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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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깝게 지내는 지인중에 한의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가 한 명 있다.

나와 가족이 아프지 않는 이상, 각자 살기 바빠서 얼굴은 자주 못 보고 한번씩 전화통화나 또는 때되면 건강을 묻는 안부문자 정도 날리는 사이다. 그런데, 이 친구가 바로 소아마비 장애인이다..그것도 중증의 매우 심한...

이 친구는 학창시절을 엄마의 등에서 지냈다고 한다. 고등학교까지 엄마의 등에 업혀서 등하교를 했다고 하며, 자기 한 몸은 어떻게든 건사하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공부하여 한의대를 가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대학에 비해 한의대에는 학년마다 유독 다리가 불편한 학생들이 많았다. 다행히도 학창시절부터 이웃을 생각하며 올곧게 살았던 친구는 아름다운 첫사랑과 결혼도 했으며 슬하에 자매를 두고 한 가정의 가장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뿐 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각종 봉사활동이나 기부활동 또한 활발히 하고 있다. 나는 이 친구를 그런 활동중에 알게 되었다. 이 친구는 사실 여타 장애인들에 비하면 아주 축복받은 경우에 해당한다. 그래도 일상에서 부딪히는 소소한 불편함은 생각보다 많다. 거리낌없이 즐겁게 대화할 장소라도 찾을라치면 턱이 없는 1층에 위치한 찻집이나 집에서 만남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변에 장애인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 친구와의 인연으로 장애인에 대한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사회는 정말 많은 부분에서 장애인들이 살아가기에 하루하루가 전쟁같은 나날임을 깨닫기도 한다.

 

여러 책들 중에서 이 책을 고른 이유는 하늘이 무너지는 경험에 비유한 장애아를 형제로 둔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 때문이었다.

“나의 두 아들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니까요. 나는 아이들이 읽을 수 없는 책을 선물한 셈이지요.”

 

친구는 부모님이 건강한 세 아들을 낳은 후 마지막에 낳은 막내가 중증의 소아마비가 걸렸을 때 그 절망스럽고 끔찍히도 불행했던 감정을 갖게 한 것에 대한 불효했다는 마음을 늘 갖고 있는 것을 알았기에 친구가 떠오르면서 자연스레 이 책에 손이 가게 되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후회라는 태도나 거만함 없이 장애의 문제를 블랙 유머와 따듯한 감동의 필체로 그려내고 있다. 처음에 손수건까지 준비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읽기 시작한 나는 읽는 동안 시종일관 나의 감정은 웃음과 절망사이를 오가면서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저자에게 정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고마운 마음이 솟구쳤다. 자신의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는 저자를 보면서 그렇게도 저자가 원하던 그 평범함이 바로 내가 가진 행복임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내 아이의 대한 넘치는 사랑으로 인한 자랑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한 나를 반성하는 시간이 되어주기도 했다. 저자가 마튜와 토마를 위해서 썼다는 이 책은 정작 그 천사들은 비록 읽지 못한 채 나에게 온 것이지만, 부모로서의 마음가짐과 장애아에 대한 인식을 새로히 점검해보는 진정 귀한 시간이 되어주었다.

 

 처음에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 툭! 하고 책 사이에서 무엇인가가 떨어졌다. 예쁜 사람이 그려져 있는 책갈피였다. 이게 뭐지? 하면서도 읽는 내내 즐겁게 활용했는데, 다 읽고 나니 그 아름다운 세사람은 마튜, 토마, 그리고 아빠의 모습이라는 걸 알았다. 마음에 오래 남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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