 기원, 소망을 담은 솟대의 그 나무와의 연관성을 생각해볼 때, 자작나무와 관련이 있다는 글을, 그리고 천마총의 천마도가 그려져 있던 재질 또한 자작나무였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동시에 떠오른다.

 

유득공의 저술한 '발해사만 있었던들 발해의 옛 영토를 조선으로 귀속시킬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로 시작하는 [발해고]는 잃어버린 우리의 고토를 안타깝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깨닫게 해준다.

역사적인 의미에서나 풍속과 문화의 계승을 놓고 볼 때 발해사는 여지없이 한국사의 일부분임에 확실함에도 현재 고구려 및 발해 영토의 대부분을 중국이 '실효적으로'지배하고 있는데다 우리나라 학자들에게는 해당 지역에 대한 출입조차 금하고 있어, 한국의 발해사 연구는 지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조지 오웰의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며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라는 말의 힘을 우리는 중국의 동북공정 작업에서 뼈아프게 알고 배우고 있는 것이다.

 

임진왜란을 '조일전쟁'으로 다시 불러야 한다는 시각은 새롭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용어의 재정립은 매우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임진왜란시 활약했던 역관 홍순언의 미담은 익히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으나, 다시 보아도 감동스럽고 더군다나 은혜를 갚은 명나라 유씨여인이 두 아들과 귀화하여 해주 석씨의 시조가 되었다는 새로운 사실은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어 반가왔다.

 

이 외에도 의자왕과 삼천궁녀의 오인되기까지의 전말, 사대주의자 대표로 낙인찍인 김부식에 대한 변명, 태조 왕건의 훈요십조에 대한 이견들은 해당 지역과 관련이 많은 나에게는 실로 안타까운 내용들이었다. 소현세자 부부에 대한 내용은 다시 읽어도 너무 안타까와서 한숨만 나왔다.

 

이 외에도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관련된 역사 기록이나 주장들을 다양하게 검토하며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풍부한 내용으로 가득하며, 부득이하게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간 부분도 오히려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여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제목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니 예비독자들은 역사란 딱딱하고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은 접어두길 바란다.

역사에는 가정이란 것은 존재한 않지만, 읽는 내내  만약~~ 했더라면,  식의 가정이 머리속에서 자꾸만 활개를 쳐 괴로왔다. 그러나 어쩌랴..흘러간 강물을 되돌릴 수가 없듯이 역사 또한 그러한 것을....

다만, 지금 흐르는 강물만큼은 제대로 물길잡아 도도히 흘러 넓은 바다에 가 닿기만을 눈 부릎뜨고 온 국민이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선 먼저 이 책을 통해 서프라이즈~~ 한 연후에 눈을 부릎 뜰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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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동양철학사 - 한권으로 끝내는 동양철학 이야기
강성률 지음, 반석 그림 / 평단(평단문화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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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삶을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여러가지 의문들에 대한 가장 현명한 해답과 또한  삶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와 그리고 그 지침들을 알려준다. 따라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미 깨달음을 얻은 자의 한마디는 깊은 밤 안개속에서 만나는 불빛과도 같다. 어떻게든 우리가 살아가면서 선택하는 행동이나 생각의 방향은 그 저변에는 부지불식간에 철학을 기반으로 한 사상이 깔려 있는 것이다.(궤변이든 , 지혜로운 이론이든)  그래서 철학은 인생에 대해서 심도있게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학문임에 분명하다. 또한 나의 경우처럼 나이가 들면서 삶이 가지는 그 모순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질수록 철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거 같다.

세간에 흔히 회동하는 철학모임들은 대체적으로 서양철학을 그 중심으로 한다. 소크라테스에서부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니체, 들뢰즈, 칸트, 데카르트...등...발음도 어려운 서양철학자의 이름은 눈감고도 앞으로 스무명은 더 셀 수 있을 거 같다.  아마도 열거한 철학자의 학문의 깊이나 그것에의 이해의 차원과는 별개로 아주 익숙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우리가 속한 동양에 대해서는 소홀히 한 탓이기도 하고, 또한 문화에도 힘의 논리가 작용하여 서양 문물에 대한 사대주의 사상으로 더 중히 여겨 자주 접해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하늘아래 세상사람들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과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흡사한 부분이 많아서 놀래곤 한다. 어디 철학사상뿐이겠는가...신화나 전설, 그리고 각종 동화의 유형을 조금만 관심있게 들여다보면 동서양의 지리적, 문화적 차이를 전제하고서도 많은 부분에서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단 한권으로 상고 시대의 신화부터 현대 철학의 흐름까지 역사와 함께 동양 철학의 본류라 할 수 있는 중국철학과 인도철학, 그리고 한국철학을 다루고 있는데, 서양의 철학자들과 자연스레 연결해서 설명해주는 부분들은 독자의 이해를 도와 준다. 예를 들면 소크라테스를 공자에, 성선설의 맹자를 플라톤에, 성악설의 순자는 아리스토텔레스에 비견하고 주자는 동양의 칸트로 일컬어진다. 더군다나 담아 내고 있는 내용 또한 그 범위가 방대하나, 간략하면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설명되어 있어 아주 유용하다. 저자가 이 나라의 동량을 키워낼 미래의 교원들을 가르치는 교수이어서인지 철학의 그 방향성까지 정리한 내용은 일목요연하여 언뜻 이해안되는 내용도 머리속에 정리만큼은 쏙쏙 잘 되는 장점이 있다. 단락 단락마다 하단에는 별도로 철학자의 사상과 관련한 논술문제를 배치하여 방금 읽은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그리고 생활속에서 철학사상은 어떻게 그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해 준다. 제목 그대로 청소년들에게 아주 유익할 뿐 만 아니라 동양철학에 지식이 일천한 나에게도 매우 유익했다.  내 지식의 얕음을 탓해야 겠지만, 처음 들어보는 고사도 많고, 인물들도 많아서 더 깊이 있는 공부가 요구되지만 그 또한 흥미를 충분히 자극했기에 좋았다.

이 책의 4/3은 중국철학으로 채워지고 있다.  나머지 부분에서 인도철학과 한국철학을 언급하고 있을 뿐.

중국의 삼대 사상으로 인의도덕을 부르짖는 유가, 무위자연을 내세운 도가, 겸애절용을 제창한 묵가를 설명하고 그에 속하는 철학자들에 대해서 소개해놓고 있다. 이외에 법가, 제자백가, 청담사상가 등..에 대한 소개가 이어지며, '중국의 불교'와 '중국 안의 불교'로 구분되는 불교에 대한 설명과 함께 '뜰 앞의 잣나무'로 의미지어지는 중국 선종과 관련하여 승려와 그 내용이 자세히 소개된다. 성리학으로 중국 철학이 통일을 이뤘으며, 마지막으로 심학과 양명학에 대한 언급으로 중국철학에 대한 설명을 정리한다.

 

인도 철학이란, 고대와 현대, 힌두와 비힌두, 유신론자와 무신론자를 모두 포함하는 전체 사상가들의 철학적 사색을 의미한다. 가장 큰 특징은 서로 다른 학파들끼리 공존하면서, 오랫동안 숙고와 토론을 통해 공통점을 찾아간다는 것인데,  앞으로도 인도철학이 바로 이점을 계속 유지 발전시킨다면 서양과 동양, 그리고 다른 근원으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사상을 아우르는 위대한 철학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저자는 언급하고 있다.

 

한국철학은 과연 독창적인 한국철학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언급하면서도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오면서 중국과 인도, 그리고 서양으로부터 다양한 문화와 사상을 흡수하는 동안, 나름대로 철학적 진로로 모색해왔음을 주장한다.

그 가운데서도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승화된 단군신화와 신라의 화랑도 정신을 포함하여 고려와 조선의 호국정신으로까지 발현된 불교사상, 그리고 정치 현실에도 구현된 유교적 이념등은 우리의 민족적 자부심을 드러낼 만 하다고 보여진다. 퇴계 이황의 학문이나, 동학에서 시작한 천도교, 물질이 개벽하니 정신도 개벽하자고 주장한 원불교, 한국을 미래사회의 중심에 놓자고 역설한 증산교(요즘 다시 주목받고 있다) 등 우리의 토양과 민족에 어울리는 신흥종교들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있다.

 

이렇게 동양철학의 중심사상을 훑어보면서 저절로 현 우리나라 상황을 대입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중에서 특히 공자나 맹자, 순자, 묵자등은 사회적 혼란기 때 나라를 제대로 세우려고 노력했던 사상가들이다. 그들이 주장한 이론들은 각기 다르나 그 원래의 목적은 나라의 부강과 안녕, 그리고 백성 개개인의 행복을 위한 것 등으로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이 일맥상통한다.

시대가 어지러울수록 앞서 간 선현들의 사상들이 재조명받으며 주목받게 된다. 그런데, 주목은 우리 국민들만 하나 보다. 이 땅의 위정자들이 이들 사상가들이 말하고자 한 바를 주목하길....그렇게 하지 않았을 시 그 결과가 어찌 되는지를 재인식하길....그것마저도 어렵다면, 백성의 목소리에 귀만이라도 기울여주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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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편지 - 유목여행자 박동식 산문집
박동식 글.사진 / 북하우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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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낯선 이국에서 누군가가 보내온 한 장의 엽서같은 느낌을 마구마구 풍겨주는 보랏빛 표지는 여행이라는 두 글자에서 연상되는 매력적인 모든 것을 떠오르게 한다. 대부분의 독자가 이미 유목여행자 박동식이라는 이름을 알고서 선택했을 수도 있지만, 나에겐 저자의 이름 석자보다는 신비로운 느낌의 표지가 끌어당기는 힘이 더 강렬했다.

보통의 책사이즈보다 한 치수 작은 크기의 책은 손안에 쏘옥 들어와 편하게 휴대하기 좋고, 길가다가 문득 호젓한 벤취를 만나면 그곳에서 잠시 머무르며 개인적인 사유의 시간과 함께 읽기에 딱! 좋다.




흔히, 여행을 우리네 삶과 닮았다고들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여행하는 그 길 위에서 삶에 대한 지혜와 방향을 얻기도 하고, 참자아를 찾아가기도 하며, 또한 그 길 위에서 행복과 즐거움, 때로는 슬픔과 절대고독을 느끼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삶이 여행인지, 아니면 여행이 삶인지 구분하지 않은 채...그렇게...

저자가 여행한 곳은 그리 문명의 이기가 많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들, 그리고 도시들이다.

인도, 라오스, 태국, 싱가포르, 중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등의 이국적인 도시의 길목에서 만난 사람들, 풍경들은 참 소박하다 못해 가난하고 남루한 것들이다. 그래서 더 정겹게 다가오는 무엇인가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활자로 그리고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담아낸 이국의 풍경들은 몇 십년 전 우리 나라에서 만나던 모습들과 왜 그리도 닮아 있던지,..오래도록 시선을 고정한 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다.

언젠가 꿈꾸었었던 나의 여행과 너무도 흡사해서 마음이 설렌다.

어쩌면 앞으로 나의 여행길에 많은 추억이 되어줄 이 여행기록은 내가 꼭 만나야 할 미래의 벗이 보내온 엽서였는지도 모른다.

저자가 카메라 앵글을 통해서 포착해 낸 현지 사람들의 일상모습, 천진한 아이들의 표정, 지나치는 풍경 등....저자의 시선이 그러해서인지 어쩜 그리도 따스하고 해맑고 투명한지 사진속으로 한없이 빨려들어가는 듯한 혼란스러움은 그의 여로에 같이 동행하는 느낌을 줄 정도다.

 

특히나, 그가 라오스의 방비엥에서 맞은 지난 세기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풀어낸 단상은 그의 진한 외로움이 너무도 담담하게 그려져 있어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바뀐다는 이유로 그해 연말 세상은 많이도 흥분했을 것이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하는 세상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고 있을 때 그들은 침묵하며 새벽강에 그물을 드리우고 있을 뿐이었다. 해가 지고 다시 떠오르는 수많은 날들 중의 하루 그 이상은 아니었던 것이다. 

방비엥에서 그날 내가 배운 것은 내가 의미를 부여했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없는 일일 수도 있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때 더욱 공허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64p)

그럴 수만 있다면 그렇게 살고 싶다, 그토록 특별한 날의 새벽에도 이른 강가에 나가 말없이 그물을 드리우는 어부의 마음으로 묵묵히 오늘을 살 수만 있다면 그렇게 살고 싶다.(65p)

 

그가 간 곳은 혹은 그가 떠난 곳은 소위 말하는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다. 노잣돈이 충분했던 것도 아니다. 여행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여행이었던 사람...

말 그대로 맘 가는 대로, 그리고 발길 닿는 대로 그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서 다다른 이국의 도시들은 매우 색다른 풍취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편지속에서 만나는 스쳐지나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초연한 자세는 그의 [여행자의 편지]가 내게는 '구도자의 편지'로 다가왔다. 사람살이의 핵심을 관통해주는 사상의 길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언뜻 이 책은 1980년대의 일본의 여행작가였던 후지와라 신야의 [동양기행]과 흡사한 분위기를 풍긴다. 여행이 곧 삶이었던 두 작가가 비록 발 디딛고 서 있었던 그 시대를 달리 했을 뿐, 세상을 바라보는 앵글의 유사성에서 기인한 탓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어느 순간부터 여행과 삶을 동일시하며 우리의 삶 또한 긴 여행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행을 통해 끊임없는 이별 연습을 하고 있었는지도. 그러나 그 많은 이별에도 불구하고 이별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별은 얼마나 더 연습해야 충분해지는 것일까.얼마나 더 반복되어야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는 것처럼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수 있을까(296p)

삶은 일회성이다. 우리 모두의 길은 각기 다른 길이다. 갔던 길을 되돌아와 새로운 길을 간다고 해도 그 길이 어제의 길은 아니다, 때문에 남과 내가 비교될 수 없으며 나 자신도 동시에 두 개의 길을 갈 수 없으니 그 어떤 삶도 저울질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너무 사소한 것까지 비교되며 살았다. 이제 스스로의 길을 가야 할 때다.(서문에서~)

 

여행과 인간의 삶은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다. 사람들이 늘 여행을 꿈꾸고 마음 깊이 소망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삶의 본질과 닮아서였는지도, 또는 인간 시원의 본능에 가장 가까운 형태의 삶이어서인지도 모르다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모처럼 멋진 책을 만나서 내 온 몸의 세포가 숨을 제대로 쉬어본다.  어느새....

 

캄캄한 밤 9:25

붉은 글씨로 점멸하는 밤시간...그 시간 아래 저자는 말한다..여행을 꿈꾸는 자들에게..

사람아.

머뭇거리기에 날이 길지 않으니

이제 길을 떠나자.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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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담거리의 펜더윅스
진 벗설 지음, 이원형 옮김 / 지양어린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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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가담거리의 펜터윅스>는 2005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펜터윅스]의 그 두번째 이야기이다.  [펜더윅스]는 베스트셀러에 뽑히기도 했을 뿐 만 아니라 당시에 문학평론가들로부터 '성장소설의 결정판'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고 한다. 펜더윅 가의 네 자매인 로잘린드, 스카이예, 제인, 배티건스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현대판 <작은아씨들>의 이야기인 이 책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따스하고 단란한 한 가족이야기라는 데에 있다.

 

막다른 골목으로 다섯집만이 살고 있는 조용한 동네인 가담 거리에서 펼쳐지는 네 소녀의 성장이야기는 하루하루의 일상, 자매끼리의 대화,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 이웃과의 어울림 등을 자연스레 담아내고 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동생들을 돌보며 펜더윅 가의 안주인으로서 훌륭히 살림을 해내는 큰딸 로잘린드, 홀로 된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나 어린 동생들을 거두는 손길이 으젓하면서도 얼굴까지 어여쁜 소녀이다. 둘째인 스카이예는 천체망원경으로 지붕위에 올라가서 하늘의 별보기를 즐겨하며  수학과 물리학을 좋아하고 안토니오 피자집 축구팀의 주장으로도 활약하는 지성적이며 똑똑한 열 한살의 소녀이고, 셋째 제인은 공상과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성이 넘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소녀이며, 막내인 넷째는 언제나 천재스러운 창조적인 놀이와 생각을 하며 이 집에서 또 하나의 가족인 개 하운드와 늘 함께 스파이놀이를 한다. 그리고, 아내를 떠나보낸 후, 사랑스런 네 명의 딸들을 의지하면 살아가는 캐머런 대학의 교수이자 식물학자인 마틴 펜드윅.

 자상하고 따뜻하고 배려넘치는 아빠와 함께 하는 네 소녀들의 일상의 평화는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푸른색 편지로 인해  위협을 받는다. 그리고는 이내 퀴글리 숲 속, 그들만의 공간에서 비밀 회의인 '몹스'를 가진다. 펜더윅 자매들은 모두 언니나 동생에 관해 일러바치지 않으며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는 '몹스'회의를 통해 가장 어린 베티건스의 의견까지 존중하여 결론을 얻는다. 이런 자세는 아빠인 마틴의 양육방식에서도 보여진다. 항상 딸들과 수평적인 시선으로 대화하며 조율하는 모습이 매우 신뢰감있고 바람직한 아버지상이어서 이 소설의 결말이 해피엔딩이 될 수 밖에 없었으리라...

어쨌든, 회의를 통해 미래의 새엄마에게서 아빠를 구하자는 작전에 돌입하는 네 소녀. 그 작전은 네 소녀들의 학예발표회에서 연극무대, 토미와 로잘린드와의 사랑이야기, 할로윈축제에서의 사건, 스카이예의 보스턴 방문, 등 네 소녀의 성장스토리와 어우러져 펼쳐진다. 특별한 내용이 없고 결론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소소한 재미가 있어 책은 즐겁게 읽혀진다. 그리고 은근히 교훈적이며 품위있는 내용과 잔잔하면서도 따스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는 초콜릿처럼 달콤하거나 사이다처럼 톡 쏘지는 않지만, 물처럼 자연스럽고 물리지가 않는다..

재밌게 발견한 내용으로는 축구경기를 하면서 상대편을 자극하고자 내뱉는 욕중에 제인이 멜리사에게 '어이, 미친소! 너희들은 모두 미친 소야'라고 하는 장면이었다. 우습기도 하면서 씁쓸해지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빠가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해 여동생이 주선하는 데이트를 거부하고자 연출한 마드린느,라는 가상의 여인(사실은 소설속 주인공)과 데이트하는 장면은 참 가슴이 아리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이기도 했다. (그 장면에서 나는 내 경우를 대입해 보기도 했다.과연 그래줄까? 우리 애들아빠는?ㅠㅠ.내가 오래 살아야지..ㅎㅎ)

 

이 책은 <작은 아씨들>의 현대판이라고 불리워질 만큼 많은 부분에서 마아가릿, 조우, 베그, 에이미가 연상된다. 그러나, 저자가 만들어낸 독립된 캐릭터임이 분명하게 느껴질만큼 개성적이기도 하다. 이 책은 가족 모두가 서로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알고 배려한다면 곧 가족 모두에게 그들이 원하는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펜더윅스]의 첫번째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 뭐니뭐니해도 영화든 책이든 일탄이 더 근사한 거 같기에. <작은 아씨들>을 즐겁게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 책도 읽어보시길...그만큼은 아니어도 읽어 볼 만하다.

 

 

 

 

 

 

덧붙임) 내가 발견한 오타 : 190P의 첫번째 줄에서 내용의 전개상  '토미'가 아니라 '닉'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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