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2
미우라 시온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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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벌써 온 세상에 봄이 온 지가 꽤 되었는데도 연일 쏟아지는 격무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생활과 나의 생각은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거리고만 있었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때맞춰 나타난 그 제목에서도 열정이 느껴지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미우라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따뜻한 청춘소설, 이 책은 자연스레 나의 지난 날을 떠올리게 했다. 내 찬란했던 청춘의 꿈과 희망과 그리고 고통까지도.

 

우리 어렸을 때는 오리, 십리 걸어서 학교다니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개넘고 산넘어서 학교에 다니던 이웃마을 친구들이 있었지만, 학교가 있던 소재지에 살았던 나는 중학교에 입학하고서야 걸어서 통학하는 고통과 즐거움을 알았다.

읍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하루에 다섯번 다니는 버스는 등학교시간에는 맞지가 않아 우리 동네 아이들은 4Km되는 거리를 걸어서 다녔다.  아침일찍 교복에 책가방을 들고서 함께 모여서 재잘재잘 걷다보면 그 먼길이 순식간에 다 걸어버려 어느새 교문에 도다르곤 했다..언젠부터 모여서 가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면서 각자 나선 등교길...그 등교길을 40분에 걸려서 걸었었다. 그리고도 힘든 줄을 몰랐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기억은 바로 십리길을 나 혼자의 생각에 리듬에 맞춰서 걸었던 등교길의 추억이었다.

 

100M달리기는 언제나 공포였다. 선생님의 출발호각소리를 기다리는 심정은 늘 가슴이 쪼그라드는 느낌이었고, 달리는 도중에는 넘어지지나 않을까 공포스러웠다. 같이 달리는 친구와의 거리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은 기분은 내가 달리기를 제일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히 기록도 별로다. 허들이나 배구, 뜀틀넘기, 배드민턴 그리고 오래매달리기는 늘 우수한 점수를 받았는데, 유독 달리기는 다리짧은 나에게는 아킬레스건이었다. 그러나, 고등학교때 생긴 오래달리기는 예외였다. 이 책에 나오는 하코네역전경주에서는 속도도 중요했지만, 오래달리기는 포기하지 않는 자세와 끈기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이건 자신있었다. 그리고 너끈히 완주를 해내면서 달리기에 대한 콤플렉스를 치유할 수 있었다.




이십대 중반 어느해 12월 말에 지리산 등반에 나섰다. 새해 첫날 천왕봉에서 새해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나선 산행길. 장터목에서 추위와 바람과 싸우며 잠들지 못한 채 날을 꼬박 세운 채, 함께 산을 지켰던 사람들. 각자 가슴에 품었던 소망들은 비록 달랐을지라도 그 소망이 더할나위 없이 간절했을 것은 당연지사..낯선 이들까지도 친구로 느껴졌던 그 밤이 생각난다. 새벽 4시에 산을 타기 시작했다. 사위는 조용하고 칠흑같기만 한데, 한치 앞도 안보이는 산길을 앞사람의 발자국을 표시삼아 한 발 한 발 목표를 향해갔던 막막했던 시간. 그리도 드디어 1등도 꼴등도 없이 모두 천왕봉에 올라서 붉게 떠오르던 태양을 향해 마주섰던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기억을 만났다.




자꾸만 기억속에서 줄지어서 나오는 기억들이 내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대학 3학년때 가졌던 영호남화합도보대행진도 생각난다. 4일에 걸쳐서 하루에 80리씩 걸었던 시간들. 잊고 있었던 아주 세세한 느낌과 상황, 기분까지 생생히 살아나는 시간을 가졌다. 낙오되지 않고 완주해냈을 때의 그 가슴 가득 차오르던 환희, 자부심. 세상이 두렵지 않았던 시간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에서 나오는 10명의 선수들은 바로 어제의 나와 다름 없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들이 갖고 있는 상처, 영광, 우정, 희망, 가족, 꿈 등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한번씩은 고민하고 겪어왔던 문제이다. 하코네역전경주를 통해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간세대학의 육상부 선수들. 지독한 고통을 인내한 뒤에 맞이하는 각자가 성취해내는 환희는 이들을 하나로 묶어낸다. 하코네역전경주는 비록 단 이틀에 걸쳐서 치러지지만, 1년 동안 준비해오면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그들의 모습은 달리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담아낸 인생의 여러 단면을 표현한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코네역전경주는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완성될 수 없다.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고, 조심스러운 마음이나 자존심도 대던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된다. 하지만 달리는 동안은 혼자여서 타인의 생각이나 인간관계의 속박에서 해방되어 자신의 마음과 마주할 수 있다. 취향도, 살아온 환경도, 달리는 속도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달린다는 고독한 행위를 통해 한순간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이어지는 기쁨을 알게 해주었다.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다. 인생은 홀로 나와 마주하며 끝없이 달리는 외로운 길, 그러나 우리네 삶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코네역전경주처럼 말이다.




달리는 것에 대한 이 마음이 사랑과 흡사한 것이라면.....사랑이란 그 얼마나 일방적이고 보답 받지 못하는 것일까?'하고 가케루는 생각했다. 한번 매혹되면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오지 못한다. 좋고 싫은 것도, 득실도 초월하여 단지 끌려들어간다. 행선지도 알지 못한 채 깜깜한 어둠에 집어삼키지는 별들처럼. 힘들어도, 괴로워도,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어도 달리기를 그만둘 수는 없다.(1권 279P)




마치 신년 벽두에 눈앞에서 펼져지고 있는 역전경주 실황을 보는 것처럼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스토리는 읽는 동안 나를 참 행복하게 했다.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는 마흔을 넘긴 나에게  꿈을 잃지 않고, 정직한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은 신선한 샘물이자 자극제가 되어 주었다. 잊고 있었던 패기 가득했고 푸르렀던 나의 청춘을 떠오르게 해 주었다. 그래, 이것이야..사는 것은 바로 이들처럼 최선을 다하는 것에 그 의미가 있는 거야.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잖아. 그 길에는 우리가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숱하게 우리를 절망케도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건 그것에 굴하지 않는 용기, 희망을 품는 것,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는 삶을 완성하는 것..바로 그것이지. 

고통스러워도 앞으로 나아가는 힘. 자신과의 싸움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힘, 눈에 보이는 기록이 아닌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끈기였다(2권 p171)




이제야 기나긴 겨울과 그 추위를 견뎌내고 드디어 잎을 피워내는 산야의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들은 곧 찬연한 빛깔의 꽃을 피워낼 것이다. 우리는 그 꽃의 우열을 결코 가릴 수 없다. 왜냐하면 그 꽃의 빛깔과 크기는 다 각양각색으로 자기의 성질에 맞게 최선을 다해서 피워냈기 때문이다. 내게 주어진 삶을 뜨겁게 사랑해야겠다. 다시 투지가 솟는다. 나만의 삶을 완성해야지. 나의 청춘은 지금부터다. 

선택받지 못해도 달리기를 사랑할 수는 있다. 억누를 길 없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마음은 달리기라는 행위 자체가 품고 있는 고독과 자유처럼 내 속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그것을 가질 수 있었으니.언제까지고  그것은 남아 있을 것이니 이제 됐다.(2권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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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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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깝게 지내는 지인중에 한의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가 한 명 있다.

나와 가족이 아프지 않는 이상, 각자 살기 바빠서 얼굴은 자주 못 보고 한번씩 전화통화나 또는 때되면 건강을 묻는 안부문자 정도 날리는 사이다. 그런데, 이 친구가 바로 소아마비 장애인이다..그것도 중증의 매우 심한...

이 친구는 학창시절을 엄마의 등에서 지냈다고 한다. 고등학교까지 엄마의 등에 업혀서 등하교를 했다고 하며, 자기 한 몸은 어떻게든 건사하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공부하여 한의대를 가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대학에 비해 한의대에는 학년마다 유독 다리가 불편한 학생들이 많았다. 다행히도 학창시절부터 이웃을 생각하며 올곧게 살았던 친구는 아름다운 첫사랑과 결혼도 했으며 슬하에 자매를 두고 한 가정의 가장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뿐 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각종 봉사활동이나 기부활동 또한 활발히 하고 있다. 나는 이 친구를 그런 활동중에 알게 되었다. 이 친구는 사실 여타 장애인들에 비하면 아주 축복받은 경우에 해당한다. 그래도 일상에서 부딪히는 소소한 불편함은 생각보다 많다. 거리낌없이 즐겁게 대화할 장소라도 찾을라치면 턱이 없는 1층에 위치한 찻집이나 집에서 만남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변에 장애인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 친구와의 인연으로 장애인에 대한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사회는 정말 많은 부분에서 장애인들이 살아가기에 하루하루가 전쟁같은 나날임을 깨닫기도 한다.

 

여러 책들 중에서 이 책을 고른 이유는 하늘이 무너지는 경험에 비유한 장애아를 형제로 둔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 때문이었다.

“나의 두 아들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니까요. 나는 아이들이 읽을 수 없는 책을 선물한 셈이지요.”

 

친구는 부모님이 건강한 세 아들을 낳은 후 마지막에 낳은 막내가 중증의 소아마비가 걸렸을 때 그 절망스럽고 끔찍히도 불행했던 감정을 갖게 한 것에 대한 불효했다는 마음을 늘 갖고 있는 것을 알았기에 친구가 떠오르면서 자연스레 이 책에 손이 가게 되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후회라는 태도나 거만함 없이 장애의 문제를 블랙 유머와 따듯한 감동의 필체로 그려내고 있다. 처음에 손수건까지 준비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읽기 시작한 나는 읽는 동안 시종일관 나의 감정은 웃음과 절망사이를 오가면서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저자에게 정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고마운 마음이 솟구쳤다. 자신의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는 저자를 보면서 그렇게도 저자가 원하던 그 평범함이 바로 내가 가진 행복임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내 아이의 대한 넘치는 사랑으로 인한 자랑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한 나를 반성하는 시간이 되어주기도 했다. 저자가 마튜와 토마를 위해서 썼다는 이 책은 정작 그 천사들은 비록 읽지 못한 채 나에게 온 것이지만, 부모로서의 마음가짐과 장애아에 대한 인식을 새로히 점검해보는 진정 귀한 시간이 되어주었다.

 

 처음에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 툭! 하고 책 사이에서 무엇인가가 떨어졌다. 예쁜 사람이 그려져 있는 책갈피였다. 이게 뭐지? 하면서도 읽는 내내 즐겁게 활용했는데, 다 읽고 나니 그 아름다운 세사람은 마튜, 토마, 그리고 아빠의 모습이라는 걸 알았다. 마음에 오래 남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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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잔의 차
그레그 모텐슨.데이비드 올리비에 렐린 지음, 권영주 옮김 / 이레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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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파키스탄,이라는 나라는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짤막한 기사들로 인해 부정적인 이미지와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의 인권에 대해서는 무지막지한 나라라는 인식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세잔의 차'가 의미하는 내용에 끌려서 선택한 이 책은 참 많은 것을 나에게 가르쳐 줬다.

그레그 모텐슨이라는 한 남자의 인생에서 아이들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따듯한 마음, 인간관계를 맺는 자세, 타문화에 대한 배려, 겸손한 자세, 극한 상황에서도 결코 잃지 않았던 열정과 강인한 정신,을 감동적으로 배우기도 하였지만, 단편적으로는 파키스탄이나 아프카니스탄의 상황, 그 곳 사람들의 풍습, 그리고 탈레반의 구성에 대한 이해,  미국의 자세, 이슬람문화권에 대한  지식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 참 반가왔다.

그 동안 파키스탄, 이라는 나라에 대한 나의 편견은 바로 무지에서 온 것이고, 또한 그 무지가 현재 가난이 되물림되고 있는 파키스탄의 현 상황의 원인이기도 한 것이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그곳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선교사의 삶을 살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레그는 어린 시절을 광활하고도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보냈다. 성장배경은 이후 그레그의 삶에 알게모르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지구의 오지에 학교를 짓겠다는 그의 꿈은 이미 어린 시절에 예비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장 사랑했던 여동생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서 파키스탄 북부 지역의 키라코람 산맥의 최고봉인 K2등반을 계획하나, 실패하고 조난당한 그레그를 히말라야 아래의 협곡 사이에서 척박한 삶을 살아가는 코르페 마을 부족들이 구조해 준다. 한 달 동안 정성스런 보살핌을 받고 몸을 회복한 그레그는 그 마을 촌장에게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겠다고 한다. 그들이 요구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닌 바로 학교였다. 1만 2천달러만 있으면 학교 하나를 지을 수가 있다고 하여 샌프란시스코에 돌아온 그레그는 병원 야간근무를 자원하며 그 돈을 모으기에 힘쓴다. 또한, 후원금을 모집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맨 처음 보낸 580통의 편지는 이후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기적들을 만들어내는 단초가 되어 준다. 작은 산간마을의 학교 하나를 짓는 사업이 점차 늘어나게 되어 78곳에 학교를 짓게 되고 3만명의 아이들이 그 혜택을 보게 된 사실을 우리는 쉽게 기적, 이라는 단어로 그의 히말라야에서의 삶을 간단하게 의미지어 버리지만, 그러나 그레그 모텐슨의 삶은 단순히 기적이라고 부를 수 만은 없다. 그의 삶은 통째로 목숨을 건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처음 기부자인 장 회르니 박사같은 지원자도 많았지만, 그만큼 그의 뜻을 오해하거나 이용할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레그는 탈레반에 납치되어 8일이나 구금되기도 했고, 일부 이슬람 성직자들은 그레그의 교육사업이 코란에 위해된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하물며 그레그의 조국인 미국에서조차도 보수주의자들은 그레그의 교육사업을 반대하며 협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녀들에게만큼은 이 지독한 가난을 물려주고 싶어하지 파키스탄과 아프카니스탄의 부모들의 순수한 열의와 그레그의 강력한 의지는 이 모든 장애를 이겨내고 지금도 교육사업은 계속 추진되고 있다.   

 

인도 캘커타에서의 선교사업을 수행했던 테레사수녀를 존경해왔던 그레그.  테레사수녀 못지 않게 검소하고 욕심없이 아이들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그레그의 삶은 미국의 영웅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뿐 만 아니라, 갈수록 물질화되어가는 현재의 자본주의 사람살이에 꼭 필요한 정신이자 모습이었다. 그레그의 제2의 고향의 촌장이자 정신적인 대부인 하지 할리는 "발티 사람과 한 잔의 차를 함께 마시면 이방인이고, 두 잔의 차를 함께 마시면 영예로운 손님이 되고, 세 잔의 차를 함께 마시면 가족이 된다" 라며, 모텐슨에게 세 잔의 차를 함께 마시라고, 서두르지 말고 학교를 짓는 것 못지않게 관계를 맺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말해 준다. 이 메시지는 타자화되어가는 사회구조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교육의 가치는 학교를 짓는 것 못지 않게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문화적 자세에도 있는 것이다.

 

파키스탄의 아이들은 암흑처럼 캄캄한 무지에서 깨어나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필요성에 의해 강력히 교육을 받고자 한다. 따라서, 한권의 노트와 한 자루의 연필도 너무 소중하게 눈 반짝이며 받아드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물을 빨아들이는 솜처럼 그렇게 공부에의 순수한 열망으로 가득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기적같은 한 산악인의 아름다운 삶 속에서 우리의 교육현실이 저절로 돌아봐 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도 모른다. 타인보다 더 잘 살기 위해서 받는 교육, 단지 사회속에서 도태되지 않게 위해서 아무런 꿈도 없이, 적성과 희망도 없이 아침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무거운 책가방에 시달리는 아이들.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보다는 먼저 차 한 잔을 건넬 줄 아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배우기보담은 경쟁과 비교만을 배우는 우리 아이들의 교육현실이 너무 슬프기만 하다.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배우지 못한 채 일등만을 향하여 달려가는 교육현실은 2007년도의 아프카니스탄 피랍같은 사건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 속에서 알게 된 이슬람문화권의 사람들은 우리가 편견을 가지고 대했던 '테러'와 동의어로 다가오던 그 사람들이 아니었다. 기독교신앙의 관점으로, 우리네 문화의 우수성만을 전제로 한 그 사람들을 대한 우리의 자세는 당시의 사건을 일으킨 자들을 옹호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미국의 정치적인 렌즈를 통해서만 이슬람문화권을 접하는 우리의 자세를 수정할 필요성은 있는 것이다. 어쩌면 모텐슨의 기적이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더 강력히 필요하단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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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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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인천의 한 중학교 여학생이 친구를 폭행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유트브 동영상까지 제작되어 세계인이 보게 되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골목에서 코피를 흘리며 빌어대는 친구를 그야말로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영상을 보면서 경악스러웠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피의자인 여학생이 한 말이다.

'아직 만 13세이기 때문에 소년원을 안 가도 된다'라는 말..당시 학교에서는 3일간의 봉사활동으로 매듭을 지었다고 한다. 어리다면 어린 학생이 벌써부터 법을 악용하는 태연한 모습에 실로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사형제 폐지와 관련하여 그 존폐여부에  대한 논란만큼이나 14세 미만 청소년들에 대한 형사관련 처벌법에 대한 사회적인 이슈와 여론이 갈수록 드높아지는 상황이다. 두 내용 모두 밑바탕에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현 사회가 갈수록 경쟁위주의 자본논리로 팽배해 가다 보니 아직은 인격적으로 덜 성숙한 청소년들의 범죄 또한 의도 여부와 관계없이 그 잔인성과 횟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가끔 인터넷 뉴스를 통해서 이웃나라인 일본의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접할 때마다 경악하곤 했었는데, (내심 일본의 국민성이나 교육방식에 기인할 거라는 편견이 있었다) 언젠가부터 청소년 범죄는 더이상 이웃나라의 소식만은 아닌 것이 되었다.

거리를 다니다가도 떼를 지어 다니는 여중생이나 남중생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몸을 피하게 되는 심리는 또 무언지. 그네들의 옷차림이 살짝 불량스럽기라도 할라치면 절로 두려워지는 마음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부딪히는 생활영역 공간에서 버릇이 없는 학생들에게 애정어린 훈계를 하는 어른들이 이제는 용감한 사람으로 평해지는 세상인 것이다.

그네들을 향한 교육의 문제는 어제 오늘이 아니기에 그 것은 예외로 하기로 하자.

 

심사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를 얻은 제51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담고 있는 주제 또한, 두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매우 흥미로운 것이었다.

바쁜 일정에 차일피일 미뤄두다가 무심코 한장 넘겨본 나는 이내 책속으로 빠져들었고, 아주 무서운 힘으로 '천사의 나이프'는 나의 심장을 갈랐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도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주제도 신선했지만, 문장도 아름다웠고, 처음부터 끝 문장까지 버릴 것 하나 없는 스토리의 짜임새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으며, 미스터리가 가지는 그 반전의 힘은 참으로 놀랄 만 했다. 이 책이 저자의 첫 소설이라니 실로 대단하다고 아니 할 수 없다.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운영하면서 4살 난 딸 미나미와 함께 살아가던 히야마씨는 어느 날 형사의 방문을 받게 된다. 히야마씨의 가게 인근 공원에서 소년B가 살해되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은 3년 6개월 전 가족의 단란한 일상을 지옥으로 떨어지게 했던 그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히야마는 아내의 죽음을 다시 떠올리면서 편안한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사건 이후로 두 개의 시간을 살아가는 히야마. 그 사건 때에 멈춰버린 시간과 그 후로 3년 6개월간 살아가지 않으면 안됐던 시간. 멈춰버린 시간은 세월이 흘러도 절대 과거가 되지 않은 채 현재의 시간에 침범해 들어와 때때로 지독한 아픔과 고통을 준다.진정한 용서를 하고 미나미와 행복한 생을 살고 싶었던 히야마는 세 소년들의 과거와 갱생의 삶을 찾아 나서는데.....그 여정에는 놀라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고구마줄기에 딸려나오는 고구마처럼 한 사건의 끝이 보일 때 쯤이면 다시 새롭게 전개되는 또다른 살인의 사건들...

소설의 전개는 사건해결에 촛점을 맞추어 풀어가면서 가족의 의미와 진정한 용서에 대한 심도있는 질문을 같이 해준다.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진정한 사죄없이는 가해자의 참다운 갱생의 삶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소중한 사람이 당한 것과 같은 괴로움을 맛보게 해 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기분을 꾹 억누르고 있지. 이 이상 소중한 것을 잃고 싶지 않으니까. 범죄 피해자는 평생을 찢어질 것 같은 가슴을 안고 살아가는 거라고, 그렇게 말해 줬다네" (p81)

 

언젠가 소년들이 스스로 범한 죄를 받아들이고 올바르게 사회로 돌아와 자신들과 마주 서기를. 잃어버린 것은 결코 돌아오지 않지만 피해자 측의 괴로움을 다소나마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가해자뿐인지도 모른다.(p83)

 

어쩌면 참혹한 상처의 고통이 있기에 다른 삶의 모습도 그대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싶어하는 피해자 히야마의 마음의 여정이 결국은 이 사건을 해결하게 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설사 형법 제41조의 법 조항으로 인해 14세 미만의 청소년가해자에게는 물리적인 처벌을 하지 못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가해자는 나름의 방법으로 처벌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다른다.문득 어디선가 본 글이 생각난다..불행은 랜덤으로 온다는 말..이 책에 묘사되는 각 종 사건들은 사실 나와는 하등 관계가 없는 일처럼 보여지나, 우리에게 미소짓고 있는 생의 그 이면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숨어 있다가 불시에 우리의 삶속에 그 모습을 드러내 송두리째 흔들어 혼돈속에 빠뜨린다. 결국 각자의 삶은 온전히 자기 힘으로 지탱해 내야 할 무게인가, 하는 씁쓸한 마음이 든다.  

이 책이 내게 던지는 질문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과연 인간의 본성이란 무엇일까, 와 진정한 용서와 이해는 또한 무엇인가,이다.

인간은 어떤 사안에 대해서 두 가지 입장을 가진다. 그 입장이란 그 사안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서 상황은 아주 판이하게 달라진다.

이 책의 나오는 여러 모습의 가해자의 입장과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그 모습은 발견된다.

누구에게라도 결코 일어나선 안되는 사건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그 사건들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처가 과연 시간의 흐름에 의해 치유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다만, 세상사 거친 바람에 풍화되어 옅어졌을 뿐, 혹은 가슴 깊이 묻어두었을 뿐일 것이다. 우리네 삶에는 법이 해결해 수 없는 영역이 너무도 많다. 아무리 악법도 법이라지만 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인간의 삶을 지키기 위한 것일진대, 이미 사건이 일어난 연후에 그 해결에 촛점을 맞추는 법이 아니라, 사회시스템이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방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길 간절히 바래본다.

처음에 이 책의 표지를 보았을 때, 왠지 섬뜩해지는 느낌은 비단 칼이 주는 느낌 뿐 만은 아니었다. 칼과 함께 검은 바탕위의 선명하고 화려한 무늬가 주는 섬뜩함이 마치 선연한 피를 보기라도 한 듯한 기분이었다. 표지의 세 개의 칼과 유리보석같은 무늬(소설의 내용을 통해 알고 보미 이는 만화경의 세상이다)는 이 소설의 처음과 끝이다.

추리소설은 그 동안 특별히 관심가졌던 분야가 아니었지만, 모처럼 만난 책이 <천사의 나이프>였음을 감사해야겠다. 아무래도 한동안 추리의 세상으로 깊이 매몰될 듯 싶다. 이 소설은 스릴만을 추구하지 않고 그 안에 인간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을 담은 진짜 멋지고도 완벽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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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피아 영문법 탐험대 - 영어 수업에 자신이 생기는 학습 만화
안경순 지음, 정종석 그림 / 킨더랜드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학습 만화 시장은 참 그 범위도 넓고 내용 또한 다양하다.

수학, 한자, 동화, 고사성어,,등을 읽어봤으나, 영어와 관련된 학습만화는 이 책이 처음이다.

이번에 초등에 입학하는 딸아이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이 책을 보고 먼저 달려든 것은 그야말로 만화라면 환장하는 5학년 아들이다.

사실 딸아이는 여자아이어서인지 탐험, 같은 소재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제일 좋아하고 항상 들고 다니면서 읽는 책은 바로 '짱둥이'만화다.

여자아이들이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회고의 취미를 가진 딸애는 이 책을 너무도 사랑한다.

어쨌든, 딸아이를 겨냥한 것이었지만 아들래미라도 좋아해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먼저 읽고 난 아들은 이미 영어공부가 이 책보다는 더 진도가 나갔기에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단지 만화스토리에 흥미를 보이면서 다음권을 자꾸만 기대한다.

제목에 1, 이라는 숫자가 없어서 나는 이 한권으로 요약정리가 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어쩌나  그게 아니었나 보다. 이 책도 마법천자문처럼 시리즈물이었던 것이다.

영어 공부의 핵심 필살기 세가지를 중점적으로 탐험하는 이 책은 먼저 단어와 기본회화를 그림곳곳에 단어를 숨겨놓아 흥미를 유발하고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간단한 회화를 익히게 해준다.  그 다음은 영문법을 학습함에 있어서 이 책의 중점스토리라인인 영문법 원리로 이루어진 세상인 잉글피아(지구와는 관계없는 요정과 마왕이 사는 나라)에서 왕위를 두고 벌어지는

어드벤처 그램볼 대회를 지켜보며 저절로 영문법을 이해하게 알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각 장의 끝에 있는 학습페이지를 통해 영문법을 정리하여 복습하게 해 준다.

이러한 과정은 한국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네 명의 아이들이 잉클피아 세계로 초대되어 서로 영문법 실력을 겨루는 대회를 통해서 학교생활에서 벌어지는 각종 에피소드와 함께 전개해 나감으로써 아주 친근하게 영문법을 익힐 수 있게 해준다.

재밌게 읽고, 즐겁게 익힌다!는 홍보문구에 걸맞게 책의 만화그림과 스토리의 전개는 충분히 흥미롭다. 다음권을 빨리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그러나 아이의 기호에 맞추어서인지 어른인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이 책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좀 무리로 여겨진다.

영어에 관한 내용보다,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내가 집중한 것은 오히려 그 스토리의 전개였다.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하는 만화적 스토리의 재미에 홀려 영어탐험은 뒷전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것이 나의 문제인지, 책의 문제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일단 책은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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