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한국사 - 역사 속의 진실 혹은 거짓
이정범 지음 / 풀빛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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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입학해서 전공수업을 듣다가, 머리 하얗게 세신 노교수님 한 말씀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한글을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만들었다고 알고 있는데,,그것은 다 틀린 말입니다. 한글은 이미 단군조선때부터 가림토문자라고 있었어요. 그 사실을 연구.조명하지 않으면 일본의 고대문자와 가나문자가 우리나라 한글보다 그 생성시기가 빠른 이류를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이 부분은 이 책에서도 나온다).그 때 한단고기, 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그 수업 이후로 기존에 내가 알아 왔던 역사적 사실이 과연 진실인가, 에 대한 오랜 의문을 지금까지 가져오고 있다. 이런 의문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내게 질문을 던져올때마다 많은 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우리가 교과서나 통사에서 배웠던 역사에 대해 '그것이 과연 진실이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하고 있다. 저자는 이것을 '우리 역사의 뒷담화'를 수면으로 끌어올렸다고 말하고 있다.

하여 한민족의 먼 조상이 한반도로 정착하던 아득한 시절부터 대한민국 정부 수립까지의 역사를 시대 순서에 따라 20개의 장으로 구성하여 익히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의 진실 혹은 거짓을 추적하고 있다.

그 추적의 발길은 일요일 아침의 모TV프로그램처럼 독서하는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과 거짓을 경계를 넘나들며 긴장감속에서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여 참으로 이 책이 가지는 흡인력과 가독성이 대단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저자는 역사가 과거의 진실이라고 믿는 자들에게 역사란 소위 ' 이긴 자가 만들어 낸 역사'일 수도 있고, '사관이나 역사학자의 주관적 기술'일 수도 있음을 우리에게 말해 준다. 전제한 채 과거의 역사속으로 들어가 보자.

 

백제 초기의 도읍인 위례성으로 유추되는 풍납토성 발굴모습은 문화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청계천 복원사업이나 숭례문관리문제, 낙산사 유실사건등...

언젠가 내가 근무하는 박물관에서 아파트 건설예정지를 시굴조사를 하다가 유물을 발견하게 되어 발굴조사로 그 방향을 틀게 되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시공건설업체가 밤의 세력들이다 보니 공기를 당기고자 유물을 덮고 완료보고서를 쓰라고 압력을 가하고, 협박성 말까지 한 적이 있었다. 굴하지 않고 발굴을 진행한 결과 언론에까지 대서특필될 백제유물을 발굴한 적이 있었다. 이처럼 국토 곳곳에서 개발과 보존사이의 대립과 문제점은 명쾌하게 해결되지 못한 채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길항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일본서기>에 대한 부분은 전혀 알지 못했던 역사라서 흥미로왔다. 일본역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함은 중국역사에 비해서 일본에 대한 것은 의도적으로 피한 탓이 크지만, 쉽게 접하지 못한 것도 한 이유가 되겠다. 가야의 허황옥의 설화는 개인적으로 김병모 박사의 인도계 남중국 출신설 의견에 손을 들고 싶다. 언젠가 김해시에서 인도의 아요디아국 왕자내외를 초대하여 서로 교류하기로 협약서를 체결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와 같이 실질적으로 이희근박사의 왜 출신설보다 더 많은 증거자료가 발견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허씨 종친회에서 이 설에 힘을 더 싣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허황옥의 왜 출신설에 보면, 왕후사를 지은 후 왜나라가 가야에 복속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허황옥의 출신때문이라기 보다는 인도계 남중국 출신설에 의하면 일본의 시조신인 히미코가 허황옥이 낳은 두공주중에 한 명이기 때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봤다.

 

일본의 '칠지도'부분은 매우 흥미롭게 다가오는 내용이다. 언젠가 읽었던 역사책에서 이 칠지도의 나무는 신라왕관의 나뭇가지 모양과 관련이 있다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시원스레 뻗은 나무를 상징한 것이기도 하지만, 기원, 소망을 담은 솟대의 그 나무와의 연관성을 생각해볼 때, 자작나무와 관련이 있다는 글을, 그리고 천마총의 천마도가 그려져 있던 재질 또한 자작나무였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동시에 떠오른다.

 

유득공의 저술한 '발해사만 있었던들 발해의 옛 영토를 조선으로 귀속시킬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로 시작하는 [발해고]는 잃어버린 우리의 고토를 안타깝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깨닫게 해준다.

역사적인 의미에서나 풍속과 문화의 계승을 놓고 볼 때 발해사는 여지없이 한국사의 일부분임에 확실함에도 현재 고구려 및 발해 영토의 대부분을 중국이 '실효적으로'지배하고 있는데다 우리나라 학자들에게는 해당 지역에 대한 출입조차 금하고 있어, 한국의 발해사 연구는 지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조지 오웰의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며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라는 말의 힘을 우리는 중국의 동북공정 작업에서 뼈아프게 알고 배우고 있는 것이다.

 

임진왜란을 '조일전쟁'으로 다시 불러야 한다는 시각은 새롭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용어의 재정립은 매우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임진왜란시 활약했던 역관 홍순언의 미담은 익히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으나, 다시 보아도 감동스럽고 더군다나 은혜를 갚은 명나라 유씨여인이 두 아들과 귀화하여 해주 석씨의 시조가 되었다는 새로운 사실은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어 반가왔다.

 

이 외에도 의자왕과 삼천궁녀의 오인되기까지의 전말, 사대주의자 대표로 낙인찍인 김부식에 대한 변명, 태조 왕건의 훈요십조에 대한 이견들은 해당 지역과 관련이 많은 나에게는 실로 안타까운 내용들이었다. 소현세자 부부에 대한 내용은 다시 읽어도 너무 안타까와서 한숨만 나왔다.

 

이 외에도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관련된 역사 기록이나 주장들을 다양하게 검토하며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풍부한 내용으로 가득하며, 부득이하게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간 부분도 오히려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여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제목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니 예비독자들은 역사란 딱딱하고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은 접어두길 바란다.

역사에는 가정이란 것은 존재한 않지만, 읽는 내내  만약~~ 했더라면,  식의 가정이 머리속에서 자꾸만 활개를 쳐 괴로왔다. 그러나 어쩌랴..흘러간 강물을 되돌릴 수가 없듯이 역사 또한 그러한 것을....

다만, 지금 흐르는 강물만큼은 제대로 물길잡아 도도히 흘러 넓은 바다에 가 닿기만을 눈 부릎뜨고 온 국민이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선 먼저 이 책을 통해 서프라이즈~~ 한 연후에 눈을 부릎 뜰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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